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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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 부와 소득분배 동학에 대한 통찰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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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 부와 소득분배 동학에 대한 통찰과 공정하고 도덕적인 불평등

내가 보기에는 모든 사회과학자, 모든 저널리스트와 논평가, 노동조합의 모든 활동가와 온갖 부류의 정치가, 특히 모든 시민은 돈과 그에 대한 측정, 그를 둘러싼 사실들 그리고 그 역사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숫자를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이 가난한 이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1세기 자본』, 697쪽)

상위 10%가 전 세계 부의 87%를 소유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을 보면 프랑스에서는(2010~2011) 가장 부유한 10%가 전체 부의 62%를 장악했지만, 가장 가난한 50%는 고작 4%를 소유한다. 같은 시기를 다룬 연방준비은행 자료에는, 미국 상위 10%가 국부의 72%를, 하위 50%는 고작 2%를 소유한다. 좀 더 최근 자료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2014년에 발표한 「세계 부(富)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를 보면 상위 1% 재산이 전 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2009년의 44%에서 소폭 증가했으며 상위 10%는 전 세계 부의 87%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에 하위 50%는 전 세계 부의 1%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상속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에는 2010~2013년 기준으로 자산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은 전체의 25.9%, 자산 상위 10%가 가진 자산은 전체의 6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의 집중도는 2000~2007년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7%포인트, 2.8%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역시 세계화 추세에 걸맞게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 국민의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1.7%에 불과하며, 고로 중산층 40%는 35.7%의 부를 가진 셈이다.

상위 10% 국가 부의 90%를 차지했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현재의 추세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기대했던 만큼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으며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 부의 평등한 분배를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과 공정한 불평등을 찬양하는 능력주의의 실패를 방증한다 . 또한, 18세기 이후 부와 소득분배의 동학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통찰한 책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 담긴 우려이기도 하다.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by Thomas Piketty
<돈이 돈을 부른다>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세습자본주의

그렇다고 이 책이 한물간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되새김질하거나 빛바랜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토마 피케티가 강조하듯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자본소유자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가능한 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현실, 천문학적인 CEO의 연봉으로 대표되는 노동소득 불평등에 자본소득률이 성장률을 꾸준히 앞서는 시너지 효과가 더해지면서 세계대전 이후 잠시 잊혔던 세습자본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지금, 이러한 역사 • 경제적 추동력이 그려낼 미래는 너무나 암울하다 . 앞으로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제시한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초국가적 세제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한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1차 대전 전처럼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벨 에포크 시대의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이 두 번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청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면 필연적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다행스럽게도 현재에는 그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중산층이 양극단 사이에서 어느 정도 완충 구실을 하며 균형을 잡으려고 나름 애쓰고 있지만, 그 과격하고도 과격했던 프랑스혁명으로도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했듯 완만한 수준의 정책이나 안일한 개혁으로는 현재의 불평등 수준을 타파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리고 세계 대전의 발발 원인 중 하나는 국가적 부의 획득과 관련되었다는 명백한 사실이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이라는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인류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부와 소득분배의 역사적 동학을 시원하게 밝힌 책

토마 피케티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나마 소득 상위층과 소득 하위층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으며 완충 역할을 하던 중산층도 서서히 빈곤화되어 가고 있다. 과연 인류는 상위 1%에 점령당한 정치적 난관을 뚫고 사적 이익을 대중의 이익으로 둔갑시키는 데 뛰어난 역량을 지닌 경제학자들을 구워삶아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는 프랑스혁명 이념처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하고 도덕적인 불평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을 통해 제시한 이상적인 해법들이 비록 정치적이고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여러 이유로 바로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부와 소득분배의 역사적 동학을 시원하게 밝힌 이 책의 장점은 부의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시켜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적 토론으로 부와 소득분배 문제 인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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