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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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세계사 | 가와기타 미노루

설탕의 세계사 | 노예 • 식민시대를 지탱한 젖줄

Book Reivew | 설탕의 세계사(砂糖内世界史),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review rating

읽고 난 후의 아쉬움이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막상 읽어놓고 보니 평소였다면 굳이 읽지는 않았을 것 같은, 좀 가혹하게 말하면 설탕만큼 영양가 없는 책이지만,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중독』(by 안병수) 때문에 굳이 찾아보게 된 책이다. 나름 고심하며 글을 썼을 것인 저자에겐 참으로 미안한 서두지만, 솔직한 소감이 그러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양심 불량 블로거라면 장님의 초점 잃은 눈조차 부시게 할 찬란한 미사여구와 지나가던 개가 벌러덩 자빠질 정도로 번지르르한 문장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도 빚어볼 수 있겠지만, 난 그럴 깜냥도 안 되고 내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얄팍한 내 지식만큼 얇은 책 두께에 너무 많은 걸 바랬던 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언급한 안병수의 책은 제목만 보고도 가공식품을 고발한 책이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주제가 명확하다. 마트 선반을 보무당당하게 점령한 가공식품의 독성 삼총사는 (깐깐한 섭취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정제당 • 나쁜 지방 • 첨가물이고, 이 중에서 집밥이든, 짬밥이든, 식당 밥이든, 사람이 먹고 난 찌꺼기로 만든 개밥이든 모든 식품에 조미료로써 들어가는 것이 설탕이다. 참고로 안병수의 책을 읽고 마트를 오색찬란하게 장식한 가공식품의 실체를 알게 되면 얼굴빛도 오색무주해질 것이다.

Book Reivew | 설탕의 세계사(砂糖内世界史),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설탕이 무서운 것은 합법 마약이라는 것>

설탕의 위상에 비하면 턱없이 얇은 책

아무튼, 안병수의 책을 읽고 자연스럽게 발기한,

“설탕, 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의 미각을 인질 삼아 이토록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가?”

이런 호기심에 ‘설탕’의 역사에 관한 책을 찾게 되었고, 적절하다기보다는 내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찾다 보니 전자도서관에서 바로 대출해 읽을 수 있는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의 『설탕의 세계사(砂糖内世界史)』를 펼쳐보게 된 것이다.

제목만큼은 설탕의 역사를 찾는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지만, 얇은 페이지가 대변하듯 내용은 팸플릿을 읽는 것처럼 얄팍하기 그지없다. 현재 세계 무역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위상과 시장 규모, 그리고 현대인의 식탁 위에서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독보적인 지위와 설탕이 우리 건강과 미각에 가하는 불굴의 압력을 생각하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분량이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설탕, 근대의 혁명』 등 좀 더 두껍고 알차 보이는 책들이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도서관 발길이 끊어진 지금 다시 가기가 무척이나 귀찮다. 이 녀석들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을 기약하리라.

Book Reivew | 설탕의 세계사(砂糖内世界史), 가와기타 미노루(川北稔)
<딸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게 만드는 설탕의 마법>

얇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설탕, 도대체 넌 뭐냐?’라는 용두사미 같은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쳤지만, ‘넌 그저 설탕이구나’하는 당연한 대답만 얻은 것 같은 공허함이 용솟음치지만, 하나의 상품을 통해 근대의 세계사를 살펴보겠다는 집필 목적에는 잘 부합하는 책(대충 그 내용은 제국주의 • 식민시대 • 노예 노동이라는 세계사를 떠받치는 굵직한 기둥에 가지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수많은 꼽사리 중 하나인 설탕이 하나의 상품에서 세계 상품으로 거듭나는 역사적 과정에 대한 개괄)이라 마냥 저작만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 모든 불평 • 불만은 오직 얇은 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나의 과한 욕심 탓이리라.

하지만, 모든 독자가 같은 값이면 양이 많은 음식을 찾는 대식가(大食家)처럼 이왕이면 두꺼운 책을 선호하는 나 같은 대식자(大食字)는 않을 터이다. 시간과 일에 쫓겨 책 읽을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겐 오히려 개략적인 지식을 압축한 이런 책이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스포일러 없는 리뷰라지만, ‘설탕에 대해 뭔가 더 알고 싶은데’ 하고 들렀다가 ‘이 사람 도대체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라고 핀잔맞기 딱 좋은 설렁한 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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