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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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영화 리뷰] '모범 경찰'과 '모범 마을'의 한 판 승부 ~ 뜨거운 녀석들(Hot Fuzz, 2007)

Hot Fuzz 2007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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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경찰'과 '모범 마을'의 한 판 승부

"그러니까 도와줘. 같이 해결하자 파트너" - 엔젤
"잊어버려, 여긴 샌포드라구" - 대니

런던 경찰서에서 가장 높은 검거율을 기록하는 우수한 경찰 니콜라스 엔젤은 드디어 경사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샌포드라는 시골 마을로의 전근이었다. 자신처럼 유능한 경찰이 ‘올해의 마을’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오랫동안 범죄가 없는 시골로 좌천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엔젤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이 오히려 동료 경찰의 따가운 시샘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경찰청장은 엔젤이 너무 설쳐대는 바람에 동료가 일할 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엔젤의 전근 거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 중독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아내와도 별거 중인 엔젤은 레옹이 거처를 옮길 때마다 꼭 조그만 화분을 들고 다니듯 애지중지하는 백합 화분을 들고 쓸쓸하게 먼 길을 홀로 떠난다.

Hot Fuzz 2007 scene 01

밤늦게 샌포드에 도착한 엔젤은 마을 호텔에 자리를 잡은 마을 분위기나 좀 살피면서 목 좀 축일 겸 근처 술집에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희 가게는 18세 이하에겐 술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 무색하게 술집 안은 맥주를 홀짝거리는 10대들로 장사진이었다. 이를 술집 주인에게 지적하자 주인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Hot Fuzz 2007 scene 02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엔젤이 다음 날 정식으로 샌포드 경찰서에 출근하고 나서 마주친 상황은 너무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경찰서는 경찰로서의 의무감이나 의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덜떨어지고 나태한, 한마디로 무늬만 경찰인 사람들로 가득 찬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의심쩍은 사건들로 계속 죽어나가도 경찰은 술집 주인처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안일함과 무관심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엔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 사귄 파트너 대니와 함께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상쩍은 일들을 본격적으로 캐내기 시작하는데….

Hot Fuzz 2007 scene 03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에서 지구를 끝장내는 알코올 중독자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아둔하고 덜떨어진 역할로 나왔던 사이먼 페그(니콜라스 엔젤 역)가 영화 「뜨거운 녀석들(Hot Fuzz, 2007)」에서는 뜻밖에(?) 너무 유능한 나머지 왕따까지 당하는 무적 경찰로 나온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특유의 ‘코믹’ 요소에 무려 백 편 이상의 액션 영화를 참조해서 완성했다는 ‘액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코믹 액션’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편으론, 이제 좀 익숙해진 닉 프로스트(대니 버터만 역)과의 푸근한 콤비도 좋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은 코믹 액션치고는 민간인 사망자가 상당한 반면에 악당 사망자는 달랑 한 명이라는 것이 좀 의외?

아무튼, 황당한 웃음과 폼 나는 액션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같은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 줄 영화로서 초중반은 ‘병맛’인 경찰들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최소 암 중기까지 보장하지만, 막판 화끈하게 터지는 액션과 통쾌한 마무리로 암이 말기로 진입하기 전에 깨끗하게 완치시켜주는 자비로움을 선사하는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화 「뜨거운 녀석들(Hot Fuzz, 200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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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6일 일요일

[책 리뷰] 굴원의 영혼이 남긴 발자취와 숨결 ~ 장강을 떠도는 영혼(선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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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의 영혼이 남긴 발자취와 숨결

때문에 굴원이 “인류가 오랫동안 신봉해 왔던 원시의 오해를 깨트리고 어둠 속에서 횃불을 쳐든 사람”이라는 평가가 그다지 과장은 아니라 할 것이다. (『장강을 떠도는 영혼』, 186쪽)

원(屈原)이 멱라강(汨羅江)에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을 때 강변 근처에서 살던 사람들은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각자 집에서 쌀이며 밥을 들고 나와 강에 뿌리면서 입과 마음속으로는 이것을 먹고 제발 충신의 몸만은 상하게 하지 말라고 강에 사는 고기들에게 빌었다고 한다. 아마 이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을 테지만, 이후 매년 굴원이 세상을 하직한 단오절이면 멱라강 일대의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쫑즈(粽子)를 만들어 강변에 던지면서 모두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다시 한번 물고기들에게 충신의 몸을 상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기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거행된다. 비록 무지렁이 백성일지라도 굴원의 변치않는 충정과 진득한 백성사랑, 그리고 한결같은 숭고한 품성에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감동과 존경의 뜻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중국문화 최초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는 굴원은 단순히 이름뿐만 아니라 변함없는 충정, 진실을 추구하는 탐구정신, 속세에 물들지 않는 곧은 품성, 추하고 타락한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불굴의 저항,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고결함을 남겼다.

그가 걸어간 아침이슬처럼 맑고 투명한 행적과 그 곧디곧은 곧음을 우러러보며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어느새 날은 저물고, 그가 남긴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태초의 자연처럼 아름다운 문장에 도취하여 밥 먹는 시간도 잊었다. 능히 그의 문장은 사람을 홀리게 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의 술잔 가득 잠긴 술이 넘치는 것을 잊게 하고, 밥을 먹는 사람이 젓가락질하는 것을 잊게 한다. 능히 그의 기백은 사람을 전율케 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의 술잔 가득 잠긴 술이 넘치는 것을 잊게 하고, 밥을 먹는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한다. 어느새 물을 머금은 한지처럼 양 두 눈을 촉촉이 적시며 흐르던 눈물은 술잔 속으로 떨어지며 미세한 물결을 남기고, 두 줄기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은 감동에 복받쳐 환희에 젖는다. 독자는 굴원의 영혼이 남긴 묵직한 발자취와 향긋한 영혼의 숨결을 『장강을 떠도는 영혼(굴원 평전)』에서 조금이나마 느껴보기를 바란다.

과 종이를 벗 삼아 옛 성현을 노래하고 그리워하며 현실의 부조리에서 받은 울분과 분노로부터 자신을 위안하던 굴원의 죽음은 또 한 명의 성현을 탄생시켰다.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눈물겹도록 비장한 굴원의 시는 꼭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접목시키지 않더라도 현대인의 바닥이 훤히 내다보이는 우물처럼 바짝 마른 감성을 자극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인스턴트 식품처럼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탐미적인 무절제한 현대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아스러우면서도 청초하고 단아한 굴원의 작품은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황폐해진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훌륭한 영혼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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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프로그램' 과 '백그라운드 서비스'의 차이를 체감했던 때

‘윈도우 + R’ 키를 눌러 [실행] 창을 연 다음 ‘sysdm.cpl’을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면 (내 생각으로는) 윈도우 NT 4.0 시절부터 보아왔던 [시스템 속성] 창이 열린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Microsoft Windows)를 조금이라도 만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일 뿐만 아니라 윈도우를 클린 설치하고 나서 제일 먼저, 혹은 반드시 거치고 넘어가야 하는 설정들이 있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고급] 탭의 [성능]으로 가면 [프로세서 사용 계획]을 설정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윈도우 7, 8.1, 10 같은 일반 사용자를 위한 윈도우 클라이언트에는 [프로그램], 윈도우 서버 2013, 윈도우 서버 2012, 윈도우 서버 2016 같은 윈도우 서버 운영체제는 [백그라운드 서비스]가 기본 값으로 선택되어 있다.

지금보다 여러모로 정보가 부족했던 윈도우 2000이나 XP 시절에는 이 두 옵션의 차이에 대해 여러 오해와 진실이 뒤섞인 공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에 대해 판사가 단호하게 판결을 내리듯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넷(technet) 블로그 「Windows 성능 옵션(프로그램 vs 백그라운드 서비스)을 이해하다」에 명확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테크넷 블로그에는 두 옵션을 다음과 같이 간단 명료하게 정의하고 있다.

프로그램: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반 사용자 환경에서 쾌적한(?) 반응 속도를 보여준다.

백그라운드 서비스: 계속해서 한가지 작업을 실행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경우 높은 처리 효율을 가진다.

그런데 이 두 옵션의 차이를 실제로 윈도우를 사용할 때 체감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고사양에서 일반적인 용도로 윈도우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두 옵션 값의 차이를 체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아직 듀얼 코어를 사용하는 난 최근에 두 옵션의 차이를 체감할 수가 있었는데, 바로 종이책을 스캔하는 상황이었다.

오래전부터 책을 스캔할 때는 동시에 영화나 스포츠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얼마 전부터 스캐너가 스캔하는 중간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스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래 캐논 IJ Scan Utility의 ScanGear CPU 점유율이 스캔할 때면 90% 안팎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영화(동영상은 하드웨어 가속이 가능한 것만 시청)가 끊기거나 스캐닝 헤드가 스캔이 끝나기도 전에 중간에 멈칫거렸던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CPU 성능이 모자라서 (사실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러는 것 같아 모든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을 죽이고, 동영상 재생도 정지한 상태에서 테스트해봤는데, 증상은 여전했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Windows Server 2016이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무거워지거나 어딘가 꼬였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포맷하고 다른 윈도우를 설치하기는 너무 귀찮았다. 그것만 빼고는 다른 것은 이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원인을 찾아 고심하던 중 우연하게도 '프로그램' 과 '백그라운드 서비스' 라는 설정이 혼탁한 머릿속을 헤치며 퍼뜩 떠올랐다. 사실 윈도우 서버를 설치하면 가장 먼저 하는 최적화 작업 중 하나가 [프로세서 사용 계획]의 '백그라운드 서비스'를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집 나온 고양이가 제집으로 돌아간 것처럼 슬그머니 ‘백그라운드 서비스’로 원위치 되어 있었다. 최근 윈도우 업데이트 후 몇몇 설정이 제멋대로 기본 값으로 되돌아갔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기적처럼 완벽한 해결책이 떠올랐으니 내 회색 뇌세포도 그렇게 녹이 슬진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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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 목요일

바이두 속도 제한 해제 및 멀티 계정 바인딩 ~ 雷云网盘(Thundercloud)

바이두 10k 속도 제한을 해제하는 다운로드 링크를 제공하는 중국의 한 웹사이트를 이용해봤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 웹사이트 같은데 좀 더 세부적인 정보를 알고 싶거나 질문 사항이 있다면, 뇌운(雷云) 블로그를 방문하면 된다. 블로그 설명 중에는 고정 수입이 없는 가난한 학생을 위해 뇌운(雷云)은 절대적으로 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 이라는 말이 유독 눈에 띄고 반갑지만, 기부금만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의문이다.

사용방법은 스크린샷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면 될 것 같다.

일단, https://www.leiyun.org/register/에서 사용자 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동영상 재생이 안 된다면 원본 링크 클릭 ~ 「无需任何软件免费在线获取网盘高速下载链接,满宽带下载速度

사용자 등록을 마쳤으면, 로그인 후 첫 화면(사용자 센터)에서 [바인딩 추가]로 바이두 계정을 필요한 만큼 바인딩해준다. 뇌운(雷云)의 장점은 뇌운(雷云) 계정 하나에 여러 개의 바이두 계정을 바인딩할 수 있어 많은 계정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로그인/로그아웃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오직 다운로드만 되고 업로드, 파일 및 폴더 관리는 전혀 안 된다. 만약 훗날 이러한 단점이 극복된다면 비록 속도는 그저 그렇더라도 한 웹페이지에서 멀티 계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이라도 바이두 멀티 계정 사용자에겐 최고의 웹사이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이두 계정을 바인딩할 때는 전화번호 인증을 요구하니 가상번호 사용자는 미리 가상번호 웹사이트에 로그인해두면 편하다. 바인딩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您的百度账号信息成功绑定到您的雷云hub!是否要回到用户中心?'(귀하의 Baidu 계정 정보가 성공적으로 귀하의 뇌운 허브에 묶였습니다! 사용자 센터로 돌아가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두 개 이상의 계정을 바인딩했다면 바이두 클라우드 접속을 원하는 계정을 선택하고 [去网盘]를 클리하여 클라우드로 이동한다. 웹브라우저에 따로 설치한 부가기능이나 확장 프로그램, 스크립트 없이도 바이두 대용량 파일 다운로드 기능을 내장한 Twinkstar 브라우저처럼 대용량 파일도 거뜬하게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굳이 leiyun 사이트를 이용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속도 제한 해제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때문이다. 뇌운(雷云)이 제공하는 다운로드 링크를 이용하려면 [分享]를 클릭하면 된다(이렇게 생성된 공유 링크는 사용자 센터의 두 번째 탭 [我的分享]에서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성된 다운로드 링크로 이동해 몇 번의 인증을 거쳐 다운로드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바이두 링크를 이용하는 것과 뇌운(雷云)이 제공하는 링크를 이용하는 것 사이에 다운로드 속도 차이는 없었다. 다른 사용자는 어떤지 모르겠다. 위 동영상 설명을 보면 분명히 효과가 있어 보였던지라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막 가입한 것인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니, 그저 아쉽고도 또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이라 그런 걸까?

아무튼, 알아두면 훗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지만, 혹시 모르니 바이두 계정 중 개인적으로 중요한 파일을 보관하는 계정은 뇌운(雷云) 계정에 바인딩하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바인딩한 두 계정도 막 쓰는 계정이다.

기타 바이두 다운로드 가속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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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영화 리뷰] '병맛 코디미'를 보는 것도 우리 권리야! ~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The World's End, 2013 post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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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코디미'를 보는 것도 우리 권리야!

"이봐! 병신이 되는 것도 인간의 기본 권리야! 이 문명은 병신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그리고 그거 알아? 그 점이 난 자랑스러워" - 게리
"나도 그래!" - 앤디

게리와 그의 친구 올리버, 피터, 스티븐, 앤디는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날 영웅적인 거사의 일환으로 ‘골든 마일(Golden Mile)’을 시도했었다. 고향인 뉴턴 헤이븐을 둘러싼 12개의 술집을 돌며 맥주 한 잔씩을 마시는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였지만, 막상 시도해 보니 왕성한 혈기에도 그들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게리와 친구들은 각자 짊어진 인생을 일궈나가기 위해 세상 속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The World's End 2013 scene 01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게리가 40대에 접어든 어느 날. 게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골든 마일’을 다시 시도하려고 흩어진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닌다. 게리 특유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집요한 설득에 넘어간 친구들은 게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몰던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고물 자동차 ‘야수’를 타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The World's End 2013 scene 02

지긋지긋했던 곳이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성장한 고향인지라 뭔가 기대를 품고 찾아온 ‘5총사’ 앞에 뉴턴 헤이븐은 그들을 기억하지도 못할뿐더러 거리와 술집은 낯선 마을 사람들로 가득했음에도 마을 분위기는 마치 영화 속 배경에 자리 잡은 한낱 소품 같은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묘한 차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별생각 없이 세월 탓으로 가볍게 돌린 그들은 예정대로 1호 술집 ‘우체통 주점’부터 시작하여 언제 끝날지 모를 ‘골든 마일’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이 네 번째 술집에 이르렀을 때, 인류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바꿀 엄청난 일을 겪게 되는데….

The World's End 2013 scene 03

술주정뱅이 말발에 지구의 운명을 맡긴, 덕분에 깔끔하게 인류 문명이 풍비박산한다는, 왠지 모르게 통쾌하고 가슴 속이 후련하면서도 황당한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어떤 병맛 같은 코미디를 연출하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맛’이라 모두가 다 같은 ‘병맛’은 아니다.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은 정갈하게 엄선된 난장판을 한 번 더 뒤집어버리는 혁신과도 같은 기발함과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한, ‘병맛’ 중의 ‘병맛’이다.

하지만, 영화니까 인류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인류 문명이 한 줌의 흙으로 증발하는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지, 만약 실제로 저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그 술주정뱅이는 히틀러+스탈린+폴 포드 등을 합산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류사 최악의 인물로 평가받는 것과 더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겠지.

아무튼, 외계 문명이 자신들의 지적 우월함을 강조하며 인류에게 자신들에게 동화되도록 강요하는 장면은 서구가 자신들 문명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제국주의적 야심을 불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지금도 서구인이나 한국처럼 좀 살 만한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물질적 풍요와 경제적 발전 등의 문명이 주는 혜택이 인류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망상에 집착하는 걸 보면 외계인의 행동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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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흥건하게 피어오른 살육 속에서 팡팡 터지는 웃음 ~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

Shaun Of The Dead, 2004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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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건하게 피어오른 살육 속에서 팡팡 터지는 웃음

"정말 재밌는 날이었지, 그지?" - 숀의 엄마
"안 돼요! 엄마" - 숀

인생의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떤 점인지는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확실히 어수룩한 숀의 유일한 낙은 3년이나 사귄 여자친구 리즈와 단골 술집 윈체스터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리즈는 숀이 아무 계획 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듯 자신과의 데이트도 아무 계획 없이, 마치 하루 한 번쯤은 꼭 봐야 하는 응가처럼 데이트에 임하는 고리타분한 자세에 신물이 날 뿐만 아니라 구제불능의 게으름뱅이이지만 숀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에드를 데이트 때마다 꼬박꼬박 데리고 나와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방해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그러던 중 리즈는 숀이 자신에게 철석같이 약속한 레스토랑 하나도 예약하지 못하자 결국 헤어지기로 마음먹는다.

Shaun Of The Dead 2004 scene 01

한편, 런던에는 급작스럽게 닥친 정체 모를 전염병으로 많은 시민이 좀비로 변해가고 일부는 성급하게 종말론까지 언급하는 긴박한 시간에 실연당한 슬픔에 잠긴 숀은 밤새도록 에드와 함께 질퍽하게 술을 마시고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Shaun Of The Dead 2004 scene 02

그 다음 날 태양이 똥구멍을 비출 때쯤 일어난 숀이 단골 상점에 들렀을 땐 이미 온 동네는 좀비의 세상이었지만, 둔감한 숀은 여전히 위험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정원에 무단 침입한 한 여자가 배 한복판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 채로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서야 뉴스 보도를 진지하게 보게 된다. 순간 새 아빠와 함께 사는 엄마와 어제 막 헤어진 리즈가 걱정되던 숀은 두 사람을 구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멋지고 기발한 계획을 세우려는데….

Shaun Of The Dead 2004 scene 03

숀의 경우처럼 한 사람의 진짜 됨됨이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위기를 당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일까? 아무튼, 징글징글한 잔인함과 포복절도하게 하는 웃음이 어쩌면 이다지도 훌륭하게 조화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흥건하게 피어오른 살육 속에서 팡팡 터지는 웃음이 너무나도 멋진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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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블로그 방문자 통계로 본 파이어폭스의 성장과 퀀텀에 대한 기대

<2017.10.1~10.30 블로그 방문자 브라우저 통계>
<2017.11.7~11.9 블로그 방문자 브라우저 통계>

 가끔 심심풀이로 내 블로그 Google 애널리틱스(analytics) 통계를 보곤 하는데(사실 이런 세밀한 자료는 구글 블로거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라면 재미 아닐까?), 통계 중에서 곧 정식 발표될 파이어폭스 퀀텀(Firefox Quantum)에 대한 벌써 무르익는 사용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볼 수 있어 간략하게 그래프로 통계를 내보았다. 나머지 자료들을 안 보이게 처리한 것은 비밀스럽고 대단한 자료라서가 아니라 공개하기에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빈약한 통계들이라 부득이하게 손을 댔다.

케이벤치itworld에 퀀텀에 대한 베타 기사가 나온 것이 올해 9월 말인데, 10월 한 달간의 통계는 기사가 별다른 브라우저 점유율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그러다 지난 3일간의 통계를 보면 파이어폭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좀 더 세부 통계로 들어가 브라우저 버전을 보면 10월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파이어폭스 퀀텀 57.0 버전이 지난 사흘 동안에는 파이어폭스 방문자의 반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한 달 만에 눈에 띄게 증가한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크롬에서 왔을까? 크롬의 점유율은 거의 변함이 없고 신기하게도 오히려 인터넷 익스플로러 방문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마도 나처럼 크롬 사용자들이 파이어폭스 퀀텀의 베타 버전을 체험하며 간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아직 정식 출시된 것도 아니고, 부가기능 지원도 완전하지 않기에 보조 브라우저 정도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성능,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주력 브라우저로 승격할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은 보류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점유율이 상승한 것은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파이어폭스 퀀텀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식으로 발표되고 나서 파이어폭스가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며 삽질하지 않고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옛 영광을 다시 찾는 것도 한낱 꿈만은 아닐 것 같다. 반면에 크롬은 이에 대해 어떤 대비책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영광이 오만에 젖어들면서 살며시 꼬리를 쳐든 ‘설마’라는 안일함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설령 이 통계가 세계의 현황을 반영한다고 해도 구글이 크게 긴장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우선 크롬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로의존성 때문에 웬만한 성능의 격차를 보이지 않는 이상 주력 브라우저를 갈아타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거의 십 년을 써온 파이어폭스에서 크롬으로 갈아타기까지 꽤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망설였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역시 쉽지 않다. 지난 게시물 「파이어폭스 퀀텀 베타 vs 구글 크롬 ~ 초간단 벤치마크」을 보더라도 파이어폭스 퀀텀의 성능은 크롬보다 약간 좋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월등히’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10개 탭 이하에서는 크롬보다 메모리 점유율도 더 높다. 그래도 퀀텀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품는 것은 크롬과 파이어폭스의 성능 비교보다는 퀀텀이 지난 파이어폭스 버전보다 ‘월등히’ 높아진 성능 때문이다. 이것을 변화의 시작으로 삼아 좀 더 다져나간다면 분명히 2018년에는 파이어폭스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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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침해 신고 겁나게 빠른 처리 ~ Damu 티스토리

 요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중 괜찮은 글들만 추려 구글 블로거는 옮기는 중이다. 블로그 이사를 시작한 지는 반년이 넘어가는데 네이버에 올린 글들이 생각보다 많고, 이사에만 전념하고 있지는 않은지라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이렇게 정해진 일정이나 목표치 없이 생각나는 대로 게으른 이사를 하던 중 얼마 전에 기사화된 네이버의 언론 조작 사건을 접하고 나니 더더욱 네이버에 정나미가 떨어진다(사실 ‘정’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다 보니 더는 미적지근하게 미루고만 있을 수가 없어 책 읽는 것도 잠시 쉬고 이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 뭐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고 접수된 지 30분도 안 되어 도착한 답변 메일>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올린 글을 고대로 복사해 티스토리에 올린 블로그를 발견했다. 대단할 것도 없는 글이지만 막상 저작권침해를 당하고 보니 약간은 억장이 무너지면서 기분도 잡친다. 남의 블로그에서 글을 복사해오면서 원본 출처조차 남기지 않는 파렴치함에 분노도 일어난다. 한편으론 당황이 된다. 왜냐하면, 네이버의 글을 블로거에 옮기면 네이버의 글을 ‘비공개’로 돌리게 되는데, 앞의 경우처럼 복사 글이 존재하는 것을 모르고 일을 진행하면, 구글 검색에서 내 글, 즉 원저작자의 글이 유사문서로 분류되어 검색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곧바로 Daum 권리침해센터로 이동해 저작권침해 신고를 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처음 겪는 일이라 경황이 없어 그만 Daum 아이디로 로그인하는 것도 잊고 무작정 신고를 해버렸다. 로그인하지 않고 했기 때문에 신고/접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일을 경솔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억장이 또 무너진다. 저작권침해 신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는데다가 이런 일에는 전혀 경험이 없어 눈앞이 캄캄해진다. 잠시 후 이성을 되찾자마자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나서 저작권침해 신고는 제대로 접수되었는지 확인하고자 접수할 때 사용한 이메일을 확인해보고는 깜짝 놀란다. 접수가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메일 답변이 오고 나서 정확히 23분 후에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어 신고 대상자의 게시물이 (벌써) 삭제되었다는 메일 답변이 도착한 것이다.

<빠른 처리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처리 결과>
<저작권침해 신고가 접수된 게시물>

 배가 불러 눈에 뵈는 것이 없어 언론도 조작하고 고객센터 전화번호도 없애버린 네이버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느낌이다. 어떻게 일과 후에 접수한 건이 30분도 안 되어서 처리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저작권침해 신고는 컴퓨터로 자동 처리되는 것일까? 하지만, 신고가 허위인지 아닌지 판별하고, 신고자가 원저작자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아직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Daum 권리침해센터는 24시간 운영인가?

아무튼, (오로지 구글만 이용하는 나로서는) Daum을 거의 사용할 일이 없고, 티스토리는 계정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오늘 일로 다음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거꾸로 네이버 고객센터로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면 얼마나 빨리 처리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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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영화 리뷰] 무심결에 행한 장난이 불러온 우울한 '살의' ~ 걸하우스(Girlhouse, 2014)

Girlhouse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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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행한 장난이 불러온 우울한 '살의'

“포르노는 더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알아? 완전히 다른 거라고, 주류가 됐고 인정받고 있어” - 카일리

얼마 전에 아버지가 사망해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카일리는 대학교에 다니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고자 엄마 몰래 사업가 게리 프레스톤이 운영하는 온라인 포르노그라피 하우스인 걸하우스(GirlHouse)에 가입한다. 엄격한 규칙, 그리고 최첨단 보안 시스템에 우람한 경비원까지 갖춘 고급 기숙사처럼 보이는 걸하우스는 걸하우스에서 생활하는 미녀들의 사생활을 365일 24시간을 수십 대의 카메라를 통해 온라인으로 낱낱이 생중계되는 뜨거운 현장이다.

걸하우스(Girlhouse, 2014) scene 01

섹시한 사생활이 곧 돈이 되는 걸하우스에는 러버보이(Loverboy)라는 단골손님이 있었다. 걸하우스 입점 첫날부터 인기 만점 대박을 터트린 카일리는 곧 러버보이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고, 카일리는 러버보이의 요청에 응해 러버보이와의 일대일 채팅을 약속한다. 한편, 유치원 시절부터 카일리를 알고 지난 벤은 우연히 룸메이트가 걸하우스에 접속한 화면을 통해 카일리를 알아보게 된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카일리를 만난 벤은 자신이 걸하우스를 통해 카일리를 알아보게 되었다며 솔직히 고백하고 카일리는 솔직한 벤의 고백을 받아들인다.

걸하우스(Girlhouse, 2014) scene 02

보통 남자들처럼 야한 성적 농담을 주고받거나 스트립쇼를 보여 달라고 할 줄 예상했지만, 러버보이는 이상하리만치 진지하게 카일리와 일대일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다 러버보이는 컴퓨터 실력을 발휘하여 카일리에게 대뜸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여준다. 순간 깜짝 놀란 카일리지만, 재치있게 대답함으로써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지 않고 상황을 무사히 넘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걸하우스 저택 안 게시판에는 카일리에게만 보여준 러버보이의 사진이 버젓이 걸려 있었고, 러버보이는 여러 카메라로 저택 안을 살피던 도중 우연히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황당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에 처음에는 당황했던 러버보이, 그러나 그는 사진에 자신을 모욕하는 글이 초등학생도 알아볼 만큼 또박또박 굵고 큰 글씨로 적혀 있는 것을 알아보고는 우울한 광적인 분노에 휩싸인다.

걸하우스(Girlhouse, 2014) scene 03

가끔은 영화 속 살인마에게 동정이 갈 때가 있다. 「더 데빌스 캔디(The Devil's Candy, 2015)」를 보며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 영화 「걸하우스(Girlhouse, 2014)」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러버보이의 살인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이나 모욕을 안겨줬을 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는 해놓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 말은 살인도 ‘악’이지만, 동기 유발자도 ‘악’이라는 말이다. 사람인 이상 참는 데는 누구나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특별한 악의없이 무심결에 행한 장난이 어마어마한 결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 「걸하우스」는 잔혹하게 충고해준다.

하지만, 해킹 실력이 좋은 것은 그렇다 치고 굼뜨고 미련해 뵈는 살인마가 건장한 보안 요원들을 쉽게 제압하는 장면은 마치 살인마가 사냥하기 좋게 티나게 터를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 좀 실망스럽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살인마를 어떻게든 한 번은 기절시키지만,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해 다시 살인마가 부활하는 장면은 살인마가 등장하는 여타 영화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레퍼토리다. 그래도 미녀들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정당하게 훔쳐볼 수 있는, 남자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걸하우스’에서 딱 한 달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되먹지도 않은 바람을 꿈꿀 기회를 준 이 영화에 심심치 않은 감사를 표한다.

‘러버보이’하니까 ‘러브모어’라는, 일라이자 헤이우드가 1726년에 발표한 중편소설 『시련의 고아』에서 위험에 빠진 연인을 구출하는 소설 속 남자주인공이 떠오른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정숙한 아닐리아가 교활한 큰아버지 기랄도에 의해 무단으로 감금되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광인의 집으로 끌려가고, 아닐리아를 짝사랑하던 매러선 대령이 우울증에 걸린 ‘러브모어’라는 이름의 시골 신사로 가장해 그녀를 광인의 집에서 구출한다는 내용이다(앤드류 스컬(Andrew Scull)의 『광기와 문명』 참고). 그러니까 두 이야기를 억지로 꿰맞추면 ‘러버보이’는 ‘러브모어’, ‘걸하우스’는 ‘광인의 집’, ‘죽음’은 ‘자유(구출)’인가?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화 「걸하우스(Girlhouse, 201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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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7일 화요일

[영화 리뷰] 피 말리는 긴장감, 두 눈을 적시는 감동, 심금을 울리는 ~ 탁탄전가(Shock Wave, 2017)

Shock Wave 2017 scen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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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긴장감, 두 눈을 적시는 감동, 심금을 울리는 노래까지

"임무마다 옳은 선택을 하도록 해 주셔서 저는 정말 신께 감사합니다. 또한, 내 목숨을 바쳐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저는 정말 신께 감사합니다." - 장재산

폭탄으로 유명한 범죄자 펭홍이 은행강도 사건을 일으켰을 때 무리 중에는 펭홍 밑에서 오래전부터 잠입 수사를 하던 경찰 장재산도 있었다. 장재산은 조직원들 몰래 경찰과 연락을 취하며 펭홍을 생포할 계획이었지만, 펭홍이 사전에 준비한 폭발물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터지는 바람에 그만 놓치고 만다. 대신 장재산의 혁혁한 공로로 펭홍의 친동생을 현장에서 체포한다. 사실 장재산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아니라 폭발물 처리반(EOD: Explosive Ordnance Disposal)에서 일하는 폭발물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펭홍 수사에 선발된 것은 펭홍이 폭탄을 잘 다루기 때문이었다.

Shock Wave 2017 scene 01

배신한 것도 모자라 동생을 체포한 장재산에게 깊은 앙심을 품은 펭홍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해 장재산과 홍콩 경찰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펭홍은 장재산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주 대장을 차량폭발로 죽이는가 하면 도심 한복판에 폭탄을 설치해 장재산의 폭발물 해체 실력을 시험해본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비하면 예행연습에도 들지 못하는 세 발의 피였다.

Shock Wave 2017 scene 02

펭홍과 그의 부하들은 홍콩에서 바다를 건너는 세 개의 터널 중 한 터널의 입구와 출구를 막고 수많은 인질을 사로잡은 다음 1톤의 폭탄을 설치하여 장재산과 홍콩 경찰을 협박한다. 펭홍이 요구하는 유일한 협상 채널은 장재산이었고, 장재산은 일신의 몸으로 펭홍과의 협상에 나서는데….

Shock Wave 2017 scene 03

경찰 액션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폭발물 처리반이 등장하여 살 떨리는 폭탄 해체 작업을 소재로 한 것도 신선하고 스릴 만점이지만, 액션 배우로서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은 맹활약을 펼치며 많은 펜의 가슴을 졸이고 심금을 울려준, 전성기 때 그때 그 감동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와준 유덕화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 「탁탄전가(Shock Wave, 2017)」.

터널에서 인질들이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치 실제 범죄 현장을 방송 헬기가 생방송 하는 것처럼 하이 앵글로 촬영하여 현실감을 극대화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의 ‘END’ 자막까지 보게 할 정도로 유덕화가 부른 감미로운 영화 주제곡도 좋았으며, 그런 감미로운 영화 주제곡이 포말처럼 일으킨 감동을 배로 부풀려주는 「탁탄전가」의 마지막 장면은 더더욱 좋았다.

사실 내가 복무한 부대에도 폭발물 처리반, 즉 EOD가 있었다. 왜냐하면, 전투기가 사격 연습을 하는 사격장을 관리하는 부대이다 보니 불발탄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격장 정리 정돈 작업을 나갔다가 불발탄을 구경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본 ‘E.O.D’라는 약자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E.O.D의 일이 그렇게 피를 말리게 하는 작업인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 왜냐하면, 부대에서 사격장에 떨어진 불발탄을 해체하거나 터트릴 때는 상관없는 부대원들은 전부 본부로 귀환시키기 때문에 실제 작업 현장을 구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폭죽 소리보다 좀 더 묵직하고 울림이 강한 폭발 소리는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난다. ‘드르륵’하는 전투기 기총 소리는 매우 가까이에서 들어봤는데, 살벌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비싼 장난감 총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아무튼, 간만에 잘 만들어진 영화 덕분에 오랜만에 군 복무 시절도 떠올려보기도 하고, 여전히 쌩쌩한 유덕화의 모습에 안도와 위로를 얻음과 동시에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 감개 무량함에 촉촉히 젖어들었던 시간이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탁탄전가(Shock Wave, 2017)」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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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5일 일요일

Cent Browser,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퀀텀 베타 ~ 웹브라우저 메모리 사용량 간단 비교

<테스트 예>

 지난번에 올린 「파이어폭스 퀀텀 베타 vs 구글 크롬 ~ 초간단 벤치마크」 중에서 메모리 사용량 벤치마크 결과에 Cent 브라우저(크로뮴Chromium 기반, 버전 2.9.4.39) 32bit/64bit 결과 값을 더해서 비교해 보았다. 앞에 링크한 글에서도 말했다시피 내 메모리 사용량 벤치마크는 작업관리자에 표시되는 메모리 사용량을 합계한 것이 아니라 10개(또는 20개)의 창(혹은 탭)을 열고 닫았을 때 시스템 전체 메모리 사용량의 변화를 비교하여 브라우저의 메모리 사용량을 얻어낸 값이다. 메모리 사용량 모니터링은 Process Lasso를 사용했다.

 내가 사용하는 OS는 윈도우 서버 2016 스탠다드 버전이며 메모리는 8G를 사용한다. 참고로 서버 2016은 선보이자마자 사용에 지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인 버그들로 몸살을 앓는 윈도우 10과 비교하면 가볍고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에서만 좀 약한 모습을 보일 뿐이라(그렇다고 게임이 실행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레임이 다소 떨어진다) 하드코어 게임광이 아니고, 엣지와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윈도우 10 계열 운영체제 중에서는 가장 권장하고 싶은 녀석이다.

<창 10개 띄었을 때 메모리 점유율>

 같은 크로뮴 기반이라 그런지 센트 64비트와 크롬 64는 똑같은 메모리 점유율을 보여주었다. 창 10개를 띄웠을 때는 센트 브라우저 32비트가 가장 적은 메모리 사용량을 보여주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여준 파이어폭스 퀀텀(Firefox Quantum) 64비트와의 차이는 3퍼센트로 대충 8G x 3% = 240M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창 20개 띄었을 때 메모리 점유율>

 창 20개를 띄웠을 때도 역시 센트 브라우저 32비트가 가장 적은 메모리 점유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때 파이어폭스 퀀텀과의 차이는 불과 1%로 조금 전의 3%보다는 상당히 좁혀졌다. 고로 대충 8G x 1% = 80M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8G 램 사용자에게 이 정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은 차이라고 생각하면 그동안 메모리 사용량 때문에 64비트 브라우저로 옮겨가지 못했던, 그리고 기본적으로 창 20개 이상을 띄어놓고 쓰는 나 같은 사용자는 더는 크로뮴 기반의 32비트 브라우저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 파이어폭스 퀀텀의 부가기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갈아탈 수는 없다.

벤치마크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아이들(idle) 시의 CPU 사용량도 64비트가 32비트보다 더 적다는 것을 고려하면 역시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64비트 브라우저가 적합한 것 같다. 그동안 메모리 사용량과 몇 가지 부가기능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32비트 브라우저를 고집했는데, 파이어폭스 퀀텀의 (내가 즐겨 사용하는) 부가기능 문제가 해결된다면, 파이어폭스 퀀텀 64비트를 시험 삼아서라도 주력 브라우저로 써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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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외계생명체 탐사 리포트 ~ 퍼스트 콘택트(마크 코프먼)

First Contact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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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생명체 탐사 리포트

원제: First contact - scientific breakthroughs in the hunt for life beyond earth by Marc Kaufman
하나의 태양계에서 하나의 생명의 기원은 요행일 수 있다. 두 가지 생명의 기원이 있다면 갑자기 생명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게 된다. 즉 우주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된다. 그리고 만일 생명이 어느 곳에서든 평범한 것이라면, 지구에서와같이 진화하여 복잡한 생명체나 지적 생명체까지도 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화성에 있는 하나의 작은 미생물이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는 거대한 도약이 될 수 있다. (『퍼스트 콘택트』, 189쪽)

‘밤하늘의 빛나는 수많은 별’을 향한 내 이야기

가 어렸을 땐 방학만 되면 외할머니가 계시는 (서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시골로 내려가 꽤 시끌벅적한 몇 주일을 보내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이란 낭만적인 수식어는 그저 수식어로만 그치지는 않았던, 하늘이 지금보다 훨씬 푸르고 맑았던 시절이었다. 장마가 끝난 여름 밤에 창호지 바른 창살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풀과 흙벽에서는 풋풋하고 포근한 냄새가 흘러나와 밤손님처럼 방 문턱을 살포시 넘어 들어 온다. 그러면 모기장 안에서 괜히 설레면서 잠들지 못하고 있던 나는 대지의 냄새에 얼큰하게 취한다. 그리고 앙증맞은 풀벌레 소리는 자장가처럼 내 귓가를 맴돈다. 어쩌다 눈이 떠져 무심결에 밤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무수히 많은 별이 보란 듯이 그 빛나는 위용을 뽐낸다. 그런데 그때는 어렸었고 또한 무지했었기에 안타깝게도 그런 경이로운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광활한 우주를 느끼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너무나 무심했던 나는 이 우주에서 우리가 홀로인지 아니면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호기심 역시 전혀 가지질 못했었다.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생명의 기원을 밝히고 외계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형 행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과학자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노력과 도전이 담긴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 지구 너머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기』를 읽는 지금은 도시에서 영영 사라져버린 ‘밤하늘의 빛나는 수많은 별’이 갑자기 그리워져 감상적인 글을 몇 자 끼적여 보았다.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우주생물학’

외계생명체에 대한 의견은 종교 같은 믿음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지한 과학적 탐구 대상이다 . 많은 과학자는 외계생명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류 과학사에 물이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시절이 있었듯, 단지 현재 인류의 과학적 능력과 공학적 기술이 외계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라고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혹은 이쪽으로 관심이 많은 독자 중에서 저명한 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의 선구자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이 남긴 ‘이 우주에서 우리 지구 생물만 산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경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류는 우주에서 지구와 인류의 위치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를 이미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언제가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지구 옆 동네에 있는 화성이든, 아니면 지구에서 수십 광년 이상 떨어진 다른 행성이든 넓고 넓은 우주 어딘가에서 외계생명체가 발견되는 날은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발견했을 때처럼 우주에서 인류의 위치가 재정립되는 날이 될 것이다. 또한, 그날은 예수의 재림을 맞이하는 광신도들처럼 전 지구가 흥분과 두려움으로 들끓는 날이 될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로 현장감을 잘 살린 과학 도서

늘 소개하는 책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는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격동에 대한 마음의 준비로라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퍼스트 콘택트』는 사실상 인류의 모든 학문을 포괄하는 우주생물학의 진척 상황을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얇은 책 두께가 시사하듯 깊이는 떨어진다. 저자 마크 코프먼(Marc Kaufman) 역시 해당 분야의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전문기자이다. 반면에 기자답게 대중의 눈높이로 심오하다면 심오하다 할 수 있는 우주생물학을 탐구한 리포트이기에 그만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 도 있다. 특히 극단미생물을 추적하는 남아프리카 땅속 수 킬로미터 속의 광산에서부터 알래스카 화산관측소, 칠레 파라날에 있는 유럽 남반구 천문대(ESO), 캘리포니아 해트 크릭 SETI 관측소, 호주 쿠나바라브란에 있는 영국-호주 천문대 등 연구와 관측 현장을 발로 뛰는 기자 정신으로 취재함으로써 현장감을 매우 잘 살린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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