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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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2일 수요일

Netease 클라우드 음악(网易云音乐) 회색으로 잠긴 음원 해제

출처: UnblockNeteaseMusic

UnblockNeteaseMusic는 중국 음원 서비스인 Netease 클라우드 음악(网易云音乐)의 지역 제한이나 저작권, 회원 등급 등의 기타 이유로 (재생 불가능 표시인) 회색으로 잠금 표시된 음악을 해제하는 자바스크립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Netease 클라우드 음악의 지역 제한이 해제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일부 음원은 스크린샷처럼 여전히 재생이 불가능하다. 이때 UnblockNeteaseMusic을 이용하면 내 컴퓨터를 일종의 프록시 서버나 중계 서버로 작동시켜 회색으로 잠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설명으로는 QQ / 虾米(씨아미) / 百度(바이두) / 酷狗(쿠고우) / 酷我(쿠워) / 咕咪(미구) 뮤직 등도 지원한다고 하고, ‘provider’ 폴더 안에는 각각의 음원 서비스에 해당하는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파일들이 들어있지만, 쿠고우, 쿠워, QQ 뮤직 테스트 결과 지역 제한에 막혀 실패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세 음원 서비스의 윈도우 클라이언트는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윈도우 클라이언트와는 달리 당최 프록시 서버 설정이 먹히지 않는다. 고로 애당초 지역 제한 해제 상태로 크랙된 것이 아니라면 중국 프록시 서버를 사용해도 지역 제한은 해제되지 않는다.

UnblockNeteaseMusic은 단지 저작권 등의 이유로 회색으로 잠긴 음원을 재생할 수 있도록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만 있고, 유료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VIP 크랙 기능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다만, Netease 클라우드 음악의 경우 로그인하면 무료 사용자라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음원이 꽤 된다. 물론 음악 감상에는 제한이 거의 없다.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UnblockNeteaseMusic을 사용하려면 Node.js 필요>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간단한 사용법>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Netease 클라우드 음악 프록시 설정>

사용 방법 1.

1. UnblockNeteaseMusic은 Node.js(윈도우 재부팅 필요)라는 JavaScript 런타임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2. 출처에서 내려받은 ‘UnblockNeteaseMusic-master.zip’ 파일을 적당한 폴더에 압축 해제.

3. ‘UnblockNeteaseMusic-master’ 폴더에서 명령 창을 열어, 아래 명령어를 실행한다. ‘HTTP Server running @ http://0.0.0.0:8080’에서 맨 뒤 포트를 기억할 것.

4.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윈도우 클라이언트의 프록시 서버를 아래처럼 설정한 다음 재시작.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UnblockNeteaseMusic에서 수동으로 IP를 지정하는 방법>

사용 방법 2.

1. 명령 창에 아래 명령어를 사용하여 music.163.com IP 주소 확인.

2. ‘UnblockNeteaseMusic-master’ 폴더에서 명령 창을 연 다음, 아래 명령어를 입력하여 UnblockNeteaseMusic 실행.

3.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윈도우 클라이언트의 프록시 서버를 아래처럼 설정한 다음 재시작.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회색으로 잠긴 음원의 예>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UnblockNeteaseMusic으로 잠금에서 해방된 음원>

UnblockNeteaseMusic이 실행된 컴퓨터를 프록시 서버로 사용하여 안드로이드의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앱에서도 회색으로 잠긴 음원을 해제할 수 있다. 루팅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ProxyDroid 앱을 사용하면 되고, 이때 프록시 서버 주소에는 UnblockNeteaseMusic이 실행된 컴퓨터 IP 주소를 입력(포트는 8080) 하면 된다. 최근 Netease 클라우드 음악 공식 앱은 기특하게도 인터페이스 언어로 영어를 지원하고, (최소한 한국은) 지역 제한도 해제되어 무료 음악 감상 앱으로 꽤 쓸만하다. 이로써 한국에서도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중국의 음원 서비스는 (씨아미 뮤직 외에)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Neteasy-cloud-music-greyed-locked-sound-release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앱은 이제 영문 인터페이스도 지원>

▲ Netease 클라우드 음악 윈도우 무설치 버전 다운로드

cloudmusic v2.0.3.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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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0일 월요일

바이두 공유 자료 검색과 클라우드 관리를 한방에 ~ 网盘搜藏家(한글)

출처: 网盘搜藏家

网盘搜藏家(클라우드 수집기)는 바이두 클라우드 공유 자료를 검색하고 공유 자료를 내 클라우드로 복사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드로이드 앱이다. 단순하게 바이두 공유 자료만 검색해주는 웹페이지는 다양하고, 스피드판 역시 공유 자료 검색을 지원하지만, 网盘搜藏家(클라우드 수집기)처럼 [공개 공유] 자료와 [인기 공유] 자료를 리스트로 보여주는 앱은 아직 못 본 것 같다. 물론 이것들은 ‘중국어’나 ‘한자’를 알아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능이기에 나 같은 까막눈에겐 무용지물이기는 하다.

网盘搜藏家(클라우드 수집기)는 자료만 검색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내 바이두 클라우드로 찾아낸 자료를 복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 클라우드로 복사된 공유 자료는 ‘网盘搜藏家’ 폴더에서 찾을 수 있다. (평소에 사용하지는 않는 기능이라 작동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친구나 그룹에 공유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 클라우드에 있는 동영상을 안드로이드에 설치된 MX 플레이어 같은 동영상 플레이어 앱과 연결하여 바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테스트에 사용된 LDPlayer 에뮬레이터에서는 아무래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밖에 정크 파일 정리와 오프라인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Baidu-shared-data-search-and-cloud-management-in-one-place-Cloud-collector-01
<바이두 공유 자료 검색>
Baidu-shared-data-search-and-cloud-management-in-one-place-Cloud-collector-02
<간단한 파일 관리도 가능>

아시다시피 바이두 다운로드나 공유 자료를 내 바이두 클라우드로 복사하는 것 등의 기능을 모두 이용하려면 바이두에 로그인해야 한다. 이것은 网盘搜藏家 앱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로그인을 하면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정식 앱처럼 파일 복사, 이동, 삭제, 폴더 생성, 이름 변경 등의 간단한 파일 관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업로드 버튼도 보이기는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운로드 과정은 번역 과정에서 발견한 ‘다운로드 스레드 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 다운로드 가속을 위한 ‘스레드 수’ 설정을 하는 것이 있을 법도 한데,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파일 하나당 대략 500kb/s 정도는 나온다. 물론 파일마다, 그리고 다운로드 시간대마다 오차의 폭은 크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다운로드 가속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Baidu-shared-data-search-and-cloud-management-in-one-place-Cloud-collector-03
<내 클라우드로 복사된 공유 자료는 '网盘搜藏家' 폴더에>

비록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한글화는 성공했다. 다만, 아쉽게도 Unsigned 버전으로 패키징되어 루팅된 기기에 럭키패쳐(Lucky Patcher)가 적용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패쳐 방법은 「[럭키패쳐] Unsigned 언사인 apk 설치하는 방법!」를 참조. signed 버전 패키징도 가능하지만, signed 버전은 (아마도 앱 변조 방지 기능?) 공유 자료 검색이 아예 작동하질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에 설치하는 의미가 없다.

网盘搜藏家(클라우드 수집기) 한글판

Unsigned Searcher v1.05.09 ko.a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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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9일 일요일

[책 리뷰]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원소계의 야누스 ~ 산소(닉 레인)

OXYGEN-book-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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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원소계의 야누스

Original Title: Oxygen: The Molecule That Made the World by Nick Lane
장수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는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도 보았듯이,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로만 전해지며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열세 개도 모두 어머니한테서 물려받는다. 만일 이 유전자들이 정말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우리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수명을 따라가게 된다. (『산소(OXYGEN)』, p455)

노화와 죽음을 불러들이는 주범, 산소

람을 포함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동물이 산소(酸素, oxygen)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그런데 생명의 원동력으로 알려진 산소가 노화와 죽음을 불러들이는 주범이라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사람의 세포는 산소 덕분에 숨을 쉬고 에너지를 얻고 있지만, 호흡 과정에서 생기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 때문에 - 산소가 철을 부식시키는 것처럼 - 세포는 녹슬고 있다. 세포는 호흡과 동시에 산소의 강력한 산화 작용으로 서서히 노화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산소에서 생명력을 얻으며 산소와 함께 진화했다는 사실 때문에 산소가 우리에게 어떠한 해를 끼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도 사람에 따라선 몸서리치도록 두렵고 마냥 미루고만 싶은 노화의 주범이라니, 어디 될법한 말인가.

사람이 산소에 적응하도록 진화됐다는 것과 다른 포유류에 비해 비교적 긴 수명을 가졌다는 것,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의 말을 빌리면)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의 운반체 노릇을 성공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종족의 번식’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구한 진화사에서 다른 동물과는 달리 그 이상의 뭔가를 더 갈망하고 욕구하는 사람에겐 100세도 짧게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과 소외, 질병을 예고하는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인류는 지금까지 (비도덕적이고 악랄한 방법을 포함하여) 온갖 수단으로 노화와 죽음에 대항해 왔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한계 수명을 115세로 가정하고 있지만, 알다시피 대부분 사람은 100세는커녕 90세도 넘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살아갈 에너지를 공급하는 산소가 한편으로는 우리를 곱게 늙도록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산소는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원소계의 야누스 같은 존재다.

사람의 몸도 산소가 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소가 독성이라는 사실은 사람의 신체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사람의 체액 구성이 조상인 단세포 생물들이 예전에 살았던 바닷물과 똑같은 것처럼 사람 몸의 산소 농도는 호흡효소가 처음 생겼을 당시의 산소 농도(대기 중 산소 압력의 0.3% 미만)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몸 안팎의 산소 농도 차이로 말미암은 부담이나 부작용을 처리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항산화제 평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그 평형이 언제까지나 지속하는 것은 아니다(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될 것이다). 평형은 개체가 번식이 끝나는 시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깨지는데,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노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번식을 마친 개체는 자신의 소임(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것)을 다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 압력이 낮아진다. 그것은 자유라디칼로 말미암은 세포와 유전자 손상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면, 적당한 시기에 번식을 통해 건강한 유전자를 남기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화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화는 한 개체의 일생 중에서 비교적 뒤늦게 찾아온다. 만약 번식을 마치기도 전에 노화가 먼저 오는 종이 있다면, 그 종은 자연 선택으로 일찌감치 도태되었을 것이다. 노화나 노인병이 인생 말기에 찾아오는 것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산소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졌지만, 진화를 산소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보면 우리는 산소를 미워하기보다는 마땅히 감사하는 마음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바다와 토양이 생명이 자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제공했다면, 산소는 생명력이라는 오묘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엔진이다.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은 산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물 다양성이 활짝 만개한 덕분에 그 틈새를 통해서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는데, 만약 생물 다양성을 이루어낼 수 없었다면 지구는 일찌감치 화성처럼 불모의 땅이 되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산소(OXYGEN)』의 저자 닉 레인(Nick Lane)은 산소가 있었기에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유성생식, 성별, 인간의 의식 자체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지구 생명의 역사는 산소의 역사와 길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장수 비법, 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

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35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소의 기원을 밝히는 일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산소와 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부분이 아직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험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많지 않지만, 닉 레인의 『산소(OXYGEN)』는 노화가 진행되는 전반적인 흐름이나 원인에 대해 대략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는 (TV 속 쇼닥터의 약장수 같은 광고성 궤변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과학적 지식과 조언으로 충만한 책이다. 지질학, 고생물학, 화학, 의학, 생물학, 유전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넘나들면서 이해의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학문적 성과, 실험적 증거, 논리적 가설을 바탕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약장수처럼 장황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닉 레인의 친절한 설명은 다소 깊이가 있는 이 책을 읽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독자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인공이 ‘산소’이듯 때때로 설명이나 가설은 세포, 세균, 유전자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화학적 분석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전에 학교를 졸업한 (나 같은) 독자에겐 다소 난감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으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조망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이 책 막바지에 등장하는 ‘미토콘드리아 노화’ 이론은 닉 레인의 또 다른 책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책 리뷰] 세상을 지배할 단 한 번의 진화 ~ 미토콘드리아(닉 레인)」)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아직 현대 의학 기술로는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들을 직접 조작하여 수명을 연장시킬 수는 없지만, 노화를 서서히 진행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은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람이 장수하려면 음식을 적게 먹고 - 그중에서도 채소와 과일을 풍부히 섭취하고 -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낙관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그저 교과서적인 공허한 말로만 들렸다면, 『산소(OXYGEN)』를 제대로 읽었다면 왜 그러한 생활 태도가 젊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는데 어떻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세포적인 수준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으면 음식을 적게 먹으면 대사 스트레스를 낮춰 미토콘드리아에서 자유라디칼이 새어 나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덤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적게나마 돈도 절약할 수 있다. 왜냐하면, 널리 선전하는 항산화제 건강보조식품들이 실제로는 노화 예방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이터에 흙이 사라진 오늘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이 면역력을 약화시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은 반드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마치면서...

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계에 의존하면서까지 의식 없는 삶을 연장하는 것을 생명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말년을 얼마만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느냐는 더더욱 중요하다. 그러려면 흔히 비꼬면서 말하기도 하는, 이른바 ‘바른 생활 태도’가 필요하다. 음식을 적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포함하여 골고루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피하고, 삶의 속도를 느리게 유지한다. 이것이 신체의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사람의 정신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는 뇌의 노화를 – 치매나 알츠하이머 등 - 예방하려면 독서를 통해 꾸준히 뇌를 운동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하듯 독서로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 믿음에서 착안한 의견이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의 육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산소로부터 산화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최선이자 최소한의 시도다. 『산소(OXYGEN)』를 읽고 나면 예전에는 의사들이나 장수하는 사람들이 으레 내뱉는 말로만 들렸던, 그래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진부한 조언들이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게 들린다. 먹는 것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자칫 잘못하면 운동에 대한 강박관념에도 시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건강한 삶과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원초적인 희망이라는 점에서 닉 레인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노화를 인문학적으로 다룬 다른 책들과는 달리 노화의 주범인 ‘산소’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노화를 직설적이자 직접적으로 다룬 이 책은 단지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생활 방식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에 대한 조언도 은근슬쩍 내비친다. 산소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겐 ‘산소’라는 분자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캐내려는 이 책은 사람의 삶과 죽음의 언저리를 둘러싼 베일을 걷어내려는 야심 찬 시도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 우리의 삶과 죽음에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같은 동반자 ‘산소’가 늘 함께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을 읽었다면 다음 책으로는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피터 워드(Peter Ward)의 『진화의 키 산소 농도(Out of thin air)』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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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2일 일요일

[책 리뷰] 먼뎃불빛 같은 추억 속에 잠긴 비운의 사랑 ~ 백발마녀전(양우생)

White Haired Witch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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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뎃불빛 같은 추억 속에 잠긴 비운의 사랑

Original Title: 白髮魔女傳 by 梁羽生
옥나찰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절세의 용모를 지니고 태어난 몸이었다. 그리고 자기의 미모를 가장 사랑하고 아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소녀가 백발의 여인으로 변하고 만 것이었다. 얼굴이 쭈글쭈글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백발 노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이와 같이 당한 괴로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그저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중에서)

오래간만에 무협 소설을 찾은 변변치 않은 이유

릿속이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잡다한 상념과 고민으로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지속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거나 독서 자체에 염증을 느낄 때, 이럴 때 나는 무협 소설을 찾는다. 재충전 안 되는 일회용 건전지가 하릴없이 방전되는 것처럼 남은 삶의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게 소모되는 나의 삶에서 번뇌와 자책감에 빠지는 것마저 때론 사치로 느껴질 때, 무협 소설은 이 모든 상념과 번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해방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삶의 중압감으로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짓눌려 있었던 꿈을 풍선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게 하고, 냉혹한 현실주의로 기가 팍 죽어 있던 공상의 금빛 날개를 다시금 펼치게 하는 무림의 세계는 엄연히 비현실적이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마음과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던 번뇌의 실타래를 한올 한올 풀어주는 시원스럽고 통쾌한 무공 대결, 부족한 용기와 타고난 소심함으로 포효해내지 못했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울분을 삭여주는 의협심이 활활 타오르는 크고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감개무량하다. 여기에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사람, 책만 보면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사람, 아니면 나처럼 즐겨 책을 읽던 사람 등 책과 친하고 친하지 않고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폭풍 같은 흡입력을 발휘하는 조악하면서도 단순하고 명확하고 간결한 문체도 무겁고 심란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데 한몫한다. 그렇다고 무협/판타지 소설이 독서 세계의 주요 장르가 되어서는 아니 되지만, 앞서 거론한 몇 가지 이유와 기타 이런저런 이유로 가끔은 기분 전환 삼아 빠져들 만하다. 그래서 찾은 작품이 영화로도 유명한 양우생(梁羽生)의 무협 소설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이다. 한국에서는 『여도 옥나찰(女盜 玉羅刹_』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지만, 중국어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백발마녀전’이 원제다.

내가 만난 최고의 女고수이자 최고의 女영웅

금까지 내가 읽어본 무협 소설이라 해봤자 김용(金庸)과 고룡(古龍)의 몇몇 작품들로 한정되지만, 사실 무협 소설 중에서 굳이 찾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내 생각으론 무협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김용을 제외하면, 고룡, 양우생, 와룡생(臥龍生) 정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보통 무협 소설 한 작품의 분량이 일반 소설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에 거론한 작가들의 작품을 고루고루 돌려 읽는다면 평생 우려먹을 수 있으므로 기타 무협 소설을 읽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낭비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어본 무협 소설의 주인공들은 전부 다 남자 영웅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女영웅을, 그것도 정파와 대립하는 녹림에 몸을 담은 女고수를 만났다. 무림인들은 그녀가 없는 곳에서는 그녀를 옥나찰(玉羅刹)이라 부르지만, 그녀의 본명은 연예상(練霓霜)이다. ‘나찰’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을 뜻하는데 이 앞에 아름다움을 뜻하는 구슬 ‘옥’자가 붙었으니,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는 절세미녀를 이처럼 잘 표현한 별호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보통의 무협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미녀를 빼놓을 수 없듯, 옥나찰 역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난다. 다만, 다른 무협지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강호를 유람하다 인연을 맺게 된 여러 명의 미녀 사이에서 애증의 굴레에 빠지고, 사랑의 달콤한 갈등을 거듭하는 것에 반해 옥나찰은 단 한 명의 남자와 처음이자 마지막인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매초 악랄한 초식을 구사하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독한 마음의 소유자이자, 무공이 고강한 만큼이나 호승심도 강한 그녀의 아찔한 애정의 과녁이 된 행운(?)의 남자는 장차 무당파의 장문인이 될 장문제자 탁일항(卓一航)이다./p>

먼뎃불빛 같은 추억으로 남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자는 녹림을 주름잡는 대도 중의 대도, 남자는 강호에서 소림사와 함께 정파를 대표하는 무당파의 장문제자. 두 사람의 배경부터 흑과 백의 구별이 선명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 차이도 그에 못지않다. 옥나찰은 자신의 무공과 미모에 대하여 자부심으로 가득 찬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안하무인 격으로 거칠 것 없이 행동한다. 또한, 그녀는 심보가 악독하기로 정평이 나 있고, 그녀의 하얀 섬섬옥수가 내지르는 수단 하나하나가 매섭기 그지없지만, 흑백을 가릴 줄 알고 시비를 분간할 줄 아는 호탕한 협녀다. 반면에 탁일항은 무협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게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옥나찰과의 애정 문제에서는 매사 우유부단한 태도를 선보이며 영 시원스럽지가 못하다. 한마디로 시종일관 답답한 모습을 보이면서 독자의 짜증을 부채질한다. 그뿐만 아니라 옥나찰의 걸출한 무공과 눈부신 외모에 비하면 탁일항의 무공은 그저 그렇고 외모는 고만고만하다. 한마디로 무협 소설의 남자 주인공치곤 매우 변변치 못한 인물이 바로 탁일항이다. 이런 두 사람의 대비되는 배경과 성격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 두 사람의 줄타기 같았던 아슬아슬한 사랑은 결국 가슴에 사뭇 치는 처연하고 쓸쓸한 감정만 남긴 채 미완성으로 마무리된다.

옥나찰이 처음으로 탁일항을 만나게 되는 철이 없을 무렵, 그녀는 탁일항과 결합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무릅쓸 각오가 되어 있었고,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지위나 무공의 고하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녀에겐 두 사람의 앞길을 훼방 놓는 사람은 모두가 적이었다. 그것은 세상 규칙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는 호방하고 방종한 그녀의 성격과도 일치했다. 그렇게 그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두 사람의 인연을 완성하려고 했지만, 관습과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는 소심하고 답답한 탁일항의 모습에서 사랑을 확신하지 못한 옥나찰은 좌절에 좌절을 거듭한 나머지 꼭 탁일항과 함께 사는 것만이 최선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때는 이미 사랑의 번뇌가 가져다준 상심과 피로, 사랑과 미움의 반복이라는 시련이 극에 달한 나머지 그녀의 머리가 허옇게 세어버렸을 때이기도 하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자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을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것일까? 탁일항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자기 혼자만 그를 독차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차라리 한 가닥 애련한 추억을 남기고 그것을 기억하며 살기로 마음먹는다. 아쉽게도 두 사람의 사랑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서로 마주 보면서도 결코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아득하고 아련한 먼뎃불빛 같은 추억으로 남게 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틋함과 쓸쓸함은 예리한 면도날이 오장육부를 스쳐 가듯 가슴 한구석을 아려 온다.

마치면서 무협 소설에 대해 한 마디

협 소설에서 무지개처럼 화려하고 번개처럼 날렵하며 태풍처럼 웅장한 무공 대결만큼이나 볼만한 것이 남녀 주인공의 기구한 사랑의 운명이다. 하지만, 보통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우여곡절을 거듭하고 다사다난한 역정을 거치면서도 끝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또한, 그런 해피엔딩이 가져다주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텁텁한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통쾌하고 개운한 맛에 보는 것이 또 무협 소설 아닌가? 하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태우다 남긴 시커먼 숯등걸 조각들을 보면, 『백발마녀전』 의 서글픈 결말은 울적하고 소침한 기분을 풀고자 이 소설을 탐독한 나에게 불난 데 오히려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옥나찰과 함께 한 절대 짧지 않았던 그 시간만큼은 온갖 잡다한 세상만사와 시름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홀가분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하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더 한다면 무척이나 긴 내용에 비해 읽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무협 소설이다. 이것은 무협 소설만이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 아무 걱정 없이 텅 빈 마음과 텅 빈 정신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긴 시간을 할애하고도 영양가 없는 독서를 했다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다.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지식이나 지혜, 하다못해 감수성을 자극한다거나 감개무량한 뭔가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중과부적으로 우리를 압박해오는 지루한 시간의 중압감과 고리타분한 일상의 막막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시간과 삶의 굴레에서 잠시 비껴갈 수 있는 짬을 얻어낼 수 있는 취미 중의 하나가 바로 독서다. 그래서 독서는 고상하면서도 천박한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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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5일 일요일

[책 리뷰] ‘동화’라는 포장지에 싸인 ‘불량 식품’ 같은 ~ 암흑 동화(오츠이치)

Ankoku Dowa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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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라는 포장지에 싸인 ‘불량 식품’ 같은 이야기

Original Title: 暗黑童話 by Otsuichi
“그래, 여기 온 인간은 모두 수술을 받아. 행복한 수술이야. 그리고 갇히는 거야. 신기하게도 그것은 고통이 아니야.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에서 해방된 기분이 돼.” (『암흑 동화』, P348)

눈을 잃은 소녀, 그리고 눈이 기억하는 것

‘당신은 세포 기억설(Cellular Memory)을 믿습니까?’, 대뜸 이런 식으로 질문을 들이대니까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은 다음 다짜고짜 ‘도를 믿습니까?’라고 물고 늘어지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내 질문 역시 그런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세포 기억설은 아직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설에 불과함에도 놀라운 실제 사례들이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다. 태국 공포 영화 「디 아이(見鬼: The Eye, 2002」에서는 각막이식수술로 19년 만에 처음으로 눈을 뜬 주인공이 거리를 떠도는 귀신과 죽음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도 가능할까? 사람이 살아생전에 보게 되는 모든 광경은 오직 눈을 통해서만 뇌로 흘러 들어간다. 무엇을 보든 ‘본다는’ 것의 시작은 언제나 눈이다. 쉽게 말해 눈이 없거나 손상되면 사람은 주변을 볼 수 없다. 빛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가 눈이다. 그런데 만약 눈이 단순히 영상을 뇌로 전달해주는 도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처럼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이의 안구를 기증받은 사람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 눈을 잃은 소녀는 까마귀가 선물해주는 다른 사람의 눈들을 통해 암흑으로 채워졌던 무서운 꿈 대신 눈 주인이 살아생전에 보았던 생생한 현실을 꿈속에서 본다. 한쪽 눈을 잃은 충격으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은 어느 한 소녀는 기증받은 눈의 주인이 보았던 과거를 자신의 텅 빈 기억 속으로 채워 넣는다. 두 이야기 모두 누군가에는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오츠이치(Otsuichi)의 『암흑동화(暗黑童話, Ankoku Dowa)』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까마귀가 가져다준 부드럽고 촉촉한 둥근 눈을 해골처럼 텅 빈 동공에 끼워 넣으면 눈 주인이 보았던 세상을 꿈속에서 경험한다는 두 눈을 잃은 소녀와 안구 기증자가 살아생전에 본 것을 현실 속 환영을 통해 보게 된다는 소녀 나미의 이야기는 ‘동화’라는 제목에 걸맞은 환상적이며 어딘지 모르게 가슴 뭉클한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암흑 속에 갇힌 잔혹한 동화

눈을 잃은 소녀는 자신에게 둥근 것을 성실하게 가져다주는 말하는 까마귀가 진짜 누구인 줄 몰랐다. 소녀는 자신에게 사라진 꿈과 색깔을 찾아준 부드럽고 촉촉한 둥근 것이 다른 사람의 눈인 줄 몰랐다. 소녀는 사람의 얼굴에서 방금 뽑아낸 것 같은 촉촉한 눈알이 까마귀가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공격해서 얻게 된 것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마지막으로 소녀는 꿈이 끝나는 마지막에 항상 나타나는 검은 괴물이 까마귀인 것을, 그리고 그 검은 짐승이 자신을 덮치는 모습이 사실은 까마귀가 눈의 주인을 공격해서 눈을 빼앗는 그 순간인 것을 몰랐다. 소녀는 자신이 다시 꿈을 꾸게 된 잔혹한 내력을 몰랐기 때문에 까마귀의 선물 덕분에 행복했고, 까마귀는 소녀가 자신이 준 선물 때문에 우울함과 암흑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기뻤다. 소녀가 전지전능한 신이나 줄 수 있을 법한 선물 덕분에 달콤한 꿈을 꾸며 행복에 젖어 있을 때 이처럼 잔혹한 내막이 소녀의 주위를 암흑처럼 드리우고 있었다. 소녀는 그 사실을 죽을 때까지도 몰랐기에 자신에게 일어난 앨리스가 방문한 이상한 나라에서나 있을법한 신비한 일을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마냥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까마귀는 이 모든 사실을 알았고 그것이 나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직 소녀를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일념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해서 눈을 빼앗았기 때문에 소녀가 겪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 지워지지 않는 짙은 암흑을 남겨놓는다.

한편, 나미는 기증받은 왼쪽 눈이 현실이라는 스크린에 기증자의 과거를 영사기처럼 낱낱이 투영해주는 환영을 마치 불행한 사고로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처럼 낱낱이 기록하다가 어느 날 기증자가 죽는 과정을 보게 된다. 하지만, 기증자의 죽음은 평범한 죽음이 아니었다. 기증자는 우연히 발견한 납치당한 소녀를 구하려다 납치범에게 들킨다. 그는 다급하게 납치범에게 벗어나려다 그만 달려오던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기증자가 본 실종된 소녀는 나미도 언젠가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소녀였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 텅 빈 과거를 가지게 된 나미는 메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기증자의 과거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마치 자신이 기증자가 된 것 같은 착각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기증자의 예사롭지 않은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나미는 집을 나와 기증자가 살던 산골 마을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납치범을 잡아 기증자의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사실 나미가 추적하는 납치범은 평범한 납치범이 아니다. 그는 어떤 생명체라도 손길만 닿으면 죽음과 고통, 생존의 족쇄에서 벗어난 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평온을 느끼게 해주는 마법 같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난도질 된 육체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간달프 같은 백색 마법사지만, 그는 악의도 살의도 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을 해부실의 실험용 시체처럼 팔다리를 절단하고 장기들을 뽑아내거나 마구 휘저어 놓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악마다. 그의 잔인한 유흥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좀비가 마구 파헤친 것처럼 내장이 드러나고 팔다리가 잘려나가지만, 그의 신비한 힘 때문에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죽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현실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금지된 평온과 행복 같은 이상야릇한 도취감에 사로잡힌다. 그의 손이 미치는 곳이 곧 고통과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지만, 그의 손길이 닿은 인간의 육체는 이미 괴물 아닌 괴물로 변해버린다.

사고로 한쪽 눈도 잃고, 기억도 잃고, 과거도 잊고, 그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 잃고 방황하던 소녀가 기증받은 눈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삶에 애착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이전의 ‘나’와는 다른 길을 걷는 새로운 나를 발견해간다는 우울한 동화 같은 이야기에 기증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괴한 힘을 가진 납치범이 끼어들면서 동화는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암흑 속에 갇히게 된다.

‘동화’라는 포장지에 싸인 ‘불량 식품’ 같은 이야기

‘정말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것들을 내 눈도 기억하고 있을까?’, 언젠가는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지금은 불가사의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이고, 한편으로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래서 ‘눈의 기억’이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오츠이치(Otsuichi)의 『암흑동화(Ankoku Dowa)』도 불가사의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이고, 한편으로는 소름 끼친다. 외르겐 브레케(Jorgen Brekke)의 『우아한 제국(Nadens Omkrets)』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이 섬뜩한 예술적 광기를 번득이며 피해자의 피부를 벗겨 내듯 광기가 번득이는 창의성으로 동화가 품은 낭만과 아름다움을 벗겨 내 검붉은 징그러움을 드러내는 잔혹한 이야기는 악마적인 흥미로움과 구역질 나는 애잔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어둡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싸고도는 섬뜩한 매력은 누군가에게는 불량 식품 같은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또 다는 누군가에는 게워내야 할 상한 음식이 될 수도 있다. 감히 추천하기에는 불편한 작품이지만, 감히 불량 식품의 맛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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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9일 월요일

무손실 음원 다운로드의 종결자 ~ MusicTools 한글판

출처: MusicTools「3.6.6」下载无损收费音乐

MusicTools 는 대략 1년 전쯤에 「Netease Cloud/QQ Music mp3 및 무손실 다운로드 도구 ~ MusicTools」라는 글로 내 블로그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때 이후 잠시 잊고 있었는데, 반갑고 기특하게도 그 이후로도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분한데(예전에 Music Spy가 그랬었던가?), 1년이 넘도록 성실하게 업데이트를 해주니 사용자로선 고맙기 그지없다. 내가 여유만 있다면, 정말이지 마구마구 기부해 주고 싶다.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MusicTools는 중국의 다양한 음원 서비스에서 무손실 및 128K MP3와 320K MP3, 그리고 뮤직비디오까지 다운로드할 수 있는 유료 음악 다운로드 도구다. MusicTools가 지원하는 음원 서비스는 QQ音乐, 网易云音乐, 酷狗音乐, 酷我音乐, 虾米音乐, 百度音乐 등 중국의 대표적인 음원 서비스는 모두 지원하며, 버전에 따라, 그리고 서버 상황에 따라 특정 음원 서비스가 추가되거나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글 검색도 지원하고, 가사와 앨범 표지 다운로드도 지원한다.

Terminator of lossless music download ~ MusicTools
<윈도우 7 32비트 버전에서 실행>
Terminator of lossless music download ~ MusicTools
<128K에서 무손실까지>
Terminator of lossless music download ~ MusicTools
<FLAC 다운로드 완료>

1년 전과 비교하면 인터페이스도 많이 바뀌었고, 음원도 꽤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사용 방법만큼은 굳이 한글화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마다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최신 버전과 비교해서 버전 차이가 크지 않다면, 그리고 사용하는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최신 버전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제작자는 당연히 조금 더 안정된 최신 버전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한글화는 버전 3.6.2와 현재(2019/04/29 기준) 최신 버전인 3.6.6을 대충 보이는 것만 완료했는데, 굳이 두 버전을 작업한 이유는 요상하게도 내 윈도우 (Windows 10 LTSB x64)에서는 이것들이 무슨 작당을 꾸몄는지 3.6.3버전부터 3.6.6버전까지 몽땅 오류를 뿜어낸다. 다행스럽게 윈도우 7이 설치된 가상 머신이 있어서 테스트는 큰 탈 없이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MusicTools 대신 웹브라우저로 음악을 내려받고자 한다면 「중국의 13가지 무료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글 참고.

Terminator of lossless music download ~ MusicTools
<간단한 설정>
Terminator of lossless music download ~ MusicTools
<가사도 지원>

MusicTools 원본 다운로드

2019/05/05: 기껏 한글화했더니 허무하게도 웹사이트 버전으로 바뀐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운영 체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으니 이편이 여려 모로 편리하긴 하다.

https://tool.yijingying.com/musictools/

2019/05/13 : 웹 버전만 제공할 것 같다는 나의 섣부른 판단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윈도우 버전도 꾸준히 업데이트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음원 사이트의 서버 단속(유료 음원 무단 유출)이 심해진 탓인지 몇몇 음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MusicTools 뿐만 아니라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 형식으로 바뀐 musictools>

▲ MusicTools 한글판 다운로드

(업데이트: 2019년 5월 13일)

MusicTools v3.6.2 한글판

MusicTools v3.6.6 한글판

MusicTools v1.0.1.0 한글판

버전 1.0.1.0도 내가 사용 중인 윈도우 10 LTSB 64비트 한글판 버전에서는 실행이 안 된다. 아마도 언어 설정의 [시스템 로케일]이 중국어(간체)로 되어 있어야 제대로 실행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설정된 윈도우 7 32비트 버전에서는 제대로 작동한다.

압축암호: singingdalong

<웹 버전과 별개로 윈도우 버전도 업데이트 중인 MusicTools>

혹시라도 자료를 퍼간다면 출처를 남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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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6.40/v9.6.52/v9.6.56/v9.6.57 SVIP 크랙 버전 한글판

출처: 百度网盘(*VIP*)v9.6.40去广告/破倍速/不限速版

월말고사처럼 거의 매달 선보이는 SVIP 모드로 크랙된 바이두 클라우드 앱이다. 버전은 9.6.40으로 설치하고 나면 ‘Beta’라는 문구가 보인다. 순간 바이두 앱도 베타 버전이 있었나 하는 의아함이 들긴 했지만, 베타면 어떻고 알파면 어떠한가. 한글화가 가능하고, 속도도 잘 나오면 장땡인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버전은 한글화 과정이 순조로웠기 때문에 루팅되지 않은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Unsign’이 아닌) ‘Sign’ 버전으로 패키징을 무사히 마쳤다.

출처에는 제작자가 ‘Mrack’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이분은 보통 제작자 정보를 문자열에 남기는데 이번 버전은 ‘Mrack’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제작자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또한, ‘Mrack’이란 분이 패키징했다면, 당연히 난독화 코드가 삽입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운이 좋아야 지난번처럼 ‘Unsign’ 버전으로나마 패키징이 가능했을 것이다. 보통은 그것조차 하기 어려운데, 이 버전은 무사히 ‘Sign’ 버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다른 제작자가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며, ‘Mrack’이란 분이 나의 한글화 수고를 덜어주고자 난독화 과정을 생략한 것일까?

Baidu-Cloud-Android-App-v9.6.40-Beta-SVIP-cracked-version
<새 계정으로 로그인하니 '1T' 공간 획득>
Baidu-Cloud-Android-App-v9.6.40-Beta-SVIP-cracked-version
<갈수록 많아지는 기능>
Baidu-Cloud-Android-App-v9.6.40-Beta-SVIP-cracked-version
<늘 이럴 수 있다면...>

공식 버전에서 크랙된 내용은 지금까지의 균열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테스트에 사용한 계정은 「막힌 것으로 알았던 바이두 계정 만들기 ~ 가상 전화번호도 가능」(뜨악!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벌써 막힌 것 같다는...)으로 새로 가입한 계정인데, 바이두 앱 첫 로그인이라 그런지 1T 공간 확보를 축하하는 문구가 보인다. 여기에 은행 계좌 번호까지 바인딩하면 1T를 더 주는 것 같은데, 이것까지 성공한 분 계시려나?

다운로드 속도는 따끈따끈한 새 계정이라 그런지 SVIP 가속 효과가 먹히고 있다. 얼핏 듣기로는 이런 식으로 10T를 받으면 ‘블랙리스트’에 묶인다고 하는데,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 바이두 앱 v9.6.40 크랙 내용

• SVIP 다운로드 가속화 즐기기

• 15초 비디오 광고 제거하고 두 번째 브로드 캐스트

• 비디오 오디오 재생 속도 제한 제거

• 인터페이스의 쓸모없는 배너 제거

• 불쾌한 작은 빨간 점(?) 제거

• 업데이트 검사 금지(그런데 업데이트 문구가 뜬다!)

• 온라인 압축 패키지 보기

출처: 百度网盘 v9.6.52 不限速版

2019/05/02 : 위에 소개한 v9.6.40 Beta 버전과 똑같이 크랙된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6.52 버전 한글판 추가.

출처: 【软件】百度网盘v9.6.56SVIP不限速版 ★让美好永远

2019/05/21 : 위에 소개한 v9.6.40 Beta 버전과 비슷하게 크랙된, 그러나 광고 등이 그대로 보이는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6.56 Beta 버전 한글판 추가.

출처: 百度网盘(VIP)v9.6.57去广告/破倍速/不限速版

2019/05/22 : 맨 위의 소개한 v9.6.40 Beta 버전과 비슷하게 크랙된, 그러나 v9.6.56 Beta처럼 뭔가 어설프게 크랙된 바이두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앱 v9.6.57 Beta 버전 한글판 추가.

바이두 안드로이드 앱 v9.6.40 Beta NoAD SVIP 한글판

압축암호: singingdalong

바이두 안드로이드 앱 v9.6.52 NoAD SVIP 한글판

압축암호: singingdalong

바이두 안드로이드 앱 v9.6.56 Beta NoAD SVIP 한글판

공유 암호: 4dta / 압축암호: singingdalong

바이두 안드로이드 앱 v9.6.57 Beta SVIP 한글판

공유 암호: enxg / 압축암호: singingd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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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7일 토요일

[책 리뷰] ‘디자인 원리’가 꿈꾸는 또 다른 미래 ~ 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

Governing the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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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원리’가 꿈꾸는 또 다른 미래

Original Title: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by Elinor Ostrom
필자 주장의 핵심은 공유재의 딜레마라는 함정에 갇혀 자신들의 자원을 파괴해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함정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공유의 비극을 넘어』, p53)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공유재의 비극’

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공유재의 비극’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공유지(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란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개념을 1968년 사이언스지 논문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은 ‘공유지의 비극’을 쉽게 설명하고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목초지를 예로 들었다. 이 예에서는 목동들의 과잉 방목이 목초지의 황폐화를 불러와 결국 그들 모두가 파국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과잉 방목할까? 목동 각자는 목초지에 풀어놓은 자신의 가축들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만, 과잉 방목으로 말미암은 손실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그 손실에 대한 부담도 그 일부만 짊어진다. 한 사람의 목동에게는 최선의 수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그들의 개인적 선택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비합리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는 역설을 개념화한 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 하딘의 모델은 흔히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 이론으로 정형화되었고, 여러 사람에게 개별적 복지 추구 대신 집단적 복지를 추구하게 하는 일이 어렵다는 관점은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의 책 『집합 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1965)에도 개진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세워진 모델은 복잡한 것을 인위적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만 분석과 예측할 수 있고, 불확실하고 복잡한 현실은 반영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해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들이 공유 자원 문제의 분석에 이용하고자 했던 개념들에는 인류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선입관이 작용하고 있다. 하딘의 개념은 인간을 오로지 이기적이고,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학습하지 못하고, 오직 눈앞의 이익만 좇는 정형화된 틀에 묶어 두고 있다. 여기서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능력이 없고,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토착 환경에 적실한 제도를 디자인할 능력도 없다 . 오로지 정부라는 외부의 강력한 개입에 의해서면 공유 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유재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어촌, 농촌, 산촌 등에 산재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학자들이 교육이나 문화 수준이 도시보다 낮다는 이유로 지방 사람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엘리트 의식도 다분히 느껴진다. 자신들의 게임 이론에서 전제한 인간처럼 고지식한 사회과학자들이 공유 자원 문제에서 선호하는 중앙집권적인 해결책은 명료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전지전능한 정부와 인격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완벽한 관리라는,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공유 자원 관리를 위한 ‘디자인 원리’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자신의 책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 자원 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Governing the commons)』을 통해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방증한다. 즉, 사회과학자들이 간과한 것처럼 인류의 문제 해결 능력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공유 자원을 장기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관리한 집단을 제시하고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의 디자인 원리(design principle)를 찾아 나선다 . 어떻게 디자인 원리가 자원 공유자의 행위 동기에 영향을 미쳐 공유 자원 체계 자체와 그 체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제도 모두가 오래 존속될 수 있었는지, 또한 그러한 제도 디자인 원리들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유인을 제공하여 공유 자원의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했는지를 밝힌다. 또한, 실패한 사례들에서 사용된 제도들과 성공한 사례들에서 사용된 제도들을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공유 자원을 활용 •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개인들의 능력을 신장시키거나 가로막는 내외적 요인들도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오스트롬이 실제 상황에서 작동하는 제도로부터 산출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유 자원 제도의 디자인 원리 8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명확하게 정의된 경계

2. 사용 및 제공 규칙의 현지 조건과의 부합성

3. 집합적 선택 장치

4. 감시 활동

5. 점증적 제재 조치

6. 갈등 해결 장치

7. 최소한의 자치 조직권 보장

8. 중층의 정합적 사업 단위(nested enterprises)

(『공유의 비극을 넘어』, p175)

공유 자원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례들에서는 앞에 제시된 8가지 디자인 원리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오스트롬이 밝혀낸 디자인 원리는 현실적이고 경험적이며, 실제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데 매우 적실한 개념이다.

공유 자원 관리의 성공 여부와 외부 개입

통 사람들은 연안 어장, 지역 산림, 지하수, 목초지, 관개 시설 등의 공유재는 정부 같은 중앙집권적인 기구가 총괄해서 관리해야 자원의 낭비를 막고, 사익이 충돌하여 생기는 분쟁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그런 선입관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오스트롬이 제시한 사례에서 정부의 권위적인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에서는 소규모의 현지 어부 집단이 그들 고유의 규칙을 디자인하고 유지해 올 수 있었지만, 중앙 정부 당국이 이들의 공유 자원 제도를 승인하지 않고 거부하는 바람에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신 캐나다 정부는 지역 특성을 무시하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획일적 규제 방안을 강요함으로써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들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정부나 공공 기관의 개입이 언제나 문제 해결에 방해되는 것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남부 지하수 생산자들의 성공적인 사례는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가 현지 사용자들의 효과적인 제도적 디자인 능력 제고를 돕는 여러 형태의 편의 장치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한편, 실패 사례에서 성공 사례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낸 곳도 있었는데 바로 스리랑카의 갈오야(Gal Oya) 프로젝트다. 본래의 사업 계획안은 외부 규칙을 강제로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침을 변경해 교육을 받은 ‘제도 조직자’를 투입해 농민들 스스로 기술과 문제 해결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고, 농민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치 조직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농민들 스스로 이러한 제도가 지속하는 것에 대한 동기를 깨닫게 함으로써 성공적인 사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갈오야 프로젝트는 상호 불신과 적개심의 전통이 수세대에 걸쳐 재생산되어 온 경우라 할지라도, 외부 대행자의 도움으로 사용자들이 최적 이하의 결과를 가져오는 완고한 동기 유인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예시하는 소규모의 공공 자원 관리에 있어서 현지 역사나 문화, 기타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나 공공 기관 등 외부의 지배적이고 일률적인 개입은 상황을 악화시키지만, 공유 자원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자치 제도를 지원하는 방식의 다층적인 개입은 거꾸로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데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

마무리: 공유 자원을 바라보는 두 시선

리스토텔레스는 최대 다수가 공유하는 것에는 최소한의 배려만이 주어질 뿐이며, 모두 공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찌감치 인류의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성정에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사회과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오스트롬은 자신만의 세밀하고 경험적인 연구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공유 자원 관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 그녀는 성공적인 사례들에서 지속가능한 공유 자원 제도의 디자인 원리를 추려내었고, 그럼으로써 인류에게 불확실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공유 자원 관리가 가능함을 일깨워주었다. 그것은 곧 그동안 공유 자원 관리에 회의적이었던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그녀가 개괄한 디자인 원리가 공유 자원 관리에 있어서 더욱더 많은 성공적인 사례들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인류의 크나큰 짐 하나를 던 꼴이 될 것이다.

긴 책은 아니지만, 길게 느껴지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런 학술적인 책들이 그러하다. ‘공유재의 비극’, ‘게임 이론’ 등 말로만 들어왔던 사회과학 용어들이 열심히도 나의 빈약한 뇌세포들을 교란하며 혼란을 부추겼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사례를 이론에 접목시킨 그녀의 연구 방법론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나 같은 무지한 독자에겐 구체적인 실례만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그런 이유로 꽤 긴 리뷰였지만, 대부분 앵무새처럼 저자가 했던 말들의 반복이나 그것들의 짜 맞추기나 다름없다. 오스트롬에게 미안하고, 나의 무지와 몰이해도 부끄럽다.

공유 자원을 대할 때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몰상식하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만 사익을 취하려고만 할까? 그것은 서로 간의, 그리고 세대 간의 깊은 단절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공유 자원을 사용하는, 그곳에서 대대손손 살아온 현지인들은 독자적인 제도를 고안해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유재의 비극’을 피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다한다. 그들은 과거를 함께했고 미래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하기에 사려 깊게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그들에겐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곧 현지인들에겐 공유 자원이 삶이고 인생 전부이다. 하지만, 외지인은 그 반대다. 그들은 현지인들과 과거를 공유하지도 않고 미래도 공유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그들에겐 ‘공유재의 비극’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목동처럼 단기적으로 이익을 최대한 뽑아내는 ‘지배 전략(dominant strategy)’이 합리적이다. 만약 공유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면 처음에 어딘가에서 그곳으로 왔던 것처럼 그렇게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면 그만이다. 공유 자원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이 주로 현지인과 외지인 사이의 다툼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내 생각이 그렇게 부질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지인들의 정착을 방해하는 텃세를 해결하려는 현지인들의 노력과 오랫동안 한곳에 정착해온 현지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려는 외지인의 노력이 동반된다면, 그들이 공유 자원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씩 일치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끝으로 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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