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 | 정적을 깰 생각일랑 꿈에서조차 하지 마라
'꿈에서 그녀를 보더라도...
결코 비명을 지르지 마라'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은 복화술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복화술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생소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복화술사의 어원이 기원전 6세기에 죽은 자의 영혼이 사람의 배를 통해 말할 수 있었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감상한 공포영화 중에서 복화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처음인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괴이하다. 기원전의 복화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혹시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빙의의 일종일까?), 이해할 수 현상이나 기술을 쉽게 초자연적이거나 미신적인 것과 결부 지었던 옛사람들의 순진한 상상력도 엿보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에서 여경이 학생들에게 인형을 이용한 복화술로 교통 교육을 한 장면과 일본 애니메이션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복화술이 등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이 방면으로 무관심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복화술이 꽤 대중적인 유흥거리인가보다.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여타 공포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인과 관계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으스스한 멋에 지적인 품격을 더해주는 듯하다. 얼마 전에 소개한 공포영화 「두 개의 영혼(雙魂, Walk with Me, 2019)」처럼 ─ 범인이든, 악령의 정체든 ─ 객관식 시험이라도 풀 듯 뭔가를 맞추려는 의지에서 기인한 상상력이 다분한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추천하고픈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듬이처럼 곤두세울 필요가 있는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각이다. 보통의 공포영화가 예상치 못한 큰 소리로 관객의 심장을 철컥 내려앉게 하는 놀람을 주는 것에 비해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점프 스케어 같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갑작스러운 정적(靜寂)으로 연출한다(‘Dead Silence’를 구글 번역하면 ‘쥐죽은 듯한 고요함’이다). 악령은 먹잇감을 덮치기 전에 빗소리, 음악 소리, 주전자 물 끓는 소리, 시계추가 똑딱거리는 소리 등 먹잇감 주변을 흐르는 배경 소리의 볼륨을 0으로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영화에서 정적은 악령을 위한 전주곡이나 다름없으며, 또 다른 의미에서 정적은 그것에 둘러싸인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악령이 놓는 최초의 덫이다. 하지만, 진짜 죽음은 정적을 보란 듯이 깨는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져야 완성된다. 하물며 경솔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기를...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현실적인 사연과 초현실적인 사연이 적절하게 조화된 공포영화로써 막무가내로 덤비는 맛보다는 사건에 얽힌 사연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개연성과 복화술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반전이 볼만하다.
나로서는 Rotten Tomatoes의 낮은 평점이 이해할 수 없으며, 흥행 실패로 속편이 잠정적으로 취소된 것은 무척 아쉬운 결정이다. 그만큼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다는 뜻이며, 그것은 공포심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와 경험, 그리고 그날그날 변덕스러운 기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아쉬운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볼만한 공포영화를 찾지 못해 지루함을 곱씹고 있는 당신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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