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링 빌리지(犬鳴村, 2019) | 이것은 사회파 공포영화다!
<가지 말라는 곳을 가면 재앙은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
「하울링 빌리지(Howling Village)」는 옴니버스 영화처럼 한 인물씩 끊어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을 주지 않았던 주온(呪怨) 시리즈를 만든 시미즈 다카시(清水崇) 감독의 영화로 일본의 유명한 심령 장소를 소재로 한 ‘공포마을’ 3부작 중 ‘빰빠라빰빠’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우연히 (‘공포마을’ 3부작 중 2부인) 「수해촌(樹海村)」을 보고 깊고 쓴 절망을 느낀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한 (열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온만큼은 재밌게 감상한 소소한 인연으로 맺어진 소소한) 팬으로써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도저히 감상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PikPak에 고이 잠들어있던 녀석을 긴급 호출해 보고야 말았다(요즘 토렌트 단속이 심하다는 소문이 돈다. ‘오프라인 다운로드’를 애용하자!). 보고야 말았더니, 「수해촌」을 너무 혹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살짝 들 정도로 나름 괜찮았다.
<새벽 2시에만 울리는 전화벨을 기다리는 아키나(오오타니 린카)> |
<죽는 것도 모자라 찝찔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
일단 눈여겨볼 것이라기보다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어사이드 포레스트 빌리지」의 시작 장면에서 ‘한 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다’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한 ‘자살 숲’을 나 홀로 탐험하는 용감한 1인 방송 진행자 미나 역을 맡아 결국엔 처참하게 죽는 오오타니 린카(大谷凜香)가 (‘수해촌’의) 전작인 「하울링 빌리지(犬鳴村)」에서도 역시 객기를 부리다 역시 안쓰럽게 죽는다.
설원에 핀 살육의 꽃 같은 오싹한 공포영화인 「노루귀꽃(ミスミソウ)」에서 주연을 맡아 공포영화와 나름의 인연이 있어 보이는 그녀는 ‘공포마을’ 3부작 중 피날레가 될 작품인 「우수촌(牛首村)」에도 캐스팅되었는데, 다음번에는 어떤 오지랖을 부리다 어떻게 죽을지 무척이나 귀추가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참고로 ‘노루귀꽃’의 또 다른 주인공 야마다 안나(山田杏奈)는 「수해촌」의 주인공 히비키 역을 맡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지는 연결고리> |
<마을의 비극이 담긴 필름, 「높은 성의 사내」가 생각난다> |
사실 중후반까지는 그다지 감흥을 얻지 못한 채 무심코 던진 팽이가 돌다가 멈추기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처럼 맥없이 감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수해촌」처럼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심이 상당히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누나키 마을 사람들의 생업이었던 들개 도축이 문제가 된 것인지, 마을이 심령 장소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수몰민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리고자 하는 것인지 등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산만하다.
입때까지만 해도 ‘이런 소재로 이렇게 만들면 이토록 재미가 없습니다.’라고 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객쩍은 영화였다. 하지만, 막판의 한방이 나의 방정맞은 생각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좀 더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 현재의 초현실적 상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과거와 연결 짓는 장면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맞이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급전환이었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속하는 기차가 가슴으로 밀려드는 것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여태까지 혼돈 같았던 이야기는 마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처럼 대충은 정리되는 기분이다.
<실제 이누나키 지역의 유적지, 저수지 수위가 낮을 때만 드러난다(출처: 위키백과)> |
<수몰민의 한 맺힌 장소지만, 우리에겐 그저 지나가다 사진 한 번 찍는 장소일 뿐> |
‘공포마을’ 3부작의 배경이 된 장소가 모두 실존하는 심령 장소인 것처럼 「하울링 빌리지」의 이누나키 마을도 실존하는 장소다. 하지만, 1986년 저수지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바람에 현재는 (영화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고 한다.
영화는 개발과 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소리소문없이 고향을 잃은 수몰민의 한 맺힌 생존 본능을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의지는 영화의 장르적 모호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장르는 구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멋대로 정한 표식일 뿐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 있듯 「하울링 빌리지」는 사회파 공포영화다, 라는 각오로 감상하면 조금은 더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다.
끝으로 시미즈 감독이 원한과 저주를 풀어가는 서사적 방법이 ‘주온’ 때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이것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수해촌」도 재감상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지만, 「우수촌(牛首村)」을 마저 보기 전까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주온’ 시대가 아니며 오늘날의 관객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미 진저리칠 기색을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수몰민 같은 이야기 정도는 하찮게 여기므로 아무리 ‘사회파 공포영화’라고 변호해도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누나키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있었었고, 댐 건설로 실향민이 된 사람들의 한(悍)이 담긴 이야기는 문순태의 연작 『징소리』에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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