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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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스토리 | 분단의 고통, 재통일의 혼란?

심플 스토리 | 잉고 슐체 | 분단의 고통, 재통일의 혼란?

머릿속이 뒤죽박죽 어질러진 느낌이랄까? 특별히 선택된 주인공은 없고, 따지고 보면 실제 우리들의 보통 사람들의 인생처럼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가 주인공 같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고 그런 면에서 기존의 소설 읽기 방식으로는 매끄럽게 읽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특별한 구성이 없는 자유분방하고 형식에 얽매지지 않는 구성으로 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각자의 독특한 시점과 개인의 개성이 물씬 풍기오는 독특한 말투로 풀어나가는 이 모든 일화가 이 소설만이 가진 유별난 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독특한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이 가진 고민과 두려움 등 통일 독일 전후로 동독 시민이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표면화시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른 소설들처럼 작가의 직접적인 서술이나 주인공이나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야반도주하듯 은밀히 내비치고 있다. 『심플 스토리(Simple Storys by Ingo Schulze』 초반부에는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등장인물들 간의 수다스러움의 연막 사이로 가려져 있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들이 겪고 있던 폭력배들의 이유 없는 횡포, 실업문제, 재통일로 말미암은 동독 시민의 호황에 대한 기대와 실망, 한국이 일본강점기 후 겪었던 친일파 문제처럼 과거 동독 시절 비밀경찰 요원이나 고위 간부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처신이나 기타 정치적, 사상적 문제 등 이런저런 문제점들과 그 때문인 고뇌와 혼란을 어느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도 독일 통일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었고, 잉고 슐체가 친절하게 풀이해 주는 구성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이 오로지 각 개인 간의 사적인 만남과 대화 속에 문제점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아직도 내 머리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Simple Storys: Ein Roman aus der ostdeutschen Provinz by Ingo Schulze

예를 들어 제니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마이크와 연애를 하면서도 어느 한 중년 남자의 조건 없는 애정과 돈을 받게 된다. 제니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이크와 잦은 말다툼을 하게 되고, 제니와 마이크를 잠시 보살펴주던 리디아의 눈에는 제니의 언동이 철부지 소녀로만 비추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같이 일용직 근무자로 일했던 개구리 복장의 마르틴 앞에서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앞날에 자그마한 희망의 빛을 밝혀준다.

여기서 제니에게 돈을 주는 중년 남자는 낚시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디터였고, 그 후 디터가 제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디터의 아내 마리안네가 제니를 만나게 되고, 제니와 마이크를 위해 선심을 쓰는 에드가도 만난다. 이런 식으로 리디아, 디터, 마리안네, 에드가 등등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엮어 가면서도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얽히고 부대낀다. 그러면서 결코 심플하지만은 않은 '심플 스토리'를 만들어 나간다. 아마도 그 스토리는 '네버 앤딩 스토리'로 이어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준비가 안 되어 있던, 서로 경제적 규모와 사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국가 간의 급작스러운 재통일이 가져오는 문제점들과 혼란의 모습은, 분단의 고통을 아직도 고스란히 겪는 우리에겐 정말 귀중한 교훈과 따끔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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