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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2.

[영화 리뷰] 작품성 운운을 떠나 뭔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영화 ~ 데드 어게인(Dead Agai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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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운운을 떠나 뭔가를 쓰고 싶게 만드는 영화

"다른 누군가의 과거가 너의 현재를 찾아올 거라고" - 점쟁이

이렇게 좋은 영화를 감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예의가 아닐뿐더러 거사(?)를 막 치르고 난 후 찢어진 콘돔을 보는 것만큼이나 께름칙한 일이라서 힘겹고 괴로운 갈등 끝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혹은 포스터의 경고대로 난 견디지 못하고 결국 글을 쓰고야 말았다!). 이왕 시작한 이상 그래도 천자는 채워야 할 터인데, 무슨 얘기로 그 많은 천자를 채워야 할지 벌써부터 난감하다. 이 영화의 리뷰를 형편없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욕 바가지를 얻어먹을까 봐 영화를 볼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되고 무섭다. 그래도 두 명의 여주인공은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단 공포 영화라고 하면 끗발이 설 수 있는 미인이 등장해야 제맛인데, 일단 이 점에서만큼은 「데드 어게인(Dead Again, 2017)」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다만, 공포 영화의 막간으로 등장하는 베드씬이 없어 두 미인의 뽀얀 살결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IMDB 평점이 무려 7점을 넘어선다. 마구 쏟아지는 공포 영화 중에서 평점 7점을 넘기는 작품을 발견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래서 보고 만 것이다(개인적으로 Naver 평점보다 IMDB 평점을 더 신뢰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IMDB 사용자 후기에 10점 만점을 준 사용자가 한 분 계시다는 것, 그런데 미스터리한 것은 그 사용자가 리뷰를 남긴 영화는 「데드 어게인(Dead Again, 2017)」이 유일하다는 것. 아마도 그분은 감독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한 지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친구를 둔 것 같아 정말 부럽다.

영화를 본 사람을 발칵 뒤집어놓을 만한 놀라운 반전이 있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콜카타 국제 컬트 영화제(Calcutta International Cult Film Festival) 2018년 Best Horror/Science Fiction Feature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내가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혹스럽게 만드는 갖가지 어설픈 요소들이 잔인하리만치 즐비하다고 느낀 것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와 어림도 없는 소리 모두 죄다 끌어모아 주절주절 늘어놓아도, 여기에 공백까지 포함해도 천자가 안 된다. 천원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천자는 쉽게 볼 수 없는 녀석이다. 그래서 천자문 외우는 것도 그토록 어려웠었나 보다.

아무튼, 「데드 어게인(Dead Again, 2017)」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수작이니, 코를 후벼 파다 못해 콧속을 대머리처럼 반질반질하게 윤기 낼 정도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은 꼭 감상하기 바란다. 감히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못 하지만 말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재미없다고 해서 나 역시 재미없으리란 법도 없으니까.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데드 어게인(Dead Again,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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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3.

[영화 리뷰] 두 악당이 마주친다면 과연 누가 재수 없는 것일까? ~ 노 원 리브스(No One Live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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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악당이 마주친다면 과연 누가 재수 없는 것일까?

"이 꼴을 보고 있자니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이제 죽었구나!'

진정 무엇이 인정사정없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일관된 폭력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에겐 피도 눈물도 없다. 정의도 없고, 인정도 없고, 분노도 없다. 단지 눈에 띄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 앞엔 고통에 절은 절규와 처절한 살육의 현장이 마치 별천지처럼 펼쳐진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뱀이라도 훑고 지나간 듯 어느새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고, 혹시라도 주인공이 눈치라도 챌세라 심장은 최저 RPM으로 작동하며 알아서 숨죽인다. 소름을 돋게 하는 그런 무서움이 아니라 온몸의 신경과 감각을 쥐 죽은 듯 착 가라앉게 하는 그런 냉혹함이 진실로 무시무시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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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한 젊은 여성의 절망적인 몸부림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곧 등장하는 다정한 부부처럼 보이는 연인. 그리고 이삿짐센터로 가장해 대범하게 빈집을 터는 호그 일당.

그날 호그 일당은 공교롭게도 휴가를 떠난 집주인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빈집을 터는 현장이 발각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호그가 뭔가 대책을 시도하기도 전에 성질 더러운 플린이 다짜고짜 집주인과 그의 가족들에게 총을 난사하여 그들을 영원한 휴식처로 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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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처럼 보이는 그들은 단지 거주지를 옮겨가고 있었을 뿐인데, 하필 재수 없게도 모텔 주인이 친절하게 소개해준 다 쓰러져가는 스테이크집에서 그날 하루를 잡치고 돌아온 호그 일당과 마주친다. 그런데 과연 이 전초전 같은 만남은 누가 누구에게 재수 없는 일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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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초월한 악마 같은 악당이 세속적인 고만고만한 악당을 학살하는 그런 영화다. 죽어가는 사람도 악당이고 죽이는 사람도 악당이라 누가 누구를 동정해야 하는가 하는 그런 감정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 다만, 일말의 연민도, 동정도 보이지 않고 먹잇감을 고문하고 살육하는 이름 모를 주인공에게서 피비린내가 자욱한 악마적인 끌림이 물씬 일어나는 바람에 당혹스럽다.

그런데 앞에서 연인으로 묘사한 이사 중인 베티와 남자 주인공, 그리고 남자 주인공과 그에게 쫓기는 엠마의 사연이 빠져 있는 둥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남자 주인공 너무 무적이지 않냐?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노 원 리브스(No One Lives, 2012)」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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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31.

[영화 리뷰] 호기심 앞에선 장사가 없다! ~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十二人の死にたい子どもたち,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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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앞에선 장사가 없다!

"자기 생명을 부정하려고 여기에 왔어. 자살한다는 건 그런 거야. 태어난 것에 대한 항의지!"

이번에도 예쁘고 귀여운 작은 새 같은 하시모토 칸나(橋本 環奈)가 나오길래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감상을 시작했다.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十二人の死にたい子どもたち)」, 제목부터 범상치가 않은데, 만약 뇌가 편육이 되어 버린 앞뒤 꽉 막힌 사람이 제목을 본다면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 꼴값을 떠냐고 침까지 튀기며 말할 것 같다. 그거야말로 진짜 꼴값이다. 그런 사람에게 하루 평균 36명, 연간 1만3092명이 자살하는 이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올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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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제목만 봐도 ‘자살’을 소재로 한 영화임은 분명히 드러나고,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재생을 시작했다. 그래서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의 귀여운 칸나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이러고 보면 나도 참 싱거운 놈이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외의 전개로 기대치 않은 신통방통한 재미를 선물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가 접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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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병원 지하로 12명의 소년 소녀들이 모인다. 그중에는 영화 안에서도 스타 여배우로서 인기를 누리는 칸나(료코 역)도 포함된다. 모임을 주최한 사토시의 침착한 진행으로 집단 안락사를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12명은 뜻하지 않은 재난과 마주친다. 초대받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도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12명은 그 한 사람이 이미 약을 먹고 죽은 것 같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얼마나 급했으면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갔을까, 혹시 무임승차? 아니면 누군가 사람을 죽여놓고 그 사실을 얼버무리고자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일까? 이미 죽을 각오로 온 12명이지만, 역시 호기심 앞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다. 그들은 계획했던 ‘집단 자살’은 잠시 뒤로 제쳐놓은 채 13번째 인물, 즉 ‘제로’의 신상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로 하는 데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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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으로 추리가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도 볼만하지만, 낯선 12명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토닥이며 해피한 결말로 이끌어가는 과정도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대화를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은 꽤 감동적이다. 이것은 비슷한 상황을 단 한 번이라도 맞이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쓰라린 경험과 값비싼 대가가 눅눅하게 녹아있는 진솔한 감개다.

역시 죽음을 결심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다. 그것은 매뉴얼대로 주워 뱉는 무심한 말도 아니고, 어디서 주워들은 어쭙잖은 지식으로 위로한답시고 상대를 넘겨짚으려는 시건방진 말이 아니라 동병상련의 애틋함이 담긴 진심 어린 대화가 최상의 효과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최소한 한 번 이상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도.

사실 이런 영화는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는 높지만, 한국보다는 현격히 낮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야 제격인데,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선 이런 영화가 도통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아니면 내가 못 찾은 것일까?). 한국은 여전히 높은 자살률을 무턱대고 덮으려고만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마치 자기들은 생에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것처럼 여전히 차갑고 냉소적이긴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엄청나게 복 받은 사람이거나, 한없이 온순한 다운증후군 환자이거나, 아니면 거의 다운증후군 환자에 가까운 지적 편력으로 일관하는 누군가이거나?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12명의 죽고 싶은 아이들(十二人の死にたい子どもたち)」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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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4.

[영화 리뷰] 각성하라 좀비들이여! ~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Land Of The Dead, 2005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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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라 좀비들이여!

각성한 좀비들, 그들의 길을 찾아 나서다!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거겠죠." - 찰리
"착각하는 건 우리 아닐까?" - 라일리

죽음과 무덤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시체들이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 생존자들은 미국 전역에 걸쳐 전초 기지를 만들어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전기 울타리와 강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빌딩, 무자비한 카우프만의 통치 아래 지난날 문명의 영광을 재현한 ‘피들러 그린’에서 여전히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었고, 없는 자들은 그 주변에서 예전과 다름 없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Land Of The Dead, 2005 scene

그러던 어느 날. 카우프만의 보급 부대를 이끌던 라일리는 정찰 나갔다가 보통의 멍청한 다른 좀비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영리한(?) 좀비를 발견한다. 한때 ‘빅 대디’ 주유소의 주인이었을 그 좀비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라일리가 본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인간에겐 좀비는 오로지 ‘먹기’만을 원하는 무뇌충이었다. 하지만, ‘빅 대디’의 영향으로 조금씩 각성해 가는 좀비들은 자신들을 사냥하는 것을 오락처럼 즐기는 인간들의 무지막지함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다.

Land Of The Dead, 2005 scene

라일리는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ㄱ러나 카우프만의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도맡아 처리해 오면서 ‘피들러 그린’ 입주를 위해 간절히 돈을 모아왔던 촐로는 자격 미달로 입주를 거절당하자 ‘피들러 그린’ 빌딩을 폭발시키겠다고 카우프만을 협박한다. 테러범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카우프만은 라일리를 보내 촐로를 상대하게 하는데….

Land Of The Dead, 2005 scene

작금의 좀비 영화를 탄생시킨 '좀비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2세대 좀비의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랜드 오브 데드」의 영향 때문일까?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에서는 예전의 인간적 감정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교감하는 좀 더 진화한 좀비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역대 작품들에서 좀비를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활용하지 않고, 좀비와 등장인물들과의 역학적 관계를 통해 문명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대가답게 「랜드 오브 데드」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류 문명이 산산이 조각날 위기에 부딪혔을 때,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비록 예전만큼 날카롭지도, 명확하지도 않지만, 순수한 탐욕의 결정체인 좀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아마도 그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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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12.

[영화 리뷰] 뛰어야 제맛인데 말이야! ~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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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야 제맛인데 말이야!

"'예정된 종말을 미루고 있다', 토마스도 그 말을 자주 했지" - 아바

내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션영화는 볼 때는 재밌지만, 보고 나면 (그 영화가 엄청나게 재밌었더라도) 잠시 감흥에 젖을 뿐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 다양한 재능과 돈을 투자해 제작한 영화지만, 관객에게 인상적인 인상을 남기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영화 제목 정도는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지만, 몇 달이 지나면 삶의 온갖 잡다한 경험들처럼 망각의 무덤 속에 파묻힌다. 가끔 TV나 인터넷의 대중매체를 통해 재발견되는 바람에 기억의 시냅스가 반딧불처럼 반짝 켜지는 때도 있겠지만, 그래 봤자 하루살이 기억이다. 대부분 영화는 그렇게 인생처럼 허탈하게 관객의 망각 속으로 스러진다. 이것이 비단 액션영화에 한해서일까?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가 수천 편에 이르지만, 액셀 문서로 정리한 ‘영화목록’을 펼쳐보지 않으면, 제목조차 떠올릴 수 없는 영화가 대부분이니 망각의 힘은 인정사정없다.

내가 영화와는 별 상관없는 시답지도 않은 이야기로 서두를 장식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를 감상하면서 지난 이야기가 어떠했는지를 좀처럼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었던 내 기억력의 퇴화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상심한 나머지 화풀이 삼아 몇 마디 주절거려 본 것이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지금까지 본 수천 편의 영화가 남긴 단편화된 기억의 조각들이 콜타르처럼 끈적끈적하게 머릿속에 들러붙어 산처럼 쌓인 덕분에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그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도 감명 깊게 본 소수의 작품들은 제목을 보면 한 컷 정도는 떠올릴 수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감상한 것들은 더 많은 컷을 떠올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지난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리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보이는 영화지만, 나처럼 지난 이야기를 잘 떠올릴 수 없어도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이니, 나 같은 예비 치매 환자가 있더라도 감상 전에 너무 떨 필요는 없다.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scene 01

영화는 인적없는 대지를 내달리는 기차와 맹렬하게 질주하며 기차를 추적하는 자동차로부터 시작한다. 기차에는 악명 높은 위키드 사의 실험실로 보내질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닌 청소년들이 실려 있다. 그리고 민호도 다른 면역자들과 함께 있었다. 민호의 친구인 토마스, 뉴트, 프라이는 저항 운동가들의 도움을 얻어 멋지게 객차 하나를 탈취하는 데 성공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이 탈취한 객차에 민호는 없었다.

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7 scene 02

열차의 종착지는 위키드 기지가 있는 곳이자 한때 찬란했던 인류 문명을 대변하는 듯한 웅장한 빌딩들이 방벽 속에 응집한 ‘최후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것은 삼엄한 경비로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료는 민호 구출 작전을 반대한다. 생존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시기였기에 민호 한 명 때문에 많은 사람을 희생할 수 없었으며, 곧 배를 타고 새로운 희망, 새로운 삶이 기대되는 새로운 땅으로 이주할 계획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토마스가 아니다. 토마스와 뉴트, 프라이는 밤을 틈타 다른 동료 몰래 아지트를 출발해 방벽으로 가로막힌 도시를 향해 떠난다. 그런데 그들은 뜻밖에도 죽은 줄 알았던 갤리를 만난다. 갤리는 방벽 밖에서 반란군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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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인류 역사의 오랜 반목을 우리는 영화 속에서 재확인할 수 있다. ‘최후의 도시’를 둘러싼 방벽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이스라엘을 허리띠처럼 졸라맨 ‘분리 장벽’과 미국과 멕시코를 악의적으로 가로막은 ‘국경 장벽’을 보는 것 같다. 어느 좀비 영화에서 (아, 이놈의 빌어먹을 기억력!!!) 깊고 넓은 해자로 둘러싼 ‘최후의 도시’ 역할을 하는 고층 빌딩을 본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식의 갈등과 대립, 분류는 디스토피아 풍의 영화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편에는 ‘메이즈 러너’라는 제목과 명성에 어울리는 ‘죽으라 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동적이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별 감흥 없는 평범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지막지한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인류에게 면역자는 구원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영화처럼 이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가진 자들이 만약 백신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백신을 공평하게 분배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할까? 아니면 백신을 무기로 남은 인류를 지배하려고 들까? 인류 문명의 마지막 흔적이자 가진 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최후의 도시’는 디스토피아 영화답게 결국 무너지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그리 길지 않았던 인류의 과거를 기억과 마음속에 묻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완벽하게 디스토피아 장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제임스 대시너가 쓴 원작의 결말은 어떨지 모르겠다. 영화가 고만고만하니만큼 원작을 읽어볼 마음도 전혀 생기지 않지만, 원작의 결말도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Maze Runner The Death Cure, 2018)」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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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12.

[영화 리뷰] 그녀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 대최면술사(The Great Hypnotist, 2014)

The Great Hypnotist 2014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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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당신은 걸려든 것이다

"최면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몽환 상태에 들어가면 환자는 치료사가 누구인지 망각한다는 겁니다" - 쉬루이닝

최면 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 쉬루이닝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어느 날 옛 스승인 선리 박사가 찾아온다. 선리 박사는 옛 제자에게 어떤 정신과 의사도 치료하지 못한 렌샤오옌이란 환자의 치료를 부탁한다. 선리 박사가 부탁한 환자는 귀신을 보거나 귀신의 말을 듣는 환각,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1

렌샤오옌을 그날의 마지막 환자로 받은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는 치료실로 들어오라는 의사의 말은 들은 체 만 체하고 복도에 있는 오래된 괘종시계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한 쉬루이닝이 치료실 밖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등 뒤에 서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시계 소리를 들어보라며 속삭인다. 그러고는 뜬금없게도 시계가 느리다면서 시곗바늘을 맞춘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2

첫 만남부터 어딘가 수상쩍은 환자를 맞이한 듯한 기괴한 느낌이 든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가 보통 환자들과는 어딘지 다르다는 느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렌샤오옌 자신이 경험한 귀신 이야기의 맥락은 정신병자치곤 매우 논리적이었으며 쉬루이닝의 독설을 받아넘기는 태도도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숱한 정신과 의사를 겪은 환자라 그런 것일까? 아무튼, 쉬루이닝은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환자가 겪는 트라우마가 정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특기인 최면 요법을 시도한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3

중국 영화는 떡칠 화장 같은 CG를 잔뜩 처바르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우려먹고 우려먹어 깊이와 짜임새 있는 연출이 부족하다는 둥 중국 영화에 대한 고루한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 이 영화 「대최면술사(催眠大师, 2014)」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잔뜩 당겨진 고무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흩트려 놓지 않는 세련된 연출과 치밀하고 옹골진 이야기 구성은 양손 엄지손가락을 모두 치켜세워 '하오'를 연발해도 모자랄 정도로 탄복을 금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최면술사」는 소리, 영상, 대사 하나 놓칠 수 없도록 집중하게 하는 몰입감 역시 '엄지척'이다.

참고로,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저우하오후이의 『사악한 최면술사』를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멋대로 착각하고는 기대감으로 들떴으나, 막상 보고 나니 전혀 관계없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환자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이 어딘지 낯이 익은 것 같다 했더니 주성치 영화에 이따금 등장하여 열연을 펼친 막문위였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대최면술사(催眠大师, 201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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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5.

[영화 리뷰]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 그리고 사랑 ~ 어둠의 파수꾼(Keeper of Darkness, 2015)

Keeper of Darkness 2015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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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 그리고 사랑...

"그들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사람이나, 귀신이나 존중해야 해요.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으니까." - 팟

60여 년 전에 죽은 아리따운 처녀 귀신 ‘청’과 함께 사는 길거리 퇴마사 ‘팟’. 그는 다른 퇴마사들처럼 그럴듯한 연기로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돈을 받고 의뢰인이 지목한 사람에게 저주를 거는 사기꾼 퇴마사가 아니라 진짜 악령을 퇴치하는 진짜 퇴마사다. 그에 눈에는 자살, 혹은 살해되는 억울함을 품고 죽는 바람에 환생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드는 수많은 귀신이 현생의 사람들처럼 선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때론 그런 귀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귀신 세계의 동태를 살피기도 한다.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1

그러던 어느 날, 한 귀신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악마가 깨어나 길 잃은 영혼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는다. 그리고 그 악마에 의해 동료 퇴마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팟’의 예상대로 곧 악마는 ‘팟’ 앞에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악마는 자신을 돕지 않으면 ‘팟’도 다른 퇴마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팟’은 자신을 취재하러 왔다가 동거하는 귀신 ‘청’에게 혼쭐이 난 기자 ‘퐁지링’에게 인터넷을 뒤져 악마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2

‘퐁’ 기자가 수고한 덕분에 ‘악마’의 정체와 사인이 밝혀지면서 그가 원하는 복수의 대상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는 자기 가족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 부패 경찰을 죽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악마’는 ‘팟’과 헤어지기 전에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넌 이미 죽어야 했던 사람 아닌가?’. 그렇다. ‘팟’은 죽어야 했던 사람인데 ‘청’의 애정 어린 간섭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팟’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팟’은 악마의 복수를 대행할 수 있을까?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3

「어둠의 파수꾼」은 현대판 「천녀유혼(倩女幽魂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녹아있는 영화다. 한편으론,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품고 죽은 원혼의 복수심을 전통적인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과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역시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모성애로 풀어가는 독특한 퇴마 이야기는 잔혹만 일만 일삼는 여타 귀신 영화와는 다르게 절로 눈가를 눅눅하게 만드는 감동을 자아낸다. 이 모든 것이 이승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연과 의지할 곳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이승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승을 떠도는 귀신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사랑의 숭고함과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나저나 「어둠의 파수꾼」의 '청' 같은 예쁜 처녀 귀신이라면 내 원기기 모두 소진되고, 영혼이 말라비틀어진다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어둠의 파수꾼(Keeper of Darkness, 2015)」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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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20.

[영화 리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

Killing Ground 2016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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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도 쏠 거요?" - 이안
"아니. 네 여자 친구 따먹는 거 구경이나 해." - 사냥꾼

젊은 연인인 이안과 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오붓하게 단둘이 보내고자 차를 몰아 건질리 폭포로 캠핑을 떠난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그리고 약간의 발걸음을 수고한 덕분에 도착한 그곳은 깨끗하고 푹신한 모래사장 곁을 잔잔한 계곡물이 보듬어주는, 한눈에도 수려한 광경을 연출하는 아늑하고 조용한 캠핑 장소였다. 한껏 달아오른 두 사람은 다른 장소는 찾아볼 필요도, 눈에도 들어오지 없었다. 두 사람은 호숫가 근처 모래사장에서 바로 야영을 시작한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1

두 사람은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꽤 큰 텐트를 발견한다. 선견지명이 있는 누군가 그들보다 먼저 왔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가로 산책하러 나갔는지 그곳 텐트에서는 사람의 인기척은 없었다. 주변들 둘러보던 이안은 수풀 속에서 파란 모자를 발견한다. 아기나 쓸법한 작은 모자에는 ‘Ollie’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 흘리고 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이안은 멧돼지가 잠시 방해한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샘과 함께 달콤하고 뜨거운 밤을 보낸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2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타고 온 자동차의 타이어가 구멍 나 있었다. 이안이 타이어를 수리하는 동안 샘은 짐을 챙겨오기로 한다. 하지만, 샘은 자신들의 짐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오솔길에서 발견한다. 바로 여기저기 얽히고 긁힌 상처투성이인 갓난아기가 혼자 방황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한눈에도 꽤 오랜 시간을 부모 없이 보냈을 것으로 짐작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인 아기를 어떻게든 마을로 데리고 가야 할 책임과 의무를 느낀 두 사람은 우선 이안이 핸드폰 신호가 잡히는 곳까지라도 혼자 걸어갈 계획을 세운다. 그때 낯선 사냥꾼이 차를 몰고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잠시 구세주처럼 비췄던 낯선 남자는 이안을 데리고 아이의 부모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를 숲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샘이 이안을 걱정하는 사이 또 한 명의 낯선 사냥꾼이 등장한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3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를 보면 범죄자를 교화한다는 것이 하등 쓸모없는 짓이라는 편견을 고착화시킬 정도로 영화 속 사냥꾼들이 자행하는 범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얼마나 잔혹한지 그들이 자행한 역겨운 짓거리들을 보고 나면 범죄자에게 일말의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것조차 대단한 낭비이자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킬링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두 범죄자는 손톱만큼의 자비심이나 동정도 없이 무자비하게 살인을 즐기는 냉혈한들이다. 이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 관객은 온몸이 싸늘하게 굳을 것이며, 충분히 예상한 관객이라도 끓어오르는 분노에 삼켜진 나머지 뭔가 잃어버리는 듯한 공허함에 당황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역겹고 잔악무도한 영화이니 노약자나 임산부는 반드시 삼갈 것을 요한다.

이런 점 때문에 몰입감은 좀 부족한 편이고, 한가하게 캠핑 나온 연인이 우연히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는 점에서 이야기도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잠깐의 잔악무도한 영상이 꽤 인상적이기에, 그래서 누군가 굳이 봐야 하겠다면 나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런데 불쌍한 아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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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14.

[영화 리뷰]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지독히도 ~ 마신자 2(The Tag-Along 2, 2017)

The Tag-Along 2 2017 movie poster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지독히도 강조하는

"난 딸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악마가 될 줄은 몰랐어요." - 린메이화

산 나들이 중에 찍은 VCR 동영상에 촬영된 빨간색 입을 옷을 입은 의문의 작은 소녀에 대한 대만의 도시 괴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1편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紅衣小女孩, 2015)」에 이어지는 두 번째 영화 「마신자2(The Tag-Along 2, 2017)」는 낙태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애써 메시지에 집중하면 엉성한 CG 정도는 그럭저럭 (중국이나 대만 영화에서 이런 CG를 접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애교스럽게 넘어가 줄 수도 있으리라 본다.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낙태’는 무엇보다 '슬픈'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영화 「마신자2」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벌목하는 밀입국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야심한 밤이다. 벌목한 나무를 정리하던 한 노동자가 뒤엉킨 잔가지 아래에 파묻힌 뭔가를 발견한다.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 것을, 때때로 지나친 호기심이 명을 단축한다는 말은 아마도 이때에 하는 말이리라. 그들은 쓸데없이 합심하여 기어이 그것을 들춰내고야 만다. 꽤 오랫동안 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더럽혀지긴 했지만, 빨간색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옷을 입은 아이 같았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1

사회복지사 리슈펜은 린메이화의 집을 찾는다. 집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몸에까지 부적을 그려넣은 린메이화는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용칭의 어머니다.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몽골을 송연케 하는 집이다. 리슈펜은 린메이화의 만류에도 집안 구석을 다 뒤진 끝에 용칭을 끝내 찾아내어 복지센터로 데리고 간다. 용칭의 온몸에도 문신처럼 부적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리슈펜에게는 한창 반항적인 시기를 보내는 십 대인 딸 리야팅이 있다. 여자의 직감일까? 리슈펜은 며칠 동안 수상쩍게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던 딸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딸에 손에 든 임신테스트기를 발견한다. 딸은 임신 중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아빠는 태중 대갱산의 복덕사에서 퇴마사 ‘호’ 대사라 불리는 린준카이였다. 리슈펜은 망설이거나 고민할 거리도 안 된다는 듯 바로 딸의 낙태를 결정한다. 하지만, 엄마가 지나치게 자신의 인생에 간섭한다고 생각한 리야팅은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급기야 리야팅은 ‘가벼운 수술입니다. 15분 안에 끝나죠’라는 의사의 음성사서함 멘트 같은 판에 박힌 말을 뿌리치고 집을 나간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2

리슈펜은 구조대원과 리춘카이의 영적 능력을 빌려 수색에 나선다. 수색지는 실종자는 어김없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는 대갱산. 악귀를 쫓는다는 호 대사의 능력에도 리야팅은 발견하지 못하고, 대신 버려진 병원에서 오래전에 실종된 션이준(1편의 여주인공)을 찾는다. 션이준은 자신처럼 실종된 할머니와 남편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넋을 놓아 버린다.

한편, 리춘카이는 할아버지의 능력을 빌어 산의 경계 너머에 사는, 리야팅을 잡아간 영적인 누군가와 협상을 시작한다. 호 대사의 명성에 겁을 먹어서일까? 아무도 선뜻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다음번을 기약하며 제단을 정리하려고 할 때쯤 갑자기 이름 모를 귀신이 할아버지의 육신을 점령한다. 협상은 그렇게 시작된다. 귀신은 자신의 엄마를 찾으면 리야팅을 놓아줄 것이라고 노인의 몸을 빌려 표현한다. 리춘카이가 누가 엄마라고 묻자 귀신은 대답 대신 노인의 팔을 뻗어 한 사람을 가리키게 한다. 그곳엔 이 모든 협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리슈펜이 있었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3

쾌락과 방종의 결과인 낙태가 불러온 비극은 결코 이승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영화 「마신자2」는 말한다. 그것은 낙태로 고통받는 이승의 엄마가 있다면, 낙태로 말미암아 미처 세상에 태어나지고 저승에도 가지 못한 채 원혼처럼 떠도는 영혼이 받는 고통도 있는 것이라는 뜻이리라.

포개진 양손바닥 위도 다 채우질 못할 정도로 매우 작지만, 누가 봐도 사람의 형태로 자라나리라는 것이 명백한 조그만 태아를 낙태하는 장면은 그 어떠한 공포 영화도 주지 못한 도덕적 충격을 가한다. 엄마 자궁 속에서 이제 막 손바닥 위에 올려진 태아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여준다. 마치 자신에게 예고된 불운한 운명을 어슴푸레 감지한 듯, 심장은 발악하듯 마지막 힘을 다해 뛰는 것이다. 젖 먹을 기회조차 없었던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빌어먹을 시간은 흘러가고 그렇게 원치 않는 시기에 부지불식간에 세상으로 강제 이송된 태아는 원치 않게 해부된 개구리의 심장처럼 서서히 멈추어간다. 얄궂게도 태아는 실험실에 흔하게 널브러져 있는 개구리만큼도 못 살고 떠난 것이다!

「마신자2」는 마땅히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마신자2(The Tag-Along 2,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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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7.

[영화 리뷰]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 블리딩 스틸(Bleeding Steel, 2017)

Bleeding Steel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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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이봐요, 친구 가격흥정 고마웠어요. 결국…. 신뢰의 문제예요. 미안해요. 성룡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 리슨

「블리딩 스틸(机器之血, 2017)」 극장판 포스터를 보면 거대한 우주선이 도시 위를 가로지르고, 우주복 같은 것은 입은 성룡이 위기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에 떠 있다. 순간 ‘드디어 성룡이 외계인과 한판 싸우는 건가?’ 하는 기대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기대와 환상은 말도 안 되는 지레짐작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SF 장르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무한한 재생 능력을 갖춘 인공혈액, 그리고 그 인공혈액과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인공심장으로 죽지 않는 무적의 군인을 만든다는, 군국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최강의 군사력을 꿈꾸는 모든 국가의 오랜 염원을 다시 한번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성룡 영화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블리딩 스틸」에서 성룡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지붕 위에서 아찔한 무술 장면을 연기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물론 예전만큼의 화려함은 어느덧 희끗희끗해진 성룡의 흰머리와 밭고랑처럼 패인 주름 속으로 녹아들었지만, 그럼에도 성룡을 기억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그의 건재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놓인다. 나의 시대 최고의 액션 배우인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날은, 성룡이라는 별이 진 것처럼 나의 인생도 어느덧 황혼으로 접어들었음을, 그렇게 나의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1

영화 「블리딩 스틸」은 초반부터 가미카제(神風)를 연상시키는 경찰 특공대원들의 장렬한 전투로 시작한다. 린 형사(성룡)는 백혈병을 앓는 딸 시시가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중요한 목격자인 제임스 박사의 신변을 확보하고자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곳에서 경찰은 특수복으로 무장한 부하를 대동하고 나타난 안드레와 마주친다. 제임스 박사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린 경사도, 그리고 제임스 박사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린 경사의 최후 반격으로 일격을 입은 안드레도 어쩔 수 없이 현장을 떠난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2

13년이 지났다. 린 형사는 여러 직업을 오가며 한 소녀를 멀리서 몰래 보호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낸시. 보육원에서 자란 낸시는 보육원 시절부터 한 남자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는 것을 짐작도 못 했다. 어느 때는 청소부, 또 어느 때는 정원사,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낸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식당 아저씨로, 그 남자는 원자핵의 주변을 도는 전자처럼 낸시 곁을 맴돌았다. 두 개의 기억이 서로 얽히고설킨 혼돈의 꿈을 꾸는 와중에서 낸시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늘 곁에 머물러준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남자가 바로 첫사랑을 고백하는 수줍은 소년처럼 늘 자신의 곁을 서성거리는 저 아저씨라는 것을 낸시는 문득 깨닫게 된다.

시시는 제임스 박사가 개발한 인공혈액 덕분에 구사일생하지만, 인공혈액의 부작용으로 기억을 상실한다. 한때 제임스 박사의 실험체였던 안드레는 부상을 회복하려면 시시의 인공혈액이 필요했다. 린 형사는 시시를 보육원에 보내고 그림자처럼 딸을 몰래 감시한다. 그렇게 무사히 13년은 보낼 수 있었지만, 결국 시시의 존재가 안드레에게 탄로 나게 되면서 또다시 부녀는 위험에 빠진다.

Bleeding Steel 2017 scene 03

영화 「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2013, 2013)」 에서 보여주었던 헌신적인 부성애로 또다시 열연을 펼치는 성룡의 진득한 연기가 보기 좋다. 모든 아버지에게 있어 딸이 죽는 것보다는, 기억을 잃더라도 살아가는 것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그저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떠할까? 「블리딩 스틸」을 본다면, 성룡의 애처로운 표정에서 일어나는 그 형용할 수 없는 감개가 어느새 애잔한 감동으로 화하여 내 심장으로 지그시 침투해옴을 알게 될 것이다.

만성변비 환자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안드레의 부하, 그 일당의 철 지난 영화포스터 같은 유니폼, 중국 영화 특유의 어딘지 허접해 보이는 CG, 엉성한 이야기 등 안쓰러운 면이 꽤 있지만, 그리고 진짜 성룡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지만, 우리가 안 봐주면 누가 봐주리! 성룡이여 영원하여라. 그리고 그 초강력 재생능력을 지닌 혈액을 성룡에게 투입하라! 그리고 남은 것은 나도...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블리딩 스틸(机器之血,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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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17.

[영화 리뷰]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잡아라! ~ 그것(It, 2017)

It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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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잡아라!

“같이 놀자, 에디. 너도 떠다니게 될 거야. 거기선 모두가 떠다녀.” - 광대

호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열여덟 번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그것(It, 2017)」. 이미 오래전에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피의 피에로(Stephen King's It, 1990)」라는 TV 영화가 나왔었고, 2017년도 작품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2017년에 출시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빌의 동생 죠지가 실종된 시점, 즉 주인공 7명의 어린 시절만을 배경으로 삼은 데 반해 1990년에 출시한 영화는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직도 제 버릇 고치지 못하는 광대를, 그들이 과거에 맹약한 대로 확실하게 처리(?)하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고로 「그것(It, 2017)」의 후속작은 주인공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데리로 돌아오는 시점부터 시작할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에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1(Stranger Things, 2016)」에서 마이크 휠러 역으로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던 핀 울프하드(Finn Wolfhard)가 리치 역할을 맡아 아역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It 2017 scene 01

영화 「그것(It, 2017)」가 시작하고 잠시, 노란 비옷을 입은 죠지가 빗물이 강물처럼 넘실대는 빗속으로 달려나간다. 죠지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기쁨이 잔뜩 서려 있었고, 작은 손에는 다정다감한 형 빌이 손수 만들어 준 종이 요트가 곧 있을 대항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죠지의 손에서 떠난 종이 요트는 미친 소처럼 날뛰는 파도 위에 투우사처럼 용감하게 올라탄 채 보란 듯이 내달린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보기 좋게 하수구에 빠지고, 죠지는 하수구 아래에서 불쑥 솟아난 낯선 광대 '페니와이즈'와 마주친다.

It 2017 scene 02

그날 이후로 죠지는 행방불명되고, 시간이 지나 죠지의 부모조차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며 찾기를 포기하고 있을 때, 아직 동생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빌은 데리 시의 하수도 지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며 동생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간혹 팀워크가 삐걱거리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의리와 용기를 보여주는 ‘루저 클럽’이라 부르는 6명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광대가 선물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환영에 압도당한 친구들은 죠지를 찾는 일에 함께해 달라는 빌의 요구가 무섭고 못마땅하다. 잠시 ‘의리’와 ‘보신’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들. 하지만, 늘 그러했듯, 결국엔 친구들은 빌과 함께 죠지, 그리고 행방불명된 다른 친구들을 찾아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어둡고 음침한 폐가로 들어선다.

It 2017 scene 03

광대에게 납치된 아이들은 풍선처럼 떠다닐 수 있다는 광대의 유혹에 쉽게 굴복한다. 아직도 난 공중을 붕붕 떠다니는, 혹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꾼다. 내 전생이 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늘을 나는 것이 인류의 원시적 욕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주 혼동하는 (아마 이런 이유로 비현실적인 광대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현실의 외로움을 상상 속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달래는 것처럼 나 역시 비정하고 갑갑한 현실 세계를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무의식적 욕망의 발로로 그런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못해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It, 2017)」은 최소한 원작이 지닌 명성에 걸맞은 재미 정도는 충분히 보장하는 영화.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확실히 붙잡아 두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음에 간절하게 와 닿았다면, 상당히 볼만했던 1990년 영화를 감상하며 속편을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7명의 아역 배우들도 꽤 괜찮았는데, 과연 누가 그들의 뒤를 이을지도 자못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영혼을 먹고 사는 악마가 있다면, (「그것(It, 2017)」 속 광대처럼) 두려움을 먹고 사는 괴물도 충분히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부러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조장하여 대중을 지배하려는 그릇된 지배욕을 가진 사람은 숱하게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려움’은 어떤 맛일까? 위대한 독재자들은 그 맛을 알는지도...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그것(It,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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