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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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 제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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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 제갈량 | 인재 등용을 강조한 이유

만약 쓸모가 있는 사람을 대우하지 않고, 대우를 받는 자가 쓸모가 없으며, 가난하고 한미하여 아랫사람이 되고, 재물이 있고 어여쁘다고 윗사람이 되며, 간사한 소인이 출세를 하고, 충직한 신하가 멀리 유배를 간다면 어떻게 인재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나라가 위태로워 다스릴 수가 없고 백성이 편안히 살 수 없는 것은 인재를 잃었기 때문에 생긴 잘못이다. 예로부터 인재를 잃고 나라가 위태로워지지 않거나 인재를 얻고 백성이 편안히 살 수 없었던 때는 없었다. (p373)

진순신의 소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제갈량(諸葛亮)은 한 국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능히 감당한 인물이다. 제갈공명(諸葛孔明) 그는 경제, 형법, 인재 등용 등 국가와 백성을 다스리는 내정과 병사를 육성하고 장수를 부리고 병기를 제작하고 전략을 획책하고 전투를 지휘하는 군사 분야와 ‘천하삼분’의 형세를 유지하는 외교 등 한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되는 모든 분야에 걸쳐 혁혁한 성과를 이룩한, 어떤 역사적인 정치가도 보여주지 못한 걸출한 재능의 소유자다. 특히 제갈공명이 활동했던 시기가 난세였다는 점에서 그의 빛나는 재능은 더욱 돋보인다. 비록 제갈공명이 살았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에 사는 우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의 마음을 얻는 치도(治道)의 바탕을 이루는 도리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걸출한 재능을 보여준 제갈공명은 현대를 살아가는 위정자, 위정자를 꿈꾸는 청년, 혹은 무리를 지휘하고 이끄는 역량을 요구하는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최상의 본보기다. 그러므로 제갈공명이 남긴 문장, 문건, 문서 하나하나는 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료이면서도, ‘리더십’을 요구하는 모든 분야,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실제적인 조언이자 사심 없는 충고가 아니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는 어느 모로 보나 ‘팔방미인’이었던 제갈량이 남긴 현존하는 모든 문서를 집록한 것이다. 청대 사람인 장주(張澍)가 남긴『제갈충무후문집(諸葛忠武侯文集)』을 원본으로 한 이 책에는 제갈량의 사상, 가치관뿐만 아니라 그의 성격과 인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 위작으로 의심되는 자료들도 있지만 ─ 모두 제갈량이 작성한 글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풍과 문풍까지 은연중에 드러나는 문집이다. 다른 이유는 제쳐놓고라도 제갈량을 한 시대를 풍미했고 한 시대를 뛰어넘는 위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를 알고 싶고, 그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순신(陳舜臣)의 역작 『제갈공명(諸葛孔明)』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유난히 인재를 강조한 제갈량

제갈량은 국가를 다스리는 군주나, 아니면 군주를 보필하는 신하가 나라에 유익하고 충성하는 일 중에 단연코 인재 천거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이것은 진순신의 소설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갈량은 종종 촉나라의 인재 부족을 한탄하면서 위나라와 오나라의 많은 인재를 부러워했던 것이다. 군주나 그와 비슷한 중요한 지휘에 있는 사람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서 나라나 조직에 유익한 의견을 널리 받아들여야 하는데, 인재가 없다면 이러한 일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제갈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몸을 다스리는 것에 비교하기도 한다. 몸을 다스리려면 정신 함양에 힘써야 하고 나라를 다스리려면 인재 등용에 힘써야 하는데, 정신을 함양하면 생명의 장수를 얻고 인재를 등용하면 나라의 평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인재를 등용해야 하는가? 제갈량은 인재는 꼭 성인 같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총명하고 사리에 밝은 인재를 등용하면 되는데, 이때 아무리 재능과 지혜, 미덕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만하고 인색한 사람만큼은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교만하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반감을 품거나 곁을 떠날 수 있다. 팀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적대적인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팀워크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은 한 명의 인재를 영입하고, 여러 명의 인재를 떠나보내는 결과이니 도리어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관도대전으로 원소를 격파한 조조가 잠시 교만에 빠져 유비 • 손권 연합군을 과소평가한 결과가 적벽대전의 패배로 이어졌음을, 그리고 이 때문에 천하삼분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조조는 자신의 야망인 천하통일을 끝내 살아생전에 보지 못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교만은 그 사람이 가진 재능조차 발휘할 틈을 막아버리는 무서운 적이다.

한편, 인색한 사람은 포상하지 않으니 부하가 사력을 다해 일하지 않는다.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공을 세울 수가 없으니 이만저만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재를 등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벌이 공평무사해야 하고, 인의로 다스리고, 직언하는 자는 포용하고, 아첨하는 자를 멀리해야 좋은 인재를 곁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능력만이 아니라 성격의 상성까지 고려한 인사 배치

인재가 지닌 재능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조직적으로 분업화된 사회에서는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갈량의 말처럼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어렵다. 선악은 전적으로 구별되지만, 마음과 외모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직업, 학력, 명성, 직위 등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는 그 사람의 성품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임과 동시에 번지르르한 겉모습이나 현란한 재주에 현혹된 나머지 그 사람이 지닌 본성을 간과하는 경솔한 짓을 범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분업화된 사회나 조직에서는 협력해야 하는 동료 사이의 궁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제갈량은 촉나라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인사 배치 실패를 두 번이나 범했었다.

관우(關羽)가 형주에서 오나라 세력과 대치하고 있을 때 제갈량은 강릉 태수로 미방(糜芳)을 임명했다. 두 사람은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았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제갈량은 일상에서는 마찰을 일으킬지는 몰라도 국운이 걸린 위기 앞에서는 두 사람 모두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고 대의를 따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제갈량의 바람은 너무나 쉽게 무너진다. 관우는 우금과의 전투에서 생포한 포로들 때문에 군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미방으로부터 군량 보급을 거절당하자 관우는 그만 손권의 영토인 상관(湘關)의 군량을 턴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관우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로부터 유비는 나날이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결국 대의에서 벗어나도 한참이나 벗어난 이릉 전투를 일으켜 촉나라에 큰 타격을 입힌다. 또한, 제갈량은 1차 북벌에 “말이 실제보다 과하오. 크게 쓸 인물이 아니오”라는 유비의 유지에도 마속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가정 전투에 마속을 기용했다가 큰 낭패를 본다.

이 두 이야기는 인사 배치에서 개개인의 능력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인품이나 성격,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인물들 사이의 마찰이나 경쟁 구도도 사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기가 제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갈량은 사람을 아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모든 사람에게 평생 기억해 둘만 한 훌륭한 조언을 남겨 주었다. 그 전문을 모두 실어보면,

첫째, 시비를 물어 그의 지향을 관찰하는 것이다. 둘째, 능한 말로 그를 난처하게 만들어 임기응변 능력을 관찰하는 것이다. 셋째, 책략에 대한 의견을 들어 그의 재능과 식견을 관찰하는 것이다. 넷째, 재난을 알려 그의 용기를 관찰하는 것이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하여 그의 품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여섯째, 재물을 보여 그의 청렴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일곱째, 기한을 두고 일을 맡겨 그의 신용을 관찰하는 것이다. (『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p427)
Collected Works of Zhuge Zhongwu Hou
<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그의 발끝만큼이라도...

다른 리뷰도 상투적이고 지루했지만, 오늘은 더더욱 정치 기사처럼 재미없고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한 리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문장삼이’와는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떨어진 간관하고 졸렬한 리뷰라고 질타해도 면목이 없다. 이것은 나의 글솜씨가 지닌 명백한 한계이자 당최 천박하기 그지없는 문장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는 많은 부분이 소실된 제갈량의 미완성 문서들을 집록한 문집이니만큼 풍부한 소설적 상상력이나 매끄러운 문학적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것은 나름 감상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 개인이 남긴 각종 문서를 집대성한 책이니만큼 딱딱하다면 딱딱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문집 상의 특성이 리뷰를 쓰는 내게도 고대로 전수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니 제갈량이 남긴 글들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비할 나위 없는 재능과 더불어 어느 역사적 인물보다 많은 덕목을 지닌 위인 중의 위인이다. 제갈량의 연박한 학식과 명민한 두뇌는 둘째치고 솔선수범, 청렴결백, 헌신, 충성, 책임감 등 한 사람으로서 지닐 수 있는 최고의 인품들을 고루 갖춘 것만으로도 그 어떠한 역사적 인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다. 또한, 미래를 통찰하는 뛰어난 안목과 원대한 포부는 어떠한가? 그런 제갈량의 뛰어난 재능과 인품을 엿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문집이니만큼 배울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으며, 때론 자책하고 후회하는 성찰의 여지를 남겨 주기도 하는 책이다. 자칫 대학 교재처럼 졸음을 몰고 올 수도 있지만, 그 졸음을 유도하는 약발 속에 독자의 돌처럼 굳은 딱딱한 편견과 고루한 가치관을 깨부숴주는 깨우침도 들어 있으니 이 어찌 마다할 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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