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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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 | 정적을 깰 생각일랑 꿈에서조차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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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 | 정적을 깰 생각일랑 꿈에서조차 하지 마라

'꿈에서 그녀를 보더라도...
결코 비명을 지르지 마라'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 2007)」은 복화술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복화술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생소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복화술사의 어원이 기원전 6세기에 죽은 자의 영혼이 사람의 배를 통해 말할 수 있었다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감상한 공포영화 중에서 복화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처음인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괴이하다. 기원전의 복화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혹시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빙의의 일종일까?), 이해할 수 현상이나 기술을 쉽게 초자연적이거나 미신적인 것과 결부 지었던 옛사람들의 순진한 상상력도 엿보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에서 여경이 학생들에게 인형을 이용한 복화술로 교통 교육을 한 장면과 일본 애니메이션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복화술이 등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이 방면으로 무관심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복화술이 꽤 대중적인 유흥거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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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가 여타 공포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인과 관계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으스스한 멋에 지적인 품격을 더해주는 듯하다. 얼마 전에 소개한 공포영화 「두 개의 영혼(雙魂, Walk with Me, 2019)」처럼 ─ 범인이든, 악령의 정체든 ─ 객관식 시험이라도 풀 듯 뭔가를 맞추려는 의지에서 기인한 상상력이 다분한 추리소설 애독자라면 추천하고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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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더듬이처럼 곤두세울 필요가 있는 감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각이다. 보통의 공포영화가 예상치 못한 큰 소리로 관객의 심장을 철컥 내려앉게 하는 놀람을 주는 것에 비해 「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점프 스케어 같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갑작스러운 정적(靜寂)으로 연출한다(‘Dead Silence’를 구글 번역하면 ‘쥐죽은 듯한 고요함’이다). 악령은 먹잇감을 덮치기 전에 빗소리, 음악 소리, 주전자 물 끓는 소리, 시계추가 똑딱거리는 소리 등 먹잇감 주변을 흐르는 배경 소리의 볼륨을 0으로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시청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영화에서 정적은 악령을 위한 전주곡이나 다름없으며, 또 다른 의미에서 정적은 그것에 둘러싸인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하는 악령이 놓는 최초의 덫이다. 하지만, 진짜 죽음은 정적을 보란 듯이 깨는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져야 완성된다. 하물며 경솔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이 당신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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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사일런스(Dead Silence)는 현실적인 사연과 초현실적인 사연이 적절하게 조화된 공포영화로써 막무가내로 덤비는 맛보다는 사건에 얽힌 사연을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개연성과 복화술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반전이 볼만하다.

나로서는 Rotten Tomatoes의 낮은 평점이 이해할 수 없으며, 흥행 실패로 속편이 잠정적으로 취소된 것은 무척 아쉬운 결정이다. 그만큼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꽤 갈릴 수 있다는 뜻이며, 그것은 공포심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와 경험, 그리고 그날그날 변덕스러운 기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아쉬운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볼만한 공포영화를 찾지 못해 지루함을 곱씹고 있는 당신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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