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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6일 일요일

[영화 리뷰] 과학에 대한 맹신과 인간의 나태가 합작한 대참극 ~ 타이타닉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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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한 맹신과 인간의 나태가 합작한 대참극

"우린 내일 항해 속도에 내기를 걸기로 했습니다"
"선장이 이 배가 얼마나 빠른지 시험을 한다던데 맞습니까?"

자연을 지배했다는 인류의 과학적 자긍심의 상징이자 작은 도시를 옮겨놓은 듯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타이타닉 호가 많은 사람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1912년 리버풀에서 뉴욕으로 첫 항해를 시작한다.

타이타닉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 1958) scene

승객과 선원 총 2,208명을 태운 배는 순조로운 항해를 보이는 듯했으나, 얼마 못 가 다른 배들로부터 항로에 빙산이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받는다.

타이타닉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 1958) scene

하지만, 무선 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1912년 4월 14일 배는 빙산에 부딪히면서 그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타이타닉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 1958) scene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1997)」의 원작이자 월터 로드(Walter Lord)의 소설 ‘A Night to Remember(1955)’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으로 지금 봐도 스케일과 웅장함에 압도당하는, 그리고 카메론 감독의 작품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존자들의 증언과 학자들의 고증을 거친 완성도 높은 영화다. 참고로 타이타닉호 생존자가 1958년 12월 16일 화요일에 뉴욕에 있는 미국 초연에 참석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런 작품이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 위성, GPS 정도의 장비만 있었더라도 많은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세월호 사고에서도 경험했듯 아무리 날고 기는 첨단 장비가 있어도 근본적으로 사람이 태만하면 인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타이타닉호의 비극(A Night To Remember, 1958)」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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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일 수요일

[영화 리뷰] 20만 명의 아버지 ~ 거지왕 김춘삼(Kim Chun-Sam, A King of Beggars,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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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명의 아버지

"어지간히 배들이 부른 모양이구나. 그럼 소화를 시켜야지. 아, 딩거산이 ~♪~ 우러러 ~♪~" - 김춘삼

구성진 품바 타령 덕분에 왕초 김빠 밑으로 들어가 거지가 될 수 있었던 소년 김춘삼. 그는 성장하면서 김빠가 거지들을 학대하는 모습에 울분만 삼키다 어느 날 더는 참지 못하고 김빠에게 반항한다.

거지왕 김춘삼(Kim Chun-Sam, A King of Beggars, 1975) scene

김빠와의 기찻길 대결에서 승리하고 거지왕이 된 김춘삼은 ‘자활개척단’을 설립하여 거지들이 구걸이 아닌 순수하고 깨끗한 노동으로 먹고살 길을 개척하면서 자신의 아들 70명을 장가보내 섬에 정착시키기도 한다.

거지왕 김춘삼(Kim Chun-Sam, A King of Beggars, 1975) scene

그러나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는 김춘삼 세력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러 조직은 호시탐탐 그의 세력을 넘보고 있었고, 오래전에 김춘삼에게 밀려난 김빠 역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으니….

거지왕 김춘삼(Kim Chun-Sam, A King of Beggars, 1975) scene

실존 인물 ‘거지왕 김춘삼’의 좋은 모습만을 다룬 영화로 자신을 납치한 조직의 두목과 1:1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 김춘삼이 박쥐처럼 거꾸로 날라 상대에게 주먹을 먹였을 때 와장창 부러진 상대의 이들이 피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장면은 요즘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절정의 액션.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거지왕 김춘삼(1975)」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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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5일 화요일

[영화 리뷰]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했던 그들의 슬픈 연가 ~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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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했던 그들의 슬픈 연가

"난 하루라도 빨리 푹푹 썩어서 죽어버리고 싶은 여자야. 날 동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정말 날 생각해 준다면 날 이대로 내버려 둬. 가끔 놀러 와 주면 되는 거야" - 영자
"시끄러워" - 창수

운전사가 되어 돈을 벌고 싶은 영자와 양복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인 창수가 우연히 만났을 땐 영자는 창수가 일하는 철공소 사장의 집에서 일하는 식모였고, 창수는 철공소 견습공이었다.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1975) scene 01

영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창수는 군대 가기 전 자신의 애타는 심정을 영자에게 고백하지만, 영자는 자신은 시골에서 돈 벌러 왔지 연애하러 온 것이 아니라며 퉁명스럽게 거절한다.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1975) scene 02

3년 후. 월남에서 돌아온 창수는 목욕탕 때밀이로 일하면서 수소문 끝에 영자를 찾아 가지만, 영자는 한쪽 팔이 없는 외팔이 창녀가 되어 괄시를 받고 있었으니….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1975) scene 03

하층민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생생하게 묘사한 원작(조선작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 리뷰 보기)과 결말은 판이하지만, 영자 역을 맡은 여배우의 열연과 '정성조와 메신저스'의 감미로운 OST, 그리고 창수와 영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어딘지 허전한 결말의 아쉬움을 넉넉하게 달래주는 영화. 사실 나는 영화 속에서 영자가 쓸쓸하게 지나가던 청량리 굴다리 바로 근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랑 학교에 가려고 굴다리를 지나 청량리 시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살짝 걸친 날씬하고 예쁜 누나들이 곧잘 놀리곤 했는데, 그때 그 누님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는 누나들이 그때 거기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데, 누나들은 내가 그때 누나들 앞을 종종 지나다녔다는 것을 기억할까?

아무튼, 뼈아픈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이 세상 모든 영자와 창수들의 전성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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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3일 일요일

[영화 리뷰] 시험과 매, 잔소리에 시달렸어도 ~ 고교 얄개(Yalkae, A Joker In High School,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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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과 매, 잔소리에 시달렸어도 그리운 그 시절

"인마, 낙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냐! 대기만성이라고. 한번 움츠렸다 뛰는 개구리는 더 멀리 갈 수 있고, 뒤로 당겼다가 내지는 주먹은 더 강한 법이야" - 두수
"야, 빵 먹어" - 영호

고등학교 2학년 낙제생 나두수는 미국인 교장 앞에서조차 서슴없이 장난치는 소문난 얄개다.

고교 얄개(Yalkae, A Joker In High School, 1976) scene 01

어느 날 두수는 툭하면 선생에게 고자질하고 두수와 영호가 유급했다고 괄시하는 같은 반의 우등생 호철을 호되게 골려주고자 호철에게 장난을 치지만, 호철이 매우 놀라 경황 없이 허둥대다가 안경마저 깨지는 큰 사건으로 번지는 바람에 제적 위기에 처한다.

고교 얄개(Yalkae, A Joker In High School, 1976) scene 02

한편, 호철은 그날 이후로 웬일인지 학교를 결석하고, 뭔가 마음에 걸린 두수는 호철의 집을 찾아가 어렵게 사는 호철이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우유배달을 하다 안경이 없어 잘 못 보는 바람에 축대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되는데….

고교 얄개(Yalkae, A Joker In High School, 1976) scene 03

'얄개' 시리즈를 보면 빵집에서 모임을 갖거나 데이트를 하는 장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데, 원래 그림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빵보다 화면 속의 빵이 더 맛있어 보인다. 아마 그때 빵집의 빵은 지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 생산품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구운 진짜 빵이었겠지...하는 마음에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아무튼, 방금 구운 빵에서 소옴소옴 피어오르는 빵 냄새처럼 따뜻하고 구수한 영화.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고교 얄개(Yalkae, A Joker In High School, 197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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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1편과 비슷한 구성, 비슷한 재미 ~ 데몬스 2(Demoni 2: L'incubo Ritorna,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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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비슷한 구성, 비슷한 재미

"악령의 비밀은 풀릴 것인가? 악령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가? 악령은 다시 올 것인가?" - TV 다큐

방탄유리까지 갖춘 어느 고급 아파트 안에선 생일 파티, 가족끼리의 오붓한 저녁 식사, 밀회,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의 앙증맞은 살림, 외출한 부모를 쓸쓸히 혼자 기다리는 소년, 헬스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일상이 진행 중이다.

데몬스 2(Demoni 2 L'incubo Ritorna, 1986) scene 01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TV에서 방영되는 악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고, 그 중 한 텔레비전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데몬스 2(Demoni 2 L'incubo Ritorna, 1986) scene 02

바로 TV 속 괴물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데몬스 2(Demoni 2 L'incubo Ritorna, 1986) scene 03

고립 공간이 극장에서 아파트로 바뀌었을 뿐 1편과 거의 비슷한 구성이다. 영화 속 괴물들은 좀비라고 하기엔 매우 민첩하며 지능 또한 상당히 뛰어나다. 어느 괴물은 살아생전의 목소리로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기도 한다. 아마도 사후경직이 별로 진행되지 않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괴물로 빠르게 변화되어 그런 것 같다.

아무튼, 1편에서는 극장 스크린을 찢었는데, 2편에서는 영화 「링」에서처럼 텔레비전에서 괴물이 기어나온다. 또한, 괴물로 변한 사람의 가슴을 가르고 또 다른 괴물이 튀어나오기도 하며 산성피를 흘린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장면들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데몬스 2(Demoni 2: L'incubo Ritorna, 198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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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2일 토요일

[영화 리뷰] 깨끔하고 정결한 소녀 이미지 ~ 너무 너무 좋은 거야(Ever So Much Good!,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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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끔하고 정결한 소녀 이미지

“난 다른 건 없어도 인덕 하난 있나 봐. 나 있는데 있지? 식구 모두가 날 친딸처럼 생각해주셔” - 선희
“니가 잘하니까 그렇지” - 성훈
“밤낮 사고만 치는 걸” - 선희
“그게 니 장기 아냐?” - 성훈

중학교를 졸업한 선희는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 재용이네 집에 식모로 일하게 된다.

너무 너무 좋은 거야(Ever So Much Good!, 1976) scene 01

몇 년 전에 딸을 잃어버린 재용이네 가족은 선희를 친딸처럼 따뜻하게 대해주고 똘똘하고 곰상스러운 선희도 살뜰하게 살림을 꾸려간다.

너무 너무 좋은 거야(Ever So Much Good!, 1976) scene 02

하지만, 선희에겐 못 이룬 꿈이 있었으니 바로 공부를 계속하여 제트여객기의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이었다.

너무 너무 좋은 거야(Ever So Much Good!, 1976) scene 03

‘진짜 진짜’ 시리즈에 묻힌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배우 임예진의 깨끔하고 정결한 소녀 이미지를 재확인하기에는 충분히 상큼명랑한 영화.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너무 너무 좋은 거야(Ever So Much Good!, 197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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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0일 목요일

[영화 리뷰] 뻔한 이야기?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 고교 명랑교실(High School 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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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이야기?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

"…학습을 지도해줄테니까. 우리 열심히 공부하자" - 승현
"아니, 정말이여?" - 삼육
"그래, 대신 조건이 있다" - 승현
"뭐여?" - 삼육
"그 여학생의 정체를 밝혀라" - 승현

학교를 운영하는 재단 이사장인 할아버지가 계신 목포로 전학 온 승현은 학교를 주름잡는 삼육과 힘 대결을 벌이다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고교 명랑교실(High School Kids, 1978) scene 01

한편, 승현은 우연히 마주친 진희라는 여고생을 좋아하게 되는데, 콧대 높은 분식집 딸 진희는 자기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승현을 퇴짜 놓는다.

고교 명랑교실(High School Kids, 1978) scene 02

목포로 내려온 지 얼마 안되 동네 물정을 잘 모르는 승현은 삼육 등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진희와 연결고리 좀 맺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대가로 승현은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게 되는데….

고교 명랑교실(High School Kids, 1978) scene 03

어렵게 사는 동급생이나 야학생, 혹은 보육원, 양로원 등 소외된 사회 계층을 돕는 이야기, 질시하고 다투면서도 굳어지기만 하는 우정, 그리고 꼭 빠짐없이 나오는 만남의 장소 ‘빵집’ 등등 ‘얄개’ 이승현이 나오는 영화의 이야기는 고만고만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의 순수함은 천박한 세련과 경박한 과시의 세태 속에 갇힌 우리의 시커먼 마음을 소나기처럼 한결 씻겨 내려주는 것 같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고교 명랑교실(High School Kids)」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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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9일 수요일

[영화 리뷰] 법이 말살하고 사회가 묵인한 ~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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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말살하고 사회가 묵인한 인간성 퇴보로 가는 길

"… 감식을 당했는디, 오늘 한번 죽을 텨?" - 감방장 "에라, 니가 죽이던지 살리던지 맘대로 해라" - 호주기

비행기처럼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석방되기가 무섭게 빠르게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로 비행기 이름인 '호주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형철 노인.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1

거진 환갑이 다되어 출옥한 노인은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마땅히 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는 상태에서 배는 고프고 수중에 돈은 한 푼도 없고, 그래서 또다시 교도소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침 염소 한 마리가 눈에 띄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염소를 훔친다. 그리고 바람대로 덜미를 잡혀 경찰서로 인계된다.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2

그런데 새로 생긴 악랄하기 그지없는 사회보호법은 염소 한 마리를 훔친 노인을 전과 38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12년을 선고한다. 객사하더라도 죽음만큼은 밖에서 맞이하고 싶은 노인의 남루한 소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3

그 나라의 진짜 수준을 알고 싶으면 이따위 저따위 통계는 제쳐놓고 가장 낮은 소득 계층, 꺼리는 직업 계층, 그리고 죄수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면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날까? 돼지에게 진주목걸이를 걸어주고 양복을 쫙 빼 입히고 손에는 휴대전화기를 쥐여주고 다리에는 명품 구두를 신겨준다고 사람이 될까? 의식이 발전하지 못하면 100년이 지나도 인간성은 회복되지 못하고 인간적인 삶도 바랄 수 없다. 한국인이 경제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한국의 피카소'이자 기인 중광 스님의 연기 자체가 설법인, 앞으로 한국 영화사에서 그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명작.

이에 몇 마디 더 지껄인다면, 부자로 사는 것도,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도, 감옥에서 썩는 것도, 다 사람이 사는 삶이고 인생이다. 그나마 이러한 극과 극의 부조리 속에서도 지진아 같은 불안한 질서가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부자건 거지건 권력이 있건 없건 결국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유일한 위안이 존재하기 때문. 그런데 미래에는 목숨도 돈과 권력에 비례하여 증가할지도 모르니, 150살을 사는 부자와 유치원도 못 가보고 굶어 죽는 아이 사이의 우주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틈새는 어찌 채워질 것인가.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1990)」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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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8일 화요일

[영화 리뷰] 깨알 같은 이야기, 깨소금 같은 재미 ~ 고교 우량아(High School Champ,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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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이야기, 깨소금 같은 재미

"착한 애 왜 구박하니?" - 승현
"니놈들이 언제부터 짝꿍이 됐다고 그러는게 벨이 틀려서 그런다, 이 쨔샤" - 유영

유쾌한 우량아 승현은 여자친구 몽당연필 강주희에게 공부 못한다는 핀잔을 받고 자존심이 상하자 이제 마음 단단히 먹고 공부해 밑바닥을 탈출하겠다고 결심한다. 이런 승현을 기특하게 생각한 제갈공명 정훈과는 달리 또 다른 단짝 비뚤이 왈패 유영은 승현이 잘난척하는 것 같아 영 못마땅하다.

고교 우량아(High School Champ, 1977) scene 01

승현의 반에 전라도에서 새로운 학생 삼육이가 전학을 온다. 한 덩치 하는 삼육은 등교 첫날부터 유영을 꺾으면서 대장의 자리에 올라서는 듯하지만,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승현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에 그만 기가 질리고 만다.

고교 우량아(High School Champ, 1977) scene 02

한편, 승현의 학교에 도둑이 들고 우량아들을 늘 치켜세우던 수위 아저씨가 도둑과 싸우다 크게 다쳐 몸져눕는다. 이 일로 삼육의 아버지가 수위 아저씨임을 알게 된 승현과 정훈은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데….

고교 우량아(High School Champ, 1977) scene 03

‘고교 얄개(1976)’의 뒤를 이은 작품으로 줄거리에 큰 줄기가 있다기보다는 소소하게 재미난 따뜻한 작은 이야기들로 꾸며진 영화. 하이틴 영화에 어색하게 다 큰 어른을 배역으로 쓰지 않고 실제 고교생을 요즘처럼 멋들어지게 치장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 그대로 출연시킨 점이 영화의 재미를 더 살린 것 같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고교 우량아(High School Champ, 197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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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8일 수요일

[영화 리뷰]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고 믿었던 시절 ~ 괴짜 만세(1977)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고 믿었던 시절

"그럼 어째서 이따위 장난을 해!" – 수학 선생
"날이 따뜻해서 가만있으면 자꾸만 잠이 오거든요. 그래서 잠 깨려고 약간 각성제로…" - 형기

공부도 1등, 장난도 1등이어서 괴짜로 불리는 형기는 절친은 아니지만, 모범생이자 종종 자신의 짓궂은 장난의 대상이기도 한 같은 반 학우 기동이가 아무 말 없이 결석하자 직접 기동이의 집을 찾아 나선다.

괴짜만세_scene_01

하지만, 형기는 기동이는 만나지 못하고 아버지 없이 병든 어머니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장사하는 여동생과 함께 사는 친구의 절망적인 가난을 목격한다. 한편, 기동이는 조금이라도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자전거 배달 일을 하다 그만 사고를 당해 다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괴짜만세_scene_02

병원에서 기동이를 만난 형기는 치료비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여동생의 소개로 만난 적이 있던 난희의 집 태권도 가정교사로 일하기로 하는데….

괴짜만세_scene_03

그 당시 다른 하이틴 영화와 비슷하게 말썽꾸러기가 어렵게 사는 친구를 도와 개과천선한다는 해피엔딩이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풋풋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영화. 그리고 영화에서 수학여행 때 선생님이 마실 물주전자에 짓궂게도 물 대신 간장을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시절엔 선생님에게 첫 잔은 진짜 콜라를 조금만 넣어 구미를 당긴 다음 더 달라고 하면 그때 간장을 넣곤 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괴짜 만세(197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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