20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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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춤을 추자 | 중국위협론, 붕괴론, 기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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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춤을 추자 | 조영남 | 중국위협론, 중국붕괴론, 중국기회론, 진실은?

진짜 위기는,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지체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과 인식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용과 춤을 추자』, 9쪽)

사드 보복으로 중국은 대국에 걸맞지 않은 동네 골목대장 같은 심보와 행태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국제 관계에서 비이성적이고 미성숙한 중국의 감정적인 보복 조치가 비단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중국을 비판 • 비난하기에 앞서 경제적으로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런 충돌로 얻게 될 경제적 타격을 고려하면 앞으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가 더 걱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후안무치한 중국 정부는 외국의 비난 같은 건 애당초 신경 쓰지 않기에 이렇다 할 카드가 없는 한국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또한, 현재 진행되는 추세를 보면 한국이 입게 될 손실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만 그칠 것 같지가 않다. 한국 자동차 파손 사건과 식당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내쫓긴 뉴스를 보면 반한(反韓) 감정은 혐한(嫌韓) 감정으로 악화되고 있다. 즉,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재산과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한 중국의 의도와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북핵의 위협을 받는 한국의 절박한 상황을 중국 정부에 어떻게든 이해시키지 못한 한국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대처가 통탄할 따름이다.

용과 춤을 추자 조영남 | 중국위협론, 중국붕괴론, 중국기회론, 진실은?

이 모든 것이 개혁 • 개방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의 정치적 의지와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했던가, 아니면 제대로 평가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보기엔 사드에 대한 중국의 과민 반응이 너무 지나쳐 보일지도 모르지만, 중국이 미국 군사력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에 휩싸였던 과거(대부분 마오쩌둥에게서 비롯한 것이지만)와 그 군사력으로 보호받는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집념 등을 고려하면 그들 나름의 사정은 있다. 여기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대략적인 모습을 갖춰가는 한미일 군사 동맹까지 더해지면 중국이 한국을 곱게 볼 리가 만무하다(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은 미국을 필두로 한 동맹 체제가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계획이라고 여긴다).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악화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 침체와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까지 치닫게 된 소치에 중국에 대한 무지, 무관심, 편견, 오해 등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면, 현재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의 급부상에서 옛 조공시대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떠는 사람, 소련처럼 붕괴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사람, 여전히 중국 정치 체제는 후진국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 공산당 일당 독재를 일반적인 독재 체제와 혼동하는 사람, 중국의 부상이야말로 한국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주장하는 사람 등 ‘중국위협론’, ‘중국붕괴론’, ‘중국기회론’ 등 다양한 가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를 이끌어내고 중국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책이 있어 소개하자고 쓴 서두가 너무 길고 장황한 감이 있지만, 시작한 말은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영남의 『용과 춤을 추자: 한국의 눈으로 중국 읽기』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거둔 놀라운 경제 성장 뒤에 가려진, 그리고 과소평가된 중국 공산당의 영도력과 정치적 진화를 간결 명확하게 분석하고, 공산당 체제와 정책, 그리고 중국의 국가적 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필요한 핵심만을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 개괄한 책이다. 또한, 그러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으로부터 한국의 대략적인 대처방안까지 도출해 낸 책이기도 하다. 『용과 춤을 추자』는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딱 알맞은 눈높이의 책이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을뿐더러 각 부는 따로 떼어내어 읽어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완성되어 있어 바쁘거나 나름 중국에 대한 지식이 있는 독자는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무방하다. 반면에 학술적 연구목적이 아니라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단기 강좌 같은 성격이 짙은 만큼 깊이와 세밀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로 『용과 춤을 추자』가 계기가 되어 좀 더 심화한 중국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독자는 로드릭 맥파커의 『중국 현대정치사』, 에즈라 보걸의 『덩샤오핑 평전』를 추천한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다른 책들도 있다. 참고로 개혁·개방 이후 중국 인민의 실질적 삶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이 궁금한 사람은 량샤오성의 『우울한 중국인』을 추천한다.

아무튼, 현재처럼 한중관계가 악화되고 최악의 상황으로 단교가 되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을뿐더러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북한과의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라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한 한국으로서는 냉정하게 오늘날 한중관계를 분석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처럼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한중관계는 기나긴 늪으로 빠질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무시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고루하고 낡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답보 상태에 있는 이해를 떨쳐내고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접근할 필요가 절대적이다. 그래서 이 책 『용과 춤을 추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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