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 구조작전(Thai Cave Rescue, 2022) | 이것이 진짜 실화라고?
<이날 동굴에 갇히게 될 주니어 축구팀과 보조 코치> |
2018년 여름, 예보에 없던 폭우로 불어난 물 때문에 (태국 북부의) 탐 루앙(Tham Luang) 동굴에 갇힌 12명의 소년과 한 명의 코치를 18일 만에 구조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당시 100명 이상의 잠수부, 수십 명의 구조 대원, 100개 정부 기관 대표, 900명의 경찰, 2,000명의 군인을 포함하여 10,0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구조 작업에 참여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화제와 관심을 끈 사건임에도 내가 몰랐던 이유는 평소 뉴스를 안 본다는 것과 러시아 월드컵 시기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드라마 각각의 장면엔 구조 작업의 어려움, 자원봉사자들의 활약, 현장 지휘자들의 갈등과 고심, 동굴에 갇힌 소년들의 심리, 부모들의 간절함 등 당시의 긴박하고 극적인 상황이 박진감 넘치게 잘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동굴에 갇힌 소년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어떻게 구조할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지도부의 고심참담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애를 태우게 할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동굴에 거주하는 복수의 신 차오매낭논 공주에게 기도하는 축구팀과 코치> |
<드라마에선 날씨를 예측하지 못한 원인으로 일본 위성의 고장을 지목하고 있다> |
드라마를 보는 내내 유감스러웠던 것은 우리도 올여름에 많은 비 때문에 가슴 아픈 수재를 당했다는 것과 그때의 한국 대통령 대응 능력이 태국의 주지사만도 못하다는 뼈아픈 생각이 물에 잠긴 페트병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유감스러웠던 것은 「Tham Luang cave rescue」 위키 문서를 보면, 당시 구조 작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 세계에서 2주 동안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 군사 전문가, 기업 전문가가 참여했다는데, 그 국가에 ‘한국’은 없다는 것이다. 잘난 척과 돈 자랑만 냅다 하고 기부지수는 세계적으로 낮은 인색한 대한민국답다(기부지수 꼴찌인 중국도 첨단 장비와 구조팀을 파견했다).
국경을 초월한 재난에서 유난히 많은 활약을 해왔던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태국 동굴 구조작전」에서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고,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몰랐던 소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제쳐둔 채 목숨을 바쳐 구조 작업에 참여한 그들의 크나큰 희생과 용기를 보면서 세상에 이토록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새삼스러운 생각에 절로 숙연해진다.
<소년들을 구하고자 전례 없는 다국적 구조팀이 결성되었다> |
<한국 덕분에 일찌감치 예선 탈락한 독일인들이 구조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보는 내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많은 눈물을 흘렸고, 한국과 브라질의 월드컵 결승전이라도 보는 것 같은 긴장감 때문에 손바닥에는 금붕어가 헤엄쳐도 될 정도로 땀이 흥건하게 고이고 마르기를 반복했다.
평소 재난 영화/드라마를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토록 큰 감동과 큰 몰입감으로 본 작품이 지금까지 몇 편이나 있었을까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태국 동굴 구조작전」은 특별했는데, 아마 그 이유는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점을 보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의식함으로써 감흥의 감도나 예민함 같은 것이 대폭 낮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면 진부하거나 재미없다고 느끼면서도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면 크게 감동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믿음이 남은 전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제자들에게 명상을 가르칠 정도로 정신력이 강했던 코치> |
「태국 동굴 구조작전」이 실화라서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날씨와 그것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이 상황을 더 극적으로 이끌어갔기 때문이다. 운명과 자연의 상상력에 비하면 사람의 상상력은 지극히 유한하고, 그 유한한 상상력의 결과물인 소설/드라마/영화가 실화보다 더 극적일 수 없다는 진리를 「태국 동굴 구조작전」은 자연 앞에서 당황하고 조급해하면서도 쉽게 굴복하지 않는 인류의 사투와 의지를 통해 증명했다.
한마디로 무자비하고 변덕스러운 자연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요원하고 눈물겨운 역사처럼 무량한 감개가 벅차오르는 드라마다. 「태국 동굴 구조작전」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평행 잊을 수 없는 경험이듯 나 역시 「장안12시진」과는 다른 면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태국 동굴 구조작전(Thai Cave Rescue)」은 중국, 일본,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나에게 이국적인 정취와 이국적인 문화도 쏠쏠한 볼거리다. 동굴에 입장하기 전에 동굴에 거주한다는 복수의 신에게 경건히 기도하는 소년들, 자식들이 동굴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정령 • 불상 • 십자가에 기도하는 부모와 마을 주민들,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1년 농사를 포기한 농부들, 그리고 10년 동안 하루 한 끼만 먹는 수도원 생활을 해서 그런지 남다른 정신력과 지도력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 생존에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코치 등 우리에겐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숙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 색깔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사는 그곳이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따뜻하고 정겨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단지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일까?
끝으로 용기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용기는 무섭고 두려운 것 앞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용기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이고, 또한 용기는 그런 혼란스러운 와중에 망설임을 이겨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8일 동안 산소도 빛도 물도 음식도 부족한 캄캄하고 밀폐된 동굴에 갇혀 째깍째깍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도 끝내 절망하지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점에서 12명의 소년과 코치의 용기는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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