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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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 인간의 가증스러움과 탐욕에 대한 음울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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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 인간의 가증스러움과 탐욕에 대한 음울한 통찰

내가 요즘처럼 도서관과 책을 가까이 한 시기는 불과 몇 년이다. 그래서 자랑은 못되지만, 학창 시절이나 그 이후에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던 기억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소설 두세 편 정도 될까나. 어렸을 때 집에 아동이나 청소년을 위한 괜찮은 책들은 좀 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은 그 책들마저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으니 그저 아깝기가 그지없을 따름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어린 시절 동화를 읽어 본 기억이 거의 없기도 하고, 최근에 감상한 미국드라마 『그림형제 시즌 1(Grimm, 2011)』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시즌 1(Once Upon Time, 2011)』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늦게나마 그림동화를 펼쳐보게 되었는데, 원래 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의 옛날이야기(Kinder und Hausmärchen)』라고 한다. 그러나 드라마 『그림형제』와의 상관관계는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의 경우에는 드라마 배경이 되는 동화의 원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룸펠슈틸츠헨' 등등이 그러하다.

Kinder- und Hausmärchen by Jacob Grimm, Wilhelm Grimm
<Br.Grimm>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신화, 민화 등 총 210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림형제 동화전집 완역본』은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 치부하기에는 아깝고 소중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독일 민족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본다는 이 책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 걸까.

두산백과 사전에서는 동화(童話, fairy tale)를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기초로 해서 지은 이야기로서 아동문학의 한 부분”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답시고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 등은 따로 편집을 하다 보면 원래의 내용과는 당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이러한 여과장치 덕분에 어른들은 동화와 관련된 것들은 유치하다는 선입관이 생겨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유보다는 동화는 너무 노골적으로 인간의 본능과 탐욕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러한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는 순수하지 못한 우리 어른들은 차마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의 속셈을 솔직하게 타인에게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반대로 누군가의 그러한 일방적이고 솔직한 진심을 듣는 것도 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담감 때문에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제작하면서 착한 일을 하거나 정직한 사람이 언제나 승리하거나,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처음에 고생하더라도 나중에 충분한 보상을 받도록 이야기를 꾸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동화 같은 아름다운 세상과 미래를 꿈꾸게 하지만, 막상 어른들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동화에 등장하는 나쁜 사람처럼 오로지 개인의 탐욕을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 모순되고 암울한 우리의 삶이 점점 더 어른들을 동화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그림형제』이 완역본이라 그런지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불행을 자초한 ‘나쁜 사람’에 대해서는 비록 왕자의 어머니라 할지라도 그 처벌에는 전혀 동정심이나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러나 아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의 실체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되면서 타인과 만나 대화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좀 더 성숙한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지 않다고 무조건 숨기고 멀리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좋지 않는지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어차피 살아가면서 마주쳐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조심해야 할 1순위인 인간의 가증스러움과 뻔뻔한 탐욕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림형제의 이야기야말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생에서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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