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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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1.

[책 리뷰] 정신착란, 살인, 도피, 그리고... ~ 웨딩드레스(피에르 르메트르)

시간 나면 읽어볼 만한 책

정신착란, 살인, 도피, 그리고 범인과의 맞대결

원제: Robe de Marie by Pierre Lemaitre
그 여자에게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본능적인 힘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 257쪽)

건을 잃어버렸다. 그러다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장소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다. 소피는 도무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편의 생일선물도, 조금 전에 주차한 차도 자신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기억이 없는 물건 때문에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갑자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산만해진 행동 때문에 소피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결정타가 터졌다.

소피는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서로 격렬하게 증오하던 시어머니의 등을 힘껏 떠밀어 계단에서 굴러 떨어뜨렸다. 앙상한 시어머니의 등을 떠밀은 순간의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인 꿈이었다. 그리고 소피는 진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이유도 없이 반수 상태에 빠져들었고, 깨어나고 나서 시어머니가 소피의 꿈대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처방약을 먹어도 호전되기는커녕 여전히 소피의 기억은 들쑥날쑥했고 정신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다 남편마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죽자 소피는 누가 봐도 정신이 멀쩡한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 남은 소피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르베 댁의 가정부로 취업했다.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제르베 부부는 좋은 사람들이었고 6살짜리 외아들 레오도 착한 아이였다. 그런데 소피는 아무리 늦게 일이 끝나도 제르베 부인이 집에서 자고 가라는 권유를 물리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었다. 그러나 이 날은 너무 피곤해 제르베 부인의 권유대로 처음으로 주인집에서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제르베 부부가 출근하고 나서 레오의 싸늘한 시체를 발견했다. 레오의 죽음으로 정신이 나간 소피지만, 아이의 가느다란 목을 휘감은 밤색 끈이 자신의 등산화 끈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상에서 늘 발생하는 사소한 분실, 소피의 정신착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기에 자신의 꿈과 그 꿈대로 죽은 시어머니 소식 사이의 시간과 기억의 단절은 그녀를 죄의식이라는 또 하나의 무거운 증세를 추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던 남편이 의문의 자살로 죽자, 그녀의 죄의식은 병적인 죄책감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최후의 결정타로 가정부로 일하던 주인댁의 6살짜리 외아들 레오가 자신의 등산화 끈으로 목 졸려 죽는다. 이로써 그동안 기억도, 정신도 없이 몽롱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겨우겨우 연명해온 소피의 삶은 무수한 폭탄 세례를 맞은 아파트처럼 힘없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런데 누가 봐도 정신이 멀쩡한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던 소피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행동은 매우 의외였다.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 간단히 짐을 싸고 나온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은행 마감 시간에 턱걸이하여 예금된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 역으로 향한다. 역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의 살인 사건에도 얽히게 되지만, 결국 소피는 도피 생활에 성공한다. 동선은 최대한으로 넓히고 한 도피처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피처를 바꾸고 보잘 것 없지만 급여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일자리만 찾는 등 그녀는 프로 같은 치밀한 계획으로 2년 넘게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린다. 그러다 소피는 도피생활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몇 개월 동안 통용 가능한 위조 출생증명서를 암시장에서 산 다음 결혼소개소를 통해 적당한 남자와 결혼하여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레오가 죽기 전에 보여주었던 소피의 행동만을 보면 단순히 칠칠치 못한 것을 넘어 그녀는 누가 봐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녀는 도피생활에서 그전에 보여주었던 산만함과 흐리멍덩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떨쳐버리고 제정신을 가진 보통 사람도 흉내 내기 어려운 치밀함과 결연함을 보여준다. 당연히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미친 여자라고 봐도 무방했던 한 여자가 경찰의 추적을 피해 2년이나 넘게 도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그녀가 진짜로 미치지 않았다면 말이다.

물론 어떤 의도를 가졌든 가짜로 미친 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피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만약 그녀는 실제로는 미치지 않았지만, 그녀를 정신착란으로 이끌었던 그녀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난 악몽과도 같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두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범인은 무슨 의도로 소피의 인생을 망친 것일까? 복수인가? 놀이인가? 아니면 쾌락인가? 그도 아니면 보통 사람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다른 의도나 계획이 숨어 있는 걸까?

통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피에르 르메트르의 『웨딩드레스』에서 범인은 일찌감치 공개된다. 고로 범인 찾기 놀이는 싱겁게 끝난다. 대신 왜 범인은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 같은 방법으로 소피의 인생을 망치는, 범인의 표현을 빌리면 ‘개조’하는 악랄한 계획을 실행하는지 독자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눈치 빠른 독자는 ‘프란츠’의 일기에서 범인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지만, 이때쯤이면 협력과 대립이 뒤섞인 소피와 프란츠의 기묘한 관계가 어떠한 결말로 끝날지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궁금증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속된다.

소설 『웨딩드레스』는 타인의 악의적인 조작으로 평범했던 한 사람의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광기의 개인사를 매우 그럴듯하게 묘사한 점도 흥미롭지만, 보통의 추리소설에서 보여주는 탐정 또는 형사와 대립하는 범인의 구도가 아니라, 범인과 피해자가 서로 은밀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고받는 묘한 구도가 이 작품의 묘미다(이 책은 일부 전자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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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 짧지만 우리를 치유해주는 소중한 말들

'수고했어. 잘했어.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 길어 입이 피곤한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말인데도 참으로 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반면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욕은 아주 잘 나온다. 그리고는 해야 했을 때 못했던 말들과 해서는 안 되었던 말들을 무심결에 내뱉었던 일들 때문에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그래서 어쩔 땐 자크 채우듯 입을 잠가 말을 못했으면, 차라리 벙어리가 되었으면 할 때도 있다. 최소한 상대에게 상처는 주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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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테러(ENDURING TERRORS)

좀 오래된 자료지만, 2001년에 New Internationalist에 실린 Twin Terrors/THE FACTS 기사 중 대략 몇 가지만 살펴보면,

    테러리즘으로 인한 사망(2001년 9월 11일)
  •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7,000명)
    지속적인 테러로 인한 사망(2001년 9월 11일)
  • 기아로 죽은 사망한 수는 2만 4,000여 명
  • 설사병으로 사망한 어린이 수는 6,020여 명
  • 홍역으로 사망한 어린이 수는 2,700여 명

911테러는 끔찍한 사건이다.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는 '지속적인 테러'를 보면 테러리즘에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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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의존 선언문(The Declaration of Interdependence)

을 읽다 지구와 인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선언문이라 생각되어 옮겨적었다. 이 선언문은 캐나다의 환경 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David Suzuki)가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 UNCED, 일명 Earth Summit)에서 작성한 선언문이다.

이 글은 인류가 지구에서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존재는 결코 아니며, 인류가 지구, 지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명체와의 상호 의존성을 깨닫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공존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원문은 영어이고 필자의 번역 실력이 꽝인지라 부득이하게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조너선 포릿, 안의정 옮김, 바이북스)』에 실린 번역을 그대로 인용했다.



상호 의존 선언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우리는 지구이고, 식물과 동물을 통해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는 비와 바다이고, 비와 바다는 우리의 핏줄에 흐른다.
우리는 지구에 있는 삼림의 호흡이고 바다의 식물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동물이며, 최초로 세상에 나타난 한 세포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모든 생물체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다른 생물체와 공동의 역사를 전개해왔으며, 우리의 유전자에 그것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공동의 현재를 공유한다.
우리는 아직 전개되지 않은 공동의 미래를 공유한다.
우리는 지구를 덮고 있는 생명층을 구성하는 3,000만 종의 하나이다.
생물 공동체의 안정성은 다양성에 의존한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는 생명의 기본적인 요인들을 사용하고, 깨끗이 하며, 공유하고, 또 채워넣는다.
우리의 집인 지구라는 별은 제한적이다. 모든 생물은 지구 상의 자원을 공유하고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조달받기 때문에 성장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그 한계점에 도달했다.
우리가 공기, 물, 토양, 생물의 다양성을 훼손시킨다는 것은 현재를 위해 끝도 없는 미래로부터 뭔가를 훔쳐 쓴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

 인간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또 강력한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하는 바람에 다른 동물들의 멸종, 거대한 강의 파괴, 고대 원시림의 파괴, 지구의 오염, 폭우와 폭풍, 하늘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현상을 야기해왔다.
과학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통도 주고 있다. 우리의 안락은 수백만을 고통스럽게 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실수에서 배우고 있으며, 사라진 종들 때문에 슬퍼하고, 그래서 지금은 희망의 새 정치를 구축하고자 한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와 물과 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또 그 사실을 더욱 진실하게 받아들인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유산을 축소하는 대가로 소수가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경제 활동은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
환경 파괴로 인해 생물 자원이 영구적으로 사라진다는 점에서 생태 비용과 사회 비용은 빠짐없이 개발 비용 공식에 포함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짧은 한 세대일 뿐이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없앨 권리가 없다.
지식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 후손을 위해 중대한 과실은 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결의

 우리가 알고 또 믿는 이 모든 사실이 우리의 삶 방식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인간과 지구와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전환점에서 우리는 지배에서 파트너십으로, 분할에서 연결로, 불안전에서 상호 의존으로의 진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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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에 대한 망상

인은 타인에게 해로운 행동일지라도 자신의 이익과 들어맞으면 합리적인 행동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정부나 납세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들에겐 합리적인 행동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영국의 국가적 이익과 맞아떨어진다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다른 국가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영국엔 그것이 합리적인 행동일 것이다. 고로 영국 국민의 선택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그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결정은 아닐뿐더러 그 선택이 그들이 기대한 만큼의 이익이나 효과를 결정을 내린 다수에게 늘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다만, 이번의 선택이 누군가의 선동으로 말미암은 감정적이고 돌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충분히 심사숙고한 선택이기를, 그리고 먼 훗날 역사학자들에게 신랄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망상이 떠오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경제공동체를 통해 개별적인 국가 이익에 구애받지 않음으로써 유럽 전쟁 재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유럽연합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혹시 이번 결정이 먼 훗날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마지막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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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0.

[영화 리뷰] 탐욕의 제물이 된 불쌍한 영혼들 ~ 13 고스트(Thir13en Ghosts, 2001)

탐욕의 제물이 된 불쌍한 영혼들

"귀신을 잡은 큐브가
지하에 쌓여 있어요"

불의의 화재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아서가 실의의 나날을 보내는 바람에 집안 사정도 아서의 무거운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거의 없었던 모험가이자 수집가인 사이러스 삼촌의 부고 소식과 함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다.

13 고스트(Thir13en Ghosts) scene

삼촌의 유언 소식을 가지고 온 변호사를 따라 사이러스가 심혈을 기울여 건축한 교외의 저택으로 득달같이 달려간 아서와 두 자녀, 그리고 유모는 투명한 유리로 지어진 기괴한 저택에 놀라고 그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에 또 한 번 놀란다.

13 고스트(Thir13en Ghosts) scene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고 뜻밖의 행운 뒤엔 뜻밖의 불행이 오는 법. 저택 지하엔 복수의 이를 가는 무시무시한 악령들이 갇혀 있을 것이라고는 그 누군들 짐작이나 했을까.

13 고스트(Thir13en Ghosts) scene

인간의 탐욕과 야심을 채우려고 지상의 것으로도 모자라 고문으로 잔인하게 고통받다 죽은 불쌍한 영혼들까지 대령해야 하니,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그대들에게 안식과 위안을, 그리고 그들의 평온을 깬 인간들에겐 저주를.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13 고스트(Thir13en Ghosts, 2001)」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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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진실의 문 앞에 선 당신, 감당할 수 없다면 ~ 4인용 식탁(The Uninvited, 2003)

진실의 문 앞에 선 당신, 감당할 수 없다면 뒤로 돌아서라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어요"

결혼을 앞둔 정원은 어느 날 귀갓길 지하철에서 종점임에도 내리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던 두 아이를 발견한다. 이미 열차는 출발했고 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된다.

4인용 식탁(The Uninvited, 2003) scene

그 후부터 정원은 약혼녀 희은이 가져온 4인용 식탁에 지하철에서 죽은 두 아이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두 아이 때문에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정원 앞에 어느 날 정원처럼 죽은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정연이라는 여자가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4인용 식탁(The Uninvited, 2003) scene

정원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과 대화를 하던 도중 뜻하지 않게 연탄가스 중독으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음으로써 미래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정원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잠갔던 엄청난 진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4인용 식탁(The Uninvited, 2003) scene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망각이 때론 최고의 정신적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망각은 어떤 기억이나 체험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과 파괴를 가져올 정도로 치명적일 경우 우리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발휘하는 방어기제이다.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고 찾지 말아야 할 기억을 되찾아 혼란스러워하는 남자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자식을 잃고 넋이 나간 여자를 연기했던 두 배우가 밤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영화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4인용 식탁(The Uninvited, 200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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做我老公好不好(내 남편 하지 않을래?)

내가 중국 노래를 즐겨듣게 된 최초의 계기가 된 노래.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부드럽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참으로 듣기 좋다. 참고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어여쁜 처자는 정화(EXID)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교차로를 통해 많은 한숨을 들었습니다
나는 심각하게 수행 할 작업을 알고 당신의
나는 아무도 혼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
다행히, 당신은 슬픔을 공유 할 수 있습니다

수 좀 더 가까이 더 이상 좀 더 가까이 할 수있는
내 마음 약간의 허영심을 충족
사실, 당신이 내 마음에 모르는 당신이 가장 잘 생긴 있습니다
그 무지개 폭풍 후 수평선처럼

어디로 가야 당신이 모르는 내일 길 경우
그냥 OK, 남편을하고 나와 함께있어
나는 충분히 넓은 팔 것되지 않았습니다 내
따뜻한 포옹

당신은 기복 외부의 피곤 경우
그냥 OK, 남편을하고 나와 함께있어
나는 당신 가끔 나쁜 성질을 부담합니다
아마도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웃음 작은 사고
간단한 안심 둥지
일출 일몰은 이전에 당신을 동반하는 동반

가사원문보기

走過多少路口 聽過多少歎息
我認真著你的不知所措
這種迷茫心情 我想誰都會有
幸運的是能分擔你的愁

能不能靠近一點 能不能再近一點
滿足我心中小小的虛榮
其實你並不知道 在我心中你最帥
就像風雨過後天邊的那道彩虹

如果明天的路你不知該往哪兒走
就留在我身邊做我老公 好不好
我不夠寬闊的臂膀也會是我的
溫暖懷抱

如果你疲倦了外面的風風雨雨
就留在我身邊做我老公 好不好
我一定會承受你偶爾的壞脾氣
或許我還能給你

一點意外 一份歡笑
一個簡單安心的小窩
陪你日出 陪你日落 到老

구글 Google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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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무덤덤한 표정, 쓸쓸한 폭력 ~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무덤덤한 표정, 쓸쓸한 폭력

"날 끝장내는 놈은 바로 너겠지"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형사 아즈마. 그는 마약밀매와 관련된 살인사건을 조사하다 동료이자 친구인 이와끼 형사가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scene

종적을 감춘 이와끼는 자살한 채 발견되고, 아즈마는 사건을 계속 추적하면서 마약밀매조직의 두목 니또가 경영하는 레스토랑까지 찾아가게 된다.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scene

아즈마는 니또 부하 기요히로를 심문하던 중 폭력을 행사한 것이 문제가 되어 면직되고, 기요히로는 정신병을 앓는 아즈마의 여동생을 납치한다.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scene

힘을 쓰거나 고통을 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덤덤한 표정 때문에 그가 휘두르는 폭력 역시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만큼이나 쓸쓸하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그 남자 흉폭하다(その男,凶暴につき, 1989)」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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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걱정마. 여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 괴물(The Thing, 1982)

'걱정마. 여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난 내가 괴물이 아니라는걸 잘 알아"

남극의 노르웨이 탐사팀은 개 한 마리를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며 쫓는다. 헬리콥터에서 쏘아대는 총알을 요리조리 피한 개는 미국 기지에 도착하고, 미친 듯이 발광하며 개를 향해 달려드는 노르웨이 탐사원은 미국 탐사원에게 살해당한다.

괴물(The Thing, 1982) scene

수상히 여긴 미국팀이 헬리콥터를 타고 노르웨이 기지로 가보니, 단 한 명의 생존자는커녕 불에 탄 시체들만이 즐비했다.

괴물(The Thing, 1982) scene

그러던 어느 날, 노르웨이 탐사팀에게 쫓기던 개가 괴물로 변하면서 미국 기지는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괴물(The Thing, 1982) scene

필자가 어렸을 땐 오락실만큼이나 비디오 가게가 호황을 누렸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드라마 같은 지루한 영화보다는 주로 ‘영웅본색’이나 ‘이블 데드’ 같은 액션이나 공포 영화를 빌려보곤 했는데, 그 당시 공포 영화는 라면의 화학조미료처럼 야한 장면 몇 개가 꼭 끼어들어 같이 영화를 보던 가족을 무안하게 만들곤 했다.

이런 고충을 충분히 이해했던 비디오 가게 주인이 “걱정마. 이 영화에는 여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라고 다독이면서 추천해 준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통달했던 비디오 가게 아줌마 말씀대로 정말로 여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음에도,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의 전설로 자리 잡았고, 몇 년 전에는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괴물(The Thing, 1982)」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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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공포'로 '공포'를 극복? ~ 공포 탈출(Fearless, 1993)

'공포'로 '공포'를 극복?

"이런 증세를 본적 있어요.
위험의 맛에 중독된 거죠"

휴스턴을 향하던 비행기가 추락하고 몇몇 생존자들은 사고 직후 위험한 순간에서 침착하게 자신들을 구해준 맥스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한다.

공포 탈출(Fearless, 1993) scene

그런데 비행기 공포증이 있었던 맥스는 사고 순간에 다른 승객들과는 달리 오히려 평온함을 느꼈고, 사고 후 비행기 공포증과 더불어 딸기 알레르기도 극복한다.

공포 탈출(Fearless, 1993) scene

어딘가 붕 뜬 맥스는 차들이 북적거리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무단 횡단할 정도로 삶의 감각을 잃기도 했으며,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해도 아무 탈이 없자 자신을 불사신으로까지 생각하게 된다.

공포 탈출(Fearless, 1993) scene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비행기 사고 순간에 경험한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가 오히려 죽음의 공포를 떨쳐낼 수 있는 약이 된 걸까.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공포 탈출(Fearless, 1993)」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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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진짜 '밑바닥' 인생은 이런거야 ~ 고역열차(苦役列車, 2012)

진짜 '밑바닥' 인생은 이런거야

"성범죄자야 우리 아버지는,
내가 초5 때 엄청난 사건을 저질러서"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듣고 세상에 등을 돌린 간타. 중졸의 간타는 일용의 양식을 구하고자 쇠사슬에 묶인 채 끌려가는 노예처럼 부두 하역 노동자를 운반하는 미니버스에 올라탄다.

고역열차(苦役列車, 2012) scene

의지할 친구도, 일가친척도 없는 간타는 어느 날 작업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또래의 소지를 알게 된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온 전문학교 학생이었다.

고역열차(苦役列車, 2012) scene

밀린 월세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직면해서도 돈만 생기면 풍속점으로 가는 간타. 그런 그에게도 유일한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독서였다. 그리고 그는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야스코를 좋아했다.

고역열차(苦役列車, 2012) scene

니시무라 겐타의 『고역열차』를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원작의 장르가 사소설인 만큼 작가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얼핏 봐도 ‘뭐 이런 놈이 다 있어’라고 외면하고픈, 그 흔히 말하는 ‘찌질함’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돈도 없고, 연줄도 없고, 학력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나게 성실한 것도 아닌 그는 사소설 작가 후지사와 세이조에 매료되어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고 세 번의 낙방 끝에 결국엔 이 작품으로 144회 아쿠타가와 상을 받게 된다.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으로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 소감에서도 그의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동물적인 삶의 이면이 대번에 드러난다. 정말 대면하기가 고역스러울 정도로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고역열차(苦役列車, 2012)」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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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6.

[영화 리뷰] 건방지고 무례하고 뻔뻔하고 ~ 황당한 외계인 폴(Paul, 2011)

건방지고 무례하고 뻔뻔하고 짓궂고 쭈글쭈글한

가슴이 세 개잖아? 멋지다!

툭하면 동성연애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절친한 친구이자 SF 마니아인 그램과 클라이브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코믹콘 인터내셔널에 참석하고자 영국을 떠나 긴 여행길에 오른다.

황당한 외계인 폴(Paul, 2011) scene

신나는 행사를 만끽한 두 사람은 캠핑카를 빌려 기대와 설렘으로 미국 남서부의 유명한 UFO 성지 순례를 시작한다.

황당한 외계인 폴(Paul, 2011) scene

들뜬 마음으로 도로 여행을 하던 중 캠핑카 앞에서 갑자기 자동차 한 대가 전복당하는 사고를 목격한 두 사람은 사고 현장에서 꿈에 바라던 소원을 이루게 된다. 바로 진짜 외계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계인 ‘폴’은 누군가에 쫓기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황당한 외계인 폴(Paul, 2011) scene

뭔가 특별하면서도 위엄스런 포스의 외계인을 원했다면 ‘폴’의 인간 세상에 찌들대로 찌든 모습에 좀 실망할 수도 있지만, 건방지고 무례하고 뻔뻔하고 짓궂고 쭈글쭈글한 폴과 작별을 고할 땐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는 영화. 아무튼, 이 넓고 넓은 우주 어딘가에 ‘폴’ 같은 외계인 한 명 정도는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Paul, 2011)」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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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4.

기후난민, 새로운 홀로코스트의 시작일까?

『기후전쟁(하랄트 벨처, 윤종석 옮김, 영림카디널)』은 기후재앙으로 발생한 기후난민이 서구 사회로 대거 유입될 때, 이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면서 역사의 예로 홀로코스트와 르완다 학살을 제시했다. 이 둘 다 이질적인 타민족이 자신들의 안정과 안전을 해칠 거라는 ‘두려움’에 기인한 방어 수단으로 폭력을 선택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인 이민 문제를 다룬 1938년 에비앙 난민회의도 실패했고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문제도 해결될 기미는 없다. 저개발 국가보다 기후변화로 겪는 타격은 덜하겠지만 기후변화는 서구 사회도 빗겨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므로 더욱 나빠진 생존 조건은 서구 사회가 난민 문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할 수도 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에는 유입된 난민들을 영국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주 잘 그려져 있는데, 이 영화를 재현하려는 듯 현재 영국은 난민 문제가 불거져 브렉시트까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카트리나 사태에서 보았듯 재난은 문명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국, 기후재앙으로 급격하게 불어난 기후난민이 밀어닥침으로써 자신들의 ‘빵과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단지 말 뿐인 위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면, 그렇게 ‘두려움’이 추상적이고 단어적 의미로의 선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로 바짝 다가선다면 홀로코스트가 그랬듯, 그리고 르완다 학살이 그랬듯 서구 사회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폭력’을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즉 히틀러가 남긴 교훈은 현대 문명이 자랑하는 교양과 이성, 그리고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빵과 일자리’ 앞에선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 과대망상적인 ‘두려움’으로 폭발시킨 광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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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과대망상적인 ‘두려움’으로 폭발시킨 광기 ~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라파엘 젤리히만)

과대망상적인 ‘두려움’으로 폭발시킨 광기

원제: Hitler. Die Deutschen und ihr Führer by Rafael Seligmann
히틀러의 카리스마를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자신과 독일국민을 연결한 고리, 즉 ‘근대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공통된 감정이었다.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6쪽)

담 중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는 말이 있다. 강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처음엔 위축되다가 말뿐이었던 위협이나 협박이 진짜로 죽음의 문턱에 이를 정도가 되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든다는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강자가 약자를 부려 먹을 땐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줘야지 그렇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짓밟아버리면 일부 약자는 참다못해 동료를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이미 목숨을 내놓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자포자기인 심정이니만큼 그 분노와 폭발력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식민지나 노예 제도를 운용할 땐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도 적당히 준비해둬야 반란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효용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누적된 정도에 따라 엄청난 폭발력으로 반응할 수 있는 ‘두려움’을 자신의 카리스마로 교묘하게 이용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다름 아닌 2차 세계대전의 주범 히틀러다.

대에 대한 사유가 역사적 • 지리적 요인 때문에 온전한 힘을 펼칠 수 없었던 독일은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근대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1차 세계대전 패배와 베르사유조약이 가져온 국가적 트라우마와 경제적 위기가 민족적 자의식의 약화로 이어졌고, 여기에 민주적 정당들의 연이은 실패는 독일 국민이 근대화의 대표 산물인 민주주의에 등을 돌리게 하였다.

정치적 • 외교적 • 경제적 • 사회적인 내적 및 외적 위기에서 근대적 사유의 결여는 그들이 상황을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할 능력의 결여로 이어졌다. 이것은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의지 박약한 사람들이 실패의 원인을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듯 자신들이 겪는 고통의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렸다. 냉철한 이성 대신 불확실한 감정에 행동을 맡겼고, 시대착오적이게도 민족주의적 신화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이때 1차 세계대전의 연락병이었던 히틀러는 독일 국민이 겪는 비참함의 유일한 원인은 유대인이라고 꼭 집어 말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했던 대중이 듣고 싶어했던 대답을 들려줌으로써 그들을 음모론에 쉽게 빠트릴 수 있었고, 자신은 그들의 환심을 얻으면서 더불어 대중의 분노도 다스릴 수 있었다.

히틀러는 원인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해결책까지 제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독일의 구원자로 거듭난다. 히틀러는 유대인이 독일과 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을 이미 음모론에 흠뻑 젖은 대중에게 자신의 뛰어난 선동과 연설 능력을 통해 쉽게 주입시킬 수 있었다. 유대인이 독일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극단으로 몰고 간 히틀러는 유대인의 지배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즉 유대인의 음모에 맞서 싸울 방어 행위로 전쟁과 홀로코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유대인에 대한 두려움은 나치의 더욱 철저한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이들은 살아남은 유대인의 복수가 두려웠던 것이다.

독일 국민이 홀로코스트를 묵인하고 히틀러가 죽는 그날까지 지지한 것은 히틀러가 자극한 ‘두려움’과 생존에 필요한 ‘빵과 일자리’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겪는 모든 불행을 탓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었고, 국가적 침체로 억압되어 있던 분노를 표출할 적법한 기회도 마련해 주었다. 더군다나 기존의 민주적인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빵과 일자리’까지 주었고, 2차 세계대전 초반까지 압도적인 승리로 1차 세계대전 패배의 수모를 말끔히 씻어놓으며 민족적 자긍심까지 높여 놓았으니 독일 국민에게 히틀러는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기후전쟁(하랄트 벨처, 윤종석 옮김, 영림카디널)』은 기후재앙으로 발생한 기후난민이 서구 사회로 대거 유입될 때, 이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면서 역사의 예로 홀로코스트와 르완다 학살을 제시했다. 이 둘 다 이질적인 타민족이 자신들의 안정과 안전을 해칠 거라는 ‘두려움’에 기인한 방어 수단으로 폭력을 선택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대인 이민 문제를 다룬 1938년 에비앙 난민회의도 실패했고 현재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문제도 해결될 기미는 없다. 저개발 국가보다 기후변화로 겪는 타격은 덜하겠지만 기후변화는 서구 사회도 빗겨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므로 더욱 나빠진 생존 조건은 서구 사회가 난민 문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할 수도 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에는 유입된 난민들을 영국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주 잘 그려져 있는데, 이 영화를 재현하려는 듯 현재 영국은 난민 문제가 불거져 브렉시트까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카트리나 사태에서 보았듯 재난은 문명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결국, 기후재앙으로 급격하게 불어난 기후난민이 밀어닥침으로써 자신들의 ‘빵과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단지 말 뿐인 위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면, 그렇게 ‘두려움’이 추상적이고 단어적 의미로의 선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실존적인 문제로 바짝 다가선다면 홀로코스트가 그랬듯, 그리고 르완다 학살이 그랬듯 서구 사회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폭력’을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라파엘 젤리히만의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 즉 히틀러가 남긴 교훈은 현대 문명이 자랑하는 교양과 이성, 그리고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빵과 일자리’ 앞에선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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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3.

[영화 리뷰] 지루한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화끈한 복수극 ~ 신의 한 수(The Divine Move, 2014)

지루한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화끈한 복수극

"세상은 고수들에겐 놀이터요, 하수들에겐 생지옥이 아닌가"

프로 바둑기사 태석은 내기바둑판에서 놀다 악랄한 살수 일파의 계략에 걸려 살해당한 태석의 형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신의 한 수(The Divine Move, 2014) scene

그런데 바둑광인 교도소장과 조폭 두목 덕분에 태석은 여러모로 보람찬 교도소 생활을 보내게 된다.

신의 한 수(The Divine Move, 2014) scene

그리고 태석은 출소하자마자 살수와 대적할만한 사람들을 모은 다음 형을 위한 복수극을 시작하는데 ….

신의 한 수(The Divine Move, 2014) scene

빌어먹을 무슨 깡패들이 바둑질이야, 하고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에겐 지루한 ‘바둑’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맛깔스런 영화를 만든 것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만약 최근에 제작되어 깜짝 출연으로 이세돌 9단이 등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신의 한 수(The Divine Move, 2014)」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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