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생명꼴 세포 | 데이비드 디머 | 생명의 기원을 향한 기나긴 여행의 이정표
생명의 기원 문제는 사정이 어떨까? 아직 이론은 없는 형편이고, 가설은 수십 개가 있다. 내가 서술하려 하는 가설시험은 생명이 기원했을 당시의 초기지구를 본뜨는 것이다. 생명의 시작을 이해하는 데에서 이루어진 사실상의 모든 진보는 본뜨기실험들에 의존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꼴, 세포』, 384쪽)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의 동료인 F.엥겔스(Friedrich Engels)는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고 정의했고, 눈부신 진보를 이룬 20세기에 들어와 눈부신 진보를 이룬 분자생물학들은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생리학자 루돌프 쇤하이머(Rudolf Schoenheimer)는 생명이란 요소가 모여 생긴 구성물이 아니라 요소의 흐름이 유발하는 효과, 즉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는 생명의 복잡성과 불가해성에 비추어보면 인류의 과학이 밝힌 생명의 수많은 성질 중 극히 일부분만을 반영한다. 어쨌든 단백질, 혹은 막에 싸 담긴 중합체들의 계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에너지와 양분을 포획해서 성장과 생식하는 시스템, 혹은 자신을 끊임없이 파괴하고 동시에 재구축하면서도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는 동적 평형 상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즉 생명의 기원을 밝힐 수 있어야 생명에 대한 정의도 명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과학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
<이 조그만 녀석이 생명의 기원?> |
‘우리는 답을 아직 모른다’, ‘중요하지만 아직 답을 못 찾은 물음’, ‘실제로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아직까지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는 형편이다’, ‘아직까지 합의된 생각은 없기 때문에’, ‘이 문제 또한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이제까지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수많은 질문과 계속되는 의문으로 많은 과학자의 골머리를 썩이는 것이 생명의 기원이다. 현재 인류는 우주의 탄생과 진화, 우주의 존재와 성질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류는 태양계를 넘어나는 우주 탐사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미지의 생명체와 또 다른 지구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아직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꽤 많은 분량의 이 책 『최초의 생명꼴, 세포: 별먼지에서 세포로, 복잡성의 진화와 떠오름』(데이비드 디머 David Deamer)이 따분하게도 풀지 못한 질문과 의문 덩어리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계에서는 비록 소수이지만,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선구적인 학자들의 과감한 도전과 눈부신 업적을 담은 『최초의 생명꼴, 세포』는 생명의 기원을 찾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픈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줄 기회로 사기충천해 있다 .
많은 사람이 억만장자가 되는 성공을 꿈꾸며 일생을 보낼 때, 과학자들은 ‘발견’이라는 보물을 얻고자 일생을 바친다. 많은 사람이 소소한 부에서 즐거움을 얻을 때, 과학자들은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한없는 즐거움을 누린다. 『최초의 생명꼴, 세포』는 그 즐거움을 기꺼이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한 과학자의 진실한 의지와 노력의 결실이 고스란히 담긴,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인류 과학의 현주소와 더불어 그 한계도 담담하게 고백한 , 그럼으로써 생명의 기원을 찾아 정처 없이 떠나는 기나긴 여행의 이정표이자 든든한 동반자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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