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 각성하라 좀비들이여!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거겠죠." - 찰리
"착각하는 건 우리 아닐까?" - 라일리
죽음과 무덤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시체들이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수년이 지났다. 생존자들은 미국 전역에 걸쳐 전초 기지를 만들어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전기 울타리와 강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빌딩, 무자비한 카우프만의 통치 아래 지난날 문명의 영광을 재현한 ‘피들러 그린’에서 여전히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었고, 없는 자들은 그 주변에서 예전과 다름 없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우프만의 보급 부대를 이끌던 라일리는 정찰 나갔다가 보통의 멍청한 다른 좀비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영리한(?) 좀비를 발견한다. 한때 ‘빅 대디’ 주유소의 주인이었을 그 좀비는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라일리가 본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인간에겐 좀비는 오로지 ‘먹기’만을 원하는 무뇌충이었다. 하지만, ‘빅 대디’의 영향으로 조금씩 각성해 가는 좀비들은 자신들을 사냥하는 것을 오락처럼 즐기는 인간들의 무지막지함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다.
라일리는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ㄱ러나 카우프만의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도맡아 처리해 오면서 ‘피들러 그린’ 입주를 위해 간절히 돈을 모아왔던 촐로는 자격 미달로 입주를 거절당하자 ‘피들러 그린’ 빌딩을 폭발시키겠다고 카우프만을 협박한다. 테러범과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카우프만은 라일리를 보내 촐로를 상대하게 하는데….
작금의 좀비 영화를 탄생시킨 '좀비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2세대 좀비의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 「랜드 오브 데드(Land Of The Dead, 2005)」. 「랜드 오브 데드」의 영향 때문일까?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에서는 예전의 인간적 감정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교감하는 좀 더 진화한 좀비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역대 작품들에서 좀비를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활용하지 않고, 좀비와 등장인물들과의 역학적 관계를 통해 문명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대가답게 「랜드 오브 데드」도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류 문명이 산산이 조각날 위기에 부딪혔을 때,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세력 사이의 갈등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비록 예전만큼 날카롭지도, 명확하지도 않지만, 순수한 탐욕의 결정체인 좀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 세계를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아마도 그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