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66) 시즌 1
TV 시리즈의 아날로그적 서스펜스와 현실감
<기차에 탄 것처럼 속이는 트릭> |
‘미션 임파서블’ 하면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알고 보니 원작은 TV 시리즈였다. Lalo Schifrin(랄로 쉬프린)이 작곡한 유명한 테마 음악도 이 TV 시리즈에서 탄생했다. 영화가 TV 시리즈의 제목만 빌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영화는 TV 시리즈의 판박이므로 ‘첩보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자 지금 봐도 여전한 수작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과장된 액션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서스펜스는 100% 아날로그적인 기법으로 창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와 빈틈없는 내러티브, 그리고 클로즈업 • 빠른 컷 전환 • 화면 흔들기 같은 카메라 촬영 기술, 감시카메라 영상 바꿔치기 • 침대 부풀려 인물 숨기기 등의 정교한 트릭 같은 것들 말이다.
세트 또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지금의 눈엔 다소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손수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는 물리적 실재를 기록하고 드러낼 때 가장 영화다워진다”라는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의 이론을 고려하면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세트보단 사람이 직접 제작한 세트가 물리적 실체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좀 더 영화적이고 현실감 있다고 할 수 있다. CG로 처리한 것을 훈장처럼 여기는 반영화적인 영화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고전을 보면 조악한 세트의 어설픔조차 ‘사람이 만들었구나’하는 묘한 감상을 느끼게 해준다.
IMF 팀의 리더, 스티븐 힐(배역 다니엘 브릭스)
<임무에 적합한 팀원을 선택하는 브릭스> |
매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Good morning, Mr Briggs.”로 시작되는 임무 전달 장면과 (녹음된 테이프 같은) 임무 전달 매체를 파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임무 설명이 끝나면 ‘이 메시지는 자동으로 파괴될 것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동 파괴되는 장치도 나오지만, 브릭스가 테이프를 불타는 화덕에 던지는 등 손수 파괴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아날로그 감성?
아무튼, 그는 팀을 이끌고 작전 계획을 세우고 팀원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리더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혹은 알려진다는) 이유로 임무의 최전선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임무 수행 중 주로 보조적인 역할을 맡는다.
바바라 베인(배역 시나몬 카터), 마틴 랜도(배역 롤린 핸드)
<시나몬 카터와 롤린 핸드> |
바바라 베인은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을 활용한 바람잡이 역할을 주로 맡고, 변장술의 달인인 롤린 핸드는 톰 크루즈처럼 임무 수행의 주연을 맡는데, 맡은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두 사람은 목표물을 유인하고 속인 다음 뒤통수를 한껏 후려치는 속임수의 달인으로 활약한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연인처럼 묘사되는데, 당시 두 사람은 실재 부부였다고 한다. 바바라 베인은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에미상(1967, 1968, 1969)을 수상한 여배우인 만큼 매혹적인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녀는 현재 「Mission: Impossible, 1966」 시즌1에 등장한 다섯 명의 주인공 중 최고령 생존자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피면구(人皮面具) 같은 완벽한 변장술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롤린 핸드의 주특기였다.
그렉 모리스(배역 바니 콜리어), 피터 루퍼스(배역 윌리 아미티지)
<바니 콜리어와 윌리 아미티지> |
전기기술자 콜리어는 임무에 사용되는 기술적인 것과 장비를 담당하는 만능 기술자이고, 아미티지는 역도 챔피언답게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연상시키는 우락부락한 체격과 외모를 지닌 피터 루퍼스는 300파운드 이상 벤치 프레스를 한 최고령 기네스 세계 기록 보유자일 정도로 현실에서도 천하장사.
쉽게 말하면 두 사람은 온갖 궂은일을 담당하는데, 두 사람의 훌륭한 팀워크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 있어 든든한 힘이 된다. 예를 들면, 콜리어가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 철조망을 절단하면 옆에 있던 아미티지가 다른 팀원이 그 철조망 사이로 침입할 수 있도록 철조망 사이를 벌리는 역할을 맡는다.
흥미로운 것은 등장하는 장비들이 ‘그럴듯함’을 떠나 매우 세부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충’이라는 것이 없다. 그런 장비들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시청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에피소드마다 펼쳐지는 40분간의 서스펜스
<에피소드마다 특별 팀원 한 명이 추가된다> |
임무 수령, 팀원 선택, 작전 수립 및 역할 분배, 작전 수행, 한두 가지 난관 봉착, 난관을 해결하고 임무 완수 등 이 모든 것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할당된 시간인 40분 정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고로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군더더기는 있을 수 없고, 그렇게 여유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반면에 임무 수령 및 작전 수립할 때 한눈팔거나 딴생각하게 되면 이후 펼쳐지는 작전 수행을 따라잡는데 약간 갈팡질팡하는 수도 있다는 것. 아무튼, 감상을 거듭하다 보면 (30년 후에 만들어질) 영화보다 훨씬 더 재밌다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목표물 보호, 요원 빼내기, 자료 탈취, 핵탄두 훔치기, 나치 잔당 소탕, 중요 인물 실각, 민주주의 보호 등 IMF(Impossible Mission Force) 팀은 매번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데 특이한 것은 임무 수행 중 ‘살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무 수행 과정은 더욱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고 반면에 시청자가 느끼는 서스펜스는 더욱더 증가하게 된다.
끝으로 시대가 시대니만큼 임무 내용은 당시의 냉전을 반영하고 있다. 상대국을 도발하지 않고자 그런 건지 ‘소련’, ‘동독’ 등의 국가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대신 ‘적성국’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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