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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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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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 클라이브 해밀턴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대로 기억될 것인가?

지구가 점점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흘러 넘침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경제적 가치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는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82쪽)

이미 시작된 기후재앙?

2013년 5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만 년 만에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과학자들이 기후 재앙을 다스릴 수 있다고 계산한 마지노선 450ppm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기후평형이 깨지는 시점은 2050년 전후가 될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그리고 예상대로 작년 2016년은 지구기온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의 마지막 희망인 450ppm을 넘지 않으려면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지금 당장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기후변화 대비 정책을 시행했을 때에나 겨우 가능할 것이다. 이미 많은 과학자는 인류가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는 놓쳤다고 고백한다. 그중 일부는 온난화 현상과 양성 피드백 효과를 발생시키는 티핑포인트의 징후들을 언급하며 이미 기후재앙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막화, 물 부족, 난민 등으로 내란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수단은 기후재앙과 그로 말미암은 기후전쟁의 현재진행형인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최소 수천 년 동안 기후변화가 만들어낼 변화는 비가역적일 것이며 인류는 문명의 이기와 과학의 오만이 만들어낸 생지옥에서 오랜 세대 동안 견뎌내야 할 것이다.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Requiem for a Species: Why We Resist the Truth about Climate Change)』의 저자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역시 전 세계가 대비한다고 해도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며 지금은 온난화의 표식이었던 카나리아가 죽었으니 모두가 탄광에서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기후변화는 미래에 닥칠 수많은 변수 중 하나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단언한다(카나리아는 탁한 공기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과거 광부들이 갱내의 공기 독성을 측정하는 중요 수단이었다)

과학기술의 황금세대가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이유

정말 절망적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그 어떤 (기후변화를 다룬) 책도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처럼 미래를 한 줌의 희망도 없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지옥으로 그려낸 적은 없었다. 수많은 보고서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과학의 나침반은 ‘기후변화’라는 눈금을 지나쳐 ‘기후재앙’으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눈 가리고 아웅이다.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눈부신 과학의 업적을 실감하고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세대임에도 왜 우리는 그 많은 과학자의 경고를 무시하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의문에 대해 클라이브 해밀턴은 명쾌하면서도 참담하고 우울한 분석을 통해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낸다. 스스로 파국으로 나아가는 인류의 심리적 경향, 사실을 회피하는 경향, 지나친 오만과 낙관주의, 이기적인 탐욕, 자포자기로 말미암은 동기부여의 상실 등 인간의 본능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들을 시원하게 헤집어 놓았기에 명쾌하지만, 반면에 자연주의와의 대립에서 승리한 물질주의, 성장에 대한 집착, 소비지상주의, 민주주의의 퇴폐 등 현재 인류가 자랑스러워하는 문명이 기후변화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대비에도 실패했음을 적나라하게 밝혔기에 참담하다. 그리고 현재 인류 문명 시스템에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대변화가 이루어져야 기후변화의 피해를 그나마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냉철한 주장에 우울하기만 하다.

equiem for a Species: Why We Resist the Truth about Climate Change by Clive Hamilton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대로 기억될 것인가?

기후변화의 증거를 앞에 두고도 낙관적인 희망을 품으며 진실을 외면하려는 비겁한 행동은 기후변화 대비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인류는 막다른 절벽으로 떠밀려가고 있다. 아니 이미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절벽의 깊이가 너무 깊고 기후회의론자들의 집요한 훼방과 인류의 무관심과 무지, 안일함, 어리석음이라는 독무에 가려져 미처 위험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최종 목적은 생존이다. 진화와 적응도 생존을 위한 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인류의 문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수단과 목적을 혼동한다. 때론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수단이 목적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이제 인류는 문명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운명의 선택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생각할 건더기 하나 없는 자명한 질문이지만,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도 인류는 머뭇거리고 있다. 문명이 퇴보한다고 해서 인류가 가진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어려움과 불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재앙이 조금씩 인류 문명과 지구 생태계를 갉아먹는 지금 그냥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현재의 인류는 역사의 단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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