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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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라이징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영화 리뷰 | 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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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영화 리뷰 | 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상조 보험 들면 이런 배를 태워주는 건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남중국해를 가로지르는 두 척의 배가 있다. 한 척은 5억 달러짜리 초호화 유람선, 다른 한 척은 어뢰와 용병들이 탑승한 의문의 쾌속정. 단순히 돈 때문에 용병에게 고용된 쾌속정 주인은 이들의 목적지도, 목적도 모른 채 죽음처럼 캄캄한 밤과 굶주린 사자처럼 난폭한 폭풍우를 뚫고 항해하지만, 이 모든 것을 점잖게 관조하는 우리로서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용병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단박에 알아차리고도 남는다.

그들은 초호화 유람선에 탑승한 초호화 승객들의 초호화 금품을 노리는 강도가 아니고 무엇이렷다!

영화 리뷰 | 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이 많던 사람이 다 어데를 갔을꼬?>

마치 하늘이 이들의 악행을 저지하려는 듯 갑작스럽게 일어난 충돌 사고로 선두가 파손되었음에도 돈에 충실한 선장은 운명을 거스르듯 쾌속정을 힘들게 힘들게 이끌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곳엔 우리의 면도날처럼 예리한 예언대로 유람선이 있었다. 하지만, 유람선엔 용병들이 꽤 세 보이는 어뢰와 중국산 기관총으로 무장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듯 아무도 없었다.

어리둥절한 채 유람선을 수색하던 그들은 전쟁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몰골로 손상된 시체 더미들과 맞닥트린다. 누가, 그리고 왜 승객들을 무참히 살육했는가?

영화 리뷰 | 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내가 아니라서 다행일 따름이다>

대충 소개한 바와 같이 「딥 라이징(Deep Rising)」은 바닷속 깊고도 깊은 심연에 살고 있다는 괴물을 다룬 공포영화로 무엇보다 먹이를 우리 같은 포유동물이 밥 먹듯 잘근잘근 씹어먹는 것이 아니라 막대기만 남을 때까지 사탕을 빨아 먹듯 뼈만 남을 때까지 쭉쭉 빨아먹는다는 설정이 소름 끼친다.

뼈만 남을 때까지 서서히 빨아 먹힌다면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은 둘째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그 짧지 않은 시간은 대장정만큼이나 길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빈약한 삶을 유지해 온 빈곤한 육체가 괴물의 뱃속에서 빈약하게 녹아내리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때만큼은 머리를 뚫고 들어오는 총알을 ‘할렐루야’하고 반길 수밖에 없다.

영화 리뷰 | 딥 라이징(Deep Rising, 1998) | 이래도 크루즈 여행 갈래?
<과연 신은 그에게 자비를 베풀 것인가?>

VCD 시대의 고전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지만, 블루레이를 넘어 4K 시대인 현재에 다시 봐도 손바닥에 고양이 세수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의 땀을 고이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특히 무시무시한 괴물의 무시무시한 촉수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며칠 동안은 문어, 주꾸미, 낙지 등 촉수 달린 해산물은 터부시될 뿐만 아니라 보기만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식욕이 싹 사라진다. 또한, 언젠가는 문어과의 연체동물이 인류 대신 지구를 점령할 것이라는 신선하면서도 허무맹랑한 예언이 잠깐이나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모든 말장난이야 어찌 되었든 밀실 같은 유람선 안에서 벌어지는 인정사정없는 대살육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경험하고 싶지 않은 대참사 중의 대참사지만, 한 손엔 중국산 기관총대신 맥주캔을, 다른 한 손엔 괴물을 기리듯 마른오징어 다리를 휘두르며 관음하고 싶은 재미만큼은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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