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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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 일본의 3대 양식이 품은 근대사

돈가스의 탄생 | 오카다 데쓰 | 일본의 3대 양식이 품고 있는 근대사

이 책 『돈가스의 탄생: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의 지은이 오카다 데쓰는 일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3대 양식으로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고로케를 꼽는다. 그리고 일본인이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향수병에 젖어들 때 가장 먹고 싶은 일본 음식으로도 역시 앞의 ‘3대 양식’을 꼽는다. 우리가 흔히 일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초밥이나 우동, 메밀국수나 라면도 아니고 서양 요리에 가까운 돈가스라니. 필자는 지은이의 이 말을 듣고 조금 어안이벙벙해졌다. 물론 필자도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고로케(‘크로켓’이 옳은 표기이지만 어감을 살려 고로케라고 표기한다.)를 좋아한다. 특히 카레라이스는 필자가 직접 만들어 먹으며 즐기는 얼마 안 되는 요리 중 하나다. 하지만, 필자가 만약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생활한다면, 돈가스나 카레라이스보다는 김치나 된장, 고추장을 이용한 요리가 먼저 생각날 것 같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3대 양식’에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 음식보다 더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일까.

Meiji-Hiro Meal Beginning-Birth of Tonkatsu

『돈가스의 탄생』은 일본에서 ‘3대 양식’이라 칭송받는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그리고 고로케가 태어난 배경과 그에 얽힌 사연을 단순히 지은이 오카다 데쓰의 회상이나 주관적인 경험이 아니라 다양한 문헌을 토대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돈가스에 숨겨져 있는 일본인 특유의 집념을 간과하고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본다면 “뭐? 그깟 돈가스 ….”라고 비아냥거리거나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위험한 착오다. 거대함은 사소함의 집합이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가 폐인을 양성한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우물을 파는 그들의 이러한 집념은 큰 것을 이룰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본 특유의 저력이다. 그리고 그러한 저력이 지금의 경제 대국 일본을 세웠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돈가스의 탄생』을 살펴본다면 일반적인 사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채로운 일본 근대사의 이면을 볼 수 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개방적인 대외정책의 물결 속에서 천황을 포함한 지도층이 적극적인 신문명 수용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신문명의 대표로 ‘쇠고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7세기 덴무 천황이 살생을 금지한 이래 1,200년 동안 소와 같은 고기를 금기시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강국으로 나아가고 더불어 신체를 서양인처럼 키우려면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믿었던 일본 국민과 정부는, 자신들도 ‘모방의 귀재’라고 일컫듯, 낯선 서양 요리를 일본인의 주식인 쌀밥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가 바로 ‘3대 양식’인 돈가스와 카레라이스, 그리고 고로케의 탄생이다.

지은이 오카다 데쓰도 인정하듯이 위의 ‘3대 양식’은 일본인만의 독창적인 음식은 아니다. 그들의 탄생 전에도 이미 서양에는 비슷한 요리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필코 자신들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고집과 집념은 결국 ‘양식(洋食)’이라는, 서양 요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본 요리도 아닌, 이 중간에 있는 완전히 새로운 취향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재창조하는 일본 특유의 다양성과 집념을 보여주는 ‘오타쿠’ 문화는 ‘돈가스’의 탄생에서 이미 그 씨앗이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일본의 장인 정신, 아무리 사소하고 일상적일지라도 한 가지 기술에서 최고를 보여준 사람, 즉 나름의 기술을 완성한 장인을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오카다 데쓰는 이렇게 서양의 요리를 흡수하고 보완해 재창조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든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자랑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는 나로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조선만 놓고 보면 아쉽게도 그대로 일본의 것들을 물려받았기에 조선의 것을 만들 틈이 없었던 것 같다(자장면은 어떨까? 하지만, 자장면에서 한국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대해 굳이 발명하자면 일본이 서양의 것들은 동양의 맞게 적당히, 그리고 적절하게 조율해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편하게 물려받아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돈가스의 탄생』에는 ‘돈가스’ 등 서양 요리를 둘러싼 일본의 근대사뿐만 아니라 ‘돈가스’ 요리 자체에 대해서도 기나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자주 돈가스를 만들어 먹는 독자에게는 참고할 만한 ‘요리책’도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외국에서 향수병에 걸리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돈가스, 카레라이스, 고로케 등 이른바 일본의 ‘3대 양식’이 먹고 싶어진다고 한다. 일본의 양식에는 메이지 시대 이래 선인들의 노력과 집념이 깃들 불가사의한 마력이 숨겨져 있음이 틀림없다. (『돈가스의 탄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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