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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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급식 | 누가 진정한 급식마니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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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 | 누가 진정한 급식마니아인가?

"나는 급식을 좋아한다
급식 때문에 학교에 와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야 할,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급식을 사랑할 뿐
그런 나에게 도전해오는 남자" - 아마리다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한 회가 30분도 안 되는 단막극 같은 10편으로 구성된 드라마로, 오로지 급식을 위해 학교로 출근하는 아마리다 선생(市原隼人, 이치하라 하야토)과 아마리다 못지않은 열정으로 급식을 열렬히 기다리는 카미노 학생(佐藤大志, 사토오 다이시) 사이의 불꽃 튀는 대결을 과유불급을 무시하는 일본 특유의 연출로 급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은 드라마다(어쩌나, 난 급식 세대가 아닌 걸).

급식을 사이에 두고 일으키는 대결(?)이라고 하니, 맛있는 반찬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나 하는 탐욕스럽고 무식한 대결로 오해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기가 막히게도 두 사람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대결이란 누가 더 급식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맛있게 먹느냐이다. 오직 급식 때문에 출근한다는 선생도 있을 수 없지만, 급식을 두고 학생과 이상한 경쟁을 하는 선생은 더 있을 수 없으므로 두 사람의 대결은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물론 우리 같은 시청자는 예외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본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끄집어낸 다음 요란법석 포장해 그럴싸하게 내놓는 재주는 가히 따라올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정말 창의적이다.

School-Meals-Time-2019-Drama

하지만, 동물애호가들은 첫 편부터 기겁할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첫 편 급식 메뉴는 바로 고래고기이기 때문이다. 요즘도 일본 학교 급식 메뉴로 고래고기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배경으로 설정된 1984년에는 학교 급식에 고래고기가 무려 한 달에 한 번이나 나올 정도로 꽤 자주 , 그리고 고정적으로 등장했나 보다. 쌀밥(한때의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분식 먹기 운동을 했었나?)이 아니라 빵이 주식으로 나오는 점도 신기하다. ─ 한창 먹을 나이임을 고려하면 ─ 식사량이 적다는 점도 눈에 띄고, 일본 전통 요리보다는 양식과 중식의 비중이 높은 것도 뜻밖이다. 여기서 예상할 수 있듯 드라마는 한국의 맛집 광고나 먹방과는 달리 ‘양’에는 별 관심이 없는 오직 ‘맛’에 중심을 둔 경쟁이 펼쳐진다. 한정된 자원에서 어떻게 최상의 맛을 끌어낼까, 역시 일본답다고 봐야 하나?

급식을 먹기 전에 교가를 제창하는 것도 신묘하다. 노래방 가서 한바탕 부르고 나면 허기지는 것처럼 교가 제창이 밥맛 돋우는데 꽤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한데, 과거 일본 교육을 그대로 모방했던 한국 학교도 급식 전에 교가를 부르나?

School-Meals-Time-2019-Drama

음식량에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 것 때문에 한국의 먹방은 생물학적인 돼지가 아니라 문화적인 돼지(먹는 괴물의 표상이 된 돼지)가 판을 치는 징그럽고 더티하고 추잡한 방송이 되어버렸다. 먹방 같은 것은 혐오스러워 보지 않지만(보는 사람도 혐오스럽다!),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일본 특유의 과장된 코믹 연기와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본의 급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볼만했다. 물론 음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 중에서 「심야식당(深夜食堂)」을 따라올 만한 것은 아직 못 봤지만 말이다.

School-Meals-Time-2019-Drama

적게 먹는 습관과 ─ 먹거리가 너무 흔하다 보니 ─ 소홀히 넘어갈 수 있는 한 끼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일본 교육은 여기저기 음식쓰레기가 넘쳐나는 우리로서는 배울만하다. 너무 흔한 데다가 공짜다 보니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먹방의 홍수 속에서 한 끼 식사의 소중함과 한 끼 식사에 올라온 각각의 반찬과 요리에 소비된 재료들이 의미하는 공생의 법칙을 깨우칠 기회를 잊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식습관이란 것은 참 고치기 어렵다. 편식이 어렸을 때 결정되는 것처럼 식습관 역시 어렸을 때 부모와 학교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음식을 적게 먹는 것, 그리고 ─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 붉은 살코기 역시 적게 먹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임을 알면서도 실천으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식탐은 성욕보다 강하다. 섹스보다는 접근이 쉽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또한, 식탐은 나이를 먹어서도 쉽게 수그러들지가 않는다(사람에 따라선 식탐만 남는 경우도 있다!).

급식에 눈이 먼 두 사람, 즉 우악스러운 선생과 새침해 보이는 학생 사이에서 펼쳐지는 ‘급식 맛나게 먹기 경쟁’을 감히 중재하지는 못하고, 두 남자 사이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줄 귀여운 미소노 선생(武田玲奈, 타케다 레나)도 나오니, 「맛있는 급식(おいしい給食, 2019)」은 심심풀이로 적당히 보기 좋은 드라마다. 물론, 약간의 식욕 증가는 감내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난 급식 세대가 아니라서 요즘 학교 급식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한번 먹어보고 싶기는 하다. 기차역에서 정기권을 끊듯 교육부에서 급식권을 구매해 전국에 있는 학교 급식을 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름하여 '급식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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