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라 집합주택의 공포(‘シンドラ 集合住宅の恐怖, 2014)
무관심의 그늘 속에 깃든 공포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은 인구밀도는 높지만, 도시 문명의 부산물이라고 여겨지는 무관심과 소외감이 전염병처럼 만연한 곳이다. 그곳의 밤은 낮 동안의 활기와 생동감이 마치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죽음을 방불케 하는 고요함으로 자욱하다. 서로의 존재를 망각한 채 거주하는 주민들은 독기처럼 품은 검붉은 비밀이 어둠에 스며드는 밤이 되면 잿빛의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파트는 더 이상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비밀과 어둠이 가득한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심야 드라마 「신도라 집합주택의 공포(‘シンドラ 集合住宅の恐怖)」는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름 돋는 사건들을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닌 바로 사람, 그것도 옆집에 사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한편으론 우리가 우리의 이웃들로 인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서로 간의 무관심과 그로 인한 단절과 소외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치달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의 이웃은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의 일원이었다면, 작금의 이웃은 경계해야 할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아와 에스(프로이트)」, 「존재와 무(사르트르)」, 「인식과 관심(위르겐 하버마스)」 등 철학적인 에피소드 제목을 채용했다.
비밀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
낮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밤이 되면 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야심한 밤,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당신은 누군가가 의도치 않게 만들어 놓은 비밀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런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귀신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인가?
이웃의 비밀을 알고 싶은 호기심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할렐루야! 비밀을 알고 싶은 자,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라. 이웃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도 그들의 비밀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호기심은 왕왕 화를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모두 비밀 한두 가지씩은 품고 살지 않는가? 웬만하면 이웃의 비밀은 비밀로 지켜주자. 드라마는 팥고물 하나 떨어지지 않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다 어떤 식으로 그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준다.
미묘한 차이로 인한 미묘한 불안감과 두려움
그들의 생김새는 보통 사람들과 약간 다르고, 그들의 정신 상태도 보통 사람들과 약간 다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연예인급 외모를 지닌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우리 모두 외모에 이런저런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신 상태 또한 '보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평균’을 계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타인들과 구별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밤에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그들 중 하나는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와 살짝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그들의 기인한 행동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이 드라마를 감상하는 재미!
당신은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
아파트 단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강렬한 은유다. 수많은 개인이 공간을 공유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고립과 단절의 간격으로 갈라져 있다. 그들은 삶은 같은 시간 위를 나란히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서로에게 투명한 유령처럼 교류나 연결의 실체는 없다. 익명성이 깊고 깊게 농후해지는 어둠이 드리울 때 과거의 상처, 미해결된 갈등, 억압된 욕망 같은 비밀은 증오의 불길로 변화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물로 삼는다.
일본 공포물답지 않게 귀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적인 공간에서 마주하는 이웃들이 귀신 자리를 대신한다. 그들은 기괴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한편으론 옆집 사는 이웃이 ‘귀신’ 같은 초현실적인 존재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 수 있음을 뼈 때리는 반전으로 각인시킨다. 등골이 서늘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타인이 보기엔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웃’이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이 된다는 현실도 새삼 놀랍지만, 내가 그 대상의 하나로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자각에, 그래서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자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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