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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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혼 | 러시아의 비속함과 타개책

Dead Soul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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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혼 | 고골 | 러시아의 비속함을 말하고 타개책을 제시하다

서구적인 개혁보다는 강력한 리더를 선호한

단편 『외투(Шинель)』와 『코(Ηос)』, 그리고 니콜라이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감찰관(Ревизор)』 등에서 기발한 착상과 재치있는 문장으로 관등 사회를 풍자했던 고골은 『죽은 혼(Мертвые души)』에 그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고골 자신이 두 번이나 『죽은 혼』 2권의 원고를 불태웠다는 일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만큼 일생의 대작을 완성하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절실함이 그의 심정을 압박했다는 방증이다.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간 ‘코’가 의젓한 제복을 입고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관료 행사를 한다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사용한 『코』처럼 죽은 농노를 사러 다니는 기괴한 일을 하는 치치코프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감찰관』처럼 러시아 관직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재치있게 풍자하고 있으며, 『외투』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통해 비천한 하급 관리를 묘사했듯 작품에 등장하는 무기력하고 어리석은 지주와 나태한 농노, 권태로운 시골 풍경을 통해 러시아의 비속함을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무기력과 가난으로 말미암은 러시아의 비속함에서 벗어나고자 고골이 제한한 해법은 농노 제도 폐지 같은 급진적인 개혁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을 나왔지만 방탕함과 무질서로 영지 관리에 실패한 지주 흘로부예프는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그들이 살아갈 능력을 키워줄 모범적인 모델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60, 70년대 개발독재처럼 러시아인은 독촉하는 사람이 없으면 일을 못 한다고 비꼰다. 즉 모두를 지배하는 한 명의 우두머리가 없으면, 지극히 질서 정연한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골은 제2권에서 현명하고 근면한 지주 코스탄조글로를 등장시켜 러시아가 지금의 비속함에서 벗어나려면 농노제 폐지 같은 급진적인 개혁과 무분별한 서양식 문물의 도입보다는 모범적인 지주의 훌륭한 통솔과 농민의 자발적인 노동이 혼연일체가 되어 농사를 근본으로 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치치코프 역시 자신의 부도덕함을 본보기가 되지 못한 아버지 탓으로 돌리며 본보기가 규범보다 더 강하다고 발명한다.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을과 주민들의 상태는 그 땅을 지배하는 지주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비례한다.

이로 미루어보면 러시아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서구적인 개혁보다는 러시아를 이끌 강력하며 모범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고골은 본 것 같다.

Мертвые души by 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1901. Н.В.Гоголь. Мертвые души. Издание А.Ф.Маркса 65 / Русский: Издание А.Ф.Маркса / Public domain>

종교를 통한 도덕적 완결성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살짝

한편, 민첩한 처세술만으로도 N시의 유지들로부터 성대한 환영과 귀부인들의 총애를 받는 주인공 치치코프는 몇 번의 좌절과 실패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자 오뚝이처럼 끊임없이 다시 일어서는 근면 성실한 노력파이다. 그렇다고 그가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인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다음번 인구 조사 때까지 죽은 농노에게도 인두세를 부과하여 지주들에게 부담을 안겨주었는데, 치치코프는 바로 이러한 사회 제도의 부조리를 간파하여 죽은 농노를 매수하러 다니는 약삭빠른 인물이다.

제2권에서 치치코프는 지주 코스탄조글로를 만나 커다란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도 코스탄조글로 같은 지주가 되어 훌륭한 영지 관리와 아름다운 가정을 일구는 꿈을 꾸지만, 그의 사기 행각이 총독에게까지 보고되는 바람에 결국 그는 모든 재산과 문서가 압수당하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의 몰락이 곧 현실로 닥쳐왔다는 위기를 느낀 치치코프는 코스탄조글로가 러시아를 이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는 전매 독점 상인 무라조프에게 애걸복걸하며 그동안 굳세게 지켜온 체면이며 자존심 등은 한순간에 모두 무너져 내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치치코프는 무라조프의 종교적 훈계를 받아들여 감옥에서 나가게만 해준다면 참회하는 기독교인의 소박한 삶을 받아들이겠다고 굳게 약속하지만, 치치코프가 고용한 법률 고문이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도시에 흉흉한 소문들을 퍼트려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 바람에 치치코프는 자신의 모든 재산과 문서를 가지고 유유히 감옥을 나오게 된다. 이로써 그가 감옥에서 굳게 맹세했던 개과천선은 작심삼일이 되어 버리고 치치코프는 다시 탐욕스러운 옛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몰락한 지주 흘로부예프는 무라조프의 도움으로 기독교인으로의 새 삶을 받아들인다.

제2권에서 치치코프의 탐욕의 고삐와 도덕적 불순함을 종교적 수행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고골이 모든 것을 비우고 종교적으로 전향한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며, 종교를 통한 도덕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것은 톨스토이의 『부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종교적 이유 때문인지 제2권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마치면서...

그러나 제1권은 작품의 심오한 예술적인 측면을 제외하고서라도 매우 재미있고 유쾌한 ‘읽기’를 제공한다. 지극히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나는 전문적인 비평가나 예리한 독자처럼 이 작품에 내포된 고골의 사상, 문화, 종교, 예술적인 면 등을 파헤칠 능력은 없지만, 고골의 완숙한 문학적인 기교와 재치 넘치는 익살스러운 표현, 인물들의 행동을 역동적으로 세심하게 묘사한 탁월한 문장과 생동감 넘치는 작중 인물의 설정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매 순간 뭐든지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자선 모임, 이런저런 장려 모임, 그리고 정체 모를 것들을 세운다. 목적은 아름답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아마 우리가 처음부터 갑자기 만족해 버리고, 이미 다 잘되었다고 느끼는 데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죽은 혼(Мертвые души)』,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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