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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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 세계의 지갑, 중국의 소비재 올림픽

China's Great Transition, Korea's Great Opportunity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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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 전병서 | 세계의 지갑, 중국의 소비재 올림픽

시진핑 정부는 덩샤오핑의 성장제일주의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나 안정과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10% 안팎의 고성장을 7%대로 조율하는 등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더는 양적인 성장이 아닌 질적인 성장의 포부를 밝힌 중국 공산당은 수출지향적인 경제를 내수지향적인 경제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돈만 잘 벌면 되었던 시절에서 이제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돈을 잘 써야 하는 시절로 바뀐 것이다. 이미 중국은 2012년부터 3차 산업이 제조업 비중을 넘어가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지갑’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은 이제 미국,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리고 ‘중국몽(中國夢)’, 즉 ‘팍스 차이나’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바다와 육지 양면으로 중국과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주도의 금융 시스템에 맞서기 위한 브릭스 개발은행(NDB), 긴급외화보유기금(CRA), 그리고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설립했거나 추진 중이다.

에드워드 스타인펠드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서 중국은 서구가 만든 게임의 규칙을 통해서 성장했고 여전히 그 규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서구를 위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은 일대일로, 세계적인 금융 시스템 추진, 위안화 국제화 등 자신들만의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영국이 미국의 으름장에도 유럽 국가 중 첫 번째로 AIIB에 가입한 것을 보면(영국의 뒤를 이어 프랑스,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 참여) 역시 국제 사회에선 명분보단 실리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주먹맛이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면 앞으론 외화보유액 3.8조 달러의 중국 돈 위력이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세계적인 경제 흐름에 변화를 줄 것이다.

<사진 출처: http://www.polayoutu.com/>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시진핑 정부 이후 시작된 중국의 대전환을 대기회로 탈바꿈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저자 전병서)의 주장이다. 중국에서의 승자가 진정한 세계 승자가 된 현시점에서 중국에서는 매일 치열한 소비재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엔 중국 부자의 지갑을 털 명품이 없다. 또한, 구글, 애플, 인텔처럼 혁신을 이끄는 일류 회사도 없다. 이에 대해 저자 전병서는 승천하는 용에 금융투자를 함으로써 한몫 단단히 잡는 단기적 승부수와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는 장기적 전망을 제안한다. 내 생각에, 만약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로 처박히는 돈을 진작에 중국, 인도, 브라질과 동남아시아 등에 투자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랬다면 집값도 안정되고 외화벌이도 짭짤했을 것 같다. 하지만, 창의력이 빈약하고 머리 굴리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에게는 자나 깨나 부동산 투기밖에 모르니, 앞으로 잘 살기는 글러 먹었다.

아무튼,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이 출판되고 나서 2015년 8월 중국 증시는 8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그 여파가 쓰나미처럼 전 세계 증시를 덮쳤다.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음에도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이 경제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너무 이른 시기에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복 • 과잉투자에 따른 중국 경제의 거품과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불황을 예고했다. 고로 투기꾼이 되어 단기간에 한밑천 잡으려는 얄팍한 수단은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중국 경제가 급락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특히 한국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듯 이제 남은 것은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여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중국의 앞날에 대비하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엄청난 구매력을 지난 중국의 중산층과 신흥 부유층을 겨냥한 명품 양성 등 중국 각 지방, 각 계층에 특화된 상품으로 중국 소비재 시장 올림픽에서 성적을 올리는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서구 학자들이 분석한 중국 관련 책들이 오랜 시간 준비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기술한 학술적인 경향이 짙은 냉철한 시각의 저술이었다면,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는 대(對)중국 정책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한국 경제인이 대중국 문제의 안일한 대처를 경고하기 위해 쓴 긴급 보고서 같은 책이다. 열정적이고 감정적인 거친 저자의 문장에는 다급함과 절박함이 묻어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반복되는 주장과 산만한 구성, 그리고 장기적 대책의 미흡함은 책의 깊이를 다소 떨어트린다. 어쩌면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감지되는 절박함과 약간의 아쉬움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중국통 부재의 절실함을 대변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시기에 한국은 잘 먹고 잘살았지만 또한 중국이 그 시선을 주변국으로 돌리면 주변 국가들은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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