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녀석들(Hot Fuzz, 2007) | 모범 경찰과 모범 마을의 한 판 승부
"그러니까 도와줘. 같이 해결하자 파트너" - 엔젤
"잊어버려, 여긴 샌포드라구" - 대니
런던 경찰서에서 가장 높은 검거율을 기록하는 우수한 경찰 니콜라스 엔젤은 드디어 경사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샌포드라는 시골 마을로의 전근이었다. 자신처럼 유능한 경찰이 ‘올해의 마을’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오랫동안 범죄가 없는 시골로 좌천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엔젤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이 오히려 동료 경찰의 따가운 시샘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경찰청장은 엔젤이 너무 설쳐대는 바람에 동료가 일할 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엔젤의 전근 거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 중독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아내와도 별거 중인 엔젤은 레옹이 거처를 옮길 때마다 꼭 조그만 화분을 들고 다니듯 애지중지하는 백합 화분을 들고 쓸쓸하게 먼 길을 홀로 떠난다.
밤늦게 샌포드에 도착한 엔젤은 마을 호텔에 자리를 잡은 마을 분위기나 좀 살피면서 목 좀 축일 겸 근처 술집에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저희 가게는 18세 이하에겐 술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푯말이 무색하게 술집 안은 맥주를 홀짝거리는 10대들로 장사진이었다. 이를 술집 주인에게 지적하자 주인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엔젤이 다음 날 정식으로 샌포드 경찰서에 출근하고 나서 마주친 상황은 너무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경찰서는 경찰로서의 의무감이나 의욕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덜떨어지고 나태한, 한마디로 무늬만 경찰인 사람들로 가득 찬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의심쩍은 사건들로 계속 죽어나가도 경찰은 술집 주인처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안일함과 무관심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엔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 사귄 파트너 대니와 함께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상쩍은 일들을 본격적으로 캐내기 시작하는데….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2013)」,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에서 지구를 끝장내는 알코올 중독자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아둔하고 덜떨어진 역할로 나왔던 사이먼 페그(니콜라스 엔젤 역)가 영화 「뜨거운 녀석들(Hot Fuzz, 2007)」에서는 뜻밖에(?) 너무 유능한 나머지 왕따까지 당하는 무적 경찰로 나온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특유의 ‘코믹’ 요소에 무려 백 편 이상의 액션 영화를 참조해서 완성했다는 ‘액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코믹 액션’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편으론, 이제 좀 익숙해진 닉 프로스트(대니 버터만 역)과의 푸근한 콤비도 좋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은 코믹 액션치고는 민간인 사망자가 상당한 반면에 악당 사망자는 달랑 한 명이라는 것이 좀 의외?
아무튼, 황당한 웃음과 폼 나는 액션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같은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 줄 영화로서 초중반은 ‘병맛’인 경찰들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최소 암 중기까지 보장하지만, 막판 화끈하게 터지는 액션과 통쾌한 마무리로 암이 말기로 진입하기 전에 깨끗하게 완치시켜주는 자비로움을 선사하는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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