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Recent Comments

레이블이 공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공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8년 7월 1일 일요일

[영화 리뷰] 기억이 낳은 또 다른 고름, 악몽 ~ 썸니아(Before I Wake, 2016)

Before I Wake 2016 poster
review rating

기억이 낳은 또 다른 고름, 악몽

"그때 내가 (방아쇠를) 당겼다면 당신의 남편도 다른 사람들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당신이…. 내가 못한 걸 할 수 있을지 몰라요" - 웰란

아이가 꾸는 꿈이 그대로 현실로 재현된다는, 그리 기발하지는 않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공포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인과 관계를 마치 추리소설처럼 비교적 명확하게 풀어냄으로써 나름 독창적인 감흥을 자아내고 있는 영화 「썸니아(Before I Wake, 2016)」. 새로 입양한 아이 코디의 새엄마 제시는 코디의 악몽 속에 갇혀 있는 트라우마를 쫓는 탐정이 되는데, 그럼으로써 그녀는 코디 친모의 죽음이 아이에게 남긴 씻어낼 수 없는 기억이 단편화와 인상화라는 망각적 변용을 거쳐 끝내 악몽으로 이어졌음을 밝혀낸다. 그렇게 아이의 악몽은 끝난 것처럼 보이고, 두 사람의 운명은 화창한 봄날을 맞이한다.

약간은 무서우면서도, 그것보다 조금 더 약간은 슬프면서도 결말은 해피한 공포영화다. 다르게 말하면, 확실히 무섭지도 않고, 확실히 감동적이지도 않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코디의 악몽을 두루뭉술하게 에두른 것이 아니라 명징하게 추적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악몽은 다름 아닌 우리 현실에서, 그것도 나의 삶, 나의 고통, 나의 슬픔, 나의 상처, 나의 기억에서 오는 것이다!’라고 영화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우리는 꿈속에 등장하는 뜻밖의 물건, 상황, 인물과 맞닥트리면서 괜히 놀라곤 하는데, 사실 이들을 역추적해보면 대부분이 (영화 속 코디처럼) 삶에서 받은 여러 인상의 과도한 변용과 예측할 수 없는 단편화가 가져온 결과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변용이 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단순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결국 꿈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꿈을 꾸는 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상할 수 있는 한계점 내로 한정되어 진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사람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컴퓨터’와 연계된 꿈은 꿀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뭐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영화 「썸니아」 는 아버지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잠자는 코디를 권총으로 죽이려는 아찔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Before I Wake 2016 scene

하지만, 뭔 바람이 불었는지 닫혀 있던 문이 갑자기 ‘꽝’ 열리면서 남자가 놀라는 바람에 코디는 무사히 그날 밤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도리상으로나 아이를 총으로 쏴죽이려 했던 남자에게 코디를 계속 맡길 수는 없는 법. 코디는 입양을 희망하는 젊은 홉슨 부부의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홉슨 부부는 불행한 사고로 아들 션을 잃어버린 가슴 아픈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채 코디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세 살에 엄마를 여의고 어떤 연유로 여러 가정을 전전한 코디는 아이답지 않게 홉슨 부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다.

Before I Wake 2016 scene

코디가 가져온 짐이라곤 달랑 네모난 상자 하나. 코디가 방에 없을 때 침대 밑에 숨겨놓은 상자를 우연히 발견한 제시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나 뚜껑을 열어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나비에 대한 책과 함께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아직 고삼도 아닌데!) 각성제. 그날 코디에게 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제시는 뜻밖의 대답을 듣는다. 잠을 자는 게 싫어서 각성제를 먹는다는 코디는 자신이 잠들면 ‘캔커맨’이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고 고백한다. 코디는 사뭇 진지하지만, 그냥 캄캄하고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지어낸 이야기로 치부한 제시는 조금만 이해하면 무서운 게 사라진다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코디의 걱정을 잠재우려고 한다.

Before I Wake 2016 scene

코디를 잠재우고 거실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된다. 두 사람이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어디선가 갑지가 날아든 가지각색의 나비가 어느새 거실을 가득 채운 것이다. 하지만, 나비는 갑자기 날아든 것처럼 부부 앞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남편과 함께 신비한 현상을 겪자 제시는 용기를 내어 어젯밤에 션을 본 일도 남편에게 털어놓는다. 제시에게 그 일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했던 경험이었다. 다음 날 부부는 더욱 놀라운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나비와 함께 이번에는 죽은 아들 션이 나타난 것이다. 이 일로 두 사람은 코디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어렴풋이 추측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션의 사고 장면, 즉 아이의 발이 약간 위로 들려 있는 상태에서 발버둥치는 것으로 보아 제시가 아이의 발을 잡고 들어 올려 익사시킨 것은 아닐지, 그래서 그녀만 그 충격으로 집단 정신치료를 받는 것이 아닌지 상상해 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코디의 꿈은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나비로 시작한다. 그러던 것이 부부가 애타게 보고 싶어하던 션으로 옮겨가는데, 이것은 코디가 (또다시 버림받지 않고자) 부부에게 잘 보이려는 무의식이 꿈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션으로 연기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날이 갈수록 그것이 부담되니까 ‘캔커맨’을 등장시켜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것은 아닐까? 이러면 잘 보여야 할 사람도 사라지니까 말이다. 결국, 코디는 새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새 부모는 그런 코디의 애처로움은 외면한 채 코디가 가진 희귀한 재능만을 탐낸 비극적 결과가 사람들의 실종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유추해 보면서 「썸니아」 리뷰를 마친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썸니아(Before I Wake,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6월 8일 금요일

[영화 리뷰] 그가 강간을 하는 이유, 우리가 강간을 보는 이유 ~ 약살(Red To Kill, 1994)

Red To Kill 1994 movie poster
review rating

그가 강간을 하는 이유, 우리가 강간을 보는 이유

"내가 죽도록 네년을 강간하겠다" - 강간범

"해봐! 와서 날 강간해봐!" - 카록

영화의 첫 인사는 꽤 상냥하다. 상냥하다 못해 오금을 저리게 한다. 음침하고 추루한 아파트에서 자식의 장애를 비관한 모자의 투신자살이 애피타이저로, 그리고 오늘의 주요리로는 젊은 여자의 채 식지 않은 싱싱한 시체를 정체 모를 남자가 포효하며 강간하는 섬뜩한 장면이 뒤를 따른다. 디저트로 알맞게 솟아오른 여자의 검은 유두뿐만 아니라 보기 좋게 숲을 이룬 검은 음모도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이쯤 되면 이 영화 「약살(Red To Kill, 1994)」의 장르나 등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친절한 imdb는 간단명료하게 ‘호러’라고 구분 짓지만, 영화 「약살」은 그런 ‘장르’ 놀이를 아주 우습게 짓밟는다. 근육질 남자가 잔인하게 여자를 강간하며 짐승처럼 울부짖는, 분명히 누군가는 금지된 욕망을 자극받아 짜릿한 전율을 발작적으로 일으키게 할 그것을 그저 단순히 ‘공포’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강간 장면과 이와 쌍벽을 이루는 과도한 노출 장면은 매우 불쾌하면서도 남자의 비틀린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대리 만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약살(Red To Kill, 1994)」에 등장하는 야만적인 남자 주인공은 어쩌면 모든 남자의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위선적 가면 아래 숨겨진 판도라 상자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강간범 같은 근육질의 우람한 남자가 되는 것도 모든 남자의 꿈이 아닌가?

Red To Kill 1994 scene 01

영화 「약살(Red To Kill, 1994)」은 앞선 언급한 대로 끔찍한 두 사건을 시작으로 강간의 포문을 연다. 모자(母子)의 투신자살 현장에는 그들을 담당했던 사회복지사 카록이 있었다. 그녀는 모자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한편으로는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푸대접하고 괄시하는 세상 사람들의 흉흉한 인심에 넌더리를 낸 나머지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사직을 결심한다. 하지만, 사직이 처리되기까지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하는 수 없이 카록은 사회복지사로서 마지막 일이 될 교통사고로 죽은 한 남자의 정신지체 딸 밍밍을 떠맡는다.

Red To Kill 1994 scene 02

카록은 밍밍을 찬 선생이 운영하는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보호소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밍밍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바보 멍청이 취급받는 장애인들이 찬 선생의 보호와 감독 아래 작은 사업을 꾸려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 밍밍은 서서히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아 가고, 카록은 댄서가 되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밍밍으로부터 잊어버린 사명감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기필코 내쫓으려고 소란을 일으키는 아파트 주민들과의 계속되는 마찰과 강간살인범이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이제 막 안정을 찾은 밍밍과 카록을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Red To Kill 1994 scene 03

이런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무지막지한 영화지만, 뜻밖에 (비록 그것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파트만큼이나 싸구려 같을지라도) 소소한 감동과 여자들만의 진한 의리도 엿보이는 영화다. 아쉬운 점은 덩치에는 걸맞지 않게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볼일(?)을 보는, 정력 면에서는 보기보단 뭔가 후달려 보이는 야수에게 걸리는 여자는 죄다 젖가슴을 내보이기 마련인데, 카록만은 끝까지 정절을 지킨다는 것이다. 심지어 순진한 처녀 밍밍마저 예외 없이 까발려지는 데 말이다. 아마도 카록의 출연료가 가장 비쌌던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카록이 야수에게 겁탈당하기 직전, 카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알몸을 야수에게 바치려는 (비록 그 갸륵한 의도는 성공을 이루지 못했지만) 밍밍의 숭고한 우정은 정말이지 고금에 보기 드문 진정한 의리였다. 착실한 모습을 보일 땐 배우 ‘유준상’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던 남자가 트라우마와 연결된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 마주치면 헐크처럼 옷을 찢어발기며 야수처럼 포효하는 짐승으로 돌변하는 남자 배우의 처량한 연기도 볼만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약살(Red To Kill), 1994)」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5월 24일 목요일

[영화 리뷰] 각성하라 좀비들이여! ~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Land Of The Dead, 2005 movie poster
review rating

각성하라 좀비들이여!

각성한 좀비들, 그들의 길을 찾아 나서다!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거겠죠." - 찰리
"착각하는 건 우리 아닐까?" - 라일리

죽음과 무덤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시체들이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 생존자들은 미국 전역에 걸쳐 전초 기지를 만들어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전기 울타리와 강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빌딩, 무자비한 카우프만의 통치 아래 지난날 문명의 영광을 재현한 ‘피들러 그린’에서 여전히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었고, 없는 자들은 그 주변에서 예전과 다름 없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Land Of The Dead, 2005 scene

그러던 어느 날. 카우프만의 보급 부대를 이끌던 라일리는 정찰 나갔다가 보통의 멍청한 다른 좀비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영리한(?) 좀비를 발견한다. 한때 ‘빅 대디’ 주유소의 주인이었을 그 좀비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라일리가 본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인간에겐 좀비는 오로지 ‘먹기’만을 원하는 무뇌충이었다. 하지만, ‘빅 대디’의 영향으로 조금씩 각성해 가는 좀비들은 자신들을 사냥하는 것을 오락처럼 즐기는 인간들의 무지막지함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다.

Land Of The Dead, 2005 scene

라일리는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ㄱ러나 카우프만의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도맡아 처리해 오면서 ‘피들러 그린’ 입주를 위해 간절히 돈을 모아왔던 촐로는 자격 미달로 입주를 거절당하자 ‘피들러 그린’ 빌딩을 폭발시키겠다고 카우프만을 협박한다. 테러범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카우프만은 라일리를 보내 촐로를 상대하게 하는데….

Land Of The Dead, 2005 scene

작금의 좀비 영화를 탄생시킨 '좀비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2세대 좀비의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랜드 오브 데드」의 영향 때문일까?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에서는 예전의 인간적 감정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교감하는 좀 더 진화한 좀비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역대 작품들에서 좀비를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활용하지 않고, 좀비와 등장인물들과의 역학적 관계를 통해 문명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대가답게 「랜드 오브 데드」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류 문명이 산산이 조각날 위기에 부딪혔을 때,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비록 예전만큼 날카롭지도, 명확하지도 않지만, 순수한 탐욕의 결정체인 좀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아마도 그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5월 3일 목요일

[영화 리뷰] 암흑의 영화여, 내 시간을 먹어치워라! ~ 맨하탄 베이비(Manhattan Baby, 1982)

암흑의 영화여, 내 시간을 먹어치워라!

“내 불멸의 영혼은 가질 수 없다, 해브뉴메너! 암흑의 새여, 나를 먹어치워라!” - 마르카토

고고학자인 아버지 조지와 기자인 어머니 에밀리를 따라 이집트를 여행하던 수지는 바람처럼 갑자기 나타난 맹인 여성으로부터 눈동자처럼 빛나는 파란 보석이 박힌 신비한 부적을 전달받는다. 한편, 조지는 미개척 무덤인 고대 해브뉴메너 무덤에 용감하게 들어갔다가 같이 들어간 동료를 잃고 자신은 신비한 광선에 눈이 쏘여 시력을 잃는다.

Manhattan Baby 1982 scene 01

뉴욕시로 돌아온 그들은 잠시 시력을 잃은 조지는 곧 회복될 것이라는 의사 진단에 안심하지만, 수지와 수지의 동생 토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집안에는 어둠과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남매는 수시로 비명을 질러대는가 하면, 남매의 침실 방문이 제 맘대로 잠겨 부모와 남매를 돌보는 보모 제이미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만, 집안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Manhattan Baby 1982 scene 02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지고 만다. 수지와 토미를 돌보던 제이미가 갑자기 사라지고, 무슨 일인 생긴 것이지 살피러 왔던 에밀리의 동료 루크마저 아이들의 침실에 들어서는 순간 감쪽같이 사라진다.

Manhattan Baby 1982 scene 03

「맨하탄 베이비(Manhattan Baby, 1982)」는 꽤 많은 공포영화를 제작한 루시오 풀치(Lucio Fulci) 감독의 영화다. 무언가에 놀라거나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두 눈동자만 보이는 클로즈업 장면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려는 날카로운 피아노 소리가 나름 인상적이지만, 그렇게 긴장감을 유발하려고 애쓰는 역력한 노력을 무참히 무너트리는 엉성한 이야기 때문에 뭐가 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영화. 마지막으로 「맨하탄 베이비」의 한글 자막을 애써 만들어 준 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존경의 예를 표하고 싶다. 나로서는 그분이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영화 마니아였으리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맨하탄 베이비(Manhattan Baby, 1982)」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4월 5일 목요일

[영화 리뷰]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 그리고 사랑 ~ 어둠의 파수꾼(Keeper of Darkness, 2015)

Keeper of Darkness 2015 poster
review rating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 그리고 사랑...

"그들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사람이나, 귀신이나 존중해야 해요.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으니까." - 팟

60여 년 전에 죽은 아리따운 처녀 귀신 ‘청’과 함께 사는 길거리 퇴마사 ‘팟’. 그는 다른 퇴마사들처럼 그럴듯한 연기로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돈을 받고 의뢰인이 지목한 사람에게 저주를 거는 사기꾼 퇴마사가 아니라 진짜 악령을 퇴치하는 진짜 퇴마사다. 그에 눈에는 자살, 혹은 살해되는 억울함을 품고 죽는 바람에 환생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드는 수많은 귀신이 현생의 사람들처럼 선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때론 그런 귀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귀신 세계의 동태를 살피기도 한다.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1

그러던 어느 날, 한 귀신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악마가 깨어나 길 잃은 영혼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는다. 그리고 그 악마에 의해 동료 퇴마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팟’의 예상대로 곧 악마는 ‘팟’ 앞에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악마는 자신을 돕지 않으면 ‘팟’도 다른 퇴마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팟’은 자신을 취재하러 왔다가 동거하는 귀신 ‘청’에게 혼쭐이 난 기자 ‘퐁지링’에게 인터넷을 뒤져 악마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2

‘퐁’ 기자가 수고한 덕분에 ‘악마’의 정체와 사인이 밝혀지면서 그가 원하는 복수의 대상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는 자기 가족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 부패 경찰을 죽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악마’는 ‘팟’과 헤어지기 전에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넌 이미 죽어야 했던 사람 아닌가?’. 그렇다. ‘팟’은 죽어야 했던 사람인데 ‘청’의 애정 어린 간섭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팟’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팟’은 악마의 복수를 대행할 수 있을까?

Keeper of Darkness 2015 scene 03

「어둠의 파수꾼」은 현대판 「천녀유혼(倩女幽魂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녹아있는 영화다. 한편으론,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품고 죽은 원혼의 복수심을 전통적인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과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역시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모성애로 풀어가는 독특한 퇴마 이야기는 잔혹만 일만 일삼는 여타 귀신 영화와는 다르게 절로 눈가를 눅눅하게 만드는 감동을 자아낸다. 이 모든 것이 이승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연과 의지할 곳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이승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승을 떠도는 귀신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사랑의 숭고함과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나저나 「어둠의 파수꾼」의 '청' 같은 예쁜 처녀 귀신이라면 내 원기기 모두 소진되고, 영혼이 말라비틀어진다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어둠의 파수꾼(Keeper of Darkness, 2015)」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영화 리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

Killing Ground 2016 movie poster
review rating

그런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도 쏠 거요?" - 이안
"아니. 네 여자 친구 따먹는 거 구경이나 해." - 사냥꾼

젊은 연인인 이안과 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오붓하게 단둘이 보내고자 차를 몰아 건질리 폭포로 캠핑을 떠난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그리고 약간의 발걸음을 수고한 덕분에 도착한 그곳은 깨끗하고 푹신한 모래사장 곁을 잔잔한 계곡물이 보듬어주는, 한눈에도 수려한 광경을 연출하는 아늑하고 조용한 캠핑 장소였다. 한껏 달아오른 두 사람은 다른 장소는 찾아볼 필요도, 눈에도 들어오지 없었다. 두 사람은 호숫가 근처 모래사장에서 바로 야영을 시작한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1

두 사람은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꽤 큰 텐트를 발견한다. 선견지명이 있는 누군가 그들보다 먼저 왔던 것으로 보이지만, 어딘가로 산책하러 나갔는지 그곳 텐트에서는 사람의 인기척은 없었다. 주변들 둘러보던 이안은 수풀 속에서 파란 모자를 발견한다. 아기나 쓸법한 작은 모자에는 ‘Ollie’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 흘리고 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이안은 멧돼지가 잠시 방해한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샘과 함께 달콤하고 뜨거운 밤을 보낸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2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타고 온 자동차의 타이어가 구멍 나 있었다. 이안이 타이어를 수리하는 동안 샘은 짐을 챙겨오기로 한다. 하지만, 샘은 자신들의 짐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오솔길에서 발견한다. 바로 여기저기 얽히고 긁힌 상처투성이인 갓난아기가 혼자 방황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한눈에도 꽤 오랜 시간을 부모 없이 보냈을 것으로 짐작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인 아기를 어떻게든 마을로 데리고 가야 할 책임과 의무를 느낀 두 사람은 우선 이안이 핸드폰 신호가 잡히는 곳까지라도 혼자 걸어갈 계획을 세운다. 그때 낯선 사냥꾼이 차를 몰고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잠시 구세주처럼 비췄던 낯선 남자는 이안을 데리고 아이의 부모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를 숲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샘이 이안을 걱정하는 사이 또 한 명의 낯선 사냥꾼이 등장한다.

Killing Ground 2016 scene 03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를 보면 범죄자를 교화한다는 것이 하등 쓸모없는 짓이라는 편견을 고착화시킬 정도로 영화 속 사냥꾼들이 자행하는 범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얼마나 잔혹한지 그들이 자행한 역겨운 짓거리들을 보고 나면 범죄자에게 일말의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것조차 대단한 낭비이자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킬링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두 범죄자는 손톱만큼의 자비심이나 동정도 없이 무자비하게 살인을 즐기는 냉혈한들이다. 이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 관객은 온몸이 싸늘하게 굳을 것이며, 충분히 예상한 관객이라도 끓어오르는 분노에 삼켜진 나머지 뭔가 잃어버리는 듯한 공허함에 당황하는 나 자신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역겹고 잔악무도한 영화이니 노약자나 임산부는 반드시 삼갈 것을 요한다.

이런 점 때문에 몰입감은 좀 부족한 편이고, 한가하게 캠핑 나온 연인이 우연히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는 점에서 이야기도 그렇게 특이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잠깐의 잔악무도한 영상이 꽤 인상적이기에, 그래서 누군가 굳이 봐야 하겠다면 나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런데 불쌍한 아기 올리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킬링 그라운드(Killing Ground,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3월 14일 수요일

[영화 리뷰]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지독히도 ~ 마신자 2(The Tag-Along 2, 2017)

The Tag-Along 2 2017 movie poster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지독히도 강조하는

"난 딸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악마가 될 줄은 몰랐어요." - 린메이화

산 나들이 중에 찍은 VCR 동영상에 촬영된 빨간색 입을 옷을 입은 의문의 작은 소녀에 대한 대만의 도시 괴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1편 「마신자 - 빨간 옷 소녀의 저주(紅衣小女孩, 2015)」에 이어지는 두 번째 영화 「마신자2(The Tag-Along 2, 2017)」는 낙태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애써 메시지에 집중하면 엉성한 CG 정도는 그럭저럭 (중국이나 대만 영화에서 이런 CG를 접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애교스럽게 넘어가 줄 수도 있으리라 본다.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낙태’는 무엇보다 '슬픈'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영화 「마신자2」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벌목하는 밀입국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야심한 밤이다. 벌목한 나무를 정리하던 한 노동자가 뒤엉킨 잔가지 아래에 파묻힌 뭔가를 발견한다.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 것을, 때때로 지나친 호기심이 명을 단축한다는 말은 아마도 이때에 하는 말이리라. 그들은 쓸데없이 합심하여 기어이 그것을 들춰내고야 만다. 꽤 오랫동안 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더럽혀지긴 했지만, 빨간색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옷을 입은 아이 같았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1

사회복지사 리슈펜은 린메이화의 집을 찾는다. 집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몸에까지 부적을 그려넣은 린메이화는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용칭의 어머니다.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몽골을 송연케 하는 집이다. 리슈펜은 린메이화의 만류에도 집안 구석을 다 뒤진 끝에 용칭을 끝내 찾아내어 복지센터로 데리고 간다. 용칭의 온몸에도 문신처럼 부적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리슈펜에게는 한창 반항적인 시기를 보내는 십 대인 딸 리야팅이 있다. 여자의 직감일까? 리슈펜은 며칠 동안 수상쩍게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던 딸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딸에 손에 든 임신테스트기를 발견한다. 딸은 임신 중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아빠는 태중 대갱산의 복덕사에서 퇴마사 ‘호’ 대사라 불리는 린준카이였다. 리슈펜은 망설이거나 고민할 거리도 안 된다는 듯 바로 딸의 낙태를 결정한다. 하지만, 엄마가 지나치게 자신의 인생에 간섭한다고 생각한 리야팅은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급기야 리야팅은 ‘가벼운 수술입니다. 15분 안에 끝나죠’라는 의사의 음성사서함 멘트 같은 판에 박힌 말을 뿌리치고 집을 나간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2

리슈펜은 구조대원과 리춘카이의 영적 능력을 빌려 수색에 나선다. 수색지는 실종자는 어김없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는 대갱산. 악귀를 쫓는다는 호 대사의 능력에도 리야팅은 발견하지 못하고, 대신 버려진 병원에서 오래전에 실종된 션이준(1편의 여주인공)을 찾는다. 션이준은 자신처럼 실종된 할머니와 남편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넋을 놓아 버린다.

한편, 리춘카이는 할아버지의 능력을 빌어 산의 경계 너머에 사는, 리야팅을 잡아간 영적인 누군가와 협상을 시작한다. 호 대사의 명성에 겁을 먹어서일까? 아무도 선뜻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다음번을 기약하며 제단을 정리하려고 할 때쯤 갑자기 이름 모를 귀신이 할아버지의 육신을 점령한다. 협상은 그렇게 시작된다. 귀신은 자신의 엄마를 찾으면 리야팅을 놓아줄 것이라고 노인의 몸을 빌려 표현한다. 리춘카이가 누가 엄마라고 묻자 귀신은 대답 대신 노인의 팔을 뻗어 한 사람을 가리키게 한다. 그곳엔 이 모든 협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리슈펜이 있었다.

The Tag-Along 2 2017 scene 03

쾌락과 방종의 결과인 낙태가 불러온 비극은 결코 이승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영화 「마신자2」는 말한다. 그것은 낙태로 고통받는 이승의 엄마가 있다면, 낙태로 말미암아 미처 세상에 태어나지고 저승에도 가지 못한 채 원혼처럼 떠도는 영혼이 받는 고통도 있는 것이라는 뜻이리라.

포개진 양손바닥 위도 다 채우질 못할 정도로 매우 작지만, 누가 봐도 사람의 형태로 자라나리라는 것이 명백한 조그만 태아를 낙태하는 장면은 그 어떠한 공포 영화도 주지 못한 도덕적 충격을 가한다. 엄마 자궁 속에서 이제 막 손바닥 위에 올려진 태아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여준다. 마치 자신에게 예고된 불운한 운명을 어슴푸레 감지한 듯, 심장은 발악하듯 마지막 힘을 다해 뛰는 것이다. 젖 먹을 기회조차 없었던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빌어먹을 시간은 흘러가고 그렇게 원치 않는 시기에 부지불식간에 세상으로 강제 이송된 태아는 원치 않게 해부된 개구리의 심장처럼 서서히 멈추어간다. 얄궂게도 태아는 실험실에 흔하게 널브러져 있는 개구리만큼도 못 살고 떠난 것이다!

「마신자2」는 마땅히 저주받을 낙태, 그 염병할 교훈을 가슴 뭉클한 장면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마신자2(The Tag-Along 2,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2월 17일 토요일

[영화 리뷰]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잡아라! ~ 그것(It, 2017)

It 2017 movie poster
review rating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잡아라!

“같이 놀자, 에디. 너도 떠다니게 될 거야. 거기선 모두가 떠다녀.” - 광대

호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열여덟 번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그것(It, 2017)」. 이미 오래전에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피의 피에로(Stephen King's It, 1990)」라는 TV 영화가 나왔었고, 2017년도 작품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2017년에 출시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빌의 동생 죠지가 실종된 시점, 즉 주인공 7명의 어린 시절만을 배경으로 삼은 데 반해 1990년에 출시한 영화는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직도 제 버릇 고치지 못하는 광대를, 그들이 과거에 맹약한 대로 확실하게 처리(?)하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고로 「그것(It, 2017)」의 후속작은 주인공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데리로 돌아오는 시점부터 시작할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에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1(Stranger Things, 2016)」에서 마이크 휠러 역으로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던 핀 울프하드(Finn Wolfhard)가 리치 역할을 맡아 아역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It 2017 scene 01

영화 「그것(It, 2017)」가 시작하고 잠시, 노란 비옷을 입은 죠지가 빗물이 강물처럼 넘실대는 빗속으로 달려나간다. 죠지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기쁨이 잔뜩 서려 있었고, 작은 손에는 다정다감한 형 빌이 손수 만들어 준 종이 요트가 곧 있을 대항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죠지의 손에서 떠난 종이 요트는 미친 소처럼 날뛰는 파도 위에 투우사처럼 용감하게 올라탄 채 보란 듯이 내달린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보기 좋게 하수구에 빠지고, 죠지는 하수구 아래에서 불쑥 솟아난 낯선 광대 '페니와이즈'와 마주친다.

It 2017 scene 02

그날 이후로 죠지는 행방불명되고, 시간이 지나 죠지의 부모조차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며 찾기를 포기하고 있을 때, 아직 동생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빌은 데리 시의 하수도 지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며 동생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간혹 팀워크가 삐걱거리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의리와 용기를 보여주는 ‘루저 클럽’이라 부르는 6명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광대가 선물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환영에 압도당한 친구들은 죠지를 찾는 일에 함께해 달라는 빌의 요구가 무섭고 못마땅하다. 잠시 ‘의리’와 ‘보신’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들. 하지만, 늘 그러했듯, 결국엔 친구들은 빌과 함께 죠지, 그리고 행방불명된 다른 친구들을 찾아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어둡고 음침한 폐가로 들어선다.

It 2017 scene 03

광대에게 납치된 아이들은 풍선처럼 떠다닐 수 있다는 광대의 유혹에 쉽게 굴복한다. 아직도 난 공중을 붕붕 떠다니는, 혹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꾼다. 내 전생이 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늘을 나는 것이 인류의 원시적 욕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주 혼동하는 (아마 이런 이유로 비현실적인 광대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현실의 외로움을 상상 속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달래는 것처럼 나 역시 비정하고 갑갑한 현실 세계를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무의식적 욕망의 발로로 그런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못해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It, 2017)」은 최소한 원작이 지닌 명성에 걸맞은 재미 정도는 충분히 보장하는 영화.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확실히 붙잡아 두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음에 간절하게 와 닿았다면, 상당히 볼만했던 1990년 영화를 감상하며 속편을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7명의 아역 배우들도 꽤 괜찮았는데, 과연 누가 그들의 뒤를 이을지도 자못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영혼을 먹고 사는 악마가 있다면, (「그것(It, 2017)」 속 광대처럼) 두려움을 먹고 사는 괴물도 충분히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부러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조장하여 대중을 지배하려는 그릇된 지배욕을 가진 사람은 숱하게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려움’은 어떤 맛일까? 위대한 독재자들은 그 맛을 알는지도...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그것(It,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8년 1월 22일 월요일

[영화 리뷰] 그래도 나는 소원을 빌련다 ~ 위시 어폰(Wish Upon, 2017)

Wish Upon, 2017 movie poster
review rating

그래도 나는 소원을 빌련다

"음악이 끝나면 피의 대가가 따른다."

어느 날 강아지 맥스와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 오니 천장에 목을 매달은 채 죽어 있는 엄마. 12년이 지나고 나서도 클레어는 엄마를 그리워할 때마다 그때 왜 엄마가 갑작스럽게 자살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Wish Upon 2017 scene 01

그러던 어느 날, 동네방네 쓰레기통을 뒤지며 고물을 줍는 클레어의 아빠 조나단은 그날도 이곳저곳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어딘지 모르게 골동품처럼 고아한 풍취가 느껴지는 나무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팔각형 상자를 발견한다. 조나단은 겉보기에도 멀쩡하고 그냥 내다 팔기에는 아까워서 뮤직박스처럼 보이는 상자를 딸에게 선물한다. 상자 여기저기에는 오래된 한자로 뭔가 씌어 있었고, 마침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던 클레어는 그중 ‘소원’, ‘일곱’이라는 단어를 해독해낸다. 잠시 후 클레어는 무심결에 학교에서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던 달시 채프먼이 썩어버리면 좋겠다고, 큰 기대 없이 그저 하소연하듯 상자 앞에서 소원을 빈다.

Wish Upon 2017 scene 02

놀랍게도 클레어의 소원은 실현되었고, 이 일로 클레어는 상자에게 소원을 빌면 그것이 실현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클레어의 첫 번째 소원이 실현된 날 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함께 살아온 강아지 맥스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이에 아랑곳 없이 클레어는 곧바로 인기 있는 남학생 폴이 자신을 좋아하게 해달라는 두 번째 소원을 빌고, 대저택에서 외롭게 혼자 살던 부유한 삼촌이 갑자기 사망하자 삼촌의 모든 재산을 자신이 상속받게 해달라는 세 번째 소원을 빈다. 멋진 남자친구에 엄청난 재산을 하루아침에 얻은 클레어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클레어는 소원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원을 빌 때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Wish Upon 2017 scene 03

소원의 대가가 무엇인지, 혹은 소원을 빌 때마다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조차 몰랐을 때 소원을 비는 것과 소원을 빌 때마다 누군가 희생되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소원을 비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무지’라는 변명의 여지라도 있지만, 후자는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위시 어폰(Wish Upon, 2017)」의 여주인공 클레어는 소원을 빈다. 그리고 관객은 그런 여주인공의 지나친 탐욕과 이기심에 눈살을 찌푸리고 일부는 짜증을 폭발시킨다.

그렇다면 당신이 클레어이고 소원에 따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몰랐을 때라면 과연 어떤 소원을 빌겠는가? 클레어의 친구가 말한 대로 세상의 부조리를 타파하려는 고상한 소원을 비는데, 귀중한 소원 한 개를 소비하겠는가?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서 소원에 따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소원상자를 망설임 없이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만약 소원 성취에 따른 대가가 영화 「위시 어폰」처럼 주변 인물이 아니라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나라의 사람이라고 해도? 여기서 고민이나 갈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상자를 포기한다면, 그는 군자라고 불리 울만 하고, 잠시 번민에 휩싸이다가 마지못해 상자를 포기한다면 그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며, 어찌 되든 끝까지 상자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그는 이미 괴물이다. 자, 당신은 군자인가? 괴물인가? 아니면 평범한 사람인가?

아무튼, 한 번 악마의 꾀에 넘어간 인간은 제아무리 잔머리를 굴리고 잔재주를 부린다 해도 결코 악마의 달콤한 속박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영화 「위시 어폰」은 보여주지만, 그 고지식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평범하지 못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진다. 한마디로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격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위시 어폰(Wish Upon,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7년 12월 17일 일요일

[영화 리뷰] 리듬감 있는 음악과 이국적인 영상이 볼만한 ~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I Walked With A Zombie, 1943)

I Walked With A Zombie 1943 movie poster
review rating

리듬감 있는 음악과 이국적인 영상이 볼만한

"하지만 저는 좀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정확히 좀비가 뭐죠?" - 베시
"유령이면서 살아있는 시체죠" - 맥스웰 의사

캐나다에서 자란 간호사 베시 코넬은 카리브 섬에 있는 성세바스찬으로 배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난다. 사탕수수 농장 소유주인 폴 홀랜드의 아내 제시카를 돌보는 새 직업을 얻은 배시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카리브 섬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제시카는 크게 열병을 앓은 난 후로 이상한 병을 앓고 있었는데, 육체는 살아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숨을 쉬고 때론 걷을 수도 있었지만, 정신은 죽은 사람처럼 말도 생각도 못하는 희한한 병을 앓고 있었다.

I Walked With A Zombie 1943 scene 01

폴홀랜드는 같은 엄마에게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다른 이복동생인 미혼의 웨슬리 랜드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작은 백인 공동체와 아프리카 노예 자손이 사는 성세바스찬에서는 남편에 의해 탑에 갇힌 제시카가 시동생 웨슬리를 사랑했다는 소문을 담은 노랫말이 나돌고 있었다. 한편, 조용한 밤에 홀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과묵하고 변덕스러운 폴에게 연민을 느낀 나머지 사랑을 품게 된 베시는 제시카를 치료함으로써 그를 행복하게 만들기로 한다.

I Walked With A Zombie 1943 scene 02

베시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도 있는 인슐린 쇼크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지만, 차도는 없었다. 이때 베시는 정신이 나간 한 원주민 여자를 부두교 주술사가 치료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제시는 과학적 방법을 추구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신념을 잊은 채 제시카를 부두교 주술사에게 맡겨보기로 하는데….

I Walked With A Zombie 1943 scene 03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I Walked With A Zombie, 1943)」는 부두교 주술에 등장하는 좀비의 시원에 근접한 해석을 바탕으로 만든 좀비 영화로서 원주민들의 리듬감 있는 정글드럼 소리와 이국적인 영상의 조화가 비극적인 결말과 결합하여 나름 인상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좀비가 지금같이 사람을 물어뜯고 물린 희생자가 다시 좀비가 되는 캐릭터로 정착된 것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부터라고 볼 수 있다. 부두교 주술로서의 좀비는 독약 같은 강력한 약을 먹여 마치 죽은 것처럼 가사 상태에 빠지게 해 사람들의 눈을 속인 다음 다시 약을 먹고 깨어난 ‘시체 같은 사람’을 말하며, 부두교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상자를 의지력이 없는 노예로 만든 다음 부려 먹었다는 속설도 있다. 한편, 「죽은 자의 제국(屍者の帝国, 2015)」에서는 '죽은 자'를 좀비 노예로 길들여 부려 먹기까지 한다.

참고로 영화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에 등장하는 간호사 베시가 언급한 인슐린쇼크요법은 만프레트 자켈(1900~57)이 1920년대 말에 사설 정신과 시설인 베를린의 리히터펠데 병원에서 일하면서 모르핀과 헤로인 중독자를 치료하고 있을 때 발견한 치료법이다. 1933년에 빈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하기 시작했고, 오스트리아에서 상승하고 있던 반유대주의로 뉴욕으로 옮겨온 것인데, 위험하고 극적인 이 치료법은 미국에서 1960년대 초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앤드류 스컬(Andrew Scull)의 『광기와 문명』 참고). 아무튼, 베시가 당시 정신병 환자를, 그것도 어지간히 가망이 없거나 질환이 매우 심각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던 인슐린쇼크요법을 시도할 생각을 한 것은 그만큼 제시카의 상태가 의학적으로 매우 안 좋다는 뜻이리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I Walked With A Zombie, 1943)」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2017년 12월 6일 수요일

[영화 리뷰] 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Phoenix Forgotten, 2017 poster
review rating

하늘의 '빛'을 쫒아 사라진 세 명의 청소년

“너희들, 우리가 무슨 일을 겪은 지 아는 거야?” - 애슐리
“누구도 이러한 영상은 찍지 못했을 걸” - 조쉬

애리조나 주 피닉스 1997년 3월 13일 목요일 밤. 어두운 밤하늘을 비행하는 정체불명의 불빛이 많은 시민에 의해 목격된다. 그날 밤 6번째 생일을 맞은 소피를 위한 생일 파티를 한창 진행하던 소피와 그녀의 가족들 역시 희한한 불빛을 목격하게 되고, 마침 생일 파티를 촬영하던 소피의 오빠 조쉬는 미확인 불빛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러나 며칠 후에 조쉬와 그의 친구 두 명은 영원히 실종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1

오빠가 실종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흐른 어느 날. 소피는 남자친구와 함께 오래간만에 피닉스를 방문한다. 소피는 오빠를 포함해 실종된 세 명의 행방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녀는 당시 실종자 수색을 담당했던 보안관이나 공무원, 그리고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한다. 그러던 중 소피는 평소 카메라 촬영을 즐기던 조쉬가 남긴 테이프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2

조쉬, 애슐리, 마크 등 세 명의 실종자는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을 쫓고 있었으며, 결국 그들은 UFO를 쫓아 도시를 벗어나 공군 기지가 있는 사막으로까지 여행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테이프에는 자동차를 타고 사막에 도착한 직후의 장면까지만 담겨 있었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구한 날 카메라를 달고 살았던 오빠가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를 손에서 뗐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소피는 마침내 실종자가 다니던 학교 창고에서 그들이 남긴 마지막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Phoenix Forgotten 2017 scene 03

1997년 3월 13일 실제로 피닉스 상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불빛 ‘Phoenix Lights’와 그날 실종된 네 명의 청년을 (영화는 세 명의 남녀로)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피닉스 라이트 사건 (The Phoenix Incident, 2015)」이란 영화가 이보다 먼저 발표되기도 했다.

영화 「피닉스 포가튼」은 ‘피닉스 라이트’가 목격된 날 실제로 사라진 청년들이 불빛을 쫓다가 실종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진행된다. 한마디로 ‘외계인 납치’ 쪽으로 무게를 둔 셈이다. 흥미롭지만 이미 많이 써먹은 진부한 설정이기도 한 ‘외계인 납치’ 문제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별다른 긴장감은 주지 못하고 막판에 약간의 뜨악한 영상들을 보여주고는 후다닥 엔딩 크레딧을 올려버린다. 영화배우 같지 않은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을 전격적으로 캐스팅한 점은 신선했지만, 관람객이 어느 정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역이용하지도, 혹은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영화는 싱겁고 밋밋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피닉스 포가튼(Phoenix Forgotten,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Share:

Category

관심 사용자

Recent Comments

Blog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