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스 바디스 바디스(Bodies Bodies Bodies, 2022)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입술을 탐욕스럽게 빨아대는 레즈비언 커플의 쩝쩝거리는 소리로 예상치 못한 볼거리와 사운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Bodies Bodies Bodies?에서 ’바디스‘는 시체가 아니라 육체를,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를 의미하는 것일까? 라는 흐뭇한 뒷이야기가 비약적으로 기대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공포영화가 은근히 야한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부잣집 아가씨 소피와 소피의 새 애인 비가 소피의 소꿉친구인 데이비드의 자택에서 개최되는 (곧 닥칠 허리케인을 기념해서 이름 붙여진) ’허리케인 파티‘에 참석하는 것도 사실이고, 한동안 연락이 끊긴 소피의 뜬금없는 출현에 기겁하도록 좋아하는 친구들과 술과 마약과 춤에 전 광란의 파티가 펼쳐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후줄근한 남자의 의뭉한 바람을 만족시켜줄 살색 가득한 장면은 안타깝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메신저 • 스마트폰에 영혼을 강탈당한 Z세대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속절없는 수다가 귀청을 따갑도록 쏘아댄다.
그도 그럴 것이 소피, 비, 엠마, 조던, 앨리스 등 파티 참여자 중 대다수가 여자이고, 남자는 파티 장소를 제공한 데이비드와 앨리스의 새 남자친구이자 유일한 연장자인 그렉 정도이다.
아, 그리고 한 명 더! 파티 전날 데이비드와 대판 싸우고 떠났다는 맥스라는 신비의 인물이 있다.
따분한 것을 죽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는 듯한 그들은 한바탕 신나게 난리를 친 후 집 밖에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Bodies Bodies Bodies’라는 가상 살인 사건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규칙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세대답게 매우 맹렬하다. 참여자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다음 돌아가면서 옆 사람의 싸대기를 한 대씩 사이좋게 날리고는 술 한 잔을 들이켠다. 그리고 술래를 정한 다음 불을 끈다. 술래는 살인자가 되어 누군가를 (가짜로) 죽이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이 살인자를 잡는다.
술래가 살인자가 되고 가상의 희생자가 등장하고 나머지 생존자가 살인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게임은 여럿 봤지만, 게임 시작 전에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자 싸대기를 갈기며 살의를 부추기는 것은 처음 본다. 물론 이 정도로 살의를 품는 사람도 드물고 설령 그런다고 해도 용두사미로 끝나겠지만, 영화에선 실제로 사람이 죽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설마 귀싸대기 한 대 맞았다고, 그것도 격심한 말다툼이나 감정싸움 끝에 일시적인 격분을 참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고 게임의 규칙으로서 한 대씩 주고받은 것을 두고 사람을, 그것도 평소에 서로 알고 지낸 친구를 죽일 수가 있는 것일까?
진짜로 죽은 사람이 생기자 알싸하던 파티 분위기는 금세 공황 상태로 급전환되고, ‘살인자가 누구인가!’라는 목숨과 직결된 문제를 눈앞에 두고 생존자들은 친구, 우정, 사교성 따위의 사회적 가면을 가뿐히 벗어던진다. 억측과 의심의 화살이, 그리고 평소에 마음 한쪽 구석에 감춰두었던 불평 • 불만으로 가득한 악담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이성을 잃은 그들 사이로 창밖에 쏟아지는 폭풍우처럼 빗발친다. 내가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는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를 신중하게 따져볼 생각은 하지 않고 무턱대고 서로를 의심하고 비방하고 보는 그들의 경솔함과 허무하다 못해 아이러니까지 한 마지막 반전으로 진지함과 끈기의 미덕을 상실한 Z세대의 인간미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풍자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그녀들의 짜증 나는 수다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반전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만한 영화지만, ‘살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는 아니다 보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짜릿한 맛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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