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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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역습 | 걸어 다니는 독성물질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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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역습 | 마이크 애덤스 | 누가 우리를 걸어 다니는 독성물질 창고로 만들었나?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 후손들이 독성물질의 부작용을 겪지않도록 완전히 막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또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보다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세대가 계속될수록 부정적 효과는 더욱 심화된다. 이 때문에 인류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불임을 겪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며 암 환자 수는 절망적일 정도로 늘었으며 사람들의 인지기능 역시 약화되는 상황이다. (p35)

산업화가 나은 또 하나의 재앙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잉글랜드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격언이 있다. IT 기술의 진보로 누구나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요즘에는 분명히 아는 것이 많은 만큼 실생활에서의 유익한 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때론 지나치게 많이 아는 것이 뜻하지 않은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가져올 때도 있다. 흔히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 그러하다. 슈퍼마켓 선반들 위에 진열된 위선적인 풍요로움과 지금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을 아이들, 공원이나 휴양지에서 평화롭게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쟁과 테러로 삶이 송두리째 뿌리뽑힌 난민들, 달콤하고 쌉싸래한 초콜릿을 혓바닥 위에서 녹이고 있을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면서도 평생 초콜릿 한번 먹어보기 어렵다는 아이들, 우리의 끝없는 식탐을 충족시키고자 끔찍한 환경에서 짧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 이 모두는 아직 일말의 양심을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불편한 진실들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들은 한 개인의 의지로서는 어찌해볼 수 없다는 무력감과 이런 부조리에 간접적으로나마 일조했다는 도덕적 자책감을 일으키면서 지성과 양심이 미약하게나마 살아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함축하는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비겁하고 위선적이며 이기적이라는 비난 정도는 평생 감수하고 살아야 할 각오 정도는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떨까?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각종 화학물질, ─ 외식을 포함해서 ─ 원산지가 불분명하고 원재료 표기조차 제대로 안 된 음식들, 무엇을 먹고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 수 없는 가축에게서 나온 고기와 달걀, 어떤 종류의 화학비료와 살충제와 제초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채소와 과일 등등 이것들은 정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베일에 싸인 진실들이다. 한편으론, 안다고 해도 한 개인으로서는 크게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 ‘불편한 진실’이다. 왜냐하면, 이미 거대한 산업 시스템으로 굳어진 현재의 식품 체제는 소비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른 식품 선택의 폭이 좀 유동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지구에서 생산하는 음식 재료나 그 음식 재료를 가공해서 만든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지구 곳곳이 중금속과 화학물질로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산업화를 무분별하게 강행하며 지속불가능한 성장을 고집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다.

유기농 인증 마크도 무색하게 하는 중금속

우리 집 강아지 다롱이가 먹는 사료뿐만 아니라 우리가 슈퍼마켓에 진열된 온갖 종류의 식품 중에는 USDA(미국 농무부: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에서 인증받았다는 유기농 식품이 있다. 보통 소비자는 USDA 등의 공인인증기관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식품이니만큼 중금속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위험한 착각이다. 마이크 애덤스(Mike Adams)의 『음식의 역습(Food Forensics): 우리가 먹는 독성물질의 모든 것』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그것이 유기농 식품이건 지역 농장에서 생산된 식품이건 상관없이 중금속, 살충제, 제초제, 항생제, 호르몬제, 화학물질 등의 독성물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한다.

과거에 비하면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환경오염에 관심을 쏟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저개발 국가에서는 선진국에서는 금지된 살충제, 제초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들은 생산량을 늘리고자 토양을 오염시키는 화학비료를 쏟아부으며 선진국에서 저질렀던 폐단을 답습하고 있다. 또한, 저개발 국가나 한창 산업화가 진행 중인 국가에서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규제가 느슨하여 화학폐기물이 그대로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생산된 식품의 중금속 함유량이 유난히 높다. 그렇다면 그러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식품만 피하면 안전할까? 그렇다면 굳이 마이크 애덤스가 이 책을 출판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살충제나 제초제를 일반 식품보다 덜 사용한다는 미국의 유기농 식품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되듯 (유기농 제품일지라도 유기농 농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된 몇몇 살충제는 쓰고 있다) 화학물질을 과도하게 사용했던 과거의 파괴적인 농업 활동으로 토양과 지하수에 이미 상당량의 화학물질이 축적되어 있다.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었던 시대에 자연에 무분별하게 버린 산업폐기물에 포함된 중금속 등의 독성물질도 토양과 지하수에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이것들이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며 생물농축을 일으키다가 우리가 먹는 식품 속으로 무임승차하게 된다.

독소 자체를 피하라. 그러나 현실은?

USDA의 인증을 받은 유기농 식품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되었으며, 일부 유기농 식품은 일반 식품보다 더 많은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고픈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USDA의 유기농 제품 기준에는 수은을 비롯한 중금속에 관한 제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몸에 축적되고 해독도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중금속이 화학물질보다 더 위험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중금속이나 살충제, 제초제, 식품첨가물 등 이 모두는 인체에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없는 손상을 가하는 독성물질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마이크 애덤스도 독성물질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독소 자체를 피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처럼 사람과 자동차로 미어터지는 도시에 살며 매시간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독소 자체를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저렴하지만, 그 저렴함의 대가로 건강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저질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주머니가 넉넉한 소비자라면 유기농 식품(유기농 식품에도 독성물질이 포함될 수 있지만, 대체로 일반 식품과 비교하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을 선택하거나 지역 농장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마이클 애덤스의 충고처럼 행동을 개선하고 올바른 식품을 선택해 독소에 반복해서 노출되는 악순환을 무너뜨리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 땀을 울리는 운동으로 몸의 해독력과 독소 제거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사실 도시를 벗어나 좋은 식품만을 먹으며 사는 전원적이며 여유로운 삶은 누구나 원하는 삶이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현대인은 도시를 벗어나 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의 터전이 철저하게 도시에 저당 잡혀 있다. 여기에 바쁜 일상에 쫓기고 피 터지는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하루 세끼라도 챙겨 먹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끼니때마다 요목조목 따져보며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사치이자 특권이다. 대부분 사람은 생으로 굶는 것보다는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저질 식품이라도 먹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잦다. 상황이 이러하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차피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차라리 모르고 먹는 것이 소화라도 더 잘 될 것이기 때문이다.

Food Forensics(The Health Ranger's Guide to Foods that Harm and Foods that Heal) by Mike Adams
<이런 것은 아사 직전에나...>

식품 내 중금속을 직접 분석하는 저자

더 놀라운 사실은 마이크 애덤스는 손수 설립한 식품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들을 검사한다고 한다. 물리학 서적에서나 들어볼 법한 유도결합플라스마질량분석기(ICP-MS)라는 수백만 달러짜리 기기를 설치해 분석한 자료들은 『음식의 역습(Food Forensics)』의 「3부 데이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록 이 책에 실린 자료가 미국에서 유통되는 식품들에 한해서이지만,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성인 남녀 6,311명을 대상으로 인체 내 유해화학물질 16종의 농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혈중 수은 농도가 미국보다 3배나 높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원문 「[알아봅시다] 차곡차곡 내 몸속에~ 중금속 3인방 수은, 카드뮴, 납 술술~ 배출법」)를 놓고 보면(내 생각에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이크 애덤스의 질량분석기가 분석한 자료는 더욱더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도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최신 자료는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Natural Science Journ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저자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무료다! 단, 기부금은 받는다.

사실 마이크 애덤스는 많은 위험을 무릅써가며 이 책을 출간했다. 자신들이 생산한 식품이 중금속으로 오염되었다고 폭로한 사람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하는 양심적인 기업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기업들은 중금속에 오염되었다는 자사 제품에 대해 부인, 공격, 왜곡, 거짓말(정치인이나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부정할 때 많이 쓰는 시나리오 아닌가!)이라는 네 단계로 대응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그가 아직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식품회사와 정부

FDA(미국 식품의약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는 어떤 화학물질이 암을 유발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지 밝혀내는 게 아니라 실험을 통해 발암물질을 어느 정도까지 섭취해도 괜찮은지 연구한다. 업계로부터 지원을 받은 74건의 연구는 아스파르탐이 100%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식품첨가물 업계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은 연구 가운데 92%는 아스파르탐이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두 이야기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으며, 정부와 기업이 공모하여 마땅히 소비자가 알아야 할 모든 정보에 대해 침묵한다는 음모론이 우리의 음식사슬을 지배하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을 말해준다. 식품회사들은 소비자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며, 어떻게든 많이 먹여 많이 팔 생각만 한다. 비만 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 환자의 증가는 식품회사에 부를 가져다주는 보증 수표나 다름없다. 비만이 된다고 해서, 그리고 독성물질에 조금씩 오염된다고 해서 금방 죽는 것은 아니며, 그로 말미암아 병에 걸린다고 해도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그 진원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 이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당신이 암에 걸렸다면, 그것은 10년 전부터 즐겨 먹어왔던 한 저질 식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식품회사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완강히 부정한다. 그것은 담배회사들이 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을 기필코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식품회사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정부와 은밀하게 공모한 결과 현재의 음식사슬은 그들의 탐욕스러운 의지대로 완벽하게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이제 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사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보다는 좌절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우리의 이성과 양심이 식품회사들이 파렴치하게 저질러온 농간에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한편으론 속수무책으로 식탐 앞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건전한 섭취자로서 약간의 자존심 남아있다면, 이제라도 이 책이 고발하는 소리에 귀 기울어야 할 때이다. 『음식의 역습』이 증거로 제시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노하게 하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들을 냉정하게 되새김질해보면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낯설지 않은 격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마치면서...

우리가 어렵게 일하면서 돈을 버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함인데, 현실은 그러한 우리를 조롱하다 못해 철저하게 산업화한 음식사슬로 우리를 굴복시킨다. 우리는 우리의 오래전 조상이 먹었었던, 독성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취와 신선함을 간직한 식품들을 먹고 싶을 뿐이지만, 어느덧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음식의 역습』은 우리에게 독성물질을 최대한 피하라고 충고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신체가 가진 해독 능력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지경으로까지 와버렸다. 인생은 도박이라더니 이제는 우리가 먹는 것까지도 하나의 도박이 되어버렸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른 음식에 얼마만큼의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지는 신도 모를 것이다. 신은 인류가 그렇게 많은 화학물질을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어야 하는 그 음식들에까지 그렇게 뿌려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으면서 하나둘씩 생기는 자잘한 만성 질환들이 우리 몸에 축적된 독성물질 때문인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그것은 내가 선택한 음식들에 대한 마땅한 결과다. 하지만, 내가 달리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음식의 역습』에 담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식품회사들이 사람들이 알아내지 못하도록 절박하게 애쓰는 정보들이다. 모르는 것이 약인지, 아는 게 힘인지는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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