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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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 | 좀비, 그 진화의 끝은?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 | 좀비, 그 진화의 끝은?

영화 포스터
review rating

진화하는 좀비

라스베이거스를 탈출하는 주인공

‘아주 오랜만에 좀비영화를 봤다’라고 리뷰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청양고추처럼 매운 태권도 발차기와 겁나게 잘 달리는 한국형 좀비와의 긴장감 넘쳤던 격투 장면이 라면 국물 위에 덩그러니 얹어진 시뻘건 연어 조각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강남좀비(2023)」 때문에 재고해야 할 것 같았다. 고로 ‘아주 오랜만에 서양 좀비영화를 봤다’라고 말한다면 얼추 맞을 것 같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이후 수많은 좀비영화가 양산되면서 좀비의 성능이나 행동 양식도 조금씩 진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요소가 속도 변화(예: 「부산행」) • 감정 표현(예: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 지능 발달(예: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이라 볼 수 있다. 이 모두의 예를 합친 것보다 혁신적으로 진화된 좀비가 등장하는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 2021)」에선 ‘알파 좀비’라는 지능적 좀비들이 살아있을 때처럼 군집을 형성하고 우두머리 좀비의 명령 아래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사람과 거래할 정도로 충분히 똑똑하다.

물론 좀비영화라면 빼놓을 수 없는 학살 대상인 ‘어기적어기적 비척비척 느릿느릿’한 좀비들도 빽빽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핵심은 알파 좀비와 좀비 학살자들과의 대결이라 할 수 있겠다.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

호텔에 있는 금고를 설명하는 다나카

영화 초반은 치열하고 험난했던 라스베이거스 좀비 봉쇄 작전을 마치 ‘그땐 정말 힘들었었지’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회상하듯 하이라이트처럼 보여준다. 좀비들을 라스베이거스에 가둔 것에 성공한 미 정부는 마지막 일격으로 핵무기를 준비 중이었다. 이때 부유한 카지노 소유주인 다나카가 봉쇄 작전에서 활약했던 영웅 스콧 워드를 찾아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금고에서 막대한 금액을 회수해 달라고 제안한다. 보수는 5천만 달러. 감히 그 누구 이 금액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스콧은 부랴부랴 헬리콥터 조종자, 금고 전문가, 안내자 등 팀을 꾸려서 핵무기 투하 전에 금고에 가득 찬 현금을 가져온다는 일확천금의 꿈을 향해 매진한다. 하지만, 똘똘한 관객이라면 이 임무가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점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스콧의 팀이 상대해야 할 적이 좀비만은 아니라는 뜻!

좀비 호랑이

좀비 호랑이

아마 많은 좀비영화 마니아가 좀비 호랑이는 처음 볼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에서 좀비화된 도베르만핀셔가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아마도 내 기억엔 그 살짝 무서운 강아지들은 다른 좀비화된 객체와는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별개의 존재로서 등장할 뿐이다. 좀비와 좀비화된 동물이 마치 주인과 그 주인을 따르는 순종적인 강아지처럼 주종 관계를 이룬 채, 혹은 「반지의 제왕」의 와르그와 오크처럼 서로 합심해서 사람을 위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을까 싶다.

트러블 메이커, 영화의 감초 같은 필요악

스콧과 케이트

‘재앙’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은 바로 ‘트러블 메이커’다. 말도 안 되는 행동을 고집함으로써 위험을 자초할 뿐만 아니라 팀을 안 겪어도 될 위기에 빠트리는 그들은 관객의 짜증을 유발하지만, 잔잔한 호수에 자유의 여신상만큼 큰 돌덩이를 던진 것처럼 이야기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나름의 감초 역할을 맡는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스콧의 딸 케이트가 그 대단한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관객에겐 욕바가지를 먹지만, 창의력인 빈약한 영화 제작자들에게 있어선 쉽고 빠른 극적 전개를 위한 필수품이다.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이기적인 사람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한 명이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함으로써 주인공들은 예기치 않은 위험에 직면하고 그렇게 국회의원들의 같잖은 몸싸움 같은 긴장감이 유지된다. 트러블 메이커들은 때로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관객의 인내심 한계를 테스트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일 때가 많다.

영리한 좀비의 번식과 인류의 노예화

좀비 아기

좀비가 빠르게 달리는 것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사회적 동물’의 후손답게 집단생활을 하고 ‘경제적 동물’의 후손답게 거래도 할 정도로 영리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선 좀비끼리 서로 ‘웅웅’해서 임신도 한다. 조만간 좀비 포르노가 등장해 식상한 성생활에 이골이 난 변태성욕자와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에게 광명을 비춰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영리한 좀비들이 번식할 수 있다면, 좀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인류가 좀비의 노예가 되는 줄거리도 그려볼 수 있겠다. 한때 백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부려 먹었듯 좀비들이 인류를 부려 먹으며 지구를 지배한다. 사람이 동물들을 가축화해 식량으로 조달하듯 좀비가 사람을 가축화해 식량으로 만든다. 좀비 초등학교와 좀비 중학교와 좀비 고등학교와 좀비 대학교까지 졸업한 가방끈이 늘어진 창자만큼이나 긴 엘리트 좀비는 알파 좀비가 되는 꿈을 꾸며 침을 질질 흘린다. 생각만 해도 왠지 모르게 짜릿한 것이 참으로 가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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