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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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0,000일의 전쟁 | 30년 참혹사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The Ten Thousand Day War  Vietnam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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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0,000일의 전쟁 | 마이클 매클리어 | 30년 참혹한 역사를 기록한 이 책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수년간 베트남전에서 실시했던 전술이나 전략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었고, 단순한 교훈마저도 남기지 못했다.”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531쪽)

소름끼치도록 조용히 시작되었던 전쟁

공식적으론 ‘전쟁’이 아니었던 베트남전의 시작은 훗날 벌어졌던 처참한 살육전과 비교해보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 서막은 1945년 4월 미국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 전략 사무국)의 아르키메데스 패티(A. Patti) 소령이 중국의 남쪽 국경 마을의 허름한 찻집에서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胡志明)을 만나는 시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트남은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미국은 이런 베트남을 도와 호찌민의 군대를 훈련,무장시킨다. 미군은 때론 그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앞의 두 사람은 가까운 미래에 프랑스의 자리를 미국이 대신하여 이 조그만 땅에서 20세기 가장 길고도 가장 처참했던 전쟁이 펼쳐지라고 꿈엔들 상상했을까.

디엔비엔푸(DienBienPhu) 전투의 승리로 베트남은 오랫동안 갈망했던 독립을 쟁취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바뀜으로써 그들의 꿈은 멋 훗날로 미루어진다. ‘도미노 이론’이라는 강력한 반공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국가적 이성이 마비된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베트남 문제에 개입하였고 베트남은 한반도처럼 분단국가의 절망을 맛볼 수밖에 없게 된다. 통일 국가를 위한 남북 총선거를 지지하던 제네바 협정은 무너지고 미국은 1964년 8월 5일 오전 11시,아무런 선전 포고도 없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베트남전에 직접 참전한다.

미국의 선택은 저주받은 늪이었고 독이든 성배였으며 어리석고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무려 20여 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철저히 군사 목표물에만 제한되었다고 주장한 미군의 북폭은 수많은 도시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함으로써 많은 난민과 민간인 희생자를 만들었다. 막강한 화력과 막대한 물량을 지원받은 미군은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전쟁이라는 큰 맥락에서는 패배함으로써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치욕을 안은 채 베트남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북베트남에 의해 통일이 되면서 결국 미국의 개입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행위였음을 증명한다.

개미가 코끼리를 이기다

미국의 자본주의적 오만과 과대망상적인 국가 이상주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만 희생된 이 전쟁에서 북베트남은 정말 놀라운 의지와 투쟁, 그리고 단결력을 보여주었다.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는 빈곤한 나라지만,BC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세월 동안 외세의 칩임에 대항하여 투쟁한 역사를 가진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나라이며, 13세기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몽골의 쿠빌라이 칸(Kublai Khan )을 물리친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 ‘호 아저씨’ 호찌민을 정점으로 한 정치 지도자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은 인민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었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강대국들과의 싸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불굴의 투지와 인내력을 발휘한 덕분에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호찌민은 마지막으로 ‘단결’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베트남전은 굳게 뭉친 한 민족의 독립 의지를 꺾어버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역사의 교훈이다.

이에 반해 전쟁 중반을 넘어서면서 미군 병영에는 병사들이 장교에게 현상금을 걸거나, ‘수류탄으로 해치워!’라는 등 장교를 암살하라는 으스스한 은어가 유행하였고, 실제로 하극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기강과 사기는 추락했다. 또한, 참전 용사 데이브 크리스천은 “내가 베트남에 갔을 때 17세였다. 나는 베트남이 왜 중요한지 설명할 수 없었고,아무도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20 세가 되자 전투하는 방법은 알았지만,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라고 고백함으로써 당시 미군에게 전쟁에 대한 동기부여나 목적의식이 전혀 없었음을 회고했다. 야심만만하게 프랑스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젊은 대통령 케네디를 향해 드골(deGaulle)은 ‘미국은 끝없는 전쟁과 정치적인 수령에 천천히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했고, 이를 무시한 미국은 뼈저린 패배의 쓴맛과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얻었다.

<Vietnam People's Army, First publish in 1954. / Public domain>

30년 참혹한 역사를 기록한 이 책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저자 마이클 매클리어(Michael MacLear)는 기본적으로 『베트남 10,000일의 전쟁(The Ten Thousand Day War: Vietnam 1945-1975)』은 미국이 베트남전에 왜 참전했는지와 오늘날 미국과 베트남,그리고 베트남전에 관여한 국가와 국민에게 베트남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그러나 1945년 4월 패티 소령이 호찌민을 만날 날부터 1975년 4월 30일 마지막 미군이 대사관의 성조기를 가지고 베트남을 떠나는 - 1858년 프랑스 전함이 다낭에 닻을 내린 이후 베트남 인민들이 처음으로 외국인들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 그날까지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서술한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에서 독자가 무엇을 보고 느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것은 보는 이의 가치관과 사상, 관점, 그리고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필자는 베트남 인민의 독립 투쟁과 승리에서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다만, 무력 통일보다는 긴장 완화와 화해라는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베트남전 전후 상황과 미군 철수 직후 일어난 북베트남 세력에 의한 무력통일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 그리고 강대국의 간섭과 민족의 단결력 부족으로 분단된 한반도는 결국 보이지 않는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참혹한 전쟁을 거쳐 분단이 고착되는 민족적 비극을 경험했다. 이후에도 남한은 적극적으로 통일의 방편을 모색하기보다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적 경제 발전의 길을 국가 1순위로 지정했다. 덕분에 남한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자본주의적 이해득실에 익숙해진 우리는 통일의 대가로 지급해야 할 물질적 희생을 가늠할 수밖에 없었고, 근시안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아 보이는 통일은 점차 다음 세대로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북한은 현 체제를 방어하고자 국방력에 막대한 예산을 쏟을 수밖에 없었고 이로써 군사적 대치와 정치적 대립은 더욱 팽팽해짐으로써 남북한 동포의 이질감은 깊어만 가고 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그만큼 멀어져갔다.

베트남 통일은 미국이 개입함으로써 30여 년이나 미루어졌다. 평화롭게 남북 선거를 통해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의 개입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무고한 수많은 생명의 피를 흘리는 뼈 아픈 대가를 치르고서야 얻게 되었다. 이념의 대립과 외세의 간섭으로 말미암은 분단 등 한반도의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결국, 분단된 민족의 통일은 외세의 간섭이 있거나 외세에 의존해서는 이루기가 매우 어려우며 설령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필요없는 대가를 지나치게 많이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또한, 통일은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듯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 그리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과 투쟁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단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베트남 인민의 투쟁 역사는 말해준다.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번역한 역자(유경찬 분)는 사람이 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비굴하지만 여유 있게 사는 요령과 궁핍하지만 당당하게 사는 자세로 사는 방법이 있는데, 베트남은 후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통일의 대가로 의젓하게 궁핍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은 어떠한 길을 선택했고 어떠한 길을 걷고 있는가?

이 리뷰는 2016년 10월 6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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