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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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림(Scream) 시리즈 정주행

영화 스크림(Scream) 시리즈 정주행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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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캐릭터 새 이야기와 함께 전설로 향할까?

새로운 주인공들, 카펜터 자매
<새로운 주인공들, 카펜터 자매>

칼로 신나게 찌르고 베고 써는 것을 좋아하는 공포영화광을 위한 B급 슬래셔(slasher) 영화로 시작한 「스크림(Scream)」 시리즈가 띄엄띄엄 연명한 끝에 어느덧 6편에 이르렀다. 카펜터 자매 등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캐릭터를 중심으로 초기 3부작과는 다른 배경으로 새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2022년 2023년 스크림이다. 그런 내막은 생각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6편을 봤는데, 이 몹쓸 것이 전편에 대한 궁금증을 호되게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 2022년 작품을 찾아봐야 했고, 어찌 된 일인지 이것만으론 궁금증이 해갈되지 않아 결국 6편 모두 정주행하게 되었다(4편의 영화 속 영화 ‘스탭(STAB)’ 마니아들처럼 ‘스크림 마라톤’).

5편, 6편이 과거와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다. 시드니 프레스콧, 게일 웨더스, 듀이 라일리 등 첫 작품 생존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과거 사건들과 연결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그들은 새 캐릭터들이 새로운 활극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조언하는 정도에 머문다. 바야흐로 무게 중심은 시드니 프레스콧 세대에서 카펜터 자매 세대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1편을 시작으로 2023년 6편에 도달하기까지 중간에 10년 이상의 공백이 몇 번 있었지만, 감독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과 작가 케빈 윌리엄슨(Kevin Williamson)의 꾸준한 참여 덕분에 일관된 스타일과 톤을 유지하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던 영화 스크림은 ‘슬래셔+미스터리’ 영화의 전설로 남으려는 길을 걷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크림만의 철학, 규칙 등등

살인을 부르는 장난 전화
<살인을 부르는 장난 전화>

“여보세요?” “안녕, 아무개” “좋아하는 공포 영화는?”

처음엔 신선했던 뭔가도 두세 번 반복되면 물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난 따윈 개의치 않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면 철학이 되어 버린다? 영화 「스크림」의 교과서처럼 진행되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영화는 장난 전화로 시작한다, 장난 전화는 통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죽어 나간다, 범인은 언제나 주인공 주변에 있다, 범인과 희생자 사이엔 소소한 추적 장면과 아기자기한 다툼이 발생한다, 범인은 꼭 한 번은 되살아난다 등등 지겹다기보다는 안 나오면 섭섭한 ‘규칙’ 같은 플롯이다.

그만큼 영화가 나름의 철학, 개성, 고집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왔다는 의미이고, 이것에 동의하는 자만이 ‘규칙’을 받아들일 아량과 애정과 취향을 갖춘 관객이라 할 수 있겠다.

메타적 요소로 차별화된 재미와 공포

미래의 희생자들 앞에서 '공포 영화'의 규칙을 강의하는 민디
<미래의 희생자들 앞에서 '공포 영화'의 규칙을 강의하는 민디>

스크림이 다른 공포 영화와 차별되는 재미는 메타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공포 영화의 규칙들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 그들은 ‘흩어지지 말라, 섹스하지 말라, 전화 받지 말라’ 등 공포 영화에서 최후까지 살아남는 갖가지 규칙들을 (초기작에선 Randy가, 신작에선 Mindy가 중심이 되어) 난상공론하면서 장르의 클리셰를 활용하거나 비꼬는 등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스크림을 모방한 영화 속 영화 ‘스탭’이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규칙을 의미한다면, 스크림은 그것을 풍자하고 비트는 파괴자가 된다. 영화 속에서 공포 영화 속편은 다 망작이라고, 마치 양해를 구하는 저자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스크림만큼 속편도 재미있는 공포 영화는 드물 것이다. 속편이 재미있는 공포 영화로 지금 막 떠오르는 작품은 이블 데드(Evil Dead)나 에이리언(Alien) 정도?

아무튼, 메타적 접근의 활용은 관객과의 소통, 유머러스한 공포를 제공하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장르에 익숙하지만 않은, 혹은 시간 때우는 용도로 별생각 없이 선택한 공포 영화의 때아닌 강의에 기겁할 관객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 중에 살인자가 있다?

범인은 우리들 중에 있다!
<범인은 우리들 중에 있다!>

영화 스크림의 고집이나 특징 중 하나는 본격 추리소설의 ‘범인 찾기 놀이’처럼 살인마는 주인공 주변 인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범인은 한 명이 아니라 복수로 설정되어 있고, 관객이 범인을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복선이나 단서는 전무후무하다. 간혹 관객의 의심을 사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떡밥이다. 고로 범인을 맞추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 중에 살인자가 있다‘ 설정은 (진짜로 범인을 맞춰보라는 공정한 대결이라기보다는) 서스펜스와 몰입감을 증폭하기 위한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관객은 그동안 수많은 공포 영화를 섭렵하면서 체득한 경험과 감을 살려 범인을 때려 맞추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론 신나는 감질나는 짜릿한 칼부림에 현혹되다 보면 ’범인 찾기 놀이‘ 따위는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범인은 딱히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저 멋지게, 그리고 섹시하게 썰어주면 그만 아닌가!

현실을 망각시키는 '고어 + 추리'의 생존 게임

캐리 피셔가 카메오로 출연한 스크림은?
<캐리 피셔가 카메오로 출연한 스크림은?>

내가 영화 속 인물이라면,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인마의 난도질에 고기처럼 썰린다면, 한 이불 속에 있는 남편이나 애인도 당연히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실은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다는 것. 작금 기아와 전쟁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영화 속 인물이 토막이 나던 믹서기에 갈리던 우울하고 지루한 시간을 잠시라도 면할 수 있다면 내 알 바 아닌 것이 야속하고 저속한 현실인 것. 그런 저열한 욕구를 썩 훌륭하게 만족시켜 주는 영화가 바로 스크림인 것. 도대체 넌 언제까지 생존할 것이냐, 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새 작품 제작 계획 없음'이라는, 내일 당장 데스 스타(Death Star)의 슈퍼 레이저 한 방으로 지구가 파괴될 것이라는 소식보다 더 충격적인 대답이 나올까 겁먹어, 감히 묻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무튼, 1996년 개봉 이후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프랜차이즈화되다시피 한 영화 스크림(Scream). 살짝 리부트(Reboot) 기운이 풍기는 2022년, 2023년 시리즈는 기존 공포 영화의 규칙을 일정 수준 답습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존 공포 영화의 진부함을 가지고 놀듯 규칙을 토론하거나 조롱하는 자기 인식적인 독특한 접근 방식은 확실히 별나고, 신선한 재미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 속 인물이 (공포 영화 규칙으로) 논문을 쓰고 백과사전을 집필하며 갖은 재주를 부린다고 해도 공포 영화 불변의 법칙, 즉 살인마는 주인공에게 결국 뒈진다는 것은 여전하다. 아니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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