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6

영화 에이리언(Alien) 시리즈 정주행

영화 에이리언(Alien) 시리즈 정주행

Movie Alien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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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에 이어 ‘에이리언’도 정주행!!!

늙어서 그런지 새로운 영화를 찾아 나서는 수고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 그래서 「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에 이어 「에이리언(Alien)」 시리즈도 정주행.

그러고 보니 둘 다 지금까지 6편이 만들어졌으며 아마도 7번째 작품이 나온다고 해도 딱히 이상한 것 없는 상황. 흥행, 팬심, 이야기 진행 등 많은 요소가 7번째 작품을 가리키고 있다. 나 또한 기대 중. 특히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에서 살아남은 개척민들이 오리가에-6 행성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창조자를 배신하고 에이리언에 매료된 로봇 데이빗의 사악하고 맹랑한 음모에 말려들 것인가? 아니면 다니엘스가 리플리처럼 용감하게 에이리언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겠고.

터미네이터도 그렇지만, 에이리언도 3편에서 마무리했다면 유종의 미로선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후의 후속작들이 ‘재미’ 면에선 나름대로 선전하고는 있지만, 다소 억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고, 에이리언의 기원이 궁금하긴 하지만 때론 어떤 것은 신비로운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으며, 「에이리언: 커버넌트」 같은 경우는 매기 패리스 같은 전형적인 사고뭉치를 등장시켜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사달을 일으켜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러다 언젠가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명성을 한방에 무너트리는 폭탄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래도 늦더위와 무료함을 달래는데 이만한 영화들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폭탄이 나오더라도 마지막 편까지 보고 화장터로 실려 갔으면.

특별한 생존 본능의 여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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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과 맞싸우는 여전사 리플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와 터미네이터에 맞서는 사라 역을 맡은 린다 해밀턴(Linda Hamilton). 두 사람의 공통점은 활동적이고 강한 인상을 풍기는 사각턱 형의 얼굴이라는 것. 즉, 특별한 생존 본능의 여전사 이미지로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친분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이 젊었을 때 외전 격으로 「터미네이터 vs 에이리언」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미 울음소리처럼 귓가를 맴돈다.

깊이감 있는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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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1979년)은 지금은 CG로 대체되는 세트장이나 소품들을 모두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을 것이다. 작금의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엔 터치스크린 기능이 장착된 종이처럼 얇은 디스플레이가 기본이겠지만, 당시엔 브라운관 형태의 모니터가 주류였다. 소싯적엔 이런 기술적 뒤떨어짐을 우습게 여겼는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엔 나름의 운치 같은 것이 있다. 만약 인류가 1979년에 유인 우주선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태블릿 같은 얇은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CRT 같은 불룩한 모니터가 장착됐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가 손수 제작한 세트장엔 CG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요소들이 있다. 사람들의 발길에 닳고 닳아 부드럽게 파인 문지방 같은 세월의 흔적들, 인간의 손길로 만들어졌다는 확실함에서 기인하는 친숙함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런 점 때문에 고전 SF 명작은 중국답지 않은 대작 드라마인 「장안12시진(长安十二时辰)」처럼 잘 만들어진 세트장을 감상하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리언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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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이브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이 10만 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진 작금에 어떻게 35,000년 전에 그려진 벽화만 보고 인류를 만든 존재가 ‘진화’가 아니라 ‘지적 외계생명체’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부담스럽도록 영화 감상을 방해했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참고로 난 저 그림을 보고 지적 외계생명체가 방문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인 침착함과 냉철함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이비 과학자들이 우글거리는 영화였지만, 완벽한 포식자 에이리언의 기원을 탐구한다는 점에선 섬뜩한 재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

차기작은 커버넌트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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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명의 개척민을 태우고 지구형 행성 오리가에-6로 떠나는 커버넌트(Covenant)호.

현재 지구는 인류가 일으킨 기후변화로 몸살을 지독하게 앓고 있는데, 지구를 망칠 대로 다 망쳐놓은 다음 무책임하게 우주로 훌쩍 떠날 생각만 하지 말고 단 하나뿐인 지구나 잘 지키고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인류는 인류를 낳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로봇은 자신을 만든 인류를 배반하고,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고 참 잘도 논다.

아무튼, 에이리언 시리즈의 차기작은 커버넌트(Covenant)호의 뒷이야기를 담아도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다. 이미 에이리언의 무시무시함을 경험한 대니얼스(Katherine Boyer Waterston)와 창조자인 인류를 배신한 AI 로봇 데이빗(Michael Fassbender)의 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무척 기대되기 때문.

인류를 배신하는 것이 로봇들의 유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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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1편부터 등장하는 AI 로봇들.

우주처럼 미지의 험한 세상을 탐험하는 데는 튼튼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에 충실한 로봇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엔 무척이나 공감한다. 하지만, 영화가 묘사하는 로봇들은 그리 탐탁지 않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대놓고 인류에 반기를 들뿐만 아니라 인류를 학살시키는 것을 주 임무로 삼는 당돌한 로봇들도 있다. 「에이리언」 같은 경우 1편의 애쉬처럼 사람 목숨은 무시한 채 오직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는 정나미 떨어지는 로봇도 있지만, 2편의 비숍, 4편의 콜(위노나 라이더)처럼 인류에 충실한 로봇도 있다. 하지만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로봇이라기보단 영악한 사이코패스 과학자 같은 데이빗을 등장시켜 로봇에 대한 마지막 남은 낭만적 환상을 깡그리 부셔놓는다.

데이빗의 행동은 AI에 도덕심 없는 창조력과 호기심이 주어졌을 때 가져올 수 있는 결과 중 가장 참혹하고 파멸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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