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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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문학 | 음식학을 위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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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문학 | 주영하 | 음식학을 위한 한 수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하려면, 각자 나름의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생명 유지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사람은 날것이든 조리를 해서든 뭔가를 먹음으로써 힘을 얻고 이것은 대다수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연적인 발생으로만 생산되는 먹이를 찾아 먹는 동물들과는 달리 사람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등 먹는 것을 생산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오래전부터 익혀오면서 다양한 식량 자원을 자급자족할 수 있었고, 이렇게 생산된 재료를 더러는 날로도 먹지만 대부분 가공하고 조리하여 ‘음식(飮食)'으로 만들어 먹는다.

사람에게 음식은 생명 유지 활동을 위한 영양분을 제공한다는 기초적인 의미를 넘어서 음식이 주는 다양한 풍미로 말미암은 기쁨과 포만감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음식의 변천 과정에는 문화와 사회, 정치경제의 역사적 변천 과정의 흔적도 각인되어 있다. 또한, 음식은 알게 모르게 먹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건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루 세끼로도 모자라 때론 부수적으로 간식이나 야식까지 꼬박 챙겨 먹는, 더군다나 TV의 화젯거리로 지겹도록 나오는 ‘식사’와 ‘음식’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음식인문학 - 음식으로 본 한국의 역사와 문화 by 주영하

『음식인문학 - 음식으로 본 한국의 역사와 문화』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완전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의 기존 연구방법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접근법으로 저자 주영하가 제시한 독립적인 새 학문인 ‘음식학’의 자리매김을 위한 준비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음식 역시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며,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는 친척이나 사회조직이 간여하며, 종교적 세계관 등의 사상적인 면도 개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음식을 연구함에 물질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적인 접근법도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 • 예술 • 역사 •사회, 그리고 다른 여러 학문 분과를 포함하여 음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하는 학문이 바로 음식학이다.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음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기존의 학문 체계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었을뿐더러 기존의 연구성과 역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러한 난국을 타파할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음식학’이라는 새롭고 독립된 학문이다. 또한, 음식학이 발전적으로 사회에 이바지할 구실을 할 수 있으려면 음식학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그동안 묵시적으로 존재해왔던 서로 다른 학문 분야 간의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논의를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저자가 1999년 이후 학회지나 연구논문집에 발표한 글들을 수정, 보완해서 집대성한 내용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문들을 관통하는 ‘음식’이라는 주제 자체가 사람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독자에 따라서는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3장의 「한국음식의 매운맛은 어떻게 진행했는가」와 5장의 「비빔밥의 진화와 담론 연구」, 6장의 「주막의 근대」,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눈에 비친 조선음식을 중심으로 구성한 8장 「타자화된 조선음식」 등은 보통의 독자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내용이므로 『음식인문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부분만이라도 우선으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또한, 『음식인문학』은 저자도 인정했듯 보통의 교양서적을 생각하고 설렁설렁 읽으려고 책장을 열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학문적인 깊이가 있는 책이다. 그러나 지혜롭게 이 책을 선택한 독자는 약간의 각오와 함께 조금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현명하게 마지막 장까지 차근차근 더듬어 길을 밝혀간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그 ‘무언가’는 다음 독서를 위한 왕성한 호기심과 지식욕을 자극함으로써 독서를 지속하는 탁월한 약발이 될 것이며 더불어 ‘음식’에서 배와 식욕을 채워주는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혜안도 길러줄 것이다.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식은 밥과 국, 반찬을 입속에서 섞어 먹는 것이 제격이다. 국밥은 국에 밥을 만 것이고, 비빔밥은 밥에 반찬을 넣은 것이다. (『음식인문학』,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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