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8

구글의 종말 |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라고?

구글의 종말 | 조지 길더 |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라고?

책 리뷰 | 구글의 종말 | 조지 길더 |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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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대 안에 구글 시대가 끝장난다고?

네이버에서 구글로 블로그 이사를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인류 문명이 소멸하는 그 날까지, 지금처럼 인터넷이 인류의 삶에 중요한 일부분으로 기능하는 마지막 그날까지, 하루 몇 달이라도 더 내 글이 살아났으면 해서다. (블로그에 쓰레기처럼 쌓인 내 조악한 글들이야 그렇다 치고) 초등학생조차 코웃음 칠지언정, 혹은 누군가는 세상에 아무 흔적도 남길 것 없는 미천한 자의 자기연민에 지나지 않는 욕심이라고 비웃을지언정, 그 자신은 소소하다고 버티는 이 작은 소망은 인류사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띤 인터넷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지위와 필요를 계속 누릴 것이라는 대전제와 인터넷이 쓸모없어지는 그 날까지 구글이 존재한다는 소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사용자 수십억 명이나 되는 상위 6개 웹 플랫폼 가운데 5개를 차지한 구글의 시대가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학자가 있다. 그것도 자기 시대에 말이다. 그의 나이가 올해(2021년)로 만 81세인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그리고 내가 평균수명만큼 생존하는 복을 누린다면, 머지않아 구글이 도산하는 인상적이고도 충격적인 날을 직접 보게 된다.

만약 내 살아생전에 구글이 망한다면 블로그를 백업하고 새 둥지를 틀 여지를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이삿짐센터 덕분에 무척 간편해진 집 이사에 비하면 번거롭고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블로그 이사’를 또 한 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진저리가 난다.그렇더라도 막내라면 타고날만한 반항 기질이 다분한 내 마음 한구석엔 공룡처럼 거대해지다 못해 엄청난 영향력까지 행사하려는, 출발은 혁신 벤처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반독점법의 표적이 된 구글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그 날, 전 세계 인터넷 판도에 어떤 변화가 불어닥칠지 궁금하기는 하다.

책 리뷰 | 구글의 종말 | 조지 길더 |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라고?
<블록체인, 과연 구글을 현재 위치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까?>

블록체인, 구글의 종말을 예고한다!

『구글의 종말(Life After Google)』이란 책으로 구글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사람은 디스커버리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미래학자, 투자가, 경제학자인 조지 길더(George Gilder)다. 저자는 오래전에 출판한 자신의 여러 책에서 다가올 인터넷 시대의 이런저런 신기술과 그 신기술이 사회와 삶에 미치는 파장과 변화를 예견했던 경력이 꽤 화려한 석학이다. 그렇게 알 만큼 알만한 사람이 구글의 종말을 예언하니 변변치 않게나마 애드센스로 수익을 올리는 나로서는 응당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 솔깃함은 새로운 것에 대한 명랑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여차하면 쥐꼬리만 한 수익조차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조바심에서 오는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내 조마조마한 심정이야 어찌 되었든, 조지 길더가 예언하는 구글 시대의 종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부상이다.

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인터넷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변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잘되면 잘될수록 미래는 더 참담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블록체인이 초래할 미래에 대해 한마디씩 운을 띄우는 이 순간 난, 부끄럽게도 이 책이 ‘블록체인’이란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첫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앞의 두 예언과도 같은 명제에 관해 이렇다 할 논평을 덧붙일 지식은커녕 맞장구칠 준비조차 안 되어 있다. ‘블록체인’에 대해서만큼은 지적으로 완전히 무력하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리뷰처럼 장황하게 떠들어 댈 여력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이만 리뷰를 끝마치고 싶은 심정은 학생 지도실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어 하는 학생만큼이나 간절하다.

그래도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누군가를 위해 감히 조촐한 미끼라도 던져본다면, 구글 시대를 가속하고 구글의 사상 체제를 대변하는 폐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빅데이터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는 세계적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로, 무목적 • 무의식적인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을 지원하는 분산형 구조의 P2P 혁명으로 대체될 것이다. 구글의 세상 체계가 기계에서 특이점을 찾았다면 블록체인 시대는 인간 정신에서 특이점을 찾는다.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낡고 늙은 엘리트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 엘리트들도 대체될 것이다. 이로써 수직적 • 위계적 • 중앙집권적인 인터넷 질서가 대등하고 수평적인 새 질서로 재편될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독점 기업의 안하무인 격인 서비스 운영에 염증과 실망을 느낀 사람은 블록체인 시대가 가져올 혁명 같은 새 질서에 꽤 흥미를 느낄 것이다.

책 리뷰 | 구글의 종말 | 조지 길더 | 이 모든 것이 블록체인 때문이라고?
<블록체인, 현재 인터넷 판도에 얼마나 큰 균열을?>

블록체인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

블록체인은 매우 복잡한 기술이다. 고로 『구글의 종말』은 독자가 그런 기술들을 얼마나 세밀하고 꼼꼼하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와닿는 감흥도 크게 다르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으로 이어지는 여러 기초 이론들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였던 난 책장을 몇 장 넘기자마자 졸음과 고군분투를 벌여야 했던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지만(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도 문학적으로 깔끔한 편은 아니라 여러모로 난해한 책이다), 고진감래라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고 나면 구글 시대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조지 길더의 근거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구글이 그런 식으로 망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개념보다 더 큰 수확은 블록체인의 의미심장한 잠재력을 깨닫고, 그로 인해 블록체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받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진드기처럼 콕 박혀 있는 궁금증은 ‘구글이 예언대로 진짜 망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구글이 망하건 말건 상관없이 ‘도대체 블록체인이 어떤 기술이길래 구글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놀라움과 감탄이다. 이는 곧 독서 릴레이의 근성을 강화하는 탐구욕으로 현화되어 다음 읽을 책의 주제를 ‘블록체인’으로 한정하는 현실로 이어진다. 일단 발동된 궁금증은 어떻게든 풀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다음 읽을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해서 찾은 책이 다니엘 드레셔의 『블록체인 무엇인가?』와 돈 탭스콧, 알렉스 탭스콧의 『블록체인 혁명』이다(이 두 책에 관한 리뷰는 「블록체인 입문서, 그리고 그 응용과 파장」 참고).

끝으로 에어컨 작동 원리를 몰라도 리모컨만 있으면 누구라도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을 구현하는 세부적인 기술이나 작동 원리를 몰라도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누구라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블록체인 시대가 온다고 해도 이러한 사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도 대다수는 블록체인 시대인 것조차 모른 체, 그리고 이전보다 보안이 더욱 강화되고 정보의 투명성이 확장되고 인터넷의 위계질서가 사라진 것도 모른 체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블록체인이 가진 잠재력에 어슴푸레하게나마 눈을 뜬 난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이미 호기심이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당장 내게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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