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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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 일상에 담긴 분자생물학적 고찰

I do not know the world even if I divid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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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 후쿠오카 신이치 | 일상에 담긴 분자생물학적 고찰

세상은 나누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눴다고 해서 정말로 아는 것도 아니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146쪽)

교과서처럼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들이 실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풍부한 예를 들어 확실히 이해시켜주는, 수필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일상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풀이,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바로 후쿠오카 신이치(福岡 伸一)의 책들이다. 그의 책은 얄팍한 만큼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좀 더 두꺼운 책을 밟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기에 아주 알맞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世界は分けてもわからない)』은 제임스 듀이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1953년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이후 무섭게 성장한 분자생물학의 마이크로적이고 기계론적인 관점만으로는 생명 현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찰하는 책이다. 참고로 후쿠오카 신이치의 또 다른 책으로 「생명은 ‘흐름’이다 ~ 생물과 무생물 사이(후쿠오카 신이치)」를 소개한 적이 있다.

생명현상에 부분이라 부를만한 것은 없다. 생명체를 장기에서 조직으로, 그리고 세포로 쪼갠 것도 모자라 단백질, 지질, 당질, 핵산과 같은 부분으로 쪼갠다. 이 가운데 단백질은 화학조미료 같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물질인 아미노산으로 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단순히 자신을 복제하고 분해하는 원시적인 생명체들만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생각도, 의지도 없고 감정도 논리도 없다. 그런데 이런 마이크로 차원의 물질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질서와 조화를 갖춘 어떤 평상 상태에 도달하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이것들은 대사하고 생식하며 자손을 만들어낸다. 일부는 감정과 의식, 사고 능력을 갖춘 지능도 보유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차원의 부품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거기에 더해지는 플러스 α란 대체 무엇일까? 생명을 생명이게 하는 활력소, 그것은 바로 ‘생기’다. 그리고 생기는 곧 ‘흐름’이다. 바로 이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 생명현상의 본질은 물질적인 기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주고받는 에너지와 정보가 유발하는 흐름과 그 효과에 있는 것이다. 수정란으로부터 출발한 세포는 분자의 교환, 에너지의 교환, 그리고 정보의 교환 등의 연속적이고 끊임없는 변화를 겪는다. 생명에서 고정되고 확정된 존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없다. 생명은 물질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유발하는 동적인 평형과 그 효과이다.

I don't know if the world is divided by Shinichi Fukuoka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생명의 본질을 고찰하는 여정에서 저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독자가 한눈을 팔지 않도록 일상의 분자생물학적인 흥미로운 예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암세포와 종이 한 장의 차이인 ES세포(배아줄기세포), 편의점 샌드위치를 통해 본 음식의 부패 메커니즘과 방부제의 특성, 해상력은 중앙부가 높고 빛의 감수성은 주변부가 더 높은 망막의 특징에서 착안한 ‘시선’의 수수께끼, 가장 작은 섬인 ‘랑게르한스섬’과 당뇨, 과학자들의 지나친 경쟁과 의욕이 가져온 연구 자료 날조 등 저자가 독자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조심스레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작은 이야기들도 매우 흥미롭다.

헨젤이 길을 잃지 않으려고 빵 조각을 숲 속 길에 떨어뜨린 것처럼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곳곳에 재밌는 미끼를 심어 놓았고 독자는 이것들을 덥석덥석 물어가면서 어느새 종착지, 즉 책의 마지막 장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동시에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책에서 뭔가 부족한 점을 발견해서는 아니다. 다만, 간만에 지적인 짜릿한 자극을 받아 인류의 유구한 본능인 호기심을 발동시킨 뇌가 뭔가 더 읽고 싶고, 뭔가 더 알고 싶다는 지식에 대한 탐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좋은 책’은 독서 릴레이를 지속시켜 주는 책이다. 생명의 본질이 연속성에 있듯, 어쩌면 진정한 독서의 힘도 띄엄띄엄 한두 권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매일 지속하는 꾸준함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래야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을 것’이라는 가르침의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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