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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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내가 한다 | 전우의 죽음에 대한 단호한 응징

심판은 내가 한다 | 미키 스필레인 | 전우의 능욕적인 죽음에 대한 단호한 응징"

뉴욕에서 사립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마이크 해머는 친구이자 경시청 경감인 패트 챔버스를 도와 함께 살인 사건 수사를 하기도 하는데 그의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꽤 난폭하고 저돌적인 탐정이다. 그리고 마이크에게는 같이 전쟁을 겪으면서 죽마고우가 된 외팔이 친구 잭 윌리엄스가 있다. 잭은 자신의 팔을 희생하여 일본군으로부터 마이크를 구하기도 한 용감하고 정직한 경찰이었지만, 한쪽 팔을 잃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보험회사 조사원으로 직업을 바꾸어야 했고, 어느 날 약혼녀 마너 데블린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는 불운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잭은 복부에 45구경 덤덤탄 한 발을 맞았고, 살인자는 총에 맞아 쓰러진 잭이 권총이 걸려 있는 의자를 향해 다가가자 의자를 천천히 뒤로 당기며 죽어가는 잭을 끝까지 지켜본 것 같았다. 마이크는 절친했던 잭의 죽음도 충격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살인자에게 능욕을 당했다는 생각은 살인자에게도 잭과 같은 고통을 주겠다고 큰소리치고 다닐 정도로 헤아릴 수 없는 분노와 증오를 마이크에게 가져다주었다.

한편, 잭이 살해당한 전날 밤에 잭의 집에서 조촐한 작은 파티가 열렸었다. 그 파티에는 의과 대학생 헐 캐인스와 헐을 식객으로 받아주고 후원해주는 암흑가의 두목 조지 카레키,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으로 화려한 생활을 하는 매력적인 쌍둥이 벨레미 자매, 한때 마약중독자였지만 잭을 만나 과거를 청산하고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잭의 약혼녀 마너와 마지막으로 금발의 미녀이자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 샬로트 마닝이 참석했었다.

마이크는 조지와 헐 앞에서는 미친 늑대처럼 난폭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벨레미 자매의 동생이자 음란증이 심한 메리 앞에서는 교묘하게 유혹을 피해가는 둥 잭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건을 조사하다 그만 정신과 의사 샬로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그런 와중에서도 45구경 덤덤탄의 희생자는 계속 나왔다.

마이크는 잭이 남긴 수첩에서 아일린이라는 잭의 같은 고향 아가씨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적한 끝에 콜 하우스에서 일하는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대학 시절에 존 핸슨이라는 남자에게 속아 몸을 망치고 부모에게 의절까지 당하자 할 수 없이 이 길로 들어선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비운의 여자였다. 그런데 최근에 잭을 알게 되었고, 잭은 그녀처럼 존 핸슨이라는 남자에게 당한 여자가 몇 명 더 있다는 사실을 듣고 독자적인 조사를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이크가 잭의 궤적을 따라간 결과 존 핸슨이라는 남자는 무려 16년 동안이나 대학을 다닌 헐 캐인스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패트와 함께 경찰을 데리고 다시 아일린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와 헐 캐인스는 45구경 덤덤탄의 희생자가 되어 아직도 따뜻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시체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듯 아직 따뜻했고 경찰은 바로 콜 하우스 주변을 봉쇄했지만, 끝내 범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I, the Jury by Mickey Spillane

제목 『심판은 내가 한다』가 의미하는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인 마이크 해머는 범죄자에 대한 법의 다스림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범죄자를 단죄하는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다소 우악스러운 탐정이다. 과속을 단속하기 위해 쫓아오는 지방 경찰쯤은 아예 무시하는가 하면, 사건 조사를 위해 방문한 조지 카레키에게 다짜고짜 면상에 침을 내뱉는 등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무례한 언동은 정말 꼴불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헐이 재학 중인 대학 기숙사에 몰래 숨어들어 갔다가 헐의 숙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태우고 있던 조지와 마주쳐 총격전 끝에 그를 죽이고 나서, 비록 조지가 먼저 총을 발사했을지라도, “뭘요, 남자를 한 사람 사살한 것뿐입니다.”라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그에게는 비록 범법자라도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범법자는 파리 목숨보다도 못한 것이다.

경찰도 아닌 탐정이 법의 판결은 뒤로 제쳐놓고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재판하고 판결을 내리며, 거기에 자신이 직접 그 판결을 집행하는 무법탐정 마이크 해머는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다. 탐정을 가장한 보복의 화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욱 못 봐주겠는 건 고릴라 같은 탐정이 여성 앞에서만은 매력 만점의 멋진 사나이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심판은 내가 한다』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포함하여 마이크 해머 시리즈가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니, 미국인의 거친 남성미에 대한 지나친 선망이 엿보이기도 하며, 한편으론 ‘범죄 대국’답게 범법자들에 대한 단호한 태도와 확실한 보복을 약속해 주는 마이크 해머의 저돌적이고 직접적인 행동방식이 미국인들에게 크게 호감을 산 것 같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용서와 화해보다는 보복과 응징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골목대장 같은 기질을 그대로 드러나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뭘요, 남자를 한 사람 사살한 것뿐입니다.” (『심판은 내가 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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