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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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과 권력 | 명령이 남긴 가시가 주는 위협

Masse Und Ma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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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과 권력 | 엘리아스 카네티 | 명령이 남긴 가시가 주는 위협

모든 명령은 강박(强迫)과 가시로 이루어져 있다. 강박은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명령의 내용에 맞게 행동하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가시는 명령을 받은 사람 속에 남는 것이다. 명령이 기대한 대로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때 가시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감쪽같이 숨어 있다가 명령에 순종하기 전의 희미한 반항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 p408)

사람들이 군중 속에서 의기양양해 하는 진짜 이유는 그 속에서 그들을 속박하고 에워싸며 괴롭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 이상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없다. 개인이 군중 속에 남아 있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이 거기에서 벗어났을 때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집으로, 혹은 그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때, 그는 다시 그곳에서 한계와 부담과 가시들을 발견하게 된다.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 p432)

‘성공’의 가장 기본적이고 명백한 형태는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 사회의 가치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만약 살아남는 것, 다시 말해 생존을 성공의 극치라고 정의한다면 한 개인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도구이자 힘 중 최고는 단연코 권력이지 않을까. 살아남는 최후의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진정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의 가장 깊은 욕구다. 이런 사람들은 권력의 강력한 도구인 ‘명령’으로 다른 사람들을 죽음이나 사지로 몰아넣음으로써 자기 죽음을 모면하고 안전을 도모하며 그럼으로써 생명을 연장한다. 그러나 모든 개개인이 권력을 쟁취할 정도로 권력은 흔하지도 않으며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트 진열대에 널린 상품처럼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개인들은 무리를 지어 생존 확률을 높이거나 군중을 생성해 권력과 부당한 명령에 대항한다. 즉, 엘리아스 카네티(by Elias Canetti )의『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은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는, 하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죽음’과 모든 생명이 추구하는 ‘생존’이라는 두 불가분의 현상 을 독특한 사고 과정과 원시와 근대 사회, 신화와 전설, 역사와 전기 등 광범위한 자료를 기초로 고찰함으로써 군중과 권력의 기원, 본질, 그리고 다양한 형태를 밝히고자 한 책이다.

Masse Und Macht by Elias Canetti
<혼자선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그들은 무리를 이룬다>

엘리아스 카네티(by Elias Canetti)의 불후의 고전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의 독특한 사고의 결과물 중 눈여겨볼 것은 바로 명령이 남긴 ‘가시’이다. 모든 명령은 강박과 가시로 이루어져 있다. 강박이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명령의 내용에 맞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면, 가시는 명령을 받은 사람 속에 남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다. 그것은 감쪽같이 숨어 있다가 명령에 순종하기 전에 희미한 반항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가시를 피하려면 받은 명령을 즉시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자유인은 명령을 받고 나서 명령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리 명령을 피할 줄 아는 사람이다. 명령에 제일 많이 시달리는 자는 어린이들이고, 명령의 가시를 모면할 기회가 전혀 없는 사람은 군대의 졸병이다. 항상 고립된 어떤 것으로 남는 가시는 모든 사람이 한 무더기 지니고 다니는 것은 불가피하며, 만약 가시에 짓눌려 마비 상태가 되었을 때 찾아오는 병이 정신분열증(조현병)이다. 반면에 홀로코스트 학살자들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명령이 남긴 가시를 유대인 학살이라는 죽음의 무더기로 없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제거할 가망이 없는 명령의 가시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혹은 가시에 짓눌리고 억눌린 분노의 감정을 방전하고자 사람들은 군중을 형성한다. 수많은 사람이 단결해서 명령을 내렸던 사람들의 집단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다. 그렇게 역전 군중은 형성되고 봉기와 혁명이 일어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는 오랜 역사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이 단단하고 확고한 형태를 가지게 된 명령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사람의 공동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고질적인 불안과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명령이 남긴 가시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의 몸속에 톡 쏘는 소화제와 쌉쌀한 위장약, 그리고 따끔한 주사로도 내려가지 않는 십 년 묵은 체증이 있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누군가의 명령이 남긴 가시이다. 그 누군가는 당신의 부모나 선생님일 수도 있고, 아내나 친구일 수도 있으며, 직장 상사나 군대 상관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에게 부여한 막중한 책임감이나 과중한 목표 의식이 나은 부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을 통해 고슴도치처럼 당신의 몸속에 박힌 가시를 흐릿하게나마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 당장 축배를 들어라. 왜냐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가시가 쌓여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최악의 사태는 막게 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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