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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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정식 | 숨겨진 '행정 밀실’ 트릭을 풀어라

살인방정식 | 아야츠지 유키토 | 교묘히 숨겨진 '행정 밀실’ 트릭을 풀어라

『살인방정식』은 <관 시리즈> 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초창기 작품 중 하나이다. 또한, 얼마 전에 읽고 후기를 작성했던 『어나더』 역시 그의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어나더』는 작가의 최근 작품이고 본격 추리물 적인 요소에 공포와 괴기적인 요소, 그리고 약간의 청춘물적인 요소도 혼합된 이색적인 작품이다.

『살인방정식』은 <관 시리즈>처럼 본격 추리소설이지만, 엄밀히 말해 보통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밀실이 배경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행정구역 경계선이 되는 사카이가와강을 사이에 두고 신흥 종교 교단의 본부 빌딩(S시)과 맨션(M시)이 주요 배경이듯이, 어느 곳으로도 꽉 막힌 완벽히 밀폐된 밀실은 아니지만, 행정적이면서 개방된 색다른 밀실 트릭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정말로 물리학에 대한 ‘방정식’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벌써 겁을 먹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그림까지 곁들인 자세한 설명도 나오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작품의 초반 이야기를 보자.

殺人方程式 切斷された死體の問題 by 綾辻行人

6월 12일(일) 새벽 3시, 미타마가미쇼메이카이의 교주 기데나 미쓰코는 자택에서 남편 기데노 고조에게 넥타이로 목이 졸려 쓰려지고 13일 조간신문에 「JR 요코하마 선에서 중년 여성 투신자살」이라는 제목으로 12일 오전 5시경 도쿄도 M시 **초 JR 요코야마 선 사카이가와 철교 부근에서 당일 첫 하행 보통 열차에 중년 여성이 치여 사망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곧 그 여성은 기데나 미쓰코로 밝혀졌다.

아내의 죽음으로 교단 경영에만 몰두했던 회장 고조는 교주의 정식 후계자로 지명되고 그 과정인 90일 동안의 '안거(安居)' 기간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는 일체 외부인의 출입이나 교주의 외출도 금지된다. 하지만, 고조는 아내가 살아있을 때부터 사귀어온 애인 3명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교단의 홍보부장이고 죽은 교주에게 쫓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38살의 유미오카 다세코, 부티크를 경영하는 28세의 사이토 미야, 주점을 경영하고 아직 입적이 안 된 고조의 3살 아들이 있는 35세의 하마자키 사치 등 이렇게 세 명이었다.

8월 15일 밤 10시 30분, 교단 본부 빌딩 펜트하우스에 고조와 함께 있던 미야는 정사가 끝나자마자 고조가 볼일이 있다는 말에 평소처럼 밤을 새우지 못하고 건물을 나와야 했다. 미아는 샤워하고 나가면서 교주가 전화를 받는 것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절박함이 느껴졌다. 미야가 나가고 또 다른 애인 유미오카, 그리고 사치와 전화를 끝내고 나니 밤 11시 10분이었다. 고조는 책상 서랍에서 편지를 꺼냈다. 지난달 초 이 옥상에서 '안거'를 시작하기 전에 집으로 배달된 편지다. 발신인이 없는 그 편지에는 “다음은 네 차례다.”라고 적혀 있었다. 두 달 전 그날 밤, 고조는 미야의 집을 나와 차를 타고 집으로 와 아내 미쓰코를 넥타이로 목을 졸라 죽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리고 미야의 맨션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어째서 미쓰코의 시체가 사카이가와 강 철교 앞 선로 따위에 누워 있었던 걸까.

건물 수위 아사다 쓰네오는 자정에 교주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창문으로 뒤에 강 쪽에 수상한 사람이 보이니 한 번 가보라는 것이었지만, 막상 가서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 3층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 사무국장 노노무라 시로가 남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자정을 5분 넘긴 시각, 노노무라가 화장실 문으로 가다 1층과 옥상에서만 서는 직통 엘리베이터의 층수 표시 램프가 4에서 3으로. 그리고 1에서 멈췄다. 교단 건물 동쪽 강 건너 있는 레지던스 K의 603호에서는 죽은 교주 미쓰코의 아들 기데나 미쓰히코와 그의 애인 미사키 에미가 있었다. 0:30분 그놈에게서 온 전화에 미쓰히코는 분노했다. 아버지이지만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는 그놈. 바로 고조였다. 미쓰히코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그놈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그놈이 전화해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요코하마로 오라는 것이었다. 미쓰히코는 에미가 타 준 커피를 마시고 자신의 차인 파란 골프를 타고 출발했다.

기시모리 노리야는 레지던스 K의 201호실에서 혼자 사는 T 대학 경제학부 학생이다. 그는 한 달 전 술에 취해 심야의 귀갓길에 사람을 치어 죽였다. 그리고 그 시체를 근처 잡목림에 버렸다. 일주일 후 시체는 발견되었지만, 그에게 경찰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든 걸 보았다는 그 사람. 그 이후 기시모리는 자신의 의사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자유를 잃어버렸다. 목격자는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지금 새벽 2시 10분에 그의 전화가 왔다.

건물 현관문에서 조금 떨어진 길에 한 대의 검은 마크 II가 다섯 시간 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맨션 쪽을 살피는 두 남자가 있었다. 어느 정보에 의해 잠복 중인 두 남자. 두 사람이 잠복을 시작하고 나서 문을 출입한 것은 대학생 같은 청년이 운전한 파란 폴크스바겐 골프와 그 바로 뒤에 나간 젊은 여성이 운전한 빨간 스탈렛뿐이었다.

8월 16일(화) 오전 6시 10분, 도쿄도 M시 **초 82-2, 맨션 ‘레지던스 K’의 옥상에서 타살된 남성의 시체 발견되었다. 발견자는 동 맨션 관리인 모로구치 쇼헤이이다. 경시청 형사부 수사 제1과의 젊은 형사 아스카이 교와 그의 동료 M서 형사1과에 근무하는 오제키 히로유키가 긴급 연락을 받고 레지던스 K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20분쯤이었다. 건물 앞에는 검은 마크 II가 있었다. 그 안의 인물은 두 형사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건물을 지키고 있던 정복 경찰관은 다른 사건 때문에 잠복 중인 공안이라고 말했다.

카롤라를 주차하고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문은 자동 잠금 시스템에 의해 잠겨져 있었다. 현관 로비를 빠져나와 안의 엘리베이터와 계단 앞에는 다시 자동 잠금 유리문이 있었다. 옥상에는 요시노 게이스케라는 M서 형사가 발견자인 모로구티 쇼헤이라는 맨션 관리를 맡은 노인과 같이 있었다. 요시노는 그렇게 완벽한 신원 불명 시체는 없을 거라 말하며 밋밋한 동안을 찌푸렸다. 옥상 동쪽 끝 급수탑 옆에 머리가 없는 알몸의 남자 시체를 보고 교 형사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처음 보는 머리 없는 시체다. 담배를 끊은 것 같았던 오제키 형사는 담배를 찾으러 내려갔다. 교 형사는 목이 없다는 충격에 주의를 빼앗겨 왼쪽 팔이 없는지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교 형사는 현의 경계인 강 건너 S시 4층 건물을 보았다. 이쪽보다 지면이 높아서 옥상 높이는 딱 이 맨션과 같은 정도다. 옥상에는 지름 10미터 정도의 흰 반구형 건축물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강 쪽의 벽은 창문은 없고 만다라라는 기묘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2층 복도 창문, 건물 북쪽, 맨션의 뒤뜰과 마주한 위치에 흰 봉지 안에서 머리가 발견되었다. 발견자는 201호실의 기시모리. 교 형사는 결국 참지 못하고 기시모리의 화장실에서 아침을 전부 쏟아냈다. 지난 6월 미쓰코 투신사건을 맡았던 오제키 형사는 머리를 알아보고 펜트하우스 직통 전화번호로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오전 8시 반. 교 형사는 오제키 형사와 함께 본부 빌딩으로 향했다.

이렇게 고조의 머리와 왼쪽 팔이 잘려나간 시체로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된다. 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사람은 전혀 형사가 적성에 맞지 않은 교 형사가 아니고 다분히 괴짜 기질이 있는 그의 형이다. 교 형사의 형은 철학과를 6년째 다니는 괴짜에 헤비메탈다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역시 추리소설의 명탐정들은 결코 평범한 법이 없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이 두 형제와 교 형사의 아내 미유키, 이렇게 셋이서 교 형사의 집에서 홍차를 마시며 밤늦은 담소를 나누는 ‘아스카이 가(家)의 수사회의’가 이 작품의 추리 에너지이다.

다다 상관에게 늘 구박받는 어설픈 형사인 교는 아내 미유키 때문에 형사가 된 인물로 어찌 보면 현장수사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인물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때 젊은 경시청 형사의 도움으로 인질에서 구출된 이후 경시청 형사와의 결혼이 꿈이었던 미유키는 교 형사의 망원경으로 별을 바라보는 꿈을 버리게 하였다. 교 형사는 채식주의자가 되어 버릴 정도로 시체와는 영 친하지 못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형사 중 가장 비위가 약한 형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아내 미유키는 언제나 태연스럽게 “순직은 각오하고 있어.”라고 말하니 이 두 부부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살인방정식』은 본격 추리물답게 단서는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그 단서 중에서 살인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 추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고조의 시체가 건물 옥상에 있게 만든 트릭은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작품 앞 장에 나오는 「프롤로그(3) 범죄 계획」에 나오는 범행 도구들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고등학교 때 물리 공부를 성실하게 수행한 독자라면 더욱 쉽게 트릭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살인 동기와 사카이가와강을 경계로 하는 S시와 M시.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힌트라면 힌트다. 특히 살인 동기는 『살인방정식』 등장인물 대다수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리에 혼란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세심하게 잘 살펴보면 분명히 답이 보일 거로 생각한다. 바로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머리를 굴려 범인을 찾는 것이 본격 추리물의, 오직 본격 추리소설에만 있는 가장 큰 재미 아니겠는가.

훌륭한 본격 추리물 작품에 한 번 손을 대면, 쉽게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작가와 독자의 정직한 대결은 (그러나 결코 쉽게 보면 안 된다. 어느 곳에나 함정은 숨어 있다) 독자의 지적 기대감과 흥분을 일으키고 뒤탈 없이 깔끔한 만족을 준다. 이렇게 얻은 만족감과 쾌감은 독자를 바로 다음 작품 물색에 돌입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런 본격 추리물 작가로서 누가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마다 소지, 우타노 쇼고 등등 이외에도 많은 작가가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작가는 이 정도뿐이다. 여기에 ‘본격 추리물’, ‘독자와의 대결’의 원조인 앨러리 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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