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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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로물루스 | 익숙함 속의 새로움?

에이리언: 로물루스(Alien: Romulus, 2024) | 익숙함 속의 새로움

영화 포스터
review rating

1편과 2편 사이로 비집고 들어선 ‘로물루스’

광산 식민지 잭슨 스타

영화 에이리언(Alien) 시리즈 정주행」 글을 작성하면서 차기작은 ‘커버넌트(Covenant)’의 뒷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기대 섞인 단순한 예상을 내놓았었는데, 이 예상은 참담하게 빗나갔다. ‘로물루스(Romulus)’의 시대적 배경은 뜻밖에도 1편 2122년과 2편 2179년 사이인 2142년이라는 다소 어중간한 위치다(참고로 3편은 대략 2180년대 초반, 4편은 2381년, 프로메테우스는 2093년, 커버넌트는 2104년).

(인간의 창조주로 여겨지는) 외계 종족이 개발한 생물학적 무기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에이리언의 기원을 밝히는 ‘프로메테우스’로 시작해서 ‘커버넌트’를 거쳐 에이리언의 새로운 시리즈가 연대기적으로 척척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타임슬립이라도 하듯, 혹은 새치기하듯 뜬금없이 1편과 2편 사이로 붕 건너뛰어 버리다니 무진장 의외다, 라고 생각되었는데, 배경 연도를 따지고 보니 ‘커버넌트’와 1편의 차이가 18년밖에 안 된다. 오히려 여기가 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커버넌트’를 끝으로 에이리언의 기원 이야기는 마무리지었다고 보면 된다.

혹시나 해서 챗봇에 질문을 던져봤다. ‘왜 로물루스의 이야기는 커버넌트의 뒤를 잇지 않고, 1편과 2편 사이에 자리를 잡았는가’하고 말이다. 참고로 내가 사용한 챗봇은 아직 로물루스를 개봉 예정작으로 알고 있었다.

‘로물루스’의 배경 연도가 1편과 2편 사이인 이유?

레인과 그녀의 의동생 안드로이드 앤디

1. 새로운 이야기의 여지: 이 시기는 1편과 2편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동안의 사건들은 시리즈 내에서 탐구되지 않은 부분이므로, 새로운 캐릭터와 상황을 도입하여 기존 팬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세계관 확장: 이 시점의 이야기는 우주 탐사와 인간의 외계 정착 시도에 대한 더 많은 배경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Weyland-Yutani 같은 기업의 성장이나, 외계생명체에 관한 연구와 실험 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3. 주제의 다양성: 2142년이라는 시기를 통해 창작자들은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그리고 외계생명체와의 조우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리즈의 철학적이고 사회적 주제를 심화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4. 신비감과 긴장감 유지: 1편과 2편 사이에 놓임으로써 ‘로물루스’는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을 유발하고, 기존의 사건들과 어떻게 연결될지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팬들의 흥미를 끌고 주의를 집중시키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꽤 적중한 AI의 답변

Weyland-Yutani 회사가 개발한 신약

AI의 답변은 꽤 들어맞았다. AI의 답변대로 영화는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새로운 상황을 전면으로 등장시켰고, Weyland-Yutani는 (아마도 1편을 통해 수집한 에이리언 샘플을 이용한) 외계생명체 연구를 기반으로 우주에서 번성할 수 있는 유전적으로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 했고, 주인공들의 가혹한 식민지 삶을 통해 기술 발전이 가져온 사회 변화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AI의 답변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두루뭉술한 답변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처럼 딱히 와닿는 감흥이나 가슴을 저미는 여운 같은 것이 남지 않을 땐 저 정도의 글마저 토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글쓰기 도우미로서 AI는 참으로 기특하고 갸륵할 뿐이다. 이런 절절한 심정은 장문의 글을 써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익숙한 패턴, 그래도 놓칠 수 없는 영화

에이리언에 맞서는 레인

어찌 되었든, '로물루스'는 1편과 2편 사이라는 기존 시간 축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렇다 할 여흥은 없었다. 1, 2, 3편만 최소 5번 이상 감상했고, 비슷한 영화도 수백 편은 봤으니 오히려 특별한 감흥을 느끼는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SF 공포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래전이라면 분명히 신나게 즐겼을 법한 영화에서 '신선함'보다는 '식상함'을, '낯섦'보다는 '익숙함'을 발견하려는 것이 감수성이 메말라가는 세월의 닳고 닳음을 에둘러 보여주는 듯해 그저 애석할 따름이다.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같은 SF 공포영화 팬이라는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줄거리, (아직은) 시거니 위버 같은 강렬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한 케일리 스패니(레인 역), 너무 울상인 안드로이드 앤디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안드로이드의 배신, (이제는 친숙하다 못해 심드렁한) 에이리언과의 전투 장면 등 익숙한 패턴에 다소 우울한 감상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도 아닌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도 아닌 눈물 콧물 쥐어짜 내는 슬픈 이야기도 아닌 그저 '에이리언'을 보러 왔다는 것! 이것을 잊지 않았다면 아이처럼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앞서 언급한 단점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래서 누군가 감상하는 것을 멱살 잡고 말렸더라도 기어코 감상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면 망작이란 소문이 자자하더라도 결국 보고 마는 것처럼.

만약 (2027년 개봉 예정인) 다음 에이리언 시리즈가 ’로물루스‘의 뒤를 잇는다면 2편 무대가 되는 LV-426 행성과 거기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 뉴트로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뉴트가 레인의 딸?

’로물루스‘를 팬에게 AI가 추천하는 고전 SF 영화

AI가 추천하는 고전 SF 영화

이대로 마치기는 조금 아쉽고 허전하기도 하고, 품질이 떨어지면 물량으로라도 때워야겠다는 오기 아닌 오기도 있고 해서, AI에게 '로물루스'를 좋아하는 영화 애호가에게 추천할 만한 고전 영화에 관해 물어봤다. 총 다섯 편을 추천해 줬는데, 그중 두 편은 내 블로그에 리뷰가 있을 정도니 매우 유명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 세 편 같은 경우 비록 제목은 낯설지만, 감독의 명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1.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리뷰 1, 리뷰 2):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로, 실종된 우주선을 찾기 위해 탐사대가 보내지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그립니다. 강렬한 분위기와 심리적 공포 요소가 돋보입니다.

2. 솔라리스 (Solaris, 197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으로, 우주 정거장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을 다룹니다. 인간의 심리와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3. 괴물(The Thing, 1982): 존 카펜터 감독의 작품으로, 남극 기지에서 벌어지는 외계생명체와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립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과 특수 효과가 인상적입니다.

4. 알파빌(Alphaville, 1965)":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작품으로, 미래의 디스토피아 도시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입니다. 인간성과 기술의 관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5. 다크 스타(Dark Star, 1974): 존 카펜터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코믹한 SF 영화입니다. 철학적 질문과 유머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광고 수익(Ad revenue)은 블로거의 콘텐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강장제이자 때론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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