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 인(Shut In, 2022) | 이런 감금은 처음?
<집만 놓고 보면 ‘유령의 집’ 촬영...> |
책이나 영화 제목엔 으레 시처럼 은유적이고 격언처럼 함축적인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영화 「셧 인(Shut In)」의 제목이 의미하는바 역시 그런 상식적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고로 'Shut In'이라는 제목에 '스릴러'라는 장르를 보태면, 대충 어떤 영화일지는 감이 잡힌다.
이런 경험과 상식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지혜로운 감을 유지한 채 올해 장맛비 같은 강한 바람을 동반한 집중호우 정도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무너져내릴 것 같은 할머니의 행주치마처럼 허름하고 마약 소굴처럼 음침한 집과 그 집에서 거주하는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자식을 보는 관객은 각본가라도 된 듯, 점쟁이라도 된 듯 불행해야 할 것 같은 모녀의 앞날을 경솔하게 지레짐작하기 마련이다.
이제 어린 양들을 잡아먹을 늑대가 등장할 일만 남았다.
<집이 이처럼 낡았기 때문에 그녀는 탈출할 수 있었다?> |
<오늘의 불행을 견뎌내기엔 너무 어린 두 양> |
예상이 보기 좋게 들어맞으면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받은 아이처럼 신바람 난 관객은 어떻게 시나리오가 이토록 허술할 수 있다며 영화를 깎아내리고, 예상이 보기 좋게 낙방하면 선생님으로부터 호되게 꾸중 들은 아이처럼 시무룩해진 관객은 어떻게 시나리오가 이토록 황당무계할 수 있다며 영화를 깎아내린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도록 CPU처럼 고도로 집약적인 제목을 지음으로써 관객을 꼬리 내린 개처럼 시나리오에 얌전히 따라오도록 만다는 것도 감독의 재주라면 재주다.
그런 면에서 「셧 인(Shut In)」의 제목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그런데도 IMDB 평점이 6점이나 되는 것은 관객의 추측과 예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는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 무대, 문을 열면 좀비가 튀어나지도...> |
<아이들 걱정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제시카> |
영화 「셧 인(Shut In)」은 (당신의 훌륭한 어휘력이 해석한 대로) ‘감금’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맞지만, 그 ‘감금’ 방식이 기존의 ‘감금 영화’와는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감금당하는 장소가 가장 안락해야 할 스위트홈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무섭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당하는 감금은 (한국의 아파트 같은 집 구조에서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미국의 일반적인 주택 구조에서는 일상의 부주의로 일어날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처럼 못 박힐 일을 암시라도 하는 것일까?> |
<성경, 마약, 양초, 성냥. 살고 싶다면 이 아이템들을 잘 챙겨두길> |
이것이 다는 아니다. 영화는 용감하고 과감하게 주인공이 갇힌 2평 남짓한 공간에 이 지옥 같은 상황을 타개할 아이템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이로써 제대로 작동하는 뇌가 있는 관객은 어드벤처 게임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템의 발견과 쓰임새를 주인공만큼이나 고심하게 될 것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이웃조차 없는 외딴곳에서 아직 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어린 딸과 젖먹이를 눈앞에 두고도 보살핌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엄마가 겪을 스트레스는 실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는 내가 울컥하고 짜증이 날 정도다. 이것만 해도 아주 큰 사달인데, 여러분이 예상했듯 늑대들이 난관에 부닥친 가련한 양들을 노리고 뻔뻔하게 등장하니 본의 아니게 감금된 젊은 엄마 제시카는 장차 이 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마디로 영화 「셧 인(Shut In)」은 적당한 수준의 공포와 스릴을 가진 저예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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