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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3일 금요일

[영화 리뷰] 물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사랑을 찾아 ~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

The Ice Pirates 1984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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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찾아, 아버지를 찾아, 사랑을 찾아…

"미트라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이 '재설계'되는 게 떠올라" - 수인 1
"재설계?" - 제이슨, 로스코
"그래, 거세하고 로봇화되지" - 수인 1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은 드넓은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양념으로 안드로이드 병사와 레이저총도 등장하는 분명한 공상과학 장르지만, 화면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복장뿐만 아니라 칼을 휘두르고 육탄전을 벌이는 등의 전투 방식에서도 중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서 요즘의 현란하고 세밀한 CG에 익숙한 나에게조차 어딘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영화다. 이 신선함은 구닥다리 소품들마저 친숙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어디 이뿐인가? 스타워즈에 나왔던 똘똘한 안드로이드 R2-D2를 연상시키는, 하지만 그에 비하면 확연히 엉성한 안드로이드들이 눈요깃거리로 등장하고, 쓰리피오(C-3PO)보다 더 골 때리는 로봇 병사들이 펼치는 ‘로봇 개그’ 또한 볼만하다. 한마디로 「우주 해적선」은 눈이 높아진 요즘 시청자에게도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다. 다만,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래된 문화 유적지를 별 기대 없이 돌아본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감상에 임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SF 명작 「스타워즈」와 비교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가벼운 시트콤에 가까운 영화다.

The Ice Pirates 1984 scene 01

「우주 해적선」은 구두를 광낼 침조차 부족할 정도로 극심하게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트라 행성을 지배하는 사악한 기사단이 유일한 가치를 지닌 ‘물’을 통제했고, 소수 해적은 기사단의 통제 아래에 있는 함대에서 목숨을 걸고 얼음을 훔치는 것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해적단의 두목인 제이슨이 안드로이드 병사와 부하들과 함께 기사단의 순양함을 습격하여 얼음을 훔친다. 그 과정에서 제이슨은 잠자는 공주인 아르곤의 바스코 백작의 딸 카리나를 억지로 깨워 해적선으로 납치한다. 부하들은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제이슨이 못마땅했지만,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는 두목의 미덥지 않은 대답에 불만을 잠재워야 했다. 제이슨 일당은 생명과 재물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얼음뿐만 아니라 계획에도 없는 공주를 훔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곧바로 기사단의 집요한 추격을 받는다.

The Ice Pirates 1984 scene 02

해적선이 완파될 위기에 처하자 제이슨은 기사단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속셈으로 우주선을 셋으로 분리한 다음 서로 방향을 나눠 도망친다. 기사단은 추격하던 해적선이 셋으로 분리되자 나머지 두 대는 포기하고 한 대를 끝까지 추격하여 체포하는 데 성공하는데, 하필 붙잡힌 해적선에는 제이슨과 공주가 타고 있었다. 기사단에 붙잡힌 제이슨과 그의 부하들은 거세당한 노예라는 무시무시한 형별을 선고받는다. 제이슨과 그의 부하들이 거세당한 노예들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막 남자의 상징을 떼어버리려고 할 때, 어찌 된 일인지 카리나 공주가 나타나 위기를 모면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공주는 공장에서 이제 막 출하된 신상품인 제이슨 일당을 자신의 노예로 사들인다. 하지만, 우주에 공짜는 없는 법, 공주는 한때 지구처럼 물이 풍족한 행성을 찾아나섰다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조건으로 그들을 사들인 것이었다. 이에 제이슨은 어쩔 수 없이 공주의 명을 받들어 공주의 실종된 아버지도 찾고,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대박 행성을 찾아 나서는데….

The Ice Pirates 1984 scene 03

사실 지금 우리가 숨을 쉬는 이 순간에도 지구의 수분은 (아주 미세한 양이지만) 우주로 증발하고 있고, 화성에는 한때 지구의 북극해보다 큰 바다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우주로 증발하는 바람에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운 불모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극단적 물 부족’이라는 「우주 해적선」의 소재가 그리 허황되지는 않다. 그런데 지구촌의 물 부족 문제는 비교적 최근에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물론 소수의 명민한 학자들은 그 이전에도 ‘물’ 문제를 경고했겠지만) 1984년에 그런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 다소 놀랍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우주 해적선(The Ice Pirates, 198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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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5일 금요일

[영화 리뷰] 화려한 '도둑질’과 '출연진', 그러나 ~ 협도연맹(俠盜聯盟, The Adventurers, 2017)

The.Adventurers 2017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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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둑질’과 '출연진', 그러나

"내가 그를 잡으려는 이유를 알아요? 그는 최악의 도둑이지만 인내심과 기품이 있고 이번에 그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잡지 못할 것 같거든요." - 피에르 형사

‘운명의 날개’, ‘생명선’과 함께 ‘가이아’로 알려진 진귀한 목걸이 세트 중 하나인 ‘숲의 눈’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다. 범인은 유명한 도둑 ‘장단’이었다. 장단은 ‘숲의 눈’을 훔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치는 도중 누군가의 배신으로 ‘숲의 눈’도 빼앗기고 자신은 감옥에서 5년이란 세월을 보내게 된다.

The.Adventurers 2017 scene 01

장단은 출옥하자마자 경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천재 해커 ‘진소보’와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도둑이자 새로운 멤버인 ‘엽홍’과 함께 경매에 출품된 ‘운명의 날개’를 멋지게 훔쳐내는 데 성공한다. 장단은 이번 일을 마지막 건수로 여길 생각이었지만, 그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조직의 두목인 ‘콩’은 ‘생명선’마저 훔쳐 ‘가이아’ 세트를 완성하길 원했다. 은퇴하기 전에 크게 한 건 할 기회로 여긴 장단은 유서 깊은 성 깊숙한 곳에 최신 보안 시설의 삼엄한 감시 아래 보관 중인 ‘생명선’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The.Adventurers 2017 scene 02

한편, 오래전부터 장단을 추적해오던 프랑스 형사 ‘피에르’는 혼자서는 장단을 감당할 수 없자 오래전에 장단과 헤어진 장단의 애인 ‘앰버’를 찾아 도움을 구한다. 장단은 앰버가 가진 정보를 이용해 ‘숲의 눈’을 훔쳐낼 수 있었고, 이런 일로 앰버는 장단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앰버는 이번 일이 끝나면 장단을 영원히 가둬달라는 조건으로 피에르 형사와 함께 장단을 추적한다.

The.Adventurers 2017 scene 03

「협도연맹(俠盜聯盟, 2017) 」에서 형사 피에르는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단을 마중하며 몸 관리를 잘한 것 같다는 인사말을 건넨다. 그의 말대로 유덕화의 몸은 젊었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나처럼 살이 안 찌는 체질인지, 아니면 철저한 몸 관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늘씬하다. 물론 그도 얼굴에 스며든 세월의 눅눅한 흔적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사실 유덕화 영화는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더라도 발견하는 족족 찾아보는 소심한 팬인데, 이 영화 「협도연맹」을 보면서 그도 우리처럼 늙어가고 있다는 서글프고 씁쓸한 느낌을 유독 많이 받았다. 영화 「천장지구」에서 오천련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야생마처럼 질주하는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역력한데 말이다. 세월의 무상함이란……. 무엇을 하든지 머릿속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는가보다. 한편, 서기의 악동적인 매력은 여전하다.

원래는 「협도연맹」에 「몽키킹 2」의 삼장법사 역으로 출연한 풍소봉(馮紹峰)과 장천애(张天爱)라는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풍소봉은 다리 부상으로, 정천애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출연할 수가 없었고, 대신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유덕화와 서기가 차지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프랑스 칸에서 체코의 프라하,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키예프로 마무리되는 이국적 로케이션이 펼쳐내는 아름답고 고아한 배경이 볼만하지만, 출연진과 ‘도둑질’의 화려함에 비하면 내용은 좀 평범한 편이다. 마지막에 진짜 배신자를 걸러내는 억지스러운 반전 같지 않은 반전은 ‘옥에 티’라고 생각될 정도로 엉성하다. 이런 유의 영화를 몇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장단을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대뜸 짐작이 가는데, 말이다. 그래도 간편하게 시간 보내는 용도로는 괜찮은 영화 「협도연맹」.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협도연맹(俠盜聯盟, 2017) 」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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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영화 리뷰] 준수한 이야기 +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 ~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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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이야기 +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

“난 쑤우리 지원할게. (사령관) 잘 감시해!” - 발레리안 소령
“어디 못 가게 해놓죠. 퍽! 퍽!” - 로렐린 하사
“ … ” - 사령관

지구에 사는 각각의 국가들이 우주로 쏘아 올린 우주선들이 하나둘씩 모여 시작된 국제 우주 정거장 ‘알파’. 그랬던 것이 28세기에는 전 우주에 사는 수많은 종이 모여 살면서 지식, 정보, 문화를 교류하며 사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되었다. 이곳 천 개의 도시 ‘알파’를 포함한 은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를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사회는 사령관을 통해 발레리안 소령과 로렐린 하사에게 얼마 전 암시장 딜러에게 도난당한 무엇이든 복제할 수 있는 ‘뮐 컨버터(Mül converter)’를 찾아오라는 임무를 내린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벌이면서도 컨버터가 고차원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시장 ‘빅 마켓’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곧바로 키리안 행성으로 향한다.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1

한편, 임무에 나서기 전 발레리안은 꿈을 통해 우주의 시공간을 가로 질러 날라온 파장의 신호를 감지해 낸다. 그것은 30년 전에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라진 ‘진주족’에 대한 꿈이었다. 당시 자신들의 행성에서 경이로울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집약된 진주를 캐며 평화롭게 살던 600백만의 진주족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행성 근처에서 일어난 다른 종족들 간의 싸움에 휘말리면서 불운하게도 멸종을 맞이하고 말았다. 발레리안과 로렐린 요원이 찾는 뮐 컨버터도 진주족 행성에서만 살던 생명체로서 이제 우주에 단 하나 남은 녀석이었다.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2

뮐 컨버터를 되찾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두 요원은 오랜만에 우주 정거장 알파로 들어서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1년 전부터 알파 정거장 중심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방사능 지역이 감지됐는데, 해당 지역을 정찰하러 보낸 탐사선과 특수팀이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이사회는 알파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방사능 지역을 한시라도 해결되길 바랐고, 사령관은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K 트론을 투입하기로 한다. 이번 작전에서 두 요원은 예상과는 달리 사령관을 경호하는 임무만을 맡는다. 하지만, 정상 회담장에서 사령관이 침입자에게 납치되고, 발레리안은 사령관을 납치한 우주선을 추격하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이에 로렐린은 자리를 지키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직접 발레리안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이번 작전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 두 사람은 비열한 음모에 묻힐뻔한 엄청난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scene 03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은 프랑스 공상 과학 만화 『Valérian and Laureline』을 뤽 베송(Luc Besson) 감독의 연출과 그 특유의 감각으로 영화화한 작품.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구성이 치밀하고 SF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티격태격’으로 시작해서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알콩달콩’으로 마무리되는 두 주인공의 애정극,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우주 괴물의 ‘깜짝’쇼와 역시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징글맞게 생겼으면서도 귀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는 외계인의 ‘수다’쇼, 그리고 또 역시 이런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종족 간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숭고한 우정, 그리고 영화 「아바타(Avatar, 2009)」 행성의 화려함과는 달리 단조로우면서도 동화 같은 아름다움이 깃든 진주족의 고향 행성 등 다채로운 이야기와 볼거리가 긴 상영시간으로 말미암아 간간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그 틈새들을 튼실하게 메어놓고 있다. 사악한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되찾는 준수한 이야기에 따스하고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곁들인 이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영화다.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에서 진주족이 살던 고향 행성의 불운한 결말은 먼 훗날 인류가 영화처럼 우주에 널리 퍼진 다른 종족들과 교류하게 되었을 때, 혹은 (흔히 야만인으로 불릴) 인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종족과 우연히 만났을 때, 인류의 이익(아 그놈의 경제, 경제, 경제!!! 이 지긋지긋한 ‘경제’ 논리와 성장지상주의는 먼 훗날에 가서도 인류를 옭아맨단 말인가?)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영화처럼 인류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종족의 멸종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전해준다. 지금까지 사람과 그 사람이 집단을 이룬 민족이나 국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민족과 다른 국가를 마땅히 희생시킨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상상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아마 영화가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알려주고자 했다면 바로 이런 경고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다크서클 오지게 진 남자주인공의 게슴츠레한 눈과 늘씬하게 빠진 몸매를 비웃듯 얼굴 한복판에 우뚝 솟은 여주인공의 들창코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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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영화 리뷰] 혼란스러운 재탕, 덕분에 기대감은 난감함으로 ~ 데스 노트(Death Note, 2017)

death note 201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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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재탕, 덕분에 기대감은 난감함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신이야. 우리가 신을 선물할 거야. 신을 선물하자. 이름도 지을 거야.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을 신." - 라이트

시애틀의 고등학생 라이트 터너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낡은 노트 한 권을 줍는다. 표지에 ‘데스 노트’라고 적힌 그 노트 안에는 친절한 사용 설명서와 함께 까다로운 규칙들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노트에 한 번이라도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트의 새 주인이 된 라이트는 노트를 관리하는 사신 류크도 볼 수 있었다.

Death Note, 2017 scene 01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던 라이트는 때마침 근처에서 치어 리더 미아를 괴롭히는 유급생의 이름을 시험 삼아 노트에 적는다. 단순히 이름이 적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는 방법까지 적힌 대로 실행되는 끔찍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라이트는 노트의 진정한 위력에 놀란다. 노트의 절대적인 힘을 몸소 체험한 라이트는 노트에 이름이 적힐 두 번째 대상자로 오매불망 잊지 못하던 엄마를 살해한 범죄자를 적는다.

Death Note, 2017 scene 02

라이트는 노트의 힘을 빌려 범죄자를 처단하는 신 ‘키라’로 자처하고 나서고, 노트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미아 역시 적극적으로 ‘키라’의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라이트의 연인이 된다. 한편, 전 세계에서 속출하는 범죄자들의 대량 죽음과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키라’를 두고 FBI는 수사에 나서게 되고, 경찰인 라이트의 아버지도 ‘키라’ 수사팀에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키라’를 수사하는 일의 중심에는 베일에 싸인 탐정 ‘L’이 있었다.

Death Note, 2017 scene 03

원작 만화는 보지 않았지만, 일본판 영화 ‘데스 노트’ 시리즈 3편을 모두 본 입장에서 뭔가 기대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그 기대감을 난감함으로 둔갑시킨 영화 「데스 노트(Death Note, 2017)」. 이야기 흐름이 관객이 일본판 영화를 봤든, 원작 만화를 봤든 어느 정도 중심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구성된 것인지, 영화를 스킵해서 보는 것처럼 띄엄띄엄 건너 띄는 듯해 상당히 성의없게 느껴졌다(특히 ‘L’이 어떤 추리도 없이 단박에 ‘키라’가 이름과 얼굴만 알면 죽일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 마츠야마 켄이치가 연기한 ‘L’의 말투나 행동, 자세 등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키스 스탠필드의 가상한 노력이 좀 친숙하게 다가왔을 뿐(물론 영화 막판에 ‘L’ 답지 않게 이성을 잃고 분노하는 장면은 실망스러웠지만), 전체적으로 일본판 영화와 비교하면 뭔가 내세울 건더기가 너무 없다. 그래도 ‘데스 노트’의 향수 때문에 그럭저럭 끝까지는 볼 수 있는 영화 「데스 노트(2017)」.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데스 노트(Death Note,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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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9일 화요일

[영화 리뷰] 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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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넌 신이다. 날 죽이면 남들처럼 평범해져" - 에고
"그게 뭐가 나빠?" - 퀼

우주에 정평이 자자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소버린 행성을 괴롭히는 괴물을 힘겹게 처치하고 그 보상으로 배터리를 훔치려다 잡힌 가모라의 동생이자 현상금이 걸린 우주 범죄자 네뮬라를 소버린 행성의 지도자 아이야 대사제로부터 인도받는다. 모든 거래가 무사히 마무리된 것으로 연긴 퀼은 가벼운 마음으로 소버린 행성을 떠나지만, 곧 무거운 마음으로 별처럼 많은 소버린 무인 우주전투기와 대면하게 된다. 이유인즉슨,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로켓이 어느새 배터리를 훔친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중과부적으로 적에게 쫓기던 ‘가 • 오 • 갤’은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근처 행성인 베르허트에 불시착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우주선은 제구실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이들을 도운 낯선 남자가 나타나는데 그는 자신을 퀼의 아버지이자 ‘에고’ 행성의 주인이자 작은 신인 ‘셀레스티얼’이라고 밝힌다. 갑작스러운 가족 상봉으로 어안이 벙벙하던 퀼은 곧 마음을 다잡아 아버지를 따라나서고, 가모라, 드렉스도 퀼을 따라 ‘에고’ 행성으로 향한다. 베르허트에 남은 로켓과 네뮬라, 그루트는 망가진 우주선을 수리한다. 한편, 퀼을 잡고자 혈안이 된 아이야는 ‘라바저스’사회에서 추방된 욘두를 고용하고, 욘두는 네뮬라의 도움으로 베르허트에 남은 로켓과 그루트를 잡는 데 성공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아버지 ‘에고’를 만남으로써 반은 인간, 반은 신인 자신의 놀라운 정체성을 깨닫게 된 퀼은 빛을 다루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도 배우게 된다. 이로써 퀼은 아버지처럼 빛이 소멸하지 않는 한 영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퀼이 아버지에게 마음을 조금씩 주는 사이 ‘에고’는 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우주적 야심을 드러내는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scene

정신없이 팡팡 터지는 폭소도, 절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드는 화려한 그래픽과 눈부신 액션, 그리고 친가족보다 더 끈끈한 사랑과 정으로 똘똘 뭉친 ‘가 • 오 • 갤’의 감동적인 이야기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진득하게 유쾌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여기에 이야기의 선율을 감미롭게 울려주는 흘러간 올드팝은 감동과 재미의 차원을 높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아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때문에 잠시나마 올드팝 음반 시장에 때늦은 활기가 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감히 신이 되기를 거부한 남자 퀼을 보면 역시 나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더 진국이지 않은가 싶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들과의 작별의 창명함은 이루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다음 편이 또 나온다고 하니 약간은 위안이 된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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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5일 금요일

[영화 리뷰] 인민해방군의 숨겨진 영웅을 기념하는 ~ 타이거 마운틴(智取威虎山,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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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군의 숨겨진 영웅을 기념하는

"위호산은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

1946년 겨울, 패전으로 일본군은 물러났지만, 또다시 시작된 국공내전으로 중국은 또다시 몸살을 앓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동부 지역은 막강한 화력을 갖춘 도적떼들로 들끓는 바람에 인민들의 고초는 끝이 없었고, 도적떼 중에서는 일본군이 남긴 군수물자가 숨겨져 있던 천혜의 요새 위호산을 차지한 최삼야의 도적떼가 가장 강력했다.

타이거 마운틴(The Taking of Tiger Mountain, 2014)

한편, 인민해방군 203부대는 약탈과 학살을 일삼는 도적떼를 소탕하는 전투 계획을 준비하던 중에 사령부에서 전입해 온 정찰대원 양자영과 야전병원 간호사 백여를 새로운 동지로 맞아들인다.

타이거 마운틴(The Taking of Tiger Mountain, 2014)

양자영은 자신이 첩자로 위호산에 침투한 다음 시기를 보아 줄탁동시(啐啄同時) 작전으로 도적떼를 소탕하자는 제안을 해오지만, 평소에 군인답지 않아 보이는 껄렁껄렁한 양자영을 못 미더워하던 부대장은 거절의 뜻을 밝히는데….

타이거 마운틴(The Taking of Tiger Mountain, 2014)

마오쩌둥 시대에 다칭 유전을 맨손으로 성공적으로 개발한 위추리를 선전하는 영화 「창업」처럼 인민해방군의 숨겨진 영웅 ‘양자영’을 기념하는, 새로운 풍의 선전 영화 같은 느낌이 다분히 느껴지는 줄거리와 영상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넉넉하게 담은 영화 「타이거 마운틴(The Taking of Tiger Mountain, 2014)」. 감독은 서극이지만, 그의 예전 작품처럼 세련되거나 몽환적인 맛은 당연히 느끼기 어렵다. 아마도 영화 「타이거 마운틴」은 누군가의 압력으로, 혹은 말년을 평온하게 보내고자 당에 바치는 몸보신용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타이거 마운틴(The Taking of Tiger Mountain, 201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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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7일 목요일

[영화 리뷰] 암살로 시작된 끈질긴 인연, 과여 그 마무리는? ~ 암살교실 졸업편(暗殺教室 卒業編,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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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로 시작된 끈질긴 인연, 과여 그 마무리는?

"확실히 말해두지만, 원래부터 너희에게는 암살 같은 거 바라지 않았다"

한 학기 동안 피눈물나는 노력에도 살선생을 암살하는 데 실패한 E반 학생들은 새 학기의 학교 축제를 노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바쁘고 시끌벅적한 틈을 타서 살선생을 죽여보겠다는 심산. 하지만, 학생들의 바람은 김빠진 맥주처럼 곧 시들해지고 대신 뜻밖의 일이 터진다.

암살교실 졸업편(Assassination Classroom The Graduation) scene

그동안 ‘카야노’라고 알고 있었던 동급생이 살선생을 E반 담임으로 이끈 유키무라 선생의 여동생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녀는 죽은 언니를 위한 복수심으로 몰래 촉수까지 인식했으나 그녀의 복수 역시 실패로 끝난다.

암살교실 졸업편(Assassination Classroom The Graduation) scene

하지만, 이 일로 계기로 살선생은 베일에 싸여 있던 자신의 과거를 학생들에게 남김없이 고백하고, 살선생에게 가해진 가혹했던 실험과 그를 동정했던 유키무라 선생과의 애틋한 사이를 전해 들은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태도를 돌연 변경하여 암살이 아닌 살선생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는데….

암살교실 졸업편(Assassination Classroom The Graduation) scene

이미 전편에서 볼거리와 재미는 충분히 얻은 것 같고 이번 「암살교실 졸업편(暗殺教室 卒業編, 2016)」에서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마무리를 뜻하지 않은 살선생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살짝 곁들여 감상하면 될 듯싶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암살교실 졸업편(暗殺教室 卒業編,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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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5일 화요일

[영화 리뷰] 선생의 권위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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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권위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선생님에게 '버린다'라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언제든 믿고 찾아와주세요" - 살생님

달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돌아오는 3월에는 지구도 파괴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초생명체 초괴물이 어느 날 갑자기 쿠누기가오카 중학교 최악의 3-E반에 담임으로 나타난다.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scene

어떠한 방법으로도 죽지 않는 선생이란 뜻으로 ‘살생님’으로 불리게 될 문어처럼 촉수가 달린 이 괴물을 죽이는 학생은 정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는다.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scene

정부에서 파견한 교관들뿐만 아니라 살생님까지 합세하여 진지하게 학생들에게 암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친다. 살생님은 선생으로서 제자들이 암살에 정통하여 자신을 죽이는 데 성공하기를 간곡하게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지구도 지키고 상금도 받고자 최고의 암살자를 꿈꾼다.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scene

선생의 권위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선생과 제자의 사이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보다 못한 지금, 독특한 이야기와 기괴한 방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면서까지 제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그 고맙고 따듯한 스승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영화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아무튼, 기상천외한 상상, 그리고 그러한 상상이 말이 되든 되지 않든 황당하든 정당하든 꿋꿋하게 영화나 만화, 소설 등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그들의 창의력은 역시 남다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암살교실(暗殺教室, 2015)」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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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1일 금요일

[영화 리뷰] 이연걸만으로도 충분한데 숭굴숭굴한 구숙정까지 ~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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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만으로도 충분한데 숭굴숭굴한 구숙정까지

"함부로 나서지 마, 소문에 여자 사기꾼 둘이 나타났데"
"모녀처럼 보이는 데 지능적이고 아주 악랄하데

때는 청나라 강희제 시절. 소림사와 천지회는 힘을 합쳐 반청복명을 꾀하고 있을 때, 반정부 활동에 깊숙이 연루된 소림의 속가제자 홍희관은 야비한 동료 마영우의 밀고로 어린 아들 하나만 남기고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참극을 겪는다.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scene

소림사는 명나라 황실에서 남긴 보물이 있는 위치가 새겨진 보물지도를 어린 다섯 제자의 등에 각각 나눠 새겨 천지회의 총타주 진근남에게 전달할 계획을 꾸민다.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scene

한편, 거지처럼 여기저기 떠돌던 홍희관 부자는 돈도 떨어지고 기거할 곳을 찾지 못하자 임시방편으로 동네에서 유지 노릇하는 마 대인의 호위 무사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 대인의 돈을 노리고 들어온 소문이 자자한 홍두 모녀를 만나게 되는데….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scene

주성치가 주연으로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장난기 가득한 깜찍한 미모의 여배우 구숙정도 보고 더불어 이연걸의 진품 무협 액션도 볼 수 있는 영화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이연걸의 지난 작품을 볼 때마다 최근 작품에서 가면 갈수록 죽을 쑤는 이연걸의 현재 모습이 더더욱 아쉽기만 하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소림오조(新少林五祖, 199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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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 화요일

[영화 리뷰] 영원한 삶을 쫓는 조금은 지루한 여행 ~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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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삶을 쫓는 조금은 지루한 여행

“서두르지 않아도 돼 난 영원히 여기 있으니까” - 엠마

치매를 앓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런데 괴이하게도 할아버지의 두 눈은 파내어진 채 을씨년스럽게 검은 동공만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현장에 있던 제이크는 잠깐이지만 그림자 형상을 한 거대한 괴물을 본다. 하지만, 경찰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야생동물 탓으로 돌리고 이로 말미암아 제이크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scene

오랫동안 모험을 즐겨온 할아버지는 제이크에게 자신이 겪었던 기괴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었고, 이를 기억하고 있던 제이크는 할아버지가 한때 머물렀던 보육원이 있던 웨일스의 한 섬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언급했던 보육원은 이미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군의 폭격으로 허물어져 버린 상태였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scene

그렇게 아쉬움을 간직한 채로 폐허가 된 보육원을 쓸쓸히 둘러보던 제이크는 놀라운 일을 겪게 된다. 할아버지가 보육원 시절에 같이 지냈던 소년 • 소년들이 나이를 먹지 않은그때 그 모습으로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1943년'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었고 제이크는 먼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제이크는 특별한 능력을 한 가지씩 가진 보육원 아이들처럼 자신도 ‘별종’이라는 사실과 이러한 아이들을 사냥하는 ‘할로게스트’가 할아버지를 죽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scene

이런저런 영화를 자주 봐서일까? 아무튼,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몇몇 소재들은 다른 드라마나 영화들에서 한 번 이상 써먹었던 낯익은 소재들이고, 이미 한 번 이상씩은 봤던 것들이라 팀 버튼 감독의 초창기 작품 같은 기발한 상상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에도 상영 시간도 길고 마음이 뒤숭숭하고 기분이 꿀꿀할 때 봐서 그런지, 아니면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건지 전반적으로 좀 지루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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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5일 토요일

[영화 리뷰] 한창 더울 때인 지금 봐야 하는 이유! ~ 쿵푸 요가(功夫瑜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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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더울 때인 지금 봐야 하는 이유!

“교수님, 제가 이번에 온 목적은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탐사에 참여를 요청하는 거예요. 우리의 합작은 중인 양국 고고학계의 내왕과 교류에 유리하고 당신들이 창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도 부합됩니다” - 애쉬미타

어느 날 중국 최고의 고고학자 잭 교수 앞에 인도의 아리따운 미녀가 제 발로 찾아온다. 인도 라자스탄황궁박물관연구소의 애쉬미타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미모의 여인은 진 교수가 발명한 문물 색채복원 기술로 인도박물관에서 가져온 옛 지도를 복원해 달라고 부탁한다.

Kung-Fu Yoga 2017 scene

그녀가 가져온 낡은 지도에는 기원 647년에 신비하게 사라졌던, 잭 교수가 좀 전의 수업에서 언급했던 마가다의 보물의 행방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숨겨져 있었다. 지도가 성공적으로 복원되자마자 애쉬미타 박사와 잭 교수는 함께 보물의 행방을 찾기로 합심하고, 잭은 여기에 20여 년간 마가다의 보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했던 친구의 아들인 보물 사냥꾼 존스를 팀에 합류시킨다.

Kung-Fu Yoga 2017 scene

애쉬미타 박사와 잭 교수의 보물탐사 팀은 지도의 안내를 따라 얼음으로 뒤덮인 중국-인도 국경 곤륜산맥으로 곧장 날아간다. 그들은 석유시추 기술을 사용하여 땅을 파 보물이 묻힌 곳으로 예상되는 얼음동굴을 발견하고, 곧 이어진 얼음동굴 탐사에서 예상했던 대로 보물 더미를 찾아낸다. 하지만, 이전부터 이들을 몰래 감시하던 랜달이 나타나 보물의 권리를 주장하며 애쉬미타 박사와 잭 교수 일행을 방해하고, 그사이 존스는 잽싸게 ‘마가다 다이아몬드’를 탈취하여 두바이 경매에 올려놓는데….

Kung-Fu Yoga 2017 scene

영화 시작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설명처럼 당나라 현장이 천축국과 당나라 친선의 서막을 열고, 훗날 왕현책이 중국-인도 양국의 친선과 문화교류에 이바지했다면 지금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이 그 뒤를 잇는다는, 좋게 생각해 그런 뜻을 홍보하는 영화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성룡이 나오기에 성룡의 팬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감상할 수밖에 없지만, 이연걸이 그러했듯 성룡도 이제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의 빛을 스스로 퇴색시킨다는 불안하고 실망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영화. 성룡의 액션 스케일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대폭 위축되었을 줄이야. 역시 세월은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한편으론, 인도 관련 영화는 춤이 빠지면 뭐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성룡이 출연한 모든 영화에서 성룡이 춤을 춘 시간을 다 합쳐도 이 영화 막판에 춤을 춘 시간만큼은 안 될 듯하다. 그나마 이 영화는 한창 더울 때인 지금 봐야 조금이나마 요긴한데, 왜냐하면 냉철하게 말해 초반에 시원하게 눈요기를 시켜주며 잠시 이 찌는 듯한 더위를 잊게 해주는 얼음 산맥과 얼음동굴이 늘씬한 인도 미녀를 포함해 가장 볼만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쿵푸 요가(功夫瑜伽,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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