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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2일 토요일

[영화 리뷰] 뛰어야 제맛인데 말이야! ~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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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야 제맛인데 말이야!

"'예정된 종말을 미루고 있다', 토마스도 그 말을 자주 했지" - 아바

내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션영화는 볼 때는 재밌지만, 보고 나면 (그 영화가 엄청나게 재밌었더라도) 잠시 감흥에 젖을 뿐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 다양한 재능과 돈을 투자해 제작한 영화지만, 관객에게 인상적인 인상을 남기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영화 제목 정도는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지만, 몇 달이 지나면 삶의 온갖 잡다한 경험들처럼 망각의 무덤 속에 파묻힌다. 가끔 TV나 인터넷의 대중매체를 통해 재발견되는 바람에 기억의 시냅스가 반딧불처럼 반짝 켜지는 때도 있겠지만, 그래 봤자 하루살이 기억이다. 대부분 영화는 그렇게 인생처럼 허탈하게 관객의 망각 속으로 스러진다. 이것이 비단 액션영화에 한해서일까?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가 수천 편에 이르지만, 액셀 문서로 정리한 ‘영화목록’을 펼쳐보지 않으면, 제목조차 떠올릴 수 없는 영화가 대부분이니 망각의 힘은 인정사정없다.

내가 영화와는 별 상관없는 시답지도 않은 이야기로 서두를 장식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를 감상하면서 지난 이야기가 어떠했는지를 좀처럼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었던 내 기억력의 퇴화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상심한 나머지 화풀이 삼아 몇 마디 주절거려 본 것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지금까지 본 수천 편의 영화가 남긴 단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이 콜타르처럼 끈적끈적하게 머릿속에 들러붙어 산처럼 쌓인 덕분에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그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도 감명 깊게 본 소수의 작품들은 제목을 보면 한 컷 정도는 떠올릴 수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감상한 것들은 더 많은 컷을 떠올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지난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리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보이는 영화지만, 나처럼 지난 이야기를 잘 떠올릴 수 없어도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이니, 나 같은 예비 치매 환자가 있더라도 감상 전에 너무 떨 필요는 없다.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scene 01

영화는 인적없는 대지를 내달리는 기차와 맹렬하게 질주하며 기차를 추적하는 자동차로부터 시작한다. 기차에는 악명 높은 위키드 사의 실험실로 보내질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청소년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민호도 다른 면역자들과 함께 있었다. 민호의 친구인 토마스, 뉴트, 프라이는 저항 운동가들의 도움을 얻어 멋지게 객차 하나를 탈취하는 데 성공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탈취한 객차에 민호는 없었다.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scene 02

열차의 종착지는 위키드 기지가 있는 곳이자 한때 찬란했던 인류 문명을 대변하는 듯한 웅장한 빌딩들이 방벽 속에 응집한 ‘최후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것은 삼엄한 경비로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료는 민호 구출 작전을 반대한다. 생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시기였기에 민호 한 명 때문에 많은 사람을 희생할 수 없었으며, 곧 배를 타고 새로운 희망, 새로운 삶이 기대되는 새로운 땅으로 이주할 계획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토마스가 아니다. 토마스와 뉴트, 프라이는 밤을 틈타 다른 동료 몰래 아지트를 출발해 방벽으로 가로막힌 도시를 향해 떠난다. 그런데 그들은 뜻밖에도 죽은 줄 알았던 갤리를 만난다. 갤리는 방벽 밖에서 반란군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scene 0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인류 역사의 오랜 반목을 우리는 영화 속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최후의 도시’를 둘러싼 방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이스라엘을 허리띠처럼 졸라맨 ‘분리 장벽’과 미국과 멕시코를 악의적으로 가로막은 ‘국경 장벽’을 보는 것 같다. 어느 좀비 영화에서 (아, 이놈의 빌어먹을 기억력!!!) 깊고 넓은 해자로 둘러싼 ‘최후의 도시’ 역할을 하는 고층 빌딩을 본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식의 갈등과 대립, 분류는 디스토피아 풍의 영화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편에는 ‘메이즈 러너’라는 제목과 명성에 어울리는 ‘죽으라 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동적이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별 감흥 없는 평범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지막지한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인류에게 면역자는 구원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영화처럼 이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가진 자들이 만약 백신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할까? 아니면 백신을 무기로 남은 인류를 지배하려고 들까? 인류 문명의 마지막 흔적이자 가진 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최후의 도시’는 디스토피아 영화답게 결국 무너지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그리 길지 않았던 인류의 과거를 기억과 마음속에 묻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완벽하게 디스토피아 장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제임스 대시너가 쓴 원작의 결말은 어떨지 모르겠다. 영화가 고만고만하니만큼 원작을 읽어볼 마음도 전혀 생기지 않지만, 원작의 결말도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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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3일 금요일

[영화 리뷰] 물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사랑을 찾아 ~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

The Ice Pirates 1984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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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사랑을 찾아…

"미트라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이 '재설계'되는 게 떠올라" - 수인 1
"재설계?" - 제이슨, 로스코
"그래, 거세하고 로봇화되지" - 수인 1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은 드넓은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양념으로 안드로이드 병사와 레이저총도 등장하는 분명한 공상과학 장르지만, 화면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복장뿐만 아니라 칼을 휘두르고 육탄전을 벌이는 등의 전투 방식에서도 중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요즘의 현란하고 세밀한 CG에 익숙한 나에게조차 어딘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영화다. 이 신선함은 구닥다리 소품들마저 친숙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어디 이뿐인가? 스타워즈에 나왔던 똘똘한 안드로이드 R2-D2를 연상시키는, 하지만 그에 비하면 확연히 엉성한 안드로이드들이 눈요깃거리로 등장하고, 쓰리피오(C-3PO)보다 더 골 때리는 로봇 병사들이 펼치는 ‘로봇 개그’ 또한 볼만하다. 한마디로 「우주 해적선」은 눈이 높아진 요즘 시청자에게도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다. 다만,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래된 문화 유적지를 별 기대 없이 돌아본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감상에 임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SF 명작 「스타워즈」와 비교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가벼운 시트콤에 가까운 영화다.

The Ice Pirates 1984 scene 01

「우주 해적선」은 구두를 광낼 침조차 부족할 정도로 극심하게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트라 행성을 지배하는 사악한 기사단이 유일한 가치를 지닌 ‘물’을 통제했고, 소수 해적은 기사단의 통제 아래에 있는 함대에서 목숨을 걸고 얼음을 훔치는 것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해적단의 두목인 제이슨이 안드로이드 병사와 부하들과 함께 기사단의 순양함을 습격하여 얼음을 훔친다. 그 과정에서 제이슨은 잠자는 공주인 아르곤의 바스코 백작의 딸 카리나를 억지로 깨워 해적선으로 납치한다. 부하들은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제이슨이 못마땅했지만,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는 두목의 미덥지 않은 대답에 불만을 잠재워야 했다. 제이슨 일당은 생명과 재물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얼음뿐만 아니라 계획에도 없는 공주를 훔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곧바로 기사단의 집요한 추격을 받는다.

The Ice Pirates 1984 scene 02

해적선이 완파될 위기에 처하자 제이슨은 기사단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속셈으로 우주선을 셋으로 분리한 다음 서로 방향을 나눠 도망친다. 기사단은 추격하던 해적선이 셋으로 분리되자 나머지 두 대는 포기하고 한 대를 끝까지 추격하여 체포하는 데 성공하는데, 하필 붙잡힌 해적선에는 제이슨과 공주가 타고 있었다. 기사단에 붙잡힌 제이슨과 그의 부하들은 거세당한 노예라는 무시무시한 형별을 선고받는다. 제이슨과 그의 부하들이 거세당한 노예들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막 남자의 상징을 떼어버리려고 할 때, 어찌 된 일인지 카리나 공주가 나타나 위기를 모면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공주는 공장에서 이제 막 출하된 신상품인 제이슨 일당을 자신의 노예로 사들인다. 하지만, 우주에 공짜는 없는 법, 공주는 한때 지구처럼 물이 풍족한 행성을 찾아나섰다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조건으로 그들을 사들인 것이었다. 이에 제이슨은 어쩔 수 없이 공주의 명을 받들어 공주의 실종된 아버지도 찾고,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대박 행성을 찾아 나서는데….

The Ice Pirates 1984 scene 03

사실 지금 우리가 숨을 쉬는 이 순간에도 지구의 수분은 (아주 미세한 양이지만) 우주로 증발하고 있고, 화성에는 한때 지구의 북극해보다 큰 바다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우주로 증발하는 바람에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운 불모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극단적 물 부족’이라는 「우주 해적선」의 소재가 그리 허황되지는 않다. 그런데 지구촌의 물 부족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물론 소수의 명민한 학자들은 그 이전에도 ‘물’ 문제를 경고했겠지만) 1984년에 그런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다소 놀랍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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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7일 화요일

[영화 리뷰]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 블리딩 스틸(Bleeding Steel, 2017)

Bleeding Steel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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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이봐요, 친구 가격흥정 고마웠어요. 결국…. 신뢰의 문제예요. 미안해요. 성룡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 리슨

「블리딩 스틸(机器之血, 2017)」 극장판 포스터를 보면 거대한 우주선이 도시 위를 가로지르고, 우주복 같은 것은 입은 성룡이 위기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다. 순간 ‘드디어 성룡이 외계인과 한판 싸우는 건가?’ 하는 기대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기대와 환상은 말도 안 되는 지레짐작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SF 장르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무한한 재생 능력을 갖춘 인공혈액, 그리고 그 인공혈액과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인공심장으로 죽지 않는 무적의 군인을 만든다는, 군국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최강의 군사력을 꿈꾸는 모든 국가의 오랜 염원을 다시 한번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성룡 영화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블리딩 스틸」에서 성룡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지붕 위에서 아찔한 무술 장면을 연기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물론 예전만큼의 화려함은 어느덧 희끗희끗해진 성룡의 흰머리와 밭고랑처럼 패인 주름 속으로 녹아들었지만, 그럼에도 성룡을 기억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그의 건재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놓인다. 나의 시대 최고의 액션 배우인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날은, 성룡이라는 별이 진 것처럼 나의 인생도 어느덧 황혼으로 접어들었음을, 그렇게 나의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1

영화 「블리딩 스틸」은 초반부터 가미카제(神風)를 연상시키는 경찰 특공대원들의 장렬한 전투로 시작한다. 린 형사(성룡)는 백혈병을 앓는 딸 시시가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중요한 목격자인 제임스 박사의 신변을 확보하고자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곳에서 경찰은 특수복으로 무장한 부하를 대동하고 나타난 안드레와 마주친다. 제임스 박사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린 경사도, 그리고 제임스 박사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린 경사의 최후 반격으로 일격을 입은 안드레도 어쩔 수 없이 현장을 떠난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2

13년이 지났다. 린 형사는 여러 직업을 오가며 한 소녀를 멀리서 몰래 보호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낸시. 보육원에서 자란 낸시는 보육원 시절부터 한 남자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는 것을 짐작도 못 했다. 어느 때는 청소부, 또 어느 때는 정원사,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낸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식당 아저씨로, 그 남자는 원자핵의 주변을 도는 전자처럼 낸시 곁을 맴돌았다. 두 개의 기억이 서로 얽히고설킨 혼돈의 꿈을 꾸는 와중에서 낸시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늘 곁에 머물러준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남자가 바로 첫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소년처럼 늘 자신의 곁을 서성거리는 저 아저씨라는 것을 낸시는 문득 깨닫게 된다.

시시는 제임스 박사가 개발한 인공혈액 덕분에 구사일생하지만, 인공혈액의 부작용으로 기억을 상실한다. 한때 제임스 박사의 실험체였던 안드레는 부상을 회복하려면 시시의 인공혈액이 필요했다. 린 형사는 시시를 보육원에 보내고 그림자처럼 딸을 몰래 감시한다. 그렇게 무사히 13년은 보낼 수 있었지만, 결국 시시의 존재가 안드레에게 탄로 나게 되면서 또다시 부녀는 위험에 빠진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3

영화 「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2013, 2013)」 에서 보여주었던 헌신적인 부성애로 또다시 열연을 펼치는 성룡의 진득한 연기가 보기 좋다. 모든 아버지에게 있어 딸이 죽는 것보다는, 기억을 잃더라도 살아가는 것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그저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할까? 「블리딩 스틸」을 본다면, 성룡의 애처로운 표정에서 일어나는 그 형용할 수 없는 감개가 어느새 애잔한 감동으로 화하여 내 심장으로 지그시 침투해옴을 알게 될 것이다.

만성변비 환자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안드레의 부하, 그 일당의 철 지난 영화포스터 같은 유니폼, 중국 영화 특유의 어딘지 허접해 보이는 CG, 엉성한 이야기 등 안쓰러운 면이 꽤 있지만, 그리고 진짜 성룡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지만, 우리가 안 봐주면 누가 봐주리! 성룡이여 영원하여라. 그리고 그 초강력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그리고 남은 것은 나도...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블리딩 스틸(机器之血,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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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4일 일요일

[영화 리뷰] 머리를 쓸어올리고 ‘라데꾸’! ~ 스트리트 파이터(初級學校覇王, 1993)

Future Cops 1993 movie po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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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쓸어올리고 ‘라데꾸’!

“또 누가 괴롭혔니?” - 대웅 엄마
“개가 그랬어요.” - 대웅
“엄마가 늘 말하듯이 기분이 안 좋으면 숨을 깊게 마시고 '세상은 아름답다'” - 대웅 엄마
“어떠냐?” - 대웅 엄마
“자살할래요.” - 대웅

에이즈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가는 바람에 남녀 사이의 ‘사랑’조차 법으로 금지된 금욕의 시대지만, 19번째 시리즈까지 제작된 도학위룡(逃學威龍)으로 조금이나마 삶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2043년의 홍콩. 그런 홍콩의 어느 날, 온갖 사악한 일들을 파렴치하게 저질러왔던 장군이 드디어 체포되고, 재판은 여철웅 판사가 맡게 된다. 이에 장군 측 도당들은 장군을 방면시키려는 대범하고도 기가 막힌 계획을 세우는데, 바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학생 여철웅을 세뇌시켜 자신들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경찰의 방해를 무릅쓰고 켄, 사가트, 혼다를 1993년의 홍콩으로 보내는데 성공한다. 장군 도당의 계략을 눈치챈 2043년 홍콩의 비룡특경은 곧바로 베가, 가일, 달심을 과거로 보낸다.

Future Cops 1993 scene 01

무사히 1993년 홍콩에 도착한 세 명의 비룡특경은 여철융 판사가 다녔던 성육강 중학교에 다니는 대웅이라는 한 남학생의 집으로 잠입해 대웅의 친구인 척하며 일부는 학생으로, 그리고 일부는 선생으로 학교에 위장전입한다. 스물여덟 살인데도 아직 학교에 다니는 낙제생 대웅은 매일 같이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도착한 비룍특경의 보호 덕분에 위세를 얻게 된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비룡특경은 대웅과 함께 여철웅을 찾기 시작한다.

Future Cops 1993 scene 02

하지만, 비룡특경이 여철웅을 찾아내기 전에 때맞춰 장군의 부하들도 학교에 잠입하고, 장군의 부하들과 비룍특경 사이에 피할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이 벌어진다. 학교 선생으로 위장한 켄은 학생으로 위장한 베가에게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하여 결국엔 사망하게 하는 무서운 독인 ‘동침’('똥침'이 아님)을 적중시키고, 가일은 혼수상태에 빠진 베가를 살릴 해독약을 구하고자 빗자루 같은 머리를 한껏 쓸어올리며 결전을 다짐한 다음 켄과 일대일 결투를 벌인다. 이렇게 미래에서 온 비룡특경과 장군의 부하들이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며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교도소에서 탈출한 장군이 부하들을 이끌고 성육강 중학교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로써 싸움의 승부가 크게 장군 측으로 기울이는 듯하자 비룍특경은 최후의 카드를 쓰기로 하는데….

Future Cops 1993 scene 03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홍콩 미녀 배우 구숙정을 비롯하여 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등 90년대 홍콩 영화계를 휩쓸었던 천왕들이 대거 등장하는, 캐스팅 면에서는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거물급 영화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대경실색을 할 수밖에 없는 유치에 유치를 거듭하는 졸작이다(위의 세 번째 스크린샷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 봐도 확실히 감이 잡히지 않는가?). 대부분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니만큼, 약간의 아량을 베풀어 유명 배우들의 씁쓸한 젊은 시절 연기를 봐주는 맛도 그럭저럭 음미해볼 만하다. 단, 이들의 팬이라면 말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Street Fighter'라고 알려졌지만, 원래 영어 제목은 'Future Cops'다.

도성대형 - 신가전기(睹城大亨 之 新哥傳奇: Casino Tycoon, 1992)」에서 구숙정과 부부의 인연을 맺으며 비극적인 사별의 아픔을 맛봤던 유덕화가 이 영화에서도 구숙정의 커플로 등장한다. 한편, 성룡이 주연한 「시티 헌터(城市獵人: City Hunter, 1992)」에서 대전 액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패러디한 전투 장면을 보면서 (성룡이 아니라) 구숙정이 춘리 코스프레를 맡았으면 정말 끝내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그 아쉬움이 이 영화에서 속 시원하게 풀어진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Future Cops, 199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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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영화 리뷰] 세 명의 ‘나’, 그 중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 ~ 치명도수: RESET(致命倒數, 2017)

Reset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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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나’, 그 중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

“너희들은 곧 파멸하게 될 거야.” - 최이후
"그의 말이 옳아. 이 세계에선 우리 중 하나만 존재할 수밖에 없어.” - 시아티엔

때는 ‘평행이론’이 증명된 가까운 미래.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평행이론을 접목한 시공간 연구에 대한 실제적인 성과를 눈앞에 둔 두 연구소가 있었다. 하나는 미국에 있는 영도 IPT 연구소였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 있는 푸른 섬 넥서스 연구소였다. 하지만, 영도 IPT 연구소가 무리한 인체 실험을 강행하던 중 걷잡을 수 없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연구원이 살해되고 연구자료도 소실된다. 주주들이 들고 일어설 것이 두려웠던 IPT는 진상을 은폐하면서 재기할 기회를 노린다. 그들은 연구원 중 하나였던 최이후를 중국에 보내 넥서스의 연구 자료를 탈취할 음모를 세운다.

RESET 2017 scene 01

영장류에 대한 모의실험까지 무사히 마친 넥서스는 이제 곧 인체실험을 앞두고 있었고, 넥서스의 시공간 연구를 주도하고 있던 핵심 연구원 시아티엔은 관련 부서원들이 모두 모인 회의에서 두 달 안에 인체 실험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회의를 마치고 나온 시아티엔은 동료 연구원인 샹동을 통해 지난번 영장류 실험에서 처음에는 100% 일치했던 DNA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대로라면 인체 실험은 미뤄야 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았다.

RESET 2017 scene 02

한편, 시아티엔의 하나뿐인 아들 도우도우를 납치한 최이후는 시아티엔을 협박하는 데 성공하고, 시아티엔은 최이후가 안배한 동료 연구원의 죽음을 이용해 모든 연구 자료를 최이후에게 가져다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최이후는 약속과는 달리 도우도우를 순순히 돌려주지 않는다. 곧 넥서스 건물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엄마 품에 안긴 작은 소년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다. 어떻게든 아들을 되살리고 싶었던 시아티엔은 폭발로 아수라장으로 변한 연구소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 아들이 죽기 전 과거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

RESET 2017 scene 03

중국의 혁명 시대였다면 마땅히 아들을 희생시켜야 했지만(실제로도 그러한 혁명 열사가 많았었고), 중국이 많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예전 같으면 감상적인 부르주아의 반동적인 작품이라고 비난을 받을만한 영화가 요즘은 버젓이 극장 간판에 내걸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무튼, 평행이론을 응용한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시아티엔이 죽은 아들을 살리고자 과거로 여러 번 이동하는 설정은 「서유기 – 월광보합(西遊記 第壹伯零壹回 之 月光寶盒), 1994」에서 지존보(주성치)가 죽은 백정정(막문위)를 되살리고자 수시로 과거로 이동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뭐 그렇다고 그렇게 웃기는 장면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증인이다(我是证人, the witness, 2015)」에서 간드러진 코맹맹이 목소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양미(Yang Mi, 杨幂)가 강렬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시아티엔으로 열연한다.

보통 시간여행을 소재한 영화에서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마주치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평행이론의 영향 때문인지 세 명의 ‘나’가 한자리에 모이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 중에서 시간여행을 가장 많이 한 ‘나’가 유난히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영도 IPT 연구소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와 넥서스의 영장류 실험 결과 중 DNA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나름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짜맞추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영화 속 두 연구소의 대립은 앞으로 과학계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듯하다.

공상 과학 장르를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보다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양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더 큰 견인력을 발휘한 영화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치명도수: RESET(致命倒數,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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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영화 리뷰] 준수한 이야기 +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 ~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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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이야기 +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

“난 쑤우리 지원할게. (사령관) 잘 감시해!” - 발레리안 소령
“어디 못 가게 해놓죠. 퍽! 퍽!” - 로렐린 하사
“ … ” - 사령관

지구에 사는 각각의 국가들이 우주로 쏘아 올린 우주선들이 하나둘씩 모여 시작된 국제 우주 정거장 ‘알파’. 그랬던 것이 28세기에는 전 우주에 사는 수많은 종이 모여 살면서 지식, 정보, 문화를 교류하며 사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되었다. 이곳 천 개의 도시 ‘알파’를 포함한 은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를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사회는 사령관을 통해 발레리안 소령과 로렐린 하사에게 얼마 전 암시장 딜러에게 도난당한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뮐 컨버터(Mül converter)’를 찾아오라는 임무를 내린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벌이면서도 컨버터가 고차원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시장 ‘빅 마켓’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곧바로 키리안 행성으로 향한다.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1

한편, 임무에 나서기 전 발레리안은 꿈을 통해 우주의 시공간을 가로 질러 날라온 파장의 신호를 감지해 낸다. 그것은 30년 전에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 ‘진주족’에 대한 꿈이었다. 당시 자신들의 행성에서 경이로울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집약된 진주를 캐며 평화롭게 살던 600백만의 진주족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행성 근처에서 일어난 다른 종족들 간의 싸움에 휘말리면서 불운하게도 멸종을 맞이하고 말았다. 발레리안과 로렐린 요원이 찾는 뮐 컨버터도 진주족 행성에서만 살던 생명체로서 이제 우주에 단 하나 남은 녀석이었다.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2

뮐 컨버터를 되찾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두 요원은 오랜만에 우주 정거장 알파로 들어서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1년 전부터 알파 정거장 중심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방사능 지역이 감지됐는데, 해당 지역을 정찰하러 보낸 탐사선과 특수팀이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이사회는 알파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방사능 지역을 한시라도 해결되길 바랐고, 사령관은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K 트론을 투입하기로 한다. 이번 작전에서 두 요원은 예상과는 달리 사령관을 경호하는 임무만을 맡는다. 하지만, 정상 회담장에서 사령관이 침입자에게 납치되고, 발레리안은 사령관을 납치한 우주선을 추격하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이에 로렐린은 자리를 지키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직접 발레리안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이번 작전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두 사람은 비열한 음모에 묻힐뻔한 엄청난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3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은 프랑스 공상 과학 만화 『Valérian and Laureline』을 뤽 베송(Luc Besson) 감독의 연출과 그 특유의 감각으로 영화화한 작품.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구성이 치밀하고 SF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티격태격’으로 시작해서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알콩달콩’으로 마무리되는 두 주인공의 애정극,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우주 괴물의 ‘깜짝’쇼와 역시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징글맞게 생겼으면서도 귀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는 외계인의 ‘수다’쇼, 그리고 또 역시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종족 간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숭고한 우정, 그리고 영화 「아바타(Avatar, 2009)」 행성의 화려함과는 달리 단조로우면서도 동화 같은 아름다움이 깃든 진주족의 고향 행성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볼거리가 긴 상영시간으로 말미암아 간간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그 틈새들을 튼실하게 메어놓고 있다. 사악한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되찾는 준수한 이야기에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곁들인 이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영화다.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에서 진주족이 살던 고향 행성의 불운한 결말은 먼 훗날 인류가 영화처럼 우주에 널리 퍼진 다른 종족들과 교류하게 되었을 때, 혹은 (흔히 야만인으로 불릴) 인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종족과 우연히 만났을 때, 인류의 이익(아 그놈의 경제, 경제, 경제!!! 이 지긋지긋한 ‘경제’ 논리와 성장지상주의는 먼 훗날에 가서도 인류를 옭아맨단 말인가?)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영화처럼 인류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종족의 멸종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전해준다. 지금까지 사람과 그 사람이 집단을 이룬 민족이나 국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민족과 다른 국가를 마땅히 희생시킨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상상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아마 영화가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알려주고자 했다면 바로 이런 경고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다크서클 오지게 진 남자주인공의 게슴츠레한 눈과 늘씬하게 빠진 몸매를 비웃듯 얼굴 한복판에 우뚝 솟은 여주인공의 들창코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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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6일 수요일

[영화 리뷰] 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Phoenix Forgotten, 2017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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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너희들, 우리가 무슨 일을 겪은 지 아는 거야?” - 애슐리
“누구도 이러한 영상은 찍지 못했을 걸” - 조쉬

애리조나 주 피닉스 1997년 3월 13일 목요일 밤. 어두운 밤하늘을 비행하는 정체불명의 불빛이 많은 시민에 의해 목격된다. 그날 밤 6번째 생일을 맞은 소피를 위한 생일 파티를 한창 진행하던 소피와 그녀의 가족들 역시 희한한 불빛을 목격하게 되고, 마침 생일 파티를 촬영하던 소피의 오빠 조쉬는 미확인 불빛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에 조쉬와 그의 친구 두 명은 영원히 실종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1

오빠가 실종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흐른 어느 날. 소피는 남자친구와 함께 오래간만에 피닉스를 방문한다. 소피는 오빠를 포함해 실종된 세 명의 행방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녀는 당시 실종자 수색을 담당했던 보안관이나 공무원, 그리고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한다. 그러던 중 소피는 평소 카메라 촬영을 즐기던 조쉬가 남긴 테이프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2

조쉬, 애슐리, 마크 등 세 명의 실종자는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을 쫓고 있었으며, 결국 그들은 UFO를 쫓아 도시를 벗어나 공군 기지가 있는 사막으로까지 여행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테이프에는 자동차를 타고 사막에 도착한 직후의 장면까지만 담겨 있었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구한 날 카메라를 달고 살았던 오빠가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를 손에서 뗐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소피는 마침내 실종자가 다니던 학교 창고에서 그들이 남긴 마지막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3

1997년 3월 13일 실제로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 ‘Phoenix Lights’와 그날 실종된 네 명의 청년을 (영화는 세 명의 남녀로)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피닉스 라이트 사건 (The Phoenix Incident, 2015)」이란 영화가 이보다 먼저 발표되기도 했다.

영화 「피닉스 포가튼」은 ‘피닉스 라이트’가 목격된 날 실제로 사라진 청년들이 불빛을 쫓다가 실종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진행된다. 한마디로 ‘외계인 납치’ 쪽으로 무게를 둔 셈이다. 흥미롭지만 이미 많이 써먹은 진부한 설정이기도 한 ‘외계인 납치’ 문제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별다른 긴장감은 주지 못하고 막판에 약간의 뜨악한 영상들을 보여주고는 후다닥 엔딩 크레딧을 올려버린다. 영화배우 같지 않은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을 전격적으로 캐스팅한 점은 신선했지만, 관람객이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역이용하지도, 혹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영화는 싱겁고 밋밋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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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일 일요일

[영화 리뷰] ‘개’쩌는 ‘개’악마가 ‘개’웃기는 ~ 앱솔루틀리 애니씽(Absolutely Anything, 2015)

Absolutely Anything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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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쩌는 ‘개’악마가 ‘개’웃기는

"이 인간은 선악에 대한 개념이 없소" - 은하계 고등생물1
"개만 상태 양호합니다" - 은하계 고등생물2
"개만도 못한 인간!" - 은하계 고등생물3

인류의 염원대로 인류의 목소리와 지구 정보를 담은 우주 탐사선이 어느 지적 외계생명체 무리의 손아귀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갖잖은 쇳조각으로 은하계를 교란시켰다는 이유로 지구를 단죄하려고 들고, 이에 따라 은하계 법적 절차에 따라 지구를 파괴할지 말지 결정하는 은하계 고등생물 임시 총회를 시작한다.

Absolutely Anything, 2015 scene 01

열띤 토론이 오간 끝에 임시 총회는 자비롭게도 불쌍한 인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한다. 인류 중 아무나 한 명 골라서 울트라 무한 능력을 주어 뭐든지 할 수 있게 한 다음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는, 이른바 '은하계 선악 테스트'를 받게 하는 것이다. 악하게 사용하면 지구를 제거하고 선하게 사용하면 인류는 은하계 회원국이 되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이제 한 사람의 손에 인류의 운명이 달렸으면서도 이런 사실에 대해 인류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그렇게 해서 선택된 자는 게으르고 무개념에다 책임감이 없기로 정평이 난 중학교 교사인 닐 클락!

Absolutely Anything, 2015 scene 02

어떠한 불량 학생보다 더 많이 지각하는 선생이자 사람보다 강아지 데니스와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은 외로운 남자 닐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한 다음 오른손만 살짝 흔들면 뭐든지 다 이루어지는, 영화에서 보는 시시한 초능력보다 더 울트라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그런 능력을 갖춘 줄 몰랐다지만 그가 처음으로 능력을 사용한 곳은 바로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고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는, 자신이 담당하는 교실을 파괴하여 학생 38명을 바로 골로 보내는 일이었으니….

Absolutely Anything, 2015 scene 03

개가 말을 하는 영화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들의 단점은 개들이 너무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는데, 영화 「앱솔루틀리 애니씽(Absolutely Anything, 2015)」에 등장하는 이성적인 사고 능력과 언변 능력을 부여받은 ‘데니스’야말로 진짜 '개'처럼 말하고 '개'처럼 생각하는 보통의 '개'처럼, 그야말로 정말 '개' 같은 '개'이다. 그뿐만 아니라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인간이 개만도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왜냐하면 사람보다 개가 더 웃기고 지구도 개가 구한다는 것! 결국, 개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되고 개 때문에 결국 웃게 되는 영화다. 고로 개 싫어하는 분은 왕비추! 그 외엔 흥미로운 소재를 생각해 보면 뭔가 더 나올법하기도 한데, ‘개’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빈약한 이야기다.

아무튼, 나도 연구, 탐사, 여행으로 지구를 찾은 외계인을 우연히 만나 닐이 받은 능력을 얻게 된다는 무엇을 할까 하는 공상을 간혹 하곤 하는데, 좋은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하게 된다. 그중에서 만약 닐처럼 지구의 기아와 복지, 전쟁 문제를 없애고자 한다면 난 굶주리는 사람을 모두 없애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집 없고 직장 없는 사람을 모두 없애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군인을 모두 없애 전쟁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내 생각에 동의하는가? 참고로 데니스의 목소리는 로빈 윌리엄스가 맡았는데, 「앱솔루틀리 애니씽」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앱솔루틀리 애니씽(Absolutely Anything, 2015)」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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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영화 리뷰] '병맛 코디미'를 보는 것도 우리 권리야! ~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The World's End, 2013 post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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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코디미'를 보는 것도 우리 권리야!

"이봐! 병신이 되는 것도 인간의 기본 권리야! 이 문명은 병신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그리고 그거 알아? 그 점이 난 자랑스러워" - 게리
"나도 그래!" - 앤디

게리와 그의 친구 올리버, 피터, 스티븐, 앤디는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날 영웅적인 거사의 일환으로 ‘골든 마일(Golden Mile)’을 시도했었다. 고향인 뉴턴 헤이븐을 둘러싼 12개의 술집을 돌며 맥주 한 잔씩을 마시는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였지만, 막상 시도해 보니 왕성한 혈기에도 그들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게리와 친구들은 각자 짊어진 인생을 일궈나가기 위해 세상 속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The World's End 2013 scene 01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게리가 40대에 접어든 어느 날. 게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골든 마일’을 다시 시도하려고 흩어진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닌다. 게리 특유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집요한 설득에 넘어간 친구들은 게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몰던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고물 자동차 ‘야수’를 타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The World's End 2013 scene 02

지긋지긋했던 곳이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성장한 고향인지라 뭔가 기대를 품고 찾아온 ‘5총사’ 앞에 뉴턴 헤이븐은 그들을 기억하지도 못할뿐더러 거리와 술집은 낯선 마을 사람들로 가득했음에도 마을 분위기는 마치 영화 속 배경에 자리 잡은 한낱 소품 같은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묘한 차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별생각 없이 세월 탓으로 가볍게 돌린 그들은 예정대로 1호 술집 ‘우체통 주점’부터 시작하여 언제 끝날지 모를 ‘골든 마일’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이 네 번째 술집에 이르렀을 때,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바꿀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데….

The World's End 2013 scene 03

술주정뱅이 말발에 지구의 운명을 맡긴, 덕분에 깔끔하게 인류 문명이 풍비박산한다는, 왠지 모르게 통쾌하고 가슴 속이 후련하면서도 황당한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어떤 병맛 같은 코미디를 연출하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맛’이라 모두가 다 같은 ‘병맛’은 아니다.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은 정갈하게 엄선된 난장판을 한 번 더 뒤집어버리는 혁신과도 같은 기발함과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한, ‘병맛’ 중의 ‘병맛’이다.

하지만, 영화니까 인류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인류 문명이 한 줌의 흙으로 증발하는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지, 만약 실제로 저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그 술주정뱅이는 히틀러+스탈린+폴 포드 등을 합산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류사 최악의 인물로 평가받는 것과 더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겠지.

아무튼, 외계 문명이 자신들의 지적 우월함을 강조하며 인류에게 자신들에게 동화되도록 강요하는 장면은 서구가 자신들 문명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제국주의적 야심을 불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지금도 서구인이나 한국처럼 좀 살 만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발전 등의 문명이 주는 혜택이 인류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망상에 집착하는 걸 보면 외계인의 행동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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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9일 화요일

[영화 리뷰] 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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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넌 신이다. 날 죽이면 남들처럼 평범해져" - 에고
"그게 뭐가 나빠?" - 퀼

우주에 정평이 자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소버린 행성을 괴롭히는 괴물을 힘겹게 처치하고 그 보상으로 배터리를 훔치려다 잡힌 가모라의 동생이자 현상금이 걸린 우주 범죄자 네뮬라를 소버린 행성의 지도자 아이야 대사제로부터 인도받는다. 모든 거래가 무사히 마무리된 것으로 연긴 퀼은 가벼운 마음으로 소버린 행성을 떠나지만, 곧 무거운 마음으로 별처럼 많은 소버린 무인 우주전투기와 대면하게 된다. 이유인즉슨,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로켓이 어느새 배터리를 훔친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중과부적으로 적에게 쫓기던 ‘가 • 오 • 갤’은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근처 행성인 베르허트에 불시착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우주선은 제구실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이들을 도운 낯선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자신을 퀼의 아버지이자 ‘에고’ 행성의 주인이자 작은 신인 ‘셀레스티얼’이라고 밝힌다. 갑작스러운 가족 상봉으로 어안이 벙벙하던 퀼은 곧 마음을 다잡아 아버지를 따라나서고, 가모라, 드렉스도 퀼을 따라 ‘에고’ 행성으로 향한다. 베르허트에 남은 로켓과 네뮬라, 그루트는 망가진 우주선을 수리한다. 한편, 퀼을 잡고자 혈안이 된 아이야는 ‘라바저스’사회에서 추방된 욘두를 고용하고, 욘두는 네뮬라의 도움으로 베르허트에 남은 로켓과 그루트를 잡는 데 성공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아버지 ‘에고’를 만남으로써 반은 인간, 반은 신인 자신의 놀라운 정체성을 깨닫게 된 퀼은 빛을 다루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도 배우게 된다. 이로써 퀼은 아버지처럼 빛이 소멸하지 않는 한 영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퀼이 아버지에게 마음을 조금씩 주는 사이 ‘에고’는 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우주적 야심을 드러내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정신없이 팡팡 터지는 폭소도, 절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화려한 그래픽과 눈부신 액션, 그리고 친가족보다 더 끈끈한 사랑과 정으로 똘똘 뭉친 ‘가 • 오 • 갤’의 감동적인 이야기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진득하게 유쾌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여기에 이야기의 선율을 감미롭게 울려주는 흘러간 올드팝은 감동과 재미의 차원을 높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아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때문에 잠시나마 올드팝 음반 시장에 때늦은 활기가 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퀼을 보면 역시 나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더 진국이지 않은가 싶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들과의 작별의 창명함은 이루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다음 편이 또 나온다고 하니 약간은 위안이 된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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