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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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유현숙 | 그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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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유현숙 | 그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을 상상하다

Original Title: 소설 체 게바라 by 유현숙
나는 15세 때 무엇을 위하여 죽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념을 찾게 되면 흔쾌하게 내 생명을 걸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p37)

체 게바라(Che Guevara)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던 사르트르는 체를 “그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정의감이 강했던 체는 안정된 직업인 의사가 되고도 세상에 만연하는 불평등을 외면할 수가 없었고, 이후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가난과 착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 세계 민중 해방을 위한 혁명에 바쳤다. 그가 쿠바 혁명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콩고, 볼리비아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애국심을 넘어선 그의 순수한 혁명 정신을 증명한다. 그는 혁명을 위해 태어난 진짜 혁명가였다.

체 게바라의 극적이고 농후한 일생을 400쪽도 안 되는 한 권의 책으로 묘사하는 것은 그의 일생에 존경과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그럼으로써 그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픈 독자에겐 아무래도 실망스럽고 아쉬운 일이다. 한 권으로 체 게바라의 농도 짙은 삶을 묘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저자도 의식했는지 『소설 체 게바라』는 체에 대한 여러 저작물 중에서 호평받는 장 코르미에(Jean Cormier)의 『체 게바라 평전(Che Guevara)』에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선에서 만족하는 듯하다. 즉, 평전에 자세히 기술된 쿠바 정부군과의 혁명 전투 과정은 간략하게 다루어졌지만, 체가 본격적으로 혁명 과업에 뛰어들기 전에 떠난 여행에 대한 묘사나 볼리비아 진입 후의 게릴라 전투 전개는 평전의 부족한 점을 소설이 보충해주는 듯하다. 특히 볼리비아 진입 후 정부군과 본격적으로 전투를 전개하기 전 게릴라 부대원들을 데리고 산악 행군 훈련을 하며 비트를 구축하던 시기에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다.

그러므로 평전에 더 비중을 두되 가능하면 소설도 같이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평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어 소설보다는 좀 더 신빙성이 가는 평전을 먼저 봐야 소설의 허구성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체가 의사 학위를 따기 전 친구 알베르토와 포데로사를 타고 여행 중에 잠시 머무른 산 파블로 나환자촌에서의 상황이 그렇다. 평전은 두 사람이 나환자촌 사람들이 만들어준 뗏목을 타고 함께 떠나는 것으로 나오지만(『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도 마찬가지), 소설에서는 알베르토는 마을에 남겨두고 체 혼자 떠나는 것으로 나온다.

여담이지만, 체 게바라의 일생을 소설로 다룬다면 김용의 대작 『영웅문』처럼 6권 정도는 돼야 깊이 있고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1부는 체 게바라의 소년 시절부터 친구 알베르토와 포데로사와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2부는 알베르트와 동행한 여행, 3부는 알베르토와 헤어지고서 멕시코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기까지, 4부는 쿠바 정부군과의 혁명 전투, 5부는 쿠바의 혁명 전개 과정, 6부는 볼리비아에서의 혁명 전개 등 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딱 좋을 것 같다.

<Che Guevara - Familia / Unknown author / Public domain>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체 게바라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 사실 중에서 나와 체 사이의 일치하는 습관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블랙커피를 고집하는 습관이다. 세상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 중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어디 한둘뿐이겠냐마는 그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으로 추앙받는 체 게바라도 깊이 알고 보면 한 명의 사람이었음은 시가를 즐기고 블랙커피를 선호하는 그의 사소한 습관에서 엿볼 수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천식으로 고통받고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여 아이도 낳는, 분명히 그도 인간이었지만 왜 많은 사람이 그를 잊지 못하고 영영 식지 않는 열렬한 존경의 마음과 찬사를 그에게 바치는 걸까. 그것은 나의 이 졸렬한 글재주로서는 과히 표현할 수 없을뿐더러 어쩌면 단 몇 마디 찬사나 경탄의 말로 그를 표현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오만일 수도 있다. 진정 체를 만나고 이해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나 같은 사람이 몇 마디 쓴 조잡한 글에 만족하지 말고 숭고한 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조명한 여러 책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 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리뷰는 2016년 6월 6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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