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 미쓰다 신조 | 먹장어 점액 같은 끈적끈적한 긴장감
터무니없이 기묘한 산, 흉측하고 검은 숲,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집 근처에 방치된 세 구획의 주택지, 수수께끼의 노파, 소름끼치는 폐허 저택, 정체불명의 히히노, 왠지 무서운 사람의 형체. (『흉가(凶宅)』, 70쪽)
소년 쇼타에겐 앞으로 닥칠 불길한 일을 어렴풋이 예지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저주 같은 능력이 시골로 이사하는 날 도쿄 역에서 탄 신칸센 안에서도 그만 발동되고 만다. 이유 없는 불안감,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섬뜩함, 이로 말미암은 초조함 등으로 묘사되는 소년의 예지력으로 말미암은 파토스적인 격정은 몇 시간 후 도착한 새집에서 절정에 달한다. 산을 깎아 만든 새 주택지에 마련된, 3년 전에 완공되어 이미 세 가구나 살다 간 그 집에서 쇼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환영들과 마주친다. 집에 깃든 유령인가? 아니면 산에서 내려온 요괴인가. 어른인가? 아니면 아이인가? 쇼타는 나름 머리를 굴려 추리해보지만, 도무지 그들이 나타난 이유와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새집보다 조금 아래 산자락에 있는 연립주택에 사는 또래 코헤이와 사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새집에 강하게 들러붙은 불길함의 원인과 정체를 밝히고자 동분서주한다.
<분위기 좋지요?> |
미쓰다 신조(三津田信三)의 『흉가(凶宅)』는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 간 10살 소년이 새집에서 겪는 괴상하고 참혹한 경험을 다룬 공포 미스터리물이다. 소년의 눈높이로, 소년의 사고력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 그런지 간결하고 신속하며 직선적인 사건의 흐름으로 여타 추리 소설보다 더욱더 쉬운 읽기가 가능하다. 반면에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직선적이고 단순한 텍스트는 뭔가 더 깊은맛을 원한 독자에겐 식상함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또한, 어린 소년이 할 수 있는 일과 사고력에 한계가 그어져 있듯, 소설에서도 소년들은 제약된 행동 범위와 소년 특유의 치기 어린 어수룩함, 그리고 그런 것들이 종종 불러들이곤 하는 치밀함의 부족으로 조금 밋밋한 추리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소설의 결말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쇼타는 흉가의 정체를 깨닫게 되고, 쇼타의 추리에 몰입한 채 정신없이 흉가의 정체를 함께 캐내던 독자는 어디서 날아온 지도 알 수 없는 펀치에 한 방을 얻어맞고 번쩍이는 별을 본 격이 되고 만다. 물론 그전에 쇼타가 목격한 것들과 발견한 단서들을 조합하여 흉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가능성 제로는 아니지만, 일종의 서술 트릭처럼 작용한 쇼타에 대한 몰입과 그에 따르는 일심동체화는 독자의 뇌기능마저 소년 시절로 되돌려버려 좀 무리일 수도 있다.
『흉가(凶宅)』는 크게 대단할 것은 없고, 마지막 결말 역시 조금은 어이가 없고 쇼타 또한 안타깝기도 하지만, 조만간 뭔가 터질 것, 일어날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사는 소년의 짓눌린 공포와 두려움이 먹장어 점액 같은 끈적끈적한 긴장감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결국 끝을 보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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