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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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 자유를 꿈꾸고 일탈을 욕망하다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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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 자유를 꿈꾸고 일탈을 욕망하다

원제: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by Mark Twain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면서 우리가 그리 불러주길 원한다면,그게 동족의 평화를 유지해 주는 한 나는 반대하지 않았어. 짐한테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았고. 내가 아버지한테서 배운 건 쥐뿔도 없지만,그런 인간들과 잘 지내는 최상의 방법은 멋대로 놀라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라는 건 배웠거든. (『허클베리 핀의 모험』, 195쪽)

노벨 문학상 작가 헤밍웨이는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한 시대의 획을 긋고 그 선을 훌쩍 넘어설 만큼 뛰어난, 진정한 명작은 지역적 편차와 시대적 균열을 뛰어넘어 모든 세대에 걸친 다양한 독자에게 두루두루 재미와 감동을 주듯, 인류의 문명이 존속하는 한 전 세계 많은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작품이라는 뜻이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했던 흑인 노예 문제를 비꼬며 풍자한 것이 가장 큰 화제가 되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흑인 노예 문제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것은 출판 당시에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의 주제가 현대인에게는 크게 호감을 살 수 있는 특별한 이야깃거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현대인에게 다른 작품들에서 얻을 수 없는 독특한 감흥을 준다. 그것은 무엇일까?

Huckleberry Finn
<Huckleberry Finn (1920) / film screenshot (Famous Players-Lasky Corporation / Paramount) / Public domain>

그것은 바로 ‘일탈’이다. 꽉 끼는 쫄바지처럼 우리를 조이고 압박하는 거대한 ‘도시’와 무정한 ‘사회’에 갇혀 살면서 무시 못할 갑갑증을 느끼는 현대인은 무엇보다 ‘자유’를 꿈꾼다. 문명이 뭔가 크게 인심을 베푸는 듯 거들먹거리며 ‘옜다, 떡이나 먹어라’ 던져준 제한된 인위적 자유가 아니라 자연이 준 태초의 ‘자유’를 말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허크는 한창 학교에 다니며 사회의 규칙을 배우고 적응해야 할 나이지만 그는 문명의 가르침을 거부한다. 또한, 그는 당시 미국 사회의 도덕적 기반이었던 기독교도 거부한다. 이렇게 그는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은 질색이다. 그래서 그는 어느 정도 안락함이 보장된 보통의 삶을 버리고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지만, 그 하루하루가 짜릿한 모험의 세계인 방랑의 삶을 선택한다. 자연이 태초에 준 험난한 ‘자유’를 선택한 허크는 사회와 문명의 속박에서 벗어나 뗏목을 탄다. 그는 앞날의 불투명한 여정을 강의 흐름에 맡긴 채 자연인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거대한 문명의 무게에 짓눌린 채 현대인의 무의식 속에 갇힌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라는 반사회적인 욕구를 살그머니 깨운다. ‘일탈’은 금지된 장난이기 때문에 은밀하고 때론 위험하기도 해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한 욕구이지만 그것이 해소될 때 주는 쾌감은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짜릿할 수밖에 없다.

법이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엄격한 틀에 가두고 문화라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너트로 조이고 압박하면서 포도주 압착기처럼 한 방울의 피도 남김없이 짜내는 피곤한 문명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금지된 욕망을 느끼는 자가 있다면, 그는 한때 금서였던 작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펼치는 순간 바로 허크를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게 된다. 인간은 지능이 높고 아는 것도 많은 만큼 욕구도 다양하고 탐욕의 깊이도 더하지만, 그만큼 상상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현명한 인간은 문학을 시발점으로 삼아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상상의 나래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아니 이룰 수 없어 풍선처럼 한껏 부풀어오른 ‘일탈’이라는 현대인의 잠재적 욕망에 적당한 분출구를 제공해 준다. 만약 이래저래 욕구를 풀지 못한 채로 한껏 팽창한 풍선이 그대로 터진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처럼 위험한 상황을 돌출하기도 한다. 터진 풍선이 외부로 튀면 범죄가 되고 내부로 튀면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질병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산화탄소로 충만한 샴페인이 뚜껑이 열림과 동시에 코르크 마개를 총알처럼 퉁겨내고 새콤달콤한 액체를 뿜어내듯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도시’, ‘사회’, ‘문화’라는 병 속에 갇힌 독자의 일탈 욕망을 시원하게 분출시켜주는 탁월한 매개체가 된다. 모험과 방랑이라면 언제나 기껍게 맞아주는 허크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다가온 독자를 위험천만하면서도 역동적이며 짜릿한 모험의 세계로 안내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이 리뷰는 2016년 4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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