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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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제들 | 중국의 마지막 두 황제?

The New Emperor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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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제들 | 솔즈베리 | 중국의 마지막 두 황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천원은 마오가 1956년에 죽었더라면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다른 동지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마오가 그로부터 10년 후에만 죽었더라도 역사는 여전히 그를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1976년에 죽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황제들』, p331)

정사(正史)는 중국의 마지막 황제를 신해혁명으로 축출된 선통제 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피로 얼룩진 혁명의 시련을 몸소 체험한 중국인의 기억 속에는 또 다른 황제 두 명이 더 새겨져 있다. 바로 공산당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마오쩌둥(毛澤東)과 개혁 • 개방의 아버지라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이다. 농민을 등에 업고 인민을 옭아매던 봉건주의와 구습에 맞선 공산당은 혁명에 승리하고 권력을 장악하자 예전에는 타도의 대상이었던 구통치계급의 부와 특권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그 권력의 정상에는 새로운 황제 마오쩌둥의 표정없는 둥글넓적한 얼굴이 음산한 광채를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비공식적인 황제를 받들게 된 인민의 입장에선 권력 체계와 구조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 구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지긋지긋한 황제의 권력에서 벗어나 이제야 진정한 인민 해방을 맞이할 줄 알았던 그들은 결코 황제라고 불리지 않는 새로운 황제 마오쩌둥의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을뿐더러 공허하고 현실과 괴리된 망상적인 정책에,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작은 황제 덩샤오핑의 무자비한 탄압에 또다시 피와 땀, 눈물, 그리고 목숨을 떨어내게 될 터였다.

구소련 및 중국문제 전문가인 해리슨 E. 솔즈베리(Harrison E. Salisbury) 『새로운 황제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중국(The New Emperors: China in the Era of Mao and Deng)』은 중국 해방을 이끈 두 거인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중국의 ‘새로운 황제’라는 시각으로 현대중국을 형성한 주요 사건들을 – 국공내전에서부터 톈안먼 사태까지 – 재구성한 책이다. 또한, 『새로운 황제들』은 봉건주의와 구습, 빈곤 퇴치를 목표로 세운 중국혁명이 뜻하지 않은 새로운 황제 마오쩌둥을 필두로 또다시 인민을 권력의 압제와 관료주의적 병폐, 그리고 기아와 가난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반갑지 않은 역사의 늪으로 끌어내리는 악몽과도 같은 시련의 연속적 단면을 슬라이드 필름처럼 어둡고 강렬하게 비춰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분석은 마오쩌둥의 걷잡을 수 없는 변덕과 비현실이며 공허하고 망상적이기까지 한 이상주의에서 마약 중독의 흔적을 발견한 점이다. 당시 아편이 여전히 흔하게 남용되었던 중국에서(『장제스 평전(조너선 펜비, 노만수 옮김, 민음사』은 공산당이 옌안 시절 아편을 취급했던 흔적을 발견했다) 마오쩌둥이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물증은 찾아내지 못했으나, 마오쩌둥이 지독한 수면 장애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었을 뿐만 아니라 한동안 축 늘어져 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광적으로 일에 매달리는가 하면, 부하가 항문에 손을 집어넣어 대변을 끄집어낼 정도로 지독한 변비로 고생했다는 사실, 그리고 마오쩌둥 특유의 추상적 사변이나 환상의 세계에서 솔즈베리는 아편 중독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참고로 마약성 진통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바로 변비이다.

The New Emperors: China in the Era of Mao and Deng by Harrison E. Salisbury
<'황제'는 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황제들』이 솔즈베리의 수년간의 걸친 여행과 주요 사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와 회고록 등의 현장 체험적인 자료들로 구성된 점은 마치 특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과 추리 소설 같은 굉장한 흡입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세심함과 세밀함 속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거시적인 맥락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차분하면서도 심오한 호흡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필자 같은 일반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거나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학자에게도 신선하면서도 짜릿한 지적 자극을 전해줄 수 있는, 그리고 상처투성이였지만, 찬란하기도 했던 중국 현대사를 깊이 알고 싶어하는 독자에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시진핑의 장기집권 기틀을 마련한 중국의 우려스러운 현 상황을 볼 때, 자칫하다간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은 중국 공산당의 세 번째 황제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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