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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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좀비(2023) | 왜 한국 좀비는 뜀박질해야만 하는가?

강남좀비(2023) | 왜 한국 좀비는 뜀박질해야만 하는가?

영화 포스터

기대와 현실의 차이?

박지연

설마 「강남좀비(2023)」가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8일 후(28 Days Later)」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를 지향하고 제작된 영화는 아닐 터이고, 그냥 대한민국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어느 빌딩에 갑자기 ‘좀비’ 비슷한 뭔가가 난입하면서 발생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묘사한 코미디 액션 (아주 살짝 공포)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설명일 것 같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는 주인공 현석(지일주)과 민정(박지연)이 좀비에 의해 폐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관객에게 짜릿하게 선물할 계획이었겠지만, 아마도 그 소소한 야심은 아주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관객’이 있었다면, 아마 그것은 소녀 그룹 티아라의 막내였던 박지연이 애써 주연으로 출연한 노고 덕분이었을 텐데, 과연 그녀의 약발이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좀비 vs 태권도

태권도로 여자를 구하는 현석

「강남좀비(2023)」의 특징은 (내가 아는 한에선) 세계 최초로 (영화에 등장하는 그 정체 모호한 괴물을 감히 ‘좀비’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좀비 vs 태권도’를 실현한 영화인 것이다.

‘로보트 태권브이 vs 마징가’, ‘이소룡 vs 성룡’, ‘가라테 고수 vs 태권도 고수’ 등 승부의 결과는 영영 검증될 수 없지만, 그래서 논쟁도 영원할 수밖에 없는 ‘세기의 대결’ 같은 부류에 ‘좀비 vs 태권도’가 감히 끼어들 수는 없겠지만, 시원시원하게 머리통을 박살 낼 수 없는 총 같은 파괴적인 무기를 구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태권도가 생존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태권도로 좀비 같은 괴물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정 궁금하다면 한 번 보시라!

춤도 추고 고통에 신음하는 리얼한 좀비

최초의 감염자

내가 볼 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지일주도 박지연도 아닌 최초의 감염자(조경훈)이다. 그가 연기하는 좀비는 태권도 유단자 현석과의 긴박감 넘치는 대결에서 보통의 ‘사람’처럼 방어도 하고 반격도 하는 등 좀비로선 전례 없는 날렵하고 민첩한 몸놀림을 보여주는데, 그 성실한 대결을 진지하게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감히 조소 없이는 볼 수 없는 몽둥이에 맞아 아파하는 좀비를 보고 있노라면 좀비영화라도 이렇게 만들면 재미없더라는 교훈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애잔하다. 훌륭한 조연이 영화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경구를 체감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

한 마디 더하면, 댄서가 좀비가 되니 춤도 추더라! 그렇다면, 현석 같은 무술 유단자가 좀비가 되면 천하무적일 것이렷다!

건물주, 대한민국을 구하다!

한국을 구한 건물주

「강남좀비(2023)」의 숨은 영웅은 현석이 아닌 바로 건물주이다. 현석이 아무리 멋지게 옆차기, 돌려차기 기술을 난사하면서 온갖 똥폼을 다 보여줘도 그건 기껏해야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구애 활동의 일환일 뿐이다. 그에겐 무술 유단자다운 이 한 몸 바쳐 세상을 구해야겠다는 대의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유례없는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신통방통하게도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아닌 바로 건물 출입구를 봉쇄하는 일이었다. 이로써 현석은 한 여자를 구했다면, 건물주는 강남, 아니 더 나아가 서울과 대한민국을 구한 것이다.

무식하게 돈만 밝힐 줄 알았던 일개 건물주의 머릿속에서 어찌하여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비범하고 신속한 판단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오직 감독만이 알겠지만, 어찌 되었든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로 가득 차 있다.

아무튼, 그녀의 존재 덕분에 감독은 제작 환경을 좁디좁은 한 건물로 한정 지을 수 있어 제작비도 절감하고, 제작 시간이나 노력도 절감할 수 있어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만약 건물주가 없었더라면, 그래서 그 괴물들이 건물 밖으로 탈출했더라면, 감독은 ‘동네 품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따위 영화가 개봉해서 집값이라도 내려가면 감독이 책임질 거야!’라고 따지듯 물어오는 주민들의 아성에 가로막혀 영화 제작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빠른 좀비, '빨리빨리' 문화가 만든 새로운 공포?

좀비는 달려야 제맛이다?

(‘부산행’이 시발점으로 보이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좀비, 그래서 좀비영화의 계보를 심히 거스르는 한국형 좀비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 앞에서 느낄법한 ‘결투와 도피’라는 생존의 갈림길을 지워버린다. 그와 함께 좀비가 천천히 다가오면서 서서히 증폭시키는 공포, 심리적 압박, 그리고 ‘나 같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지?’ 같은 관객의 적극적인 영화 참여 등은 감소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의 이동 속도는 뜀박질 그 이상으로 빠른 걸까? 이에 대해 AI는 답한다.

한국 사회는 빠른 경제 발전과 함께 매우 빠른 생활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영화에서도 반영되며, 빠르게 움직이는 좀비는 이러한 급박한 생활 리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습성은 좀비가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와 위기 속에서 좀비도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인가? 왠지 무서운 곳에서 사는 것 같아 오싹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재밌게 감상했다면, 양병간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인 「무서운 집」도 감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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