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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8일 금요일

[영화 리뷰] 엇갈린 운명, 과연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 무간도(Infernal Affairs 2002)

Infernal Affairs 2002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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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운명, 과연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옛말에.. 영웅이 있기까지는 희생이 따른다 했다. 하지만, 난 달라. 이 바닥 규칙은 생과 사를 자신이 결정한다!" - 한침

아마 「무간도」1편은 오늘이 두 번째 감상일 것이다. 첫 번째 감상은 불법복제판 비디오의 상징이었던 ‘디빅’이 한창 인터넷에 봇물처럼 넘치던 2000년대 초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 감상했던 시디 세 장짜리 릴이 DVD에 구워진 채 이미 자신들은 퇴물이 되었다는 세월의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상자 속에 잠들어 있다. 그때는 언제가 다시 꺼내볼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변변치 않은 수집 욕구가 더해져 괜찮은 작품이라 판단되는 영화는 CD나 DVD에 구워 보관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는데, 그리고 그때는 DVD도 꽤 괜찮은 화질이라고 치부되었는데, 시대가 변화고 기술이 발전하니 아무도 찾지 않는 늙은 기생처럼 퇴물이 되어버렸다. 퇴물이 되어버리다 못해 이제는 계륵 같은 곤란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를 굽는 작업은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다. 요즘은 바이두 클라우드의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이용하면 웬만한 영화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이며 두 번, 세 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은 잊을만하면 알아서 누군가가 재공유해 주는 편리한 세상이다. 그렇게 다시 눈에 띈 고전 중 하나도 「무간도」였다.

Infernal Affairs 2002 scene 01

사실 「무간도」를 처음 감상했을 때의 느낌을 애써 떠올려보면 한마디로 ‘무지’와 ‘이해불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성이 자자한 두 명배우 양조위와 유덕화가 등장하니 당연히 멋있는 영화였다고 인정하면서도 왜 그런지는 몰랐다. 왜냐하면, 영화의 이야기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콩 누아르’라는 장르의 깊은 의식 속에 잠재된 배경은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하니 영화의 이야기가 쓸데없이 복잡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도 영화는 재밌게 봤다. 아니 주변 평가에 휩쓸린 나머지 재밌게 봐야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왜 그런지 연유도 모르면서, 남들 장단에 춤을 추는 격이니 줏대 없는 바보가 따로 없다. 굳이 발병하자면, 그때는 하루에 영화를 두세 편씩 밥 멋 듯 감상했던 시절이라 영화 한 편 한 편에 깊이 빠질 수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위대한 명작을 오늘날 다시 봤고, (완벽하게 영화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처음 봤을 때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Infernal Affairs 2002 scene 02

‘홍콩 누아르’는 홍콩 경찰의 부패가 극에 달했던 60, 70년대 부패한 경찰과 범죄 조직의 유착 관계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이 장르에는 범죄 조직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부패한 경찰이 반드시 등장해야 제맛이다. 그렇다면 조직 입장에서 안심하고 부릴 수 있는 경찰은 어떤 경찰일까?

일반적인 부패 경찰은 조직에서 달마다 일정한 액수의 돈을 받고 조직의 뒤를 봐주는 탐욕스러운 경찰인데, 이들이 조직의 뒷배를 봐주는 목적은 충성심이 아니라 오로지 돈이기에 그만큼 틀어지기도 쉽다. 상납금의 액수를 두고 조직과 마찰을 빚으며 사단을 일으키기 일쑤다. 잠시 이용할 수는 있지만, 큰일을 믿고 맡기기에는 터무니없다.

좀 더 지능적이고 치밀한 수법으로는 조직원을 아예 경찰로 심어놓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 「무간도」에 등장하는 수법인데, 경찰이 조직원으로 침투하는 ‘잠입수사’의 그 반대 격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조직원들은 다른 지망생들과 똑같이 경찰학교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간다. 이런 식으로 여러 명 경찰학교에 조직원을 보내다 보면 그 중 하나는 간부가 되어 조직의 뒷배를 든든히 봐줄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바로 한침(증지위)의 부하 유건명(유덕화)다. 태생이 (경찰로 둔갑한) 조직원이니 부패 경찰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정쩡하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돈만 밝히는 부패 경찰보다 부리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나 다름없는 경찰이다.

다른 방법으로 간부 경찰이 직접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수가 있다. 현재처럼 엄격하게 법질서가 잡힌 홍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60년대라면 가능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추룡(追龍, Chasing the Dragon, 2017)」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재밌게도 이 영화에서 그 간부 경찰 역도 유덕화다).

영화는 유건명에 대립하는 인물로 진영인(양조위)을 내세운다. 유건명의 경찰학교 동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영인은 경찰학교를 퇴학당한 다음 무려 10여 년 동안이나 조직원으로서 잠입활동을 벌인다. 그가 경찰임을 아는 것은 두 사람뿐인데, 그마저도 하나둘씩 죽어 사라진다. 고립무원에 처한 진영인의 신원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람으로 선택받은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직에 잠입한 비밀경찰을 찾아내라는 두목 한침의 지시를 받은 유건명이다. 반대로 진영인 역시 경찰 조직에 숨어 있는 배신자를 찾는 중이었으니,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대립이야말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압권 중의 압권이다.

Infernal Affairs 2002 scene 03

자신의 경찰 신분이 영원히 말소되는 절망적 상황에 부닥친 진영인이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무이한 존재를 만났지만,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찾던 배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진영인이 받은 당혹감과 충격, 실망감이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진다. 관객은 조직과의 관계를 끊고 ‘좋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유건명의 의사를 과연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그가 두목 한침을 죽인 것은 배신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 것에 대비한 공격적 방어는 아닐까? 그는 영화 ‘추룡’의 주인공 록(유덕화)처럼 자신이 직접 범죄 조직을 운영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가 진영인의 신원을 회복시켜준 것은 승리자가 간간이 베푸는 자기만족적인 아량은 아닐까? 유건명의 (영악한 위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개과천선을 두고 수많은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U턴 같은 정체성의 급격한 변화는 실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유건명은 음지를 털어내고 양지로 올라서고자 동료 두 명을 살해한다. 이것으로 끝일까? 아니면 시작에 불과한 것일까?

대략 15년 만에 다시 본 영화이고 이 말은 그만큼 오래된 영화라는 뜻이지만, 역시 명작은 다르다. 볼 때마다 감흥이 다르고 거듭 볼수록 재미도 거듭나는 것이 명작만이 품을 수 있는 오묘한 이치 아니었던가? 이 때문에 다시 2편이 보고 싶어진다. 2편 역시 10여 년 전과는 다른 어떤 감개를 어떤 이해를 안겨줄지 사뭇 기대될 뿐만 아니라 선 보는 노총각처럼 내 팍팍한 심장마저 떨리게 한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무간도(Infernal Affairs 2002)」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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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영화 리뷰] 그녀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 대최면술사(The Great Hypnotist, 2014)

The Great Hypnotist 2014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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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당신은 걸려든 것이다

"최면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몽환 상태에 들어가면 환자는 치료사가 누구인지 망각한다는 겁니다" - 쉬루이닝

최면 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 쉬루이닝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어느 날 옛 스승인 선리 박사가 찾아온다. 선리 박사는 옛 제자에게 어떤 정신과 의사도 치료하지 못한 렌샤오옌이란 환자의 치료를 부탁한다. 선리 박사가 부탁한 환자는 귀신을 보거나 귀신의 말을 듣는 환각,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1

렌샤오옌을 그날의 마지막 환자로 받은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는 치료실로 들어오라는 의사의 말은 들은 체 만 체하고 복도에 있는 오래된 괘종시계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한 쉬루이닝이 치료실 밖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등 뒤에 서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시계 소리를 들어보라며 속삭인다. 그러고는 뜬금없게도 시계가 느리다면서 시곗바늘을 맞춘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2

첫 만남부터 어딘가 수상쩍은 환자를 맞이한 듯한 기괴한 느낌이 든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가 보통 환자들과는 어딘지 다르다는 느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렌샤오옌 자신이 경험한 귀신 이야기의 맥락은 정신병자치곤 매우 논리적이었으며 쉬루이닝의 독설을 받아넘기는 태도도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숱한 정신과 의사를 겪은 환자라 그런 것일까? 아무튼, 쉬루이닝은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환자가 겪는 트라우마가 정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특기인 최면 요법을 시도한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3

중국 영화는 떡칠 화장 같은 CG를 잔뜩 처바르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우려먹고 우려먹어 깊이와 짜임새 있는 연출이 부족하다는 둥 중국 영화에 대한 고루한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 이 영화 「대최면술사(催眠大师, 2014)」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잔뜩 당겨진 고무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흩트려 놓지 않는 세련된 연출과 치밀하고 옹골진 이야기 구성은 양손 엄지손가락을 모두 치켜세워 '하오'를 연발해도 모자랄 정도로 탄복을 금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최면술사」는 소리, 영상, 대사 하나 놓칠 수 없도록 집중하게 하는 몰입감 역시 '엄지척'이다.

참고로,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저우하오후이의 『사악한 최면술사』를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멋대로 착각하고는 기대감으로 들떴으나, 막상 보고 나니 전혀 관계없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환자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이 어딘지 낯이 익은 것 같다 했더니 주성치 영화에 이따금 등장하여 열연을 펼친 막문위였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대최면술사(催眠大师, 201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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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6일 수요일

[영화 리뷰] 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Phoenix Forgotten, 2017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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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너희들, 우리가 무슨 일을 겪은 지 아는 거야?” - 애슐리
“누구도 이러한 영상은 찍지 못했을 걸” - 조쉬

애리조나 주 피닉스 1997년 3월 13일 목요일 밤. 어두운 밤하늘을 비행하는 정체불명의 불빛이 많은 시민에 의해 목격된다. 그날 밤 6번째 생일을 맞은 소피를 위한 생일 파티를 한창 진행하던 소피와 그녀의 가족들 역시 희한한 불빛을 목격하게 되고, 마침 생일 파티를 촬영하던 소피의 오빠 조쉬는 미확인 불빛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에 조쉬와 그의 친구 두 명은 영원히 실종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1

오빠가 실종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흐른 어느 날. 소피는 남자친구와 함께 오래간만에 피닉스를 방문한다. 소피는 오빠를 포함해 실종된 세 명의 행방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녀는 당시 실종자 수색을 담당했던 보안관이나 공무원, 그리고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한다. 그러던 중 소피는 평소 카메라 촬영을 즐기던 조쉬가 남긴 테이프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2

조쉬, 애슐리, 마크 등 세 명의 실종자는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을 쫓고 있었으며, 결국 그들은 UFO를 쫓아 도시를 벗어나 공군 기지가 있는 사막으로까지 여행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테이프에는 자동차를 타고 사막에 도착한 직후의 장면까지만 담겨 있었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구한 날 카메라를 달고 살았던 오빠가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를 손에서 뗐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소피는 마침내 실종자가 다니던 학교 창고에서 그들이 남긴 마지막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3

1997년 3월 13일 실제로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 ‘Phoenix Lights’와 그날 실종된 네 명의 청년을 (영화는 세 명의 남녀로)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피닉스 라이트 사건 (The Phoenix Incident, 2015)」이란 영화가 이보다 먼저 발표되기도 했다.

영화 「피닉스 포가튼」은 ‘피닉스 라이트’가 목격된 날 실제로 사라진 청년들이 불빛을 쫓다가 실종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진행된다. 한마디로 ‘외계인 납치’ 쪽으로 무게를 둔 셈이다. 흥미롭지만 이미 많이 써먹은 진부한 설정이기도 한 ‘외계인 납치’ 문제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별다른 긴장감은 주지 못하고 막판에 약간의 뜨악한 영상들을 보여주고는 후다닥 엔딩 크레딧을 올려버린다. 영화배우 같지 않은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을 전격적으로 캐스팅한 점은 신선했지만, 관람객이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역이용하지도, 혹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영화는 싱겁고 밋밋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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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7일 화요일

[영화 리뷰] 누워 있지만, 결코 누워 있지만은 않은 시신? ~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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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지만, 결코 누워 있지만은 않은 시신?

“아뇨, 그 애의 몸에 일어난 일 내부를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잖아요. 여기 일어난 일을 보면 불가능한 일 따위는 없어요.” - 오스틴

어느 날 평범한 가정집에서 침입의 흔적도 없고, 그래서 정확한 사건 경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기괴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현장을 수사하던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하실에서 더 기괴한 것을 발견한다. 지하실 흙바닥에는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원도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의 깨끗한 시신이 반쯤 파묻힌 채 누워 있었다. 경찰은 마을 검시관 토미에게 신원미상 시신의 부검을 맡긴다.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scene 01

3대째 시체 공시소에서 부검을 맡아오던 토미와 오스틴 부자는 일과가 다 끝나고 나서야 신원미상의 시신을 받는다. 오스틴은 여자친구 엠마와의 데이트도 미룬 채 아버지를 도와 부검을 시작하는데, 외관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시신의 속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폐는 마치 화형을 당한 것처럼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심장에도 무언가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손목과 발목도 조각조각 부러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혀는 반 토막만 남아 있었고, 눈빛은 회색이었다.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scene 02

수십 년 동안 부검을 맡아온 토미조차도 외관상으로는 깨끗한 채로 몸속만을 이렇게 잔혹하게 휘젓는 방법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두 사람이 신원미상 시신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려고 고심하고 있을 때, 그들 주변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신의 부검 결과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은 복도에서는 은은하게 들려오는 방울 소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 방울 소리는 토미가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부검한 시체 발목에 묶어둔 바로 그 방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scene 03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는 ‘부검’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웩’하는 장면들로만 가득할 것 같아 감상하기가 좀 꺼렸지만, 실상은 상당히 세련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기겁하게 하는 훌륭한 공포 영화였다. 공포 영화에서 잔인하고 악마적인 취미로 사람의 몸을 난도질하는 장면은 징그럽고 역겹기 그지없지만, 영화 「제인 도」처럼 사인을 밝히려는 부검 장면은 마치 해부학 강의를 보는 것처럼 사뭇 진지함이 느껴진다. 아무튼, ‘부검’이라는 다소 직설적인 소재로 관객의 예지를 무디게 만든 다음 신원미상 시신의 죽음에 얽히고설킨 미스터리로 크게 한 방을 날리는,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주 만족스러운 정말 놓쳐서는 아니 될 공포 영화 「제인 도」.

신원미상의 시신으로 나오는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검대 위에 누워 옴짝달싹 않고 있어서 마네킹 같은 특별제작된 소품인 줄 알았더니 ‘올웬 캐서린 켈리(Olwen Catherine Kelly)’라는 여배우였다는 점도 놀랍다. 그렇다면 그 여배우가 한 연기를 뭐라 말해야 하지?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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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9일 토요일

[영화 제목] 브레이크 없는 속도의 향연 ~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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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속도의 향연

“10초 정도의 그 질주하는 순간, 난 자유야” - 도미닉

폭주족들로 보이는 튜닝차들에 의해 값비싼 전제제품 운송 트럭을 강탈하는 범죄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과 FBI는 경찰 브라이언을 폭주족으로 위장시켜 잠입수사를 시작한다.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scene 01

경찰에게 잡힐뻔한 길거리 레이서의 두목격인 도미닉을 구해준 브라이언은 도미닉 일당과 가깝게 지내는 데 성공한다.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scene 02

도미닉의 여동생 미아를 사랑하게 된 브라이언은 도미닉은 화물 트럭 강탈 사건과는 관련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도중 동양계 폭주족 조니의 창고에서 다량의 전자제품이 발견되자 관련 정보를 경찰에 넘긴다. 경찰은 브라이언이 제공한 정보를 근거로 조니의 집을 급습하지만, 몇 가지 사소한 혐의를 제외하고는 조니는 트럭 강탈 사건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지는데….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scene 03

시리즈 중 최근작인 ‘더 세븐’을 보고 1편을 시작으로 시리즈 모두를 봐야겠다는 강렬한 충동으로 보게 된 영화. 지금까지 여덟 번째 작품까지 순조롭게 나왔으니 인기는 과히 짐작할만하지만, 과연 까까머리 삼 형제가 언제까지 이 시리즈를 이어갈지도 궁금.

아무튼, 도미닉과 브라이언, 그리고 브라이언과 미아와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 영화는 도시를 짜릿하게 질주하는 레이서들의 브레이크 없는 속도의 향연으로 끝없는 자유를 갈망하는 관객의 본능을 사로잡는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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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0일 월요일

[영화 리뷰] 밀물처럼 밀려오는 은은한 공포 ~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 - 2월 29일(February 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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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처럼 밀려오는 은은한 공포가 제법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을 말한다고 볼 수는 없어" - 지연

고속도로 톨게이트 매표원을 노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톨게이트 매표원 지연은 비 오는 밤 홀로 매표소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정전이 되더니 고속도로에서 매표소를 향해 검은 차가 다가와 표를 건네준다.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 - 2월 29일(February 29, 2006) scene 01

검은 차에 탄 여자가 건네준 표에는 선홍색의 피가 선명하게 묻어 있었고,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지연은 12년 전에 불에 타 죽었다는 여자 살인범이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살인을 저지른다고 주장한다.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 - 2월 29일(February 29, 2006) scene 02

하지만, 경찰은 그렇게 주장하는 지연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 - 2월 29일(February 29, 2006) scene 03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긴 결말은 ‘진실의 양면성’이라는 다소 철학적 주제를 남기는 것 같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은은한 공포가 제법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 이야기 - 2월 29일(February 29, 200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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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6일 목요일

[영화 리뷰] 핏물로 샤워하는 장면 하나만은 미치도록 ~ 유령선(Death Ship,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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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물로 샤워하는 장면 하나만은 미치도록 인상적인

"선장님? 제 말 들리시나요? 이 배는 당신을 기다려 왔습니다. 이 배는 당신의 새로운 배입니다" - 유령선

진수 50주년 기념을 앞둔 대서양 횡단 유람선에서는 한창 파티가 진행 중이었고 애쉬랜드 선장은 마지막 항해의 아쉬움을 남몰래 달래고 있었다.

유령선 Death Ship 1980 scene 01

이때 정체불명의 거대한 배가 유람선의 경고도 무시한 채 돌진해오더니 마침내 두 배는 충돌하고 만다. 이 사고로 유람선은 전복되고 애쉬랜드 선장, 차기 선장인 마샬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 외 몇 명의 생존자를 제외하고는 승객 대부분은 사망한다.

유령선 Death Ship 1980 scene 02

생존자들은 배가 남긴 잔해를 타고 표류하다가 마침내 군함을 발견하고는 올라탄다. 하지만, 누군가 조종하는 듯한 배에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또한, 배는 선장의 지위에서 이제 막 떠나려는 애쉬랜드의 집착이 묻어나오는 아쉬움을 간파했는지,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배의 선장이 되라고 은밀하게 유혹하는데….

유령선 Death Ship 1980 scene 03

탑승자 중 가장 강렬한 욕망과 집착을 지닌 누군가를 조종하려는 유령선이 등장하는 고전 영화. 그렇지만 이야기 전개 자체가 너무 뜬금없이 흘러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핏물로 샤워하는 장면 하나만은 무언가 볼만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유령선(Death Ship, 1980)」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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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30일 금요일

[영화 리뷰] 역겹고 혐오스럽더라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 호스텔(Hostel, 2005)

역겹고 혐오스럽더라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영화

"말해봐요. 당신의 본성은 뭐죠?"
"그곳 여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끈해"

미국 대학생 팩스턴과 조쉬는 유럽 배낭여행 도중 만난 나홀로 여행족이자 유부남인 올리와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대마초에 쩔어 사는 유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들이 묵던 호스텔의 다른 숙박객인 알렉스에게서 솔깃한 소식을 듣는다.

호스텔 Hostel 2005 scene 01

알렉스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로에 가면 환상적인 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안내책자에는 소개되지 않은 한 호스텔을 알려준다.

호스텔 Hostel 2005 scene 02

아니 다를까. 그들은 알렉스가 소개한 호스텔에 짐을 풀자마자 마치 그들을 기다렸다는 나타난 아름다운 미녀들과 순조롭게 엮이게 되면서 그날 밤은 화끈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호스텔에 묶던 일본 여행객과 눈이 맞아 몰래 떠난 것으로 되어 있는 올리가 연락 두절이 되는가 하면, 곧 조쉬마저 사라진다.

호스텔 Hostel 2005 scene 03

초반엔 미녀들의 매끈하고 황홀한 알몸으로 도취시키는가 싶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의 알몸을 이번에는 보란 듯이 난도질하여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영화다. 나처럼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사람이 영화를 보면 슬로바키아에 대한 편견이 생길 법도 한데, 영화의 배경이 된 슬로바키아와 실제 촬영 장소였던 체코 당국은 높은 범죄, 성매매, 미개발, 빈약하고 문화가 없는 혐오스러운 나라로 묘사해 격분했다고 한다. 사실 마을 외관만 놓고 보면 제멋대로 생긴 삭막한 한국 도시 풍경과는 격이 틀리지 않는가?

아무튼, 약간은 절제된 고어장면과 상황 설정이 역겹고 혐오스러울지라도 시작부터 통쾌한 복수로 마무리되는 결말까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호스텔(Hostel, 2005)」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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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6일 월요일

[영화 리뷰] 강렬한 떡밥, 미스터리적인 여운? ~ 곡성(哭聲)(THE WAILING, 2016)

강렬한 떡밥, 미스터리적인 여운?

"왜 하필이면 자네 딸이냐고? 그 어린것이 뭔 죄가 있다고~?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뭐가 걸릴 건지 알고 미끼를 던지는가? 그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고" - 일광

작은 마을 곡성에 의문스러운 끔찍한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단순하게 버섯 중독으로 보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산속 깊숙한 외딴곳에서 혼자 사는 일본 남자를 의심했다.

곡성(哭聲)(THE WAILING, 2016)_scene

곡성에 사는 경찰 종구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러 동료, 그리고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가톨릭 부제 양이삼과 함께 일본 남자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무당집보다도 더한 괴상망측한 집안 차림새를 목격하게 된다.

곡성(哭聲)(THE WAILING, 2016)_scene

이후 종구의 독녀 효진이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에 시달리고, 종구의 가족은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 일광을 부르기로 하는데….

곡성(哭聲)(THE WAILING, 2016)_scene

(공포 영화에서 온전한 개연성을 찾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기는 하지만) 미스터리적인 여운을 남기려고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긴 상영 시간임에도 이야기의 매끄러운 진행이나 사건의 인과관계 등 개연성은 마뜩잖다. 그러나 물고 늘어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떡밥만은 탁월했던 영화. 한편, 한국 배우의 연기력은 자신의 색깔과 개성이 너무 뚜렷하고 강해서 그런지 어떤 영화를 보든 단지 외모와 역할만 좀 바뀌었을 뿐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빌리 밥 손턴 같은 변신의 귀재를 아직 못 봤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곡성(哭聲)(THE WAILING,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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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3일 금요일

[영화 리뷰] 미녀들이 펼치는 '오디션 살인극’ ~ 미녀 배우(Curtains,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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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이 펼치는 '오디션 살인극’

"왜 여기 오신거예요?" - 드밀로
"살인이라도 해서 배역 따려고" - 파슨스

오랫동안 미모의 여배우라는 유명세를 떨쳐왔던 사만다 셔우드는 감독 조나단 스트라이커의 새 영화에서 여주인공 ‘오드라’가 펼칠 ‘미친’ 연기에 충실 하고자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그녀는 조나단과 짜고 의사 앞에서 미친 척 연기를 한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하는데 성공하여 진짜 '미친' 사람들 곁에서 심오한 광기의 세계를 경험한다. 하지만, 조나단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조나단은 사만다를 병원에 감금시킨 다음 시골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오드라’ 배역을 맡을 여배우를 결정하기 위한 오디션을 열 계획이었다.

미녀 배우(Curtains, 1983) scene 01

조나단은 오디션을 위해 여섯 명의 여자를 초대한다. 코미디언 오코너, 베테랑 배우 파슨스, 댄서 서머스, 음악가 드밀로, 프로 아이스 스케이터 번즈가 조나단의 저택에 도착하고 어찌된 일인지 나머지 한 명 배우 아만다는 끝내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 사만다가 나타난다. 자신을 따돌리려는 조나단의 음모를 간파한 사만다는 일찌감치 병원을 탈출해서 오디션에 참가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녀 배우(Curtains, 1983) scene 02

오디션에 참가하는 여자들은 배역을 따내려고 엄마를 노예로 팔겠다는 둥 하룻밤 자주겠다는 둥 살인이라도 저지르겠다는 둥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들을 내뱉으며 은근하게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 떠보는 가운데 저택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얼어붙은 연못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던 번즈가 노파 가면을 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서 ‘오디션 살인극’은 시작되는데….

미녀 배우(Curtains, 1983) scene 03

먹이를 덮치는 타이밍을 잘못 잡아 혼자 나자빠져 끙끙거리거나 툭 하면 반격을 받고 정신을 잃는 등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쩔쩔매는 어설픈 살인마의 꼬락서니가 측은하게 다가오는 영화이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도 준비되어 있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식의 추리도 가능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고전적인 슬래셔 영화로서의 차분한 분위기가 겹쳐진 꽤 볼만한 영화다. 더불어 한글 영화 제목 <미녀 배우> 대로 귀엽고 예쁜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미녀 배우(Curtains, 198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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