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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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영화와는 또 다른 맛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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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 필립 K. 딕 | 영화가 건드리지 못한 수많은 이야깃거리

“당신의 양은 진짜인가요?”라고 묻는 것은, 누군가에게 당신의 치아나 머리카락이나 내부 장기가 검사를 통해 진짜인지 확인받았느냐고 묻는 것보다도 더 무례한 행위였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21쪽)

영화의 빛나는 영광의 그늘 속에 숨은 원작

SF 영화광치고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주연한 불후의 명작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어렴풋한 기억으로 더듬어봐도 최소 세 번은 본 것 같은데, 그만큼 이 영화는 SF 장르에서 조지 루커스(George Walton Lucas Jr.)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전설적인 영화다. 하지만, 영화에 감명받은 나머지 영화의 원작 소실인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까지 읽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작품성을 따지고자 할 때 영화와 그 영화의 원작은 별개로 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원작을 각색한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을 고려할 때, 서로 완전히 떨어져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영화만 봤을 때 확실하게 이해할 수 없거나 진행과 구성에서 뭔가 띄엄띄엄 넘어간다고 생각했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원작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오롯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것은 원작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 혹은 의도적인 생략과 변형에서 비롯된 결과이기에 원작을 보지 않고서는 영화에서의 뭔가 매끄럽지 못한 점이나 모호함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추구하는) 화려한 영상미와 빠르고 긴박한 진행, 그리고 교묘한 편집에 감춰지기에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은 그러한 모순이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by Philip K. Dick
<데커드가 구입한 전기양은 이런 외형일까?>

영화가 무엇을 건지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그럼에도, 난 「블레이드 러너」는 매우 훌륭한 SF 영화라고 본다. 특히 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과는 달리 식민지에서 사람을 죽이고 지구로 탈출한 복제 인간(원작의 ‘안드로이드’) 로이를 자신(복제 인간)을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데커드를 위해 희생함으로써 복제 인간의 숙명과 그 숙명이 빚어낼 수밖에 없는 비극적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에만 있는 또 다른 이야깃거리인 데커드가 (원래 그의 직업이긴 하지만) 그날따라 왜 안드로이드를 사냥했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과 가짜 동물과 진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생략했음에도 이 이야기들을 알아야만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 실수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 고스란히 삽입되어 있다 . 바로 데커드가 복제 이간을 제조하는 타이럴(원작의 ‘로즌’) 회사에서 레이첼과 나눈 대화 중 올빼미(혹은 부엉이)에 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 있는 올빼미가 인조인지 진짜인지, 그리고 가격은 얼마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다. 원작에서 올빼미는 레이첼이 현재 지구에서 하나뿐인 진짜라고 데커드를 속이면서까지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다. 영화에서는 레이첼이 바로 가짜라고 인정하면서 가격은 아주 비싸다고 덧붙이는 것으로 가짜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싱겁게 끝난다.

(원작에서) 데커드는 그날 출근하면서 옆집 사는 이웃 바버가 키우는 진짜 살아있는 페르슈롱 말을 보며 자신도 진짜 동물을 갖고 싶다는 욕구와 희망을 품는다. 사실 데커드는 이전부터 양을 한 마리 키우고 있었지만, 그것은 1년 전에 죽은 진짜 양을 대신한 가짜 동물인 전기양이다. 세계최종대전으로 사람을 제외한 생명체 대부분이 멸종된 지구에는 진짜 동물을 키우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유행으로 자리 잡았으며 동물이 희귀할수록, 그리고 더 클수록 부의 상징이 되었다. 지구를 황폐화시킨 인류가 황폐한 지구에 살면서 황폐한 마음을 달래주고, 한편으로는 인류가 처한 황폐한 상황에도 여전히 왕성한 허영심도 채워줄 위안거리로 선택된 것이 살아있는 진짜 동물인 것이다. 그래서 그날 데커드는 진짜 동물을 장만할 자금을 마련하고자 굳이 안드로이드 사냥을 나선 것이다. 사정이 그러했기에 레이첼은 올빼미를 미끼로 데커드를 유혹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옮긴이의 지적대로 원작에는 영화가 건드리지 못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더 있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을 읽어야만 진정으로 영화가 무엇을 건지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알 수 있다 . 여기에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 영화를 인상깊게 본 관객이라면 원작도 인상적일 정도로 괜찮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유효한 소설의 메시지

소설이 발표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과학적 눈높이가 올라갈수록 퇴색될 수 있는 것이 SF라는 장르가 가진 단점이지만, 꼭 모든 SF 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다. 50여 전에 발표한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이 제시한 안드로이드라는 소재는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인류의 꿈이자 소망이기에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또한, 소설이 안드로이드와 인류 사이의 대립과 갈등, 가짜 동물로는 결코 충족시켜줄 수 없는 사람과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들 사이의 유기적 관계로 기대할 수 있는 감정 교류 등이 시사하고자 했던 쟁점들은 오히려 발표 당시보다 더 두드러졌다. 왜냐하면,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단지 막연한 꿈이었던, 그래서 단순한 재미와 흥밋거리로만 읽혔던 안드로이드라는 소재가 이제는 언젠가는 실현될 미래 기술 중 하나로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드로이드도 사람처럼 꿈을 꾼다면 그 꿈에 나타나는 동물이 전기양일지 혹은 진짜 양일지에 대한 다소 황당한 호기심에서부터, 안드로이드가 비록 사람 같은 내밀한 감정은 없더라도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된 감정을 통해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데커드가 고민했던 것처럼 과연 사람은 그 안드로이드를 기계로 대할 수 있을지 등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시대에 앞서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의문을 자아내는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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